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7
57화
땅이 거세게 울렸다. 수없이 많던 몬스터들이 이내 끝을 보였다.
그렇게 몬스터들이 마무리되었을 때쯤, 나는 뺨에 튄 피를 닦아 내며 제트리스를 바라보았다. 흥얼거리며 지휘하듯 빙그르 움직이는 꼴을 보니 전력을 다하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 이게 전력이면 그간 노력한 내가 너무 초라하지.
나는 시선을 돌려 형을 쳐다봤다. 그러곤 작게 물었다.
“계획 좀 읊어 봐.”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시선만 끌어 줘.”
“정말 그걸로 돼?”
“되게 해야지.”
형이 은색의 뱅글 팔찌를 꺼내 제 손목에 끼워 넣었다. 그러곤 아까 보상으로 받았던 곰돌이 모양 마석을 깨뜨렸다.
‘또 생각 없이 힘만 키우려고―’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연기는 이윽고 형을 감싸며 주위로 퍼져 나갔다.
‘저건 분명…….’
공격 능력, 간단하게 말해 능력의 기본 베이스. 그 베이스를 변형해 사용하는 걸, 흔히 기술이라 부른다.
내 피부 위로 문양들이 생겨나거나 낫이 하얗게 빛나거나 하는 것들이 바로 기술이었다. 간단하게 생각하자면, 게임의 스킬과 같다고 보면 됐다.
그리고 형은 지금, 본인이 현재 쓸 수 있는 최상의 기술을 사용 중이었다. 그만큼 시전 시간이 긴 게 문제였다만.
‘이래서 시선을 끌어 달라고 한 건가.’
이거는 단순히 시선을 끄는 게 아니라 형을 보호해야 할 수준인데.
살갗을 찢을 듯한 기운. 그것이 형으로부터 느껴졌다. 나에게만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주위 헌터들 역시 그런 기운을 느꼈는지 형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즉, 다시 말해.
―재밌는 걸 꾸미네?
제트리스 역시, 이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거였다.
‘저거 가지고 정말 가능할까.’
형이 저런 짓을 한 적은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매번 패배.
이는 내가 직접 경험한 거였다. 그렇기에 더욱 의심이 됐다. 설령 저것이 약해졌다 하더라도, 겨우 이 정도로 당할 놈이 아니었다.
‘…그래도.’
형이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그리고, 형은 블랙홀을 처리했다. 자신의 계획이 내 눈앞에서 성공한 모습을 보였다.
‘믿어 보자…….’
나는 형을 바라보는 제트리스의 앞에 서 제트리스를 가로막았다. 그 모습에 제트리스는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투웅! 단숨에 나에게 다가온 제트리스가 팔을 휘둘렀다. 나는 제트리스의 공격을 겨우 막아 냈다. 형이 무언가를 하려는 것을 눈치챈 지화연 씨가 곧장 가세해 형을 우선적으로 보호했다.
“뭘 하려는 건진 몰라도, 저놈을 이길 수 있는 거죠?”
“…그러길 바라야죠.”
“최근 들었던 말 중 가장 불안한 말이네요.”
또다시 하늘에서 몬스터가 떨어져 내렸다. 제트리스를 신경 쓰랴 몬스터를 신경 쓰랴, 신경이 남아나질 않았다. 우선적으로 제트리스에게 집중하기 위해 떨어지는 몬스터를 무시하자 검은 가시가 거대하게 솟아나며 몬스터를 찔렀다.
“작은 거는 저희에게 맡기세요!”
윤시아가 매섭게 칼을 휘두르며 말했다. 주위의 몬스터가 단숨에 베이며 날아갔다. 그 옆에 있는 박우윤 역시 검은 손톱을 날렵히 세워 몬스터들을 으깨어 나갔다.
나는 몬스터들을 무시하고 제트리스만을 노렸다. 제트리스 역시 형에게 다가오기 위해 형을 보호하는 우리를 공격했다. 공격이 어찌나 매서운지, 막은 줄 알았거늘 어느새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그래도 밀릴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렇게 수차례의 공격이 오고 가는 사이, 검은 연기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시야가 어두워지며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는 감각과 함께 몸이 밀려났다. 그와 동시에 번뜩, 무언가가 눈을 떴다.
그걸 제대로 느끼기도 전, 빨려 들어갔던 몸이 검은 연기 밖으로 내뱉어졌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는 싸우는 와중 쫓겨나 화를 냈으나, 검은 연기가 내뿜는 압박감에 곧장 입을 다물었다.
“가세해야 할까요?”
“…일단 지켜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
검은 안개 속, 제트리스는 기쁜 듯이 웃어 댔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느끼는 압박에 제트리스는 지금 더없이 즐거웠다.
검은 안개 속, 제 능력처럼 검게 물든 한지운이 허공에서 검을 뽑아냈다. 빛을 삼키는 듯한 검은 검이었다.
―설마 이런 것이 남아 있을 줄이야…….
