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9
59화
【일곱 번째】
나는 작게 숨을 헐떡였다. 발밑으로 제트리스의 몸이 나뒹굴었다. 제트리스는 형태가 돌아가지 않고 망가진 상태를 유지했다. 그 모습에 확신이 들었다.
죽였다. 난생처음으로. 내가. 내 손으로.
“…….”
불가능했던 것에 성공했다.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것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생각에 기쁘기도 잠시.
“한지언 헌터!”
몸이 무너져 내렸다.
♧♣♧
이후 탑이 무너져 내렸다. 불행 중 다행은 탑이 무너져 내림과 동시에 탑의 잔해들은 반딧불이처럼 흩어지며 사라져 주변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다만 힘이 다 소진된 헌터들은 그대로 추락했다. 최소 A급 헌터들만 있어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사라진 탑에 바깥 사람들은 열광했다. 성공할 줄 알았다며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실제론 엄청나게 죽었는데. 목구멍까지 말이 차올랐다가 들어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시체들이나마 사라지지 않고 우리와 함께 추락했다는 점일까. 다만 마지막 층의 시체만 한정됐다. 이전 층의 시체는…….
나 역시 죽을 줄 알았다. 그걸 알면서도 탑에 들어갔던 건데 살아 나올 줄은 몰랐다. 하물며 탑의 끝까지 갈 줄이야. 그 덕에 내 위상이 하늘을 뚫었다.
솔직히…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저 운이 좀 좋았을 뿐인데. 게다가 실제로 가장 노력한 건…….
“박우윤 헌터?”
“앗, 네.”
어느새 뒤에서 다가온 윤시아 헌터가 시야에 들어왔다.
“한지언 헌터 병문안 가는 거예요?”
“음……. 네.”
탑에서 나온 후, 바깥 상황에 익숙해지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야 우리가 탑에 들어간 지 무려 2개월이 지난 상태였으니까.
헌터들이 탑으로 들어가고 1개월 후, 무려 한 달 동안이나 감감무소식인 탑의 상태에 바깥 사람들이 회의를 진행하려던 찰나 탈락한 인원이 탑에서 나왔고, 그들로부터 탑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들은 사람들은 일단 기다리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또다시 1개월 후, 탑이 사라진 것이었다.
단숨에 지나간 시간 탓에 지화연 헌터는 상처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먼저 귀국했다.
“그러고 보니 한지운 헌터 말이에요. 어제 귀국했대요.”
“네? 왜요? 한지언 헌터가 아직 안 깨어났는데…….”
“다음 탑으로 가기 위한 계획 때문이라던가? 뭐, 그렇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탑에서 나온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도 텔레비전에선 여전히 탑에 대한 소식이 나왔다.
“뭐, 별수 없죠. 한지운 헌터에게도 할 일이 있는 거고. 무엇보다 한지언 헌터도 깨어나지만 못할 뿐 일단 멀쩡하잖아요! 귀국하기 전까진 계속 병실에 계셨고요.”
“…그렇긴 하죠.”
그런데 꼭 한지운 헌터가 다음 탑에도 동행해야 하는 걸까. 우연히 들은 말에 의하면 세 번째 탑까지 갈 생각인 것 같았는데.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며 병원 복도를 걸어가던 중 윤시아 헌터가 무언갈 생각한 듯 밝게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전 그게 더 궁금해요! 아직도 여기저기서 회자되고 있던데.”
“네? 그거라뇨?”
“일곱 번째 S급 헌터요!”
“아…….”
우리가 없던 두 달간, 한국에서도 크고 작은 사건이 일어났다. 그래서 지화연 헌터가 급하게 귀국한 거기도 했고.
그중 큰일만 얘기해 보자면, 한강 아래에서 던전 브레이크,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해 던전이 터졌다. 한강 아래 깊숙이 게이트가 자리 잡고 있어 미리 발견하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게다가 물과 관련된 몬스터들이 튀어나와 주변이 물로 난장판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피해는 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이번 S급 헌터도 다른 S급 헌터의 동생이라고 했죠? 막냇동생이었나?”
우연히 그곳으로 놀러 간, 일곱 번째 S급 헌터 덕분이었다. 몬스터가 뛰어오른 주변에 마침 문양이 발현돼 협회로 가려던 S급 헌터가 있었다고.
“이쯤 되면 혈연관계와 등급이 상관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외동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헌터 생활을 한 건 아니지만, 헌터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만약 내 가족이 헌터가 된다면… 별로 달갑진 않을 것 같았다.
