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5
55화
【광신도들의 군주】
[YES / NO]눈앞에 선택 창이 떠 있었다. 나에게는 선택지가 하나였지만 다른 헌터들에겐 아니었는지, 중간중간 NO를 눌러 회피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마지막 층. 탑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자기 자신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인 듯했다. 그야 그동안 헌터들이 힘없이 죽어 나가는 걸 보았으니까.
이전까지는 평범하게 게임에서 탈락하면 밖으로 나갔지만, 이제는 탈락이라는 규칙을 없애고 게임을 연속적으로 이어 버렸으니 그럴 수도 없었다. 즉 다시 말해 게임을 클리어하거나 죽는 방법 말고는 탑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호텔 로비에 앉아 눈앞에 뜬 창을 빤히 쳐다보다 옆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선 에단 씨가 유심히 창을 바라보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손가락을 살짝씩 움직이는 게 아마 YES를 누를지, NO를 누를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무슨 오지랖인지, 나는 에단 씨를 향해 말했다.
“되도록 YES를 누르는 게 나을 거예요.”
“네? 예?”
비밀스러운 짓을 하다 들킨 듯, 에단 씨가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이제는 탈락이라는 개념이 없으니까요. 만약 NO를 누른다면 다른 게임을 시켜 억지로 죽이려 들 수도 있어요.”
“…역시 그렇겠죠.”
내 말에 에단 씨가 YES를 눌렀다. 그러나 아무런 변화도 없는 걸 보니 바로 이동되는 건 아닌 듯 보였다. 그 모습에 나도 가볍게 YES를 터치했다.
지화연 씨와 해나 씨는 근처에 같이 있었는데, 형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또 뭘 하고 있나 싶었지만, 알아서 할 텐데 그냥 놔두지 뭐 하고 말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러서야 다음 메시지가 떴다.
[마지막 층으로 이동됩니다.] [00:05:00]나는 잠깐 풀어 뒀던 개방을 다시 했다. 각자 다양한 방법으로 다음 층을 준비했다. 누군가는 기도를, 누군가는 몸풀기 운동을 했고, 누군가는 그저 시간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시야가 변했다.
내가 있는 곳은, 관객석이었다. 관객석 아래, 훤히 트인 공간에 시선이 갔다. 깔끔하게 마감된 바닥 위로 두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단숨에 파악되어 나는 곧장 관객석을 내려갔다. 그리고 두 사람이 있는 공간으로 넘어가려 했으나 턱. 무언가 투명한 벽에 가로막혀 넘어갈 수가 없었다. 그때 또다시 창이 띄워졌다.
[마지막 결투!]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최종 승자가 되세요!] [항복은 없습니다.] [끝까지 살아남길 빕니다 :)]그 글을 뒤로하고 투명한 벽을 내려쳤다. 그러나 투명한 벽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공간을 가로막고 있었다.
반대편에 형이 보였고, 오른편엔 지화연 씨가 보였다. 둘 역시 이 짓을 막으려고 무어라 말하는 듯 보였으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공간 안쪽에서는 두 헌터가 무슨 일인지 감을 잡지 못한 채 황당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분을 가만히 있자, 그들이 가만히 있는 꼴을 볼 수 없던 누군가가 다시 창을 띄웠다.
[먼저 죽이지 않으면 둘 다 사망!] [이긴 쪽이 살아남아요~]그 말에 한 명이 벌벌 떨며 이내 자신의 상대를 쳐다봤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상대에게 무기를 겨누었다. 반대쪽은 당황하면서 살기 위해 별수 없다는 표정으로 무기를 치켜세웠다.
결과적으로 둘은 싸웠다. 살아남기 위해 모든 공격을 퍼붓는 듯 보였다. 그러나 결국.
“못 해, 살인 같은 거……. 어떻게 하냐고. 살기 위해서 그런 짓을 하고 싶진 않아…….”
살인을 해 본 적이 없는 듯한 헌터가 무기를 놓았다. 그러곤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싸움이 끝났다. 결과는 무기를 끝까지 쥔 쪽이었다.
그렇게 몇 번, 몇 번이고 같은 싸움이 반복됐다. 끝없이 반복되는 싸움에 나는 말리는 것을 포기하고 싸움을 지켜봤다.
누군가는 서로를 죽이지 않고 둘 다 죽는 걸 택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자신을 죽이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다 결국.
“한… 한지언 헌터.”
내 눈앞에는 에단 씨가 서 있었다. 위를 살짝 보자 관중들이 있었다. 수는 적었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보자 지화연 씨가 보였다. 반대쪽에는 형이 있었다.
