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0
60화
“…어, 그, 한지언입니다.”
유주한은 낯을 가리는 듯, 고개만 꾸벅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 왜…….”
“아. 마침 한지언 헌터도 교육을 받으셔야 하잖아요? 마침 저희 길드가 교육 기간이라 유주한 헌터가 저희 길드에서 교육을 받기로 했는데, 그 김에 한지언 씨도 유주한 헌터와 같이 교육받는 건 어떨까 싶어서요.”
“…그, 교육이라는 걸 제가 꼭 받아야 할까요?”
“네.”
“이미 탑도 다녀오고 경험상 충분한데…….”
“한지언 씨, 그거 알아요? 어린 아기는 몸이 아프면 울어요.”
“그렇죠……?”
“반면에 어른들은 아픈 걸 대충 넘겼다가 나중에 들통나 병원에 가죠.”
“…….”
“저는 그것도 교육의 부족으로 봐요. 학교에서 그런 건 알려 주지 않잖아요? 오히려 아프면 왜 건강을 제대로 못 챙겼냐며 타박하지.”
“그게 왜…….”
“한지언 씨도 중독된 걸 숨겼다가 들통났죠?”
“숨겼다기보단 깜빡한―”
“들통났죠?”
“…….”
“그럼 유주한 헌터랑 같이 교육받는 걸로 알게요. 적어도 한지언 씨가 스스로 몸 상태를 자각하고 치료할 줄은 알아야 하니까요.”
“예, 뭐…….”
교육을 받는 것 자체는 상관없었다. 다만 이미 들었던 교육이었기에 굳이 들을 필요가 없었던 거지.
‘이참에 주한이랑 친해져서 나쁠 거 없겠지.’
나는 목을 쓸어내리며 입을 열었다.
“교육은 언제부터인가요?”
“10…….”
“십일 뒤요?”
“9, 8―”
“…지화연 씨?”
“농담이에요. 10분 뒤예요.”
“…….”
“아, 한지언 씨가 꾸릴 팀에 신청한 사람들 명단은 메일로 보내 놨으니 찬찬히 읽어 보세요.”
“네…….”
“아, 그리고, 한지언 씨가 유주한 헌터 교육 담당으로 발탁됐으니 힘내시길 바라요. 간단한 공격 기술이나 체술 같은 경우는 한지언 씨가 없을 때 미리 교육해 드렸으니 걱정하지 마시고요.”
“네?”
“10분 뒤에 길 안내 해 줄 사람이 올 거예요. 전 S급 게이트 일정이 잡힌지라, 이만 가 보도록 할게요. 그럼 나중에 봬요.”
지화연 씨는 유유자적 문밖으로 나갔다. 적막이 가득한 공간, 주한이가 휴대폰을 두드리는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유주한. 말했다시피 유아한 씨의 막냇동생. 아직 학생인 열일곱 살이었다.
‘유아한 씨가 스물여덟 살이었으니…….’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남매였다.
나는 휴대폰만 바라보는 유주한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유주한은 제 옆에 앉은 내 모습에 잠시 놀란 듯 몸을 떨었다가 이내 다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나는 적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혹시 궁금한 거 있어…요?”
“…….”
“그래도 저 나름 5개월 차인데.”
“…탑에 들어갔던 시간도 포함인 거예요?”
“…그렇, 죠.”
“말 편하게 하세요. 저보다 나이도 훨 많으신데.”
“…그래.”
“잘 부탁드려요.”
유주한이 고개를 꾸벅이고는 다시 휴대폰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였다. 움직임을 보아 아마 타자를 치는 듯 보였다. 계속해서 손을 움직이는 걸로 보아 아마 채팅 중이겠지. 프라이버시라 훔쳐보진 않았다.
초반의 주한이를 대하는 건 늘 어려웠다. 그야 겉으로는 나이 차이가 그나마 많이 안 난다고 해도, 실제 나이 차이는 제일 심할 테니까.
“그러고 보니 한강에서 문양이 발현된 거야?”
“…언제 발현됐는지 모르겠어요. 애들이랑 한강에서 놀다가 넘어지면서 발견했거든요. 그래서 협회 가야 하는 거 아니냐며 떠들던 중에 몬스터가 나타났어요.”
“그렇구나.”
이미 아는 얘기였다. 그냥 물어볼 게 없어서 물어봤다.
또다시 적막.
원래 내가 유주한을 만나는 건 한강이어야 했다. 근처 던전을 돌고 나오다 한강 몬스터를 잡는 유주한과 합류해 같이 몬스터를 처리하고, 사후 처리를 해 주는 나에게 주한이가 일찍 마음을 터 나를 꽤 의지했어야 했는데. 탑이 생겨나 전부 뒤틀렸다.
이번엔 무슨 주제를 꺼내야 하나 내가 고민하고 있을 무렵, 유주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응? 상관없지.”