“아. 다 왔네요!”
윤시아 헌터의 말에 시선을 돌리자, 문 옆에 한지언 헌터의 이름이 영어로 쓰여 있었다.
나는 미닫이문을 가볍게 열었다. 창문이 열려 있는지 문을 열자 작은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병실 안, 하나뿐인 침상 위에서는 한지언 헌터가 곤히 잠을 청하고 있었다.
벌써 일주일째였다. 한지언 헌터가 일어나지 않는 건.
한지언 헌터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정확하진 않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추측됐다. 하나는 과도한 힘의 사용.
그러나 아무리 무리를 하더라도 S급 헌터가 일주일씩이나 의식을 잃는 일은 없었다. 종합 능력치는 낮지만 한지언 헌터 역시 S급 헌터였기에 이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졌다.
그렇기에 다른 이유 쪽이 좀 더 신빙성이 있었다. 다른 이유는, 균형이 깨져 회복 중, 이라는 거였다. 다만 균형이 깨졌다는 건…….
“아무래도 한지언 헌터는 약해진 거겠죠?”
“음, 저도 잘 몰라요!”
“하하…….”
이 이유가 더 신빙성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목격자가 있었으니까.
균형이 깨졌다는 것은, 힘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것을 뜻했다. 힘이 갑자기 너무 많아졌거나 혹은 반대로 없어져 적응을 하지 못한 몸이 다시 균형을 맞추고 있는 거였다.
그리고 한지언 헌터는 아마… 후자에 해당할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게 그때 내가 분명 보았으니까. 몬스터의 팔에 꿰뚫려, 힘을 흡수당하는 한지언 헌터의 모습을. 헌터마다 각자 고유의 기운이 있으니, 아마 그게 맞을 것이었다.
그 생각이 들자 나는 반사적으로 작게 중얼거렸다.
“빨리 회복되셔야 할 텐데…….”
이렇게 긴 시간 깨어나지 못한다는 건, 그만큼 균형이 많이 깨졌다는 이야기였다. 일어났을 때 너무 큰 충격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만…….
한지언 헌터가 일어난 건,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후였다.
♧♣♧
일어나 보니 병실이었다. 아무도 없는지라 상황 파악이 힘들어 나는 우선 병실 안을 뒤졌다. 다행히 소지품들이 옆에 있었다. 그러나 휴대폰 배터리가 다해 켜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였다.
‘전원을 켜 두긴 했는데… 배터리가 벌써 닳았을 리가…….’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밖으로 나가 보려던 찰나, 문이 열렸다.
“한지언 헌터!”
윤시아와 박우윤이었다.
“이대로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네?”
윤시아에 말에 내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자, 그녀는 친절하게도 내게 그간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우리가 탑 안에 있는 동안 바깥에서는 두 달이 지났으며, 나는 일주일 넘게 잠을 청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지화연 씨와 형은 이미 귀국했고, 문이 새로이 열린 탑은 하얀 탑이라는 것.
‘…망했네.’
그 말을 듣자마자 든 생각은, 내가 다음 탑에 가기는 글렀다는 거였다. 그도 그럴 게 멤버가 이미 정해지고 계획도 벌써 짜고 있다는데, 거기서 내가 툭 튀어나와 저도 가고 싶어요! 하면… 그만큼 민폐도 없겠다. 게다가 S급 헌터를 네 명이나 보낼 것 같지도 않으니.
‘…잠만, 두 달이 지났다고?’
분명 내가 문양이 발현된 지 두세 달 정도 됐을 때 탑에 들어갔으니까…….
시간 정리를 하며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 그에 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저 혹시… 다른 일은 없었나요?”
“아, 있었어요!”
그러며 윤시아가 제 휴대폰을 꺼내 들어 영상 하나를 보여 줬다. 유명 플랫폼의 저화질 영상이었다. 제목은 간단했다.
[(수정) 7번째 S급 헌터 한강 전투]‘역시나…….’
어떻게 중요한 일들을 전부 놓치는 걸까. 정말 운은 내 편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렇게 영상이 끝나고, 어서 이번에 새로 등장한 S급 헌터와 인사를 나누고 싶다는 윤시아 옆으로, 우물쭈물하는 박우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나는 박우윤에게 물었다.
“박우윤 헌터, 무슨 일 있나요?”
“아, 그게! 그… 음, 몸은 괜찮으신가요?”
“몸이요?”