“…한지언 헌터. 저 죽이세요. 괜찮… 괜찮아요. 전 그냥 A급이니까……. S급이 사는 편이 낫잖아요.”
“…….”
에단 씨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그는 지팡이를 꾹 쥔 채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나는 낫을 떨어뜨렸다. 낫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옅게 퍼지다 사라졌다.
나는 한 발 한 발 내디뎌 에단 씨를 향해 다가갔다. 내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에단 씨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그렇게 나는 손을 뻗으면 에단 씨에게 닿을 거리에서 멈춰 팔을 들었다.
에단 씨는 A급, 나는 S급이었다. 여기서 급을 나누는 게 추하기도 했지만 상관없었다. 애초에…….
“안 죽여요.”
“…네?”
나는 위로 올린 손으로 에단 씨의 어깨를 감쌌다. 힘이 들어갔던 어깨에 내 손이 닿자 에단 씨가 화들짝 놀랐다가 이내 축 처졌다.
“왜 죽여요.”
“그, 그거야 한지언 헌터가 살아야, 하니, 까…….”
에단 씨가 울음을 퐁퐁 쏟으며 말을 겨우겨우 이었다.
“둘 다 살면 되지, 뭘 한 명만 살려고 해요.”
“그렇지만, 아까 분명…….”
우리가 싸움을 일으키지 않자 예상대로 시간이 쓰인 창이 띄워졌다.
나는 창을 무시하고 고개를 올렸다. 관중을 훑고, 텅 빈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곤 말했다.
“보고 있는 거 아니까 나와.”
[? 내 가 오ㅔ?]“그럼 재미없게 끝낼까?”
[너한테 그게 가능할 것 같나 봐?]“불가능할 거라 생각해?”
[ㅇㅡㅇ]그 글에 나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러곤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 쉽게 나서지 못하는 거지?”
[?]“모를 거 같아? 네 힘이 많이 사라졌다는 거.”
처음엔 그저 의심에 불과한 생각이었다. 그 힘이라면 단숨에 우리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을 텐데, 탑주는 굳이 계단을 이용해 우리를 이동시켰다.
심증은 점점 굳어져 갔다. 탑주가 이전처럼 허공을 유영하지 않고 굳이 높게 솟아오른 땅 위에 서 있었다는 점에서.
또한 탑주는 우리를 계단이 아닌 문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따로 소환시킬 수도 있었을 나를 굳이 직접, 손수 밀었다.
내게 확신을 준 건 탑주가 대리인을 내세웠다는 점이었다. 그건 즉 다시 말해 직접 싸울 힘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일 터.
하물며 탑주는 원래의 모습을 잃고 거대한 몬스터의 형태로 겨우 사람의 형태를 띠었다. 그 뒤론 직접 말을 하지 않고 창을 띄워 의사소통했다.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설령 내 생각이 틀렸다 해도 난 여기서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 그런 생각은, 과거에 버려두고 왔으니까.
“그러니까, 모습을 드러내.”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이름을 나긋이 말했다.
“페트로논 제트리스. 겁쟁이처럼 숨지만 말고 나와.”
그 말을 끝으로 공간이 비틀렸다. 허공이 일렁이며 검은 손이 튀어나왔다. 붉은 손톱이 날을 세웠다. 이내 손이 내려지고, 다리가 나오고, 얼굴이 나왔다.
청록색 머리에 고고한 외모. 제트리스는 아직도 담화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몸은 더 이상 유리로 된 몸체가 아니었다. 거기까진 이제 변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꽤 좋은 발악이야. 축하해. 그 발악이 성공했으니까.]제트리스가 입을 벙긋거렸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고 글이 허공에 튀어나와 박혔다.
[그리고 추리도 성공했어. 대단하네. 못 알아챌 줄 알았는데.]검은 연기가 입 안에서 밖으로 튀어나오며 글씨가 만들어지는 게 께름칙했다. 나는 겁먹은 에단 씨를 내 등 뒤로 슬쩍 밀었다.
[너무 대단해서 이거……. 그래, 이참에 뭐 하나 알려 줄까?]“뭐.”
[너희들이 여기에 오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그야 탑이 생겨났으니까…….”
[여기까지 온 머리로 잘 생각해 봐. 너희, 그냥 탑이 생겨나기만 했으면 이렇게 바로는 안 왔을 거잖아?]“…….”
그 말에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허구의 모습으로 탑에 대해 설명해 주고 나서도 곧바로는 안 왔을 거야. 시간을 들여 뒤늦게 왔겠지. 탑만 건드리지 않으면 별일 없었을 테니까.]“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지?”
