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
6화
헌터 협회. 게이트 공략이 자유로워지기 시작하고 헌터라는 직종이 자리를 잡으며 자연스레 생긴 공공 기관.
처음에만 해도 헌터 협회의 위상은 멀쩡했다. 헌터 관련 아이템을 관리, 매수하고, 게이트를 관리하고, 몬스터로 인한 피해는 전부 배상해 줬으니 말이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곧 문제가 드러났다.
‘늘 문제는 위에서부터.’
말 그대로, 헌터 협회의 문제점은 윗사람들, 직급이 높은 인간들이었다.
직급이 높은 사람들은 헌터가 아니었고, 현장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리한 지시를 내리기 일쑤였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헌터로서 실무에 임하는 아랫사람들만 갈려 나갔다.
준정보기관이라는 좋은 타이틀에도 인력 부족이 일어난 것은 전부 그 탓이었다. 겉모습만 화려한 유리 보석과도 같다고 해야 하나.
사람들이 이 실태를 다 알다시피 하니, 높은 등급일수록 좋은 대우를 해 주는 길드가 많은데 굳이 협회로 갈 이유가 없어 인력 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었다.
“…도착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정차한 차량에서 내리자 꽤 번듯한 건물이 시야에 확 들어왔지만, 내게는 익숙한 것이라 별 감상이 들지 않았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어, 이제 저 혼자 다녀도…….”
“아뇨, 저희가 모셔 온 것이니 안내까지 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래. 열심히 일하는 게 뭔 죄냐. 직장 잘못 만난 게 불행인 거지.
그렇게 문제가 많은 협회임에도 일하는 사람들은 무엇이냐? 글쎄다. 개개인의 마음을 읽는 게 아니라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일종의 책임감이 아닐까 싶었다. 혹은, 사명감.
나는 방긋 웃으며 안내하는 사람을 조용히 따라 접수 후 잠시 대기하다 이내 줄줄이 나열된 방문이 있는 복도에 다다랐다.
“201번 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안내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생긋 웃어 보이며 협회 직원을 뒤로한 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보인 방의 모습은, 한쪽에 늘어선 아이템들을 제외하면 평범한 병원과도 같았다.
“한지언 님?”
“네.”
“여기 앉으시면 됩니다.”
내가 의자에 앉자 남자는 무언가를 가볍게 만지더니 이내 내게 팔을 걷어 올리라고 지시했다. 나는 그 말에 순순히 따랐다. 혈압 측정기와 같은 아이템을 내 팔에 감싸고는 조금 걸린다는 말과 함께 다시 아이템을 만지작거렸다.
지금 하는 것은 등급 측정. 문양 발현을 신고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로, 등급은 최고 S부터 A, B, C, D, E, 그리고 최저 F로 나뉘었다.
‘이제 슬슬―’
덜컹! 등급을 측정해 주던 남자가 갑자기 발작이 일어난 것처럼 몸을 들썩였다. 그는 이내 아이템을 바라보고 나를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그 모습에 나는 의아한 척하며 물었다.
“어, 저기, 무슨 일 있나요?”
“아뇨, 잠시, 잠시만요.”
그는 이내 책장에 꽂혀 있던 서류 뭉치를 빼 들고는 재빠르게 페이지를 넘기다 어느 한 군데서 손을 멈추고는 한 페이지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그러다 문득 내게 안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내내 닫히지 않고 있던 입으로 말을 꺼냈다.
“…우선 종합 능력치는 힘 77, 속도 91, 방어력 86으로 평균 84.6, A급이십니다만…….”
드르륵. 남자가 아이템을 내 쪽으로 돌려주자 화면의 내용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도 바뀐 건 없고.’