“네. 뭐, 건강이라든가……. 그, 문양의 힘이라든가…….”
가면 갈수록 작아지는 목소리에 의문이 들었다. 몸은 멀쩡했다. 문양을 개방하고 있지 않아도 어차피 S급의 몸이었기에 더욱.
‘그보다 힘이라니?’
그 말에 의문이 들어 나는 재차 몸 상태를 점검했다. 그러나 역시, 별일 없었다. 나는 의문스럽다는 말투로 물었다.
“아무 일도 없는데요……?”
“그런가요?”
박우윤이 환하게 웃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의문을 가지는데, 옆에서 윤시아가 무언갈 깨달은 듯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푸른 장미는 지화연 헌터가 가져가서 감정한다고 했어요!”
“…푸른 장미라뇨?”
내가 의문을 표하자 박우윤이 정리해 설명해 주었다.
“한지언 헌터가 쓰러졌을 때 손에 푸른 장미를 쥐고 계셨대요. 아이템인 것 같아 감정해야 하는데 한지언 헌터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한지운 헌터가 대리로 허락했어요.”
“아아…….”
“저희도 아이템 얻었어요!”
밝게 입을 열었던 윤시아가 금세 풀이 죽어 말을 이었다.
“아무런 효과도 없지만요…….”
그러며 윤시아는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빵을 입에 물었다. …설마 빵을 얻은 건가?
“…저는 이걸 얻었어요.”
박우윤이 대화의 주제를 따라 작은 병을 보여 주었다. 투명한 병 속, 보랏빛 안개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익숙한 모습에 잠시 생각을 하다 떠오른 기억에 나는 아, 하고 소리를 내뱉었다.
“감정 결과는… 사용자를 제외한 주변 생명체에게 환상을 보여 준대요. 등급은 A급.”
검은 강 아래로 갔을 때 보았던 환영 몬스터의 부산물인 듯 보였다. 그다지 달갑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아마 박우윤도 나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
그 이후 몸이 완전히 나은 걸 확인한 나는 곧바로 퇴원했다. 퇴원하자마자 곧장 귀국하려 했지만, 하루 더 있다 귀국하게 됐다. 다른 한국 헌터들이 귀국할 준비가 되지 않아서였다.
그렇게 귀국 당일, 옆에 서 있던 윤시아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 맞아!”
“예?”
“지화연 헌터가 한지언 헌터한테 이번 주 일정 알려 주라 했는데!”
…온연 길드원이 왜 화진 길드장이 시킨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간단한 일이라 그런가.
“근데 별거 없어요! 귀국하면 팀원 서류 보고, 뽑고, 교육받고, 던전 돌라는 거니까!”
“…일주일 내내요?”
“아마도요?”
“그보다, 팀원을 뽑으라뇨?”
“한지언 헌터가 팀을 꾸린다고 해서 따로 신청받고 대충 뽑아 뒀다는데요?”
“…갑자기요?”
물론 내가 긍정적인 답변을 하긴 했다만, 이렇게 빨리 팀원을 뽑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동안은 몇 년 지나고 나서 뽑았으니까.
“설마 안 뽑을 거예요? 안 돼요! 저도 신청했단 말이에요!”
“…윤시아 헌터가요?”
“네! 그래서 일정도 받아서 알려 주는 건데!”
“…….”
“설마 저 안 뽑을 거예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아녜요. 그냥 갑작스러워서.”
옆에서 박우윤이 작게 중얼거렸다.
“저는 협회 소속이라…….”
아니, 애초에 대형 길드 길드원이 프리 헌터 소속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부터가 당황스럽다만.
‘어찌 보면 난 세 길드에 다 소속되어 있는 셈이니 그럴 수도 있긴 한데, 굳이?’
류천화 씨가 허락한 게 좀 놀랍다만, 나는 그저 누군가의 입김이 있었겠거니 생각하고 어찌해야 다음 탑에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품은 채 귀국했다.
귀국 후, 나는 잠시 개인적 휴식을 취하다 화진 길드로 향했다. 화진 길드에 도착하자마자 마주친 건…….
“한지언 씨, 아마 소식은 들으셨을 거예요.”
소파에 교복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지화연 씨의 말에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이쪽은 이번에 S급 헌터가 된.”
누군가와 빼닮은 얼굴이 나를 쳐다보았다. 둥글며 앳된 인상이 그가 학생이라는 것을 부각했다.
“유주한 헌터예요.”
유아한 헌터의 막냇동생, 유주한이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