[내가 너희 세상을 향해 처음 한 행동이 뭐게?]“…….”
나는 기억을 뒤로 감았다. 그리고, 내 눈으로 보았던 태블릿 컴퓨터 속의 광경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네가 처음 한 짓은, 누군가의 머리를 터뜨리는 거였지.”
[응, 맞아. 근데 그거 알아? 그거 너희 세상 것들 아니다?]“…뭐?”
[그거, 허구의 영상이야. 근데 너흰 그거에 속더라?]“뭐…….”
문득, 전에 스쳐 지나가듯 읽은 기사가 떠올랐다. 탑,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가, 라는 제목의 기사였다.
그 기사의 내용은 영상에서 머리가 터졌던 사람의 사체가 사라졌다는 것, 한 방울의 피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모두가 입을 모아 그것을 탑이 한 짓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그러하리라 믿었고.
근데 그게 전부 거짓이었다고.
[그리고 그거 알아? 우리는 당장 너희 세상을 공격할 수 없어.]“…….”
[그래서 너희를 탑으로 오게 한 거야. 너희는 그거에 홀라당~ 넘어갔고. 덕분에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지?]“…….”
몇 번 봤다고 익숙해진 담화의 얼굴이 빙긋 웃었다. 그 모습에 나는 물었다.
“왜?”
[응? 왜냐니?]“왜 굳이 그런 짓을 했냐고.”
[아아, 왜 그랬냐고? 음, 이유는 많지만 그중 가장 큰 건…….]빙긋 웃던 얼굴에 이내 비웃음이 번졌다. 귀를 찢을 정도로 기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재밌잖아!
귀를 살짝 부여잡았다가 풀었다. 제트리스의 입에서 다시 검은 연기가 튀어나오며 글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아쉬워. 별로 죽이지 못해서 말이야.]“…하나만 더 묻자.”
[뭘?]“지금까지 한 게임들은 무슨 의미야?”
[게임들? 당연히 재미를 위해서 한 거지.]“그럼 그 내용은?”
[내용? 내용이라니……. 아항? 무슨 뜻인지 알겠어.]제트리스는 청록색 머리를 쓰다듬으며 글을 이었다.
“…그러냐.”
관중석은 여전히 투명한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다. 형이 무어라 소리치며 벽을 미친 듯이 두들겼고, 지화연 씨도 그녀답지 않게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무어라 말을 했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기의 소리가 밖으로 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쪽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제트리스를 바라봤다.
[그래서 이제 어쩌게?]“어쩌긴 뭘 어째.”
손아귀에 별 뭉텅이가 생겨났다. 뭉쳐지지 않고 흩어지는 별 무리가 내 주위를 감쌌다. 아까 떨어뜨렸던 낫이 다른 손에 생겨났다.
“죽여야지.”
그래야 이 망할 탑도 사라질 테니까. 이 역겨운 것들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원래대로 돌아갈 테니까.
[흠. 그래? 그런데 말이지, 내가 약해지긴 했는데 말이지. 응, 그렇긴 한데 말이야.]담화의 얼굴이 검은 것으로 반이 뒤덮였다. 하얀 펜으로 그린 듯한 눈이 생겨났다. 아까와 달리 눈에 살기가 가득해 분위기가 달랐다. 그러나 나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글이 아닌 찢어지는 목소리로 제트리스가 말했다.
―너. 너무 날 얕봐.
꾸드득. 가만히 서 있던 제트리스의 발아래로 바닥에 금이 갔다.
―내가 약해져서 뭐?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영웅 취급 좀 해 주니까 네가 정말 영웅이라도 된 것 같아?
아니. 난 영웅이 아니다. 그런 취급을 받을 자격도 없었다.
―어렴풋이 안 정보인데, 너 약하다며? 다른 것들보다 월등하게, 라던가?
맞는 말이었다. 난 약했다.
―그런데 죽지 않은 건 칭찬할게.
모처럼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기에 버텼다. 그리고… 죽으면 아무것도 못 물어보니까.
―…그런데 있잖아.
검은 팔이 살짝 들리더니 이내 손이 깔딱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훅, 바람이 불었다. 곧장 고개를 들어 제트리스의 얼굴을 바라보자 찢어지는 목소리가 귀를 강타했다.
―여기엔 너만 있는 게 아니잖아?
서둘러 뒤를 돌아본 순간 검고 두꺼운 가시덩굴이 솟아났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에단 씨가 처참히 가시덩굴에 꿰뚫렸다.
다시 말하지만 난.
―하핫!
영웅이 아니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