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6
56화
“…한, 지언―”
“말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아니. 안 괜찮다. 포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몸을 관통한 물체를 빼내야 했다. 그러나 내가 줄곧 힘을 주어 빼내려 하고 있음에도 가시덩굴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능력을 사용해 부서뜨리려 해도 멀쩡했다.
“…괜찮을 거예요.”
에단 씨가 옅은 숨을 색색거렸다. 그 광경을 구경하는 듯, 제트리스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풀어 줄 의향은 없어 보이니 내가 풀어야 할 터.
‘그러고 보니…….’
「저거 죽이려 해도 못 죽여! 그야 약점이 깊숙이 있으니까!」
부서지지 않는 몬스터. 그걸 향해 제트리스가 그리 말했었다. 그렇다는 건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부서지지 않는 것들은, 약점이 깊숙이 숨겨져 있었던 게 아닐까.
나는 늘 의심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하고. 부서지지 않는 던전의 것들이 정말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 걸까 생각했었다.
덩굴을 살펴보던 시선을 위로 옮긴 찰나, 이질적인 무언가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검은 표면에 회색기가 도는 부자연스러운 부분에 시선이 옮겨졌다.
나는 시선을 내려 에단 씨를 바라봤다. 에단 씨는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덩굴이 급소를 일부러 피해 가 고통만 가득할 터.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러니, 뭐라도 해야 했다.
나는 단숨에 몸을 움직여 덩굴 위를 향해 능력을 사용했다. 이질적이던 회색 부분은 역시 약점이 맞은 모양이었다.
무너지는 덩굴 뒤로 제트리스가 기다렸다는 듯 또 다른 덩굴을 만들어 냈다.
나는 주위를 살피며 덩굴이 자라나기 전 약점을 찾아내 부서뜨렸다. 그러고는 즉시 바닥에 널브러진 에단 씨에게 다가가 말했다.
“괜찮으세요?”
오는 대답은 없었다. 일단 숨은 붙어 있었다.
바닥에 놔뒀다간 또다시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컸기에 나는 곧장 한쪽 팔로 에단 씨를 들었다.
―있지, 그런 건 그냥 죽여 버리고 둘이서만 노는 게 어때?
“…….”
―너도 귀찮잖아. 응?
“헛소리.”
나는 몸이 너덜너덜한 에단 씨에게 포션을 사용하기 위해 손에 쥔 낫을 없애고 대신 푸른 포션을 쥐었다.
포션의 주둥이를 깨뜨려 연 나는 곧장 에단 씨에게 포션을 들이부었다. 상처가 빠르게 아물며 옅었던 숨이 강해졌다. 에단 씨가 눈을 껌뻑거리며 서서히 정신을 되찾았다.
“한지언… 헌터?”
“네.”
“지금, 우와악!”
날아온 가시덩굴에 놀란 줄 알았으나, 이어 들려온 말은 내 예상을 빗나간 것이었다.
“설마 푸른 물약을 쓰신 거예요?!”
“…네?”
“미쳤나 봐! 그 비싼 걸 왜 저한테 써요!”
“…….”
멀쩡한 것 같아 잡고 있던 몸을 놓자 에단 씨는 어정쩡하게 휘청거리는 듯싶다가 똑바로 몸을 세워 섰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는 에단 씨의 말을 무시한 나는 앞에 서 있는 제트리스를 바라보았다.
―왜 살려?
“반대로, 너는 왜 죽이려고 하지?”
―걸리적거리잖아.
“우리에게 걸리적거리는 건 너인데, 네가 죽는 건 어때?”
―말이 심하다~ 근데 그거 알아?
붉은 손톱이 따닥 하며 부딪쳤다. 그와 동시에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띄워졌다.
[00:03:28]―게임은 아직 안 끝났어.
“…….”
나는 혀를 차고 에단 씨를 흘긋 쳐다봤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표정의 에단 씨가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저 정말 도움이 안 되는 거 아는데요. 염치없는 거 무릅쓰고 하나만 물어도 돼요?”
“네?”
“저희, 살 수 있겠죠?”
“…….”
갑자기 왜 그런 걸 묻나 싶었지만, 당연한 소리였다.
“살 거예요. 살릴 거고.”
“그렇죠?”
에단 씨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곤 한 발, 앞으로 튀어 나가 입을 열었다.
“게임이 안 끝난 게 왜?”
―응?
“우리가 게임에 참여해야 할 의무는 없어.”