제트리스가 중얼거렸다. 한지운은 반응 없이 검을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검은 연기가 검에 맞춰 움직이며 제트리스의 몸을 공격했다. 큰 타격을 주지는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공격이었다.
이번엔 무슨 공격이 날아올까 제트리스가 유심히 지켜보려던 찰나, 한지운이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곧이어 느껴지는 인기척에 제트리스가 뒤를 가격하자, 공격을 막아 낸 차가운 검이 제트리스의 손을 집어삼켰다.
그렇게 잠시 대치하는 듯싶다가 또다시 한지운이 홀연히 사라졌다. 그러다 재차 다른 곳에서 나타나 제트리스에게 공격을 가했다.
그렇게 공격의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슬슬 버거워지는 공격에 제트리스는 우뚝, 검에 깊은 상처를 받으며 생각했다. 상대가 빨라진 것이 아니라, 본인이 느려진 것이라고.
―이거, 꽤 좋은 잔꾀구나.
꾸드득.
제트리스는 본인의 심장에 꽂힌 칼을 쥐었다. 손이 으깨지는 것이 고스란히 보였지만 제트리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뽑아냈다. 지금까지 봐준 거기라도 하듯, 검은 바들거리며 쑥 빠졌다.
―그래. 꽤 강한 모양이지.
이윽고 제트리스의 손아귀에 있던 검이 챙그랑! 손쉽게 부서졌다.
한지운은 뒤로 물러서 팔찌를 바라보았다. 서서히 검은색으로 물드는 것으로 보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또 머리를 굴리는 거야?
한걸음에 다가온 제트리스에게 한지운은 곧장 공격을 가했다. 그러나 심장에 구멍이 뚫린 제트리스는 그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 냈다.
―아무래도 봐주지 않아도 될 것 같네. 그치? 연극도 슬슬 지루해지던 참이었으니까.
검게 물들었던 한지운이 서서히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맹렬한 제트리스의 공격에 공간을 메웠던 안개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지운은 생각했다.
분명 심장이었다. 약점은 분명 심장일 터인데.
비껴 나간 게 아니었다. 정확히 심장을 찔러 냈다. 한데 왜? 아니, 괜찮다. 이 상태로 집중해서 공격하면…….
“죽어라! 이 괴물 자식아!”
갑작스러운 외침과 함께 헌터 한 명이 안개를 헤치고 들어와 제트리스에게 공격을 가했다. 제트리스는 콧방귀를 뀌며 그를 피해 내곤 단숨에 그 헌터를 공격하려 움직였다. 그 모습에 한지운이 재빠르게 움직여 제트리스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러나.
쿠웅! 흐려진 집중에 검은 안개가 사라졌다.
“뭐……!”
안개가 사라진 가운데, 형이 밀리고 있었다. 제트리스의 상태를 보자 저쪽도 꽤 상처를 입은 듯 보였다. 그러나 그게 큰 타격이 아닌 듯 제트리스는 가볍게 움직이며 형을 공격했다. 아니, 제트리스는 오히려 아까보다 더 즐겁다는 듯 날뛰었다. 마치 아까 전에는 봐주고 있었다는 듯.
안개가 걷히자 다른 헌터들이 곧장 싸움에 가세했다. 그러나 제트리스가 방해하지 말라는 듯 가시덩굴을 만들어 내 헌터들을 가볍게 내쳤다.
형의 다리가 점점 굳어져 갔다. 아까 쓴 힘의 여파인 듯했다.
내가 형에게 가세하려 다리를 움직인 순간, 바닥에서 솟아난 덩굴이 다리를 관통했다. 곧장 덩굴을 없애고 다시 움직이려 고개를 든 찰나.
푸욱―
제트리스의 검은 손이 형의 배를 관통했다. 검은 손에서 붉은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망할.’
다리에서 흐르는 피를 무시하고 곧장 달려갔으나 매섭게 날아오는 공격들에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위험했다. 저 상태로 놔두면 필시 죽을 터. 적어도 제트리스의 팔을 뽑아내고 포션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제트리스 스스로 손을 빼더라도 내가 형에게 가까이 가게 해 줄지가 관건이었다. 아무도 형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진짜 망했네.’
형에게 다가가려다 맞은 공격에 몸이 비틀거렸다.
‘믿은 내가 멍청이지.’
이번만큼은 내가 옳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글로는 느끼지 못할 힘이니, 형도 안일했던 거겠지. 경험이 중요하단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형의 숨이 옅어지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뛰면 금방 닿을 거리인데 방해로 인해 닿지 못했다. 나는 흐릿한 형을 쳐다보았다.
‘…흐릿하다고?’
나는 몸을 치켜세우고 눈을 부릅떴다.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분명, 형이 흐릿했다. 정확히는, 형의 몸에서 노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제트리스 역시 의아한 듯 팔을 돌렸다. 우둑거리며 형의 상처가 벌어지는 게 보였다. 그러나 형은 미동도 없이 자신의 몸을 뚫은 팔에 기대어 추욱 처져 있었다. 그런 모습을 잠시 보다 눈을 끔뻑거린 사이.