포스기와 같은 아이템의 화면 속에는 내 정보가, 정확히는 문양의 정보가 표시되어 있었다. 방금 들었던 종합 능력치는 물론이요, 주요 공격 능력의 모습도 엇비슷하게 그려져 있었다. 내 경우에는 하얀 별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나는 시선을 조금 옮겼다. 이 사람이 말을 하다 말고 내게 이 화면을 보여 준 이유를, 천천히 시선을 올려 눈에 담았다.
등급. 지금 측정한 것은 임시 등급이지만 공격 능력과 종합 능력치 등 모든 것을 포함한 총평이었기에 대부분이 여기서 나온 등급으로 확정됐다.
그리고 내 등급은, 이리 적혀 있었다.
[Unknown]말 그대로, 알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이런 측정 결과가 나오는 등급은 단 하나.
“일단 언노운으로 임시 등급 결과가 나오셨는데, 이 뜻은…….”
남자가 나보다 긴장하여 말을 한 번 삼키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S급…이라는 뜻입니다.”
“S급이요?”
나는 놀란 척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총평 S급이라는 뜻이지만, 현재 한지언 님께서는 종합 능력치가 A급의 평균과 가까우신지라 아마 선별 기간을 통해 A급으로 나뉠지 S급으로 나뉠지 정해지실 건데… 어지간해서는 현재 나온 등급을 토대로 정해지기 때문에……. 일단 미리 축하 말씀 드립니다.”
“…S급이라고요.”
축하.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죽고 죽이는 능력을 얻는 것이, 어째서 이리 축하받는 일이 되었을까.
A급에 가까운 종합 능력치. 즉 다시 말해 나는 다른 S급들보다 뒤처진다는 뜻이었다. 회귀를 하기도 했으니 강하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단언컨대 아니었다. 그거야 나는 죽기 직전의 능력치를 그대로 가지고 되돌아가는 게 아니라 리셋되는 거니까.
“카운터로 나가시면 나머지 설명을 들을 수 있으실 겁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네.”
나는 어안이 벙벙한 동시에 기쁨이 묻어나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방에서 빠져나왔다.
덜컥이며 닫히는 문 소리와 함께 내 표정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가 아직도 밖에 서 있는 협회 사람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좋은 결과가 나오셨나요?”
“그, 음, 네. 상상 이상이라 아직도 당황스럽네요.”
“…혹시 등급을 물어도 될까요?”
“어, 그…….”
나는 눈치를 살살 보다, 이내 입을 열었다.
“S급…이었습니다.”
“…….”
“일단 임시라기는 했지만, 조금 당황스럽네요.”
“…….”
“저기…요?”
“아, 죄송합니다. S급…이시라고.”
“네.”
티는 나지 않았지만, 협회 사람의 시선이 교묘하게 움직여 나를 훑었다. 내 이름도 뭣도 모르는 상태이니 아마 차림새로 나를 평가하는 듯 보였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네.”
“혹시 헌터가 되신다면 소속은… 결정하셨나요?”
“음……. 소속 말씀이시죠.”
한국의 헌터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네 가지였다. 국내 길드, 국외 길드, 소속이 고정적이지 않고 홀로 자유롭게 활동하는 프리 헌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까 말했듯.
“혹시 안 정하셨다면… 협회는 어떠신가요?”
협회가 있었다. 대우 엉망, 산더미 일, 가장 최악의 소속이 말이다.
“협회, 요?”
“네. 한국 헌터 협회 직원은 준공무원이라고 볼 수도 있으며, 현재 등급이 높으시니 아마 꽤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으실 겁니다.”
“…….”
좋은 자리 좋아하네.
“그, 아직은 소속에 관한 생각이 없어서요. 그냥 프리 헌터 정도로만―”
“개인적 생각이지만, 프리 헌터는 추천해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네?”
“프리 헌터는 우선, 원하는 아이템을 수집하기 힘듭니다. 좋은 아이템들은 대부분 길드가 수집해 가니, 프리 헌터의 손에 남는 것은 어중간한 아이템뿐입니다. 게다가 길드 이곳저곳에서 자신의 길드에 들어오라며 귀찮게 할 것이 뻔합니다. 그러니 차라리 협회는 어떠신가요? 공공 기관이라서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고, 기증된 아이템도 사용이―”
“잠깐, 잠깐만요.”