―그래. 그런 의무는 없지. 하지만 너희는 매사 규칙에 얽매여 살잖니? 그리고 이 게임의 규칙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목숨이 그냥 날아가는 거고.
“네가 만든 규칙에 얽매일 생각은 없어! 애초에 모두의 동의하에 정해진 규칙이 아니라 네가 멋대로 만든 규칙이잖아! 그런 규칙으로 우리를 묶을 생각 하지 마!”
에단 씨가 지팡이를 꼭 쥐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갑자기 튀어나온 게이트와 몬스터에도 대항한 사람들이야! 네 억지에 쉽게 당해 줄 사람들이 아니라고!”
―흠. 말이 많구나. 그래. 그럼 하나만 묻자. 너희는 게이트와 몬스터에 대항하며 무엇을 알아냈지?
“그야 게이트를 없앨 수 있다는 걸…….”
―결국, 거기에도 어떠한 규칙이 있지 않니?
“…….”
―이해한 모양이구나. 그래. 너희는 그 과정에서 알아낸 규칙들을 지키고 있어. 그 규칙을 통해 스스로 살아남고, 너희의 세상도 지켜 냈지. 너희 세상엔 참 많은 규칙이 있더구나. 그래서 나도 규칙을 마련한 건데, 그게 뭐가 잘못된 걸까?
“네 규칙과 우리 세상의 규칙이 같다고 생각하지 마!”
―뭐가 다르니? 아니, 너희도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하잖아. 그 규칙을 어긴 사람에겐 벌칙을 주고. 내가 하는 건 전부, 너희 세상에서 가져온 것들이야. 완전히 같다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예 다른 건 아니지. 그리고.
이번엔 제트리스가 한 발 앞으로 튀어나오며 말을 이었다.
―난 너에게 강제적으로 게임을 시킨 적이 없어. 애초에 스스로 탑에 들어온 건 너희야. 그 과정에서 내가 너흴 부추긴 점이 있긴 하지만, 결국 선택을 한 건 너희지. 그런데 인제 와서 죽기 싫으니 그만두겠다고? 아니. 그건 안 되지. 탑에 들어오길 선택한 건 너희야. 그럼 그 대가를 치러야지. 그래, 너희 말로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고 하던가?
“그래도……!”
―그럼 말해 봐. 이제 와서 너희가 규칙을 깨면, 지금껏 규칙을 지켜 죽은 아이들은 뭐가 되지? 너희가 규칙을 깨면 그들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하나?
“…….”
―죽은 것들은 돌아오지 않아. 이 규칙은, 너희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일 텐데?
“…….”
―너희는 결국 규칙을 지켜. 그리고 규칙을 어기면 벌이 주어지지. 다른 건 없어. 바뀌는 것도 없고. 그러니 게임을 진행해. 둘 다 죽든, 한 명만 죽든 하라고.
지팡이를 쥔 에단 씨의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그러나 에단 씨는 뒤를 돌아보진 않았다.
그 모습에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 이내 앞으로 튀어 나가 낫을 치켜들었다. 다른 한 손으로는 에단 씨의 어깨를 짚었다. 나는 흠칫 놀라며 옆을 쳐다보는 에단 씨를 뒤로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우리는 규칙을 지키며 살고, 이 탑에 들어오는 걸 선택한 것도 우리야. 그러니까 탑의 규칙을 지키는 게 맞지.”
―어머? 역시 너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근데 그렇게 아부를 떨어도 살려 주진 않을 거야.
“누가 살려 달래? 다만, 우리 세계에는 이런 말도 있어서 말이야.”
터엉! 단숨에 뛰어오른 몸이 투명한 벽을 향해 날아갔다. 나는 아까 덩굴을 피하며 보았던 희미한 금을 향해 낫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능력을 사용하자, 콰장창! 관중석과 이쪽을 나누는 벽이 깨져 반짝였다.
“규칙은 깨라고 있는 거라는 말.”
―…허?
깨진 벽으로 형이 들어왔다. 그러곤 곧장 검을 휘둘렀다. 쿠웅! 검은 연기가 자욱이 퍼졌다. 그와 동시에 다른 능력들이 제트리스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아, 맞아. 그리고.”
연기가 걷혔다. 에단 씨는 어느새 관중석 쪽으로 가 있었다. 제트리스가 살기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런 제트리스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게임이 재미가 없거나 불공정하면 엎어 버려. 그건 몰랐나 봐?”
―…….
“우리 세상을 운운할 거면 잘 알아봤어야지.”