형의 모습이 변했다. 체구가 조금 작아지고, 머리카락 색이 금발로 변했다. 의복 역시 변했다.
“…….”
나는 기울어진 몸을 겨우 일으켜 그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았다. 저건 형이 아니었다. 하지만 낯선 모습도 아니었다. 저건…….
“…에단… 씨?”
제트리스가 혀를 차며 에단 씨를 저 멀리 날렸다. 그 과정에서 에단 씨의 배의 상처가 한없이 커졌다. 주위를 살펴 형을 찾아보니, 형은 어느새 해나 씨 쪽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언제부터…….”
나는 우선 근처에 아무도 없는 에단 씨를 향해 뛰어갔다. 이대로라면 숨이 곧 끊어질 게 분명했다. 포션을 사용하면 살 수 있을까.
아니, 이렇게 크고 치명적인 상처라면 아무는 도중에 숨을 거둘 터.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게 용했다.
‘그래도 사용을 해야…….’
옅은 눈동자로 에단 씨가 나를 쳐다봤다. 그러곤 겨우 움직이는 입으로 작게 말했다.
“…저…….”
에단 씨의 입가에 웃음이 번져 갔다. 이윽고 웃음은 에단 씨의 얼굴 전체로 옮겨졌다.
“도움…됐죠? 이 능력을 이렇게, 사용, 하게 될 줄 몰랐는데…….”
뭐가 그리 좋은지, 에단 씨는 고통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음을 잃지 않았다.
“히어로 같아서… 좋네요.”
에단 씨의 눈이 감겼다. 진한 갈색 홍채가 눈꺼풀 아래로 사라져 갔다.
‘…왜?’
그깟 영웅이 뭐라고, 자신의 몸을 희생한 것일까. 그것도 이번에 처음 만난 생판 남을 위해, 자신을. 나처럼 다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이런 사람은 많았다. 다만, 나로서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될 뿐이었다. 자신의 생명보다 중요한 게 뭐가 있다고. 그깟 희생이 도대체 뭐라고.
‘예전이었으면 이해했으려나.’
그러나 과거는 과거였기에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잠깐 동안 알고 지냈을 뿐이지만 에단 씨는 따듯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따듯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은 금방 사그라졌다. 지금도 이렇게…….
나는 고개를 돌려 제트리스를 쳐다봤다.
다음을 노려야 한다. 이건… 못 이긴다.
형은 기력을 채우고 최상의 기술을 선보였다. 증폭 아이템까지 사용해 그 힘을 극대화했다. 아마 그 힘은 내가 결코 따라가지 못할 힘이었다.
그런데 졌다. 손쉽게.
‘약점이 뭔지도 모르는데,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어.’
다음에는 어찌해야 할까.
그래. 조금 더 상대하자. 계속 상대하다 보면 언젠가 약점이 드러날 터.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을 터.
‘다섯 번, 아니, 열 번 정도…….’
그 정도 하면 뭔가 알 수 있지 않을까.
제트리스는 흥미를 잃은 듯한 눈으로 공격들을 쳐 내고 있었다. 그러곤 빙그르 돌며 헌터들을 저 멀리 날려 보냈다. 이내 주위를 훑어본 제트리스가 입을 열었다.
―한 명만 살릴 생각인데, 누가 살래?
그 말에 몇 명이 눈을 번뜩 떴다. 그러나 주변 시선에 쉽사리 손을 들진 않았다.
층마다 했던 게임의 클리어 방법은 이미 터득했다. 언약이라는 것도 알았으니 그것을 잘만 이용하면 다음엔 모두가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잘하면 아무도 죽지 않고 이 탑을 클리어할 수도 있었다.
차라리 몰래 탑으로 들어오는 건? 홀로 게임에 참여하면? 혼자라면 제트리스가 쉽게 죽일 생각은 않을 터. 아니, 사람이 더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게 하려나.
‘…역시.’
돌아가자. 답이 없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숨을 거뒀다.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호수를 메울 정도의 피를 쏟아 냈다.
‘잘되나 싶었는데 역시나.’
뭐 하나 순탄히 진행되는 법이 없었다.
그 순간 굉음이 공간에 울려 퍼지며, 바람이 불어닥쳤다. 그 가운데.
띠링.
작은 알림음이 울렸다. 그 소리에 시선을 돌려 보자.
[정■※잠시@$□▼]깨진 글자가 시간이 되돌아가는 듯 모습을 되찾아 갔다. 그렇게 한 글자, 또 한 글자, 글이 모습을 되찾으며, 어엿한 문장이 되었다.
[보상을 정산 중입니다.]문장 뒤로 점이 왔다 갔다 움직였다. 마치 게임의 로딩 화면 같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알림음이 또다시 울렸다.
[정산이 완료되었습니다.]『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