“그럼 형, 헌터 돈 많이 벌어요?”
“…그렇지?”
“S급이니까 장난 아니게 벌겠죠?”
“그런 편이지.”
“‘사’ 자 들어간 직업보다 많이 벌어요?”
“…아마?”
“그렇구나.”
사가 들어간 직업이라면…….
‘유아한 씨 말하는 건가. 일단은 의사니까.’
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보는 거지 싶었지만, 학생 땐 원래 돈 많이 버는 게 가장 궁금한 법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길고 긴 10분이 지나, 누군가가 노크를 하고 들어오며 길을 안내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안내에 따라 이동해 교육실로 향했다. 계단 형식으로 된 공간이었다. 먼저 와 있던 몇몇 헌터들이 갑자기 나타난 S급 헌터에 시선을 집중했다. 무시하고 아무 자리에나 앉자, 주한이도 따라 내 옆에 앉았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강의실이 어두워졌다. 아무것도 없던 앞에 스크린이 내려왔다. 교탁 앞으로는…….
‘…승현 헌터?’
말 그대로, 리플 길드에 있어야 할 승현 헌터가 와 있었다. 다른 헌터들 역시 승현 헌터의 등장에 의아해했다. 그러자 옆에서 유주한이 작게 속삭였다.
“임시로 리플 길드에 소속한다고 했는데…….”
그게 이유였나.
“오늘 하루 교육을 맡게 된 승현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정쩡한 박수 소리가 끝나고, 승현 헌터는 바로 교육에 들어갔다. 유주한은 의외로 집중해서 교육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전교 10등 안에 든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었던가.’
첫째는 의사에, 막내는 전교 상위권. 참 대단한 머리를 소유한 집안이구나 새삼 느꼈다.
“문양의 발현 조건은 정확히 밝혀진 바 없으나 대체로 몬스터를 마주할 때 생겨납니다. 그 전에 특정 부위가 저리거나 하는 등의 징조가 있습니다만, 사람마다 달라 정확하진 않습니다. 또한 문양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생겨나고, 다른 부위에 생겨납니다. 이 조건 또한 크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그러며 승현 헌터는 예시로 문양 몇 개를 띄워 보여 주었다.
그 밖의 내용도 다 아는 내용이었다. 뭐, 문양 개방의 모습은 문양의 힘을 확실하게 사용하기 위한 모습이라거나, 문양 개방 시 몸이 비현실적으로 강해진다거나.
내겐 쓸모없는 내용이었다. 겉으론 티 내지 않고 잘 들었다만.
“문양은 다양한 능력의 집합체입니다. 기력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몸의 한계치까지 문양을 사용할 시 피로가 쌓여 쓰러질 확률이 높습니다.”
나는 휙휙 지나가는 사진을 보며 멍을 때리다 유주한을 흘긋 바라봤다. 유주한은 아예 노트까지 꺼내서 중요하다 싶은 부분을 적고 있었다.
“문양이 옷에 가려지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기력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기력을 주는 거에 가깝죠. 다만 조건은 자신의 문양과 상대의 문양이 겉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점입니다. 서로의 문양이 접촉해 있을 시 상호 동의하에 기력을 옮길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이 방법은 잘 사용하지 않고 마석으로 기력을 채우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마석은…….”
엄마랑 아빠… 시골 내려갔으니까 저녁은 혼자 먹겠고. 저녁 뭐 먹지.
‘귀찮으니까 대충 때우자.’
그 밖에 다양한 수업이 진행됐다. 포션을 이용한 연고(軟膏)라든가, 포션의 활용도라든가, 포션의……. 사실 포션 이후로 다른 생각에 집중해 듣는 둥 마는 둥 한 탓에 기억이 별로 없었다. 어차피 교육은 다 비슷한 내용이고.
“그럼 오늘 교육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불이 켜지며 스크린이 올라갔다. 나는 노트를 덮으며 한숨을 내쉬는 주한이를 보며 물었다.
“잘 들었어?”
“네. 꽤 유익했어요.”
“뭐가 가장 유익했는데?”
“어……. 문양이나 포션, 그리고 공격 능력의 기술 같은 거에 대한 설명도 좋았는데, 가장 좋았던 건 역시 등급별 게이트의 가치나 그곳에서 나오는 부산물들의 값어치에 대한 설명이…….”
“돈에 관심이 많구나.”
“음,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솔직히 돈에 관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이미 유아한 씨가 많이 벌어서 풍족한 상태 아니었나.
아무튼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승현 헌터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는 물음에 승현 헌터가 되레 의아한 듯 물었다.
“다음 교육을 위해 이동을 도와드리러 왔습니다.”
“…네? 뭐를요?”
“한지언 헌터가 오늘 유주한 헌터의 던전 실습을 맡으셨다고 들었습니다만……. 모르고 계셨던 것 같네요.”
“…….”