“…죄송합니다.”
본인이 흥분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협회 사람이 목을 가다듬으며 사과를 했다. 그리고 나는 당황한 기색을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아뇨, 그, 사실 저희 형이 프리 헌터여서요. 형에게 도움을 받으면 될 것 같아서…….”
“…아, 형제분께서 헌터이셨군요. 혹시 성함이 어찌 되시는지 알 수 있을까요?”
본래 협회 사람의 목적은 이참에 그 형이라는 인간도 꼬셔서 협회로 들어오게 할 계획일 것이다만, 유감스럽게도 형은…….
“한지운…이에요.”
바보같이 웃으며 말하는 나와 달리, 협회 사람은 거대한 얼음을 입 안에 쑤셔 넣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어……. 저기요?”
“아. 죄송합니다. 그, 네. 한지운 헌터가 형분이시라고…….”
“네.”
아마 한국 안에서 한지운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었다.
일단 S급 헌터라는 존재 자체가 한국에 단 다섯 명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이젠 나 포함 여섯 명이 되겠지만.
어쨌거나 그 다섯 명 중 세 명이 헌터들을 관리하고, 더 좋은 팀을 만들어 주고, 열심히 한 만큼 수당을 주고, 온갖 관리를 해 주는 길드의 길드장이었으며, 한 명은 그런 길드장들 중 한 명의 길드원이었고, 형만이 유일하게 길드에 속해 있지 않았다.
그래. 속해 있지는 않았다만…….
“그, 저, 슬슬 가 봐도 될까요?”
“아. 너무 오래 붙잡아 두었네요. 죄송합니다. 앞으로 헌터로서 잘 부탁드립니다…….”
아깝다는 표정이 역력히 느껴졌지만, 협회에는 결코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한때는 나도 헌터 협회의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일은 힘들었지만, S급 헌터로서 나름대로 잘 살았었다.
하지만 내 손에 쥐어지는 마석과 아이템, 그리고 몸을 치료해 주는 포션이 극한으로 적었고, 던전을 공략해도 내 손에 쥐어지는 아이템과 마석은 없었다.
물론 이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내 목표는 언제나 그랬듯 멸망을 끝내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협회 소속은 멸망을 더 빨리, 아주 빨리 찾아오게 하는 선택지였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이유 없이 빨리 끝났다. 그 뒤로도 몇 번이고 협회 소속으로 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협회에는 일절 소속되지 않게 되었다.
‘선택지가 넓은 줄 알았건만, 지금 생각해 보니 적었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협회 사람과 헤어졌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듯한 그의 표정이 보였지만 무시하고 지나간 후, 카운터에서 마저 설명을 들은 후 개인 정보에 관한 서류를 작성하였다.
협회 직원이 저러는 이유는 간단했다. 형은 게이트가 생겨난 날에 문양이 발현된 한국 최초의 S급 헌터였고, 한국 안정화에 큰 기여를 했으니.
‘어쨌거나 협회 일은 넘겼으니까.’
이 일은 뒤로하고, 이다음 일을 해야 했다. 물론 일이라고 해도 앞으로 생길 일에 비하면 그리 큰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 때문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훑어보았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아.”
여유롭게 휴대폰 화면을 누르던 나는 이내 확인되었습니다, 라는 문자가 오자 휴대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우선 지금 내가 할 일은 간단했다. 단순 던전 돌기이니까.
방금 왔던 문자는, 단순 던전 돌기를 위한 파티 신청 확인 문자였다.
‘…불법 던전 이라는 걸 빼면 평범하지.’
그렇다고 불법 던전을 검거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순전히 내 이득을 위해, 이 망할 문양 조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함이니.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