나는 낫을 치켜세웠다. 시선을 살짝 굴려 옆을 보자 지지직거리는 홀로그램 창이 시야에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아마 관중들이 들어와 게임의 규칙이 사라진 듯 보였다.
시선을 좀 더 옆으로 하자, 바로 옆에 서 있는 형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내 다른 사람들 역시 시야에 들어왔다. 모두가 제트리스를 향해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 모습에 기가 찬 듯, 제트리스가 입을 열었다.
―하하. 그래… 좋아. 이참에 뭐 하나 더 알려 줄까?
제트리스의 검은 몸이 꿀렁거렸다. 이내 제트리스의 등 뒤로 검은 액체가 흐르는 기괴한 날개가 생겨났다.
―여기로 오기 전에, NO를 누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 거 같아?
그에 대해 딱히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그야 저것의 성격상, 그들이 어떻게 됐을지는 뻔했으니까. 그리고 역시나, 제트리스의 대답은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전부 죽었어! 그것도 하나의 게임이었거든! 옳은 답 찾기! 아하하!
뭐가 재밌는지 제트리스는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아니, 이미 찢어져 있나?
―아, 그래그래. 그리고 너.
붉은 손톱이 나를 가리켰다.
―아까 물었지? 지금까지 한 게임의 내용이 무슨 뜻이었는지?
“…….”
―사실 아까 말한 건 거짓말이야.
제트리스가 파 하며 숨을 내뱉고 담화의 모습을 한 제 얼굴을 쓰다듬었다.
―원래는 이 모습이 아니긴 하지만 비슷했지. 정확히 언제 있었던 일인지는 몰라. 너무 옛날얘기라. 그래. 옛날이야기지.
제트리스는 추억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너희에게 보여 준 이야기는 대부분 진짜 있었던 일이야. 다만, 그때는 너희가 없었으니.
우리가 없었다는 말은 즉, 다시 말해.
―이 아이는 결국 모든 걸 실패하고 패배했어. 그러곤 나는 실패한 이 아이를 삼켰고, 현재에 내가 탄생했지. 지능 없이 날뛰던 내게 지능을 준 착한 아이란다! 용사와 마왕. 정말 딱 그런 이야기야. 문제는 내가 너무 강하다는 거였지! 하하!
뭐가 웃긴지 제트리스는 공간이 울릴 정도로 웃어 댔다.
―용사와 마왕, 아니, 그것보다 못한 불쌍한 얘기지? 세상을 구하려고 했는데 힘은 안 돼, 사람은 죽어 나가, 몸은 몸대로 갈려, 참 절망적인 이야기야. 그래서 즐거웠어! 너희가 이야기를 바꾸었거든. 이 아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고! 물론 그런다고 뭐가 바뀌는 건 아니지만, 아하하! 하……. 그러니까 말이지?
우두둑, 바닥이 검게 변하며 무너져 내렸다.
―이번에도 또 날 즐겁게 해 줘.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던 것처럼.
공간이 무너져 내리고,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그 반대로 하늘과 대비되는 알록달록한 바닥이 시야에 들어왔다. 고개를 다시 들어, 제트리스를 쳐다봤다. 제트리스는 여전히 담화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좋아. 너희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용사들이야! 이렇게 목이 동강 나지 않기를 바라!
그러며 제트리스는 제 목을 옆으로 슥 그었다.
―너희를 위해 공간을 수없이 엎고 바꾸고 창조하느라 난 지금 힘이 많이 없어. 다 너희를 위해 그런 거야! 그야 마왕이 너무 강하면 재미없잖아? 그러면 ‘전쟁’이 아니라 ‘학살’이 벌어질 테니까! 내가 예전에 했던 것처럼.
붉은 손톱이 하늘을 가리켰다. 이윽고 하늘이 뒤엉키며 구멍이 생겨났다. 그 너머에서, 수없이 많은 몬스터가 떨어져 내렸다.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제트리스 님을 위해, 라는 말을 반복했다.
나는 시선을 옮겨 형을 쳐다봤다. 그러곤 작게 물었다.
“계획은?”
“…….”
형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싶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나는 다시 물었다.
“진짜 있는 거지?”
“못 믿어?”
“아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 안 믿으면 나도 죽거든. 이겨 본 적이 없던 상대인지라.
나는 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러곤 말을 이었다.
“믿어.”
“…….”
수없이 많은 몬스터가 비처럼 떨어져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헌터들의 공격이 검은 하늘을 뒤덮어 사방을 밝게 빛냈다.
내 피부 위로도 하얗게 빛나는 문양이 생겨났다.
게임을 엎을 시간이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