지화연 씨가 오늘이 실습 교육이 있다는 걸 모르고 설명 안 했을 리는 없고. 일부런가.
“그럼 간단히 설명을 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유주한 헌터의 문양 조화가 얼마나 됐는지 확인해야 하며, 공격 능력을 더 좋은 기술로 만들기 위한 분석과 그 밖의…….”
회귀하며 누구의 실습 담당이 된 적은 없는데. 이걸 새로운 일이라 기뻐해야 하나.
‘됐다. 이참에 확실히 친해질 수 있으니 좋은 거지.’
설명을 끝낸 승현 헌터가 C급 게이트로 안내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주한이 물었다.
“지금… 바로 해요?”
“네. 혹시 바로 하기 어려우시면 나중으로 미뤄도…….”
“…아녜요.”
“그러면 옷이 더러워질 것을 대비해 옷을 갈아입은 후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비공식적 진행이라 기자는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주한의 말을 들은 승현 헌터가 고개를 끄덕이곤 옷을 갈아입을 시간을 준 후 게이트까지 안내해 줬다. 게이트는 가까이 위치한 건물 옥상에 자리 잡고 있었다.
“본래였다면 훈련실에서 간단히 합을 맞춘 후에 실습이 진행됐어야 하나… 화진 길드장의 훈련과 유주한 헌터의 체술 교육으로 훈련실이 다 부서져 복구 중인지라 부득이하게 건너뛰게 됐습니다.”
승현 헌터는 그럼 이만 가 보겠다는 말과 함께 이동 수단을 생략하고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 모습에 유주한이 물었다.
“…S급 정도 되면 건물을 그냥 뛰어내려요?”
“던전에선 건물이 아니라 산도 뛰어내리거든.”
“…….”
그나저나 새삼 느끼는 거지만 교육이 참 부족했다. 딸랑 상급 헌터 한 명 붙이고 진행하는 실습이라니.
‘이건 진짜 안 고쳐지네.’
인생은 실전이란 말을 여기서 실감하게 하려는 건지.
“혹시 게임 많이 해 봤어?”
“어……. 음. 해 보긴 해 봤어요.”
“그럼 몬스터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사진으로는 자주 보긴 했어요. 문양 발현하면서 한강에서 직접 죽여도 봤고요. 아, 던전 브레이크에서 나와 포획한 하급 몬스터도 능력으로 공격해 봤어요.”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유주한이 이미 몬스터를 죽여 봤다는 점이겠지.
“무슨 몬스터가 나오건, 죽여야 할 것이라고만 생각해.”
“당연하죠.”
“그래. 그리고 던전에 진입하자마자 문양 개방하는 거 잊지 말고. 지금 하고 가도 되고.”
“아, 그러면 지금 하고 갈래요.”
유주한의 평범한 훈련복 차림이 바람에 작게 흔들렸다. 동시에 형태가 바뀌며 유주한이 문양 개방 상태가 되었다.
‘문양 개방은 딱히 변한 게 없고.’
끝이 푸른 검은 늑대의 귀와 꼬리. 검은 머리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푸른색의 머리카락. 단순하면서 단순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주한을 따라 나 역시 개방 상태로 변했다.
“…저 이 모습 마음에 안 들어요.”
“응? 왜?”
“다 큰 사내놈한테 뭔 동물 귀예요. 형처럼 의복이 변하는 게 낫지. 매번 옷 더러워지는 거 신경 안 써도 되고.”
“익숙해져야 할걸.”
그리고 난 하의는 변하지 않아 늘 더러워진다만.
문양은 능력에 따라 차림새도 변한다. 즉 다시 말해 유주한이 말한 것처럼 다른 의복 차림으로 바뀌게 된다면 능력 자체가 변할 터.
그러나 유주한의 문양에는, 기본적인 공격 능력부터 독 면역과 같은 다양한 패시브 능력이 있었다. 한마디로 유주한은 바탕부터 능력 부자였다. 겉모습 때문에 마다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아니면 뭐, 그, 누구지. 김서영 헌터였나. 그 사람처럼 갑옷 같은 게 좀 더…….”
영 불만스러운지 유주한이 작게 툴툴거렸다.
“문양 능력은 기본적으로 사용할 줄 알지?”
“네. 애초에 문양이 발현되면서 자동으로 알게 되는 거 아녜요?”
“안 그런 사람도 있거든. 능력을 사용하는 법은 알지만 실제로 사용하지 못하는 타입도 꽤 있어.”
“아, 그렇구나. 예를 들면요?”
“글쎄. 인터넷에다 쳐 보면 나올걸.”
“…있는 거 맞아요?”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거짓된 정보를 얻었다는 듯 유주한이 미간을 작게 찌푸렸다.
“그럼 들어가자. 안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니까 조심하고.”
“무슨 문제가 나올지 모르는 시험 같아요.”
“…그렇구나.”
그 대화를 끝으로, 우리 둘은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