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1
61화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유주한이 작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사진으로는 많이 봤는데 실제로 보니까…….”
던전 안에 휴대폰을 들고 와 봐야 통신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카메라는 문제없이 작동했고, 그렇기에 던전의 풍경은 일반인에게도 자주 노출되는 편이었다.
어두운 공간 위로, 태양을 대신하는 하늘빛의 구가 떠 있었다. 동시에 무너진 조형물들이 하늘색 빛을 받으며 두둥실 떠다녔다.
‘벌레형 몬스터가 있는 동굴은 아니네.’
하긴, 초장부터 그런 던전을 돌게 할 리가 없지.
유주한이 반짝이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모습에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풍경을 보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지금은 헌터로서 던전에 들어왔다는 걸 잊지 마.”
“아.”
“그러니까 예를 들어.”
꾸드득, 벽돌로 이루어진 회색 바닥이 갈라지며 작은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나는 그것을 가볍게 발로 밟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몬스터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니 방심하지 말라는 거야.”
몬스터가 죽은 자리에 아이템 몇 개가 떨어졌다. 나는 아이템들을 주워 유주한에게 건넸다.
“인벤토리 대여한 거 있지?”
“네.”
“거기에 넣어.”
“…형이 죽인 건데요?”
“하급 포션의 효과는 끽해야 피부 재생 정도야. 그래서 잘 안 써.”
그 말에 유주한은 엉거주춤 아이템을 받아 손목에 있는 시계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포션은 정확히 무슨 원리로 차이가 나는 거예요? 아까 교육 때 보니까 등급에 따른 효과 차이가 엄청나던데. 그리고 힐러가 만든 포션이랑 몬스터를 죽이고 나오는 포션에도 차이가 있어요?”
“그러고 보니 그건 힐러 교육 과정이라 넌 잘 모르겠구나.”
나는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다듬은 후 입을 열었다.
“하급 포션은 힐러가 만들었든 몬스터에서 나왔든 다 비슷해. 차이는 중급 포션에서 드러나지. 몬스터한테서 나온 포션은 뼈가 산산이 조각나지만 않았으면 부러진 뼈도 다시 붙여 주지만, 힐러가 만든 포션은 힐러의 지식수준에 따라 효과가 천차만별이야. 아무런 지식이 없는 힐러가 만든 포션은 그냥 빠른 피부 재생 약 정도에 불과해.”
“지식이요?”
“내장 기관이 뭐가 어디에 있는지, 어느 부위의 뼈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이런 거 말이야.”
“신체 구조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지. 그러니까 의학적 지식을 가진 의사가 힐러가 되면 아주 유리해. 우연인지 실제로 힐러 중에 의사였던 사람의 비율이 높기도 하고. 그렇게 신체 구조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힐러가 중급 포션을 만들게 되면 회복 속도가 더 빨라지고 회복되는 범위도 넓어지지.”
그래서 유아한 씨의 값어치가 어마어마한 거기도 했다. 의사라서 신체 구조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고, S급 힐러니까.
“상급 포션은 던전에서 나온 것과 힐러가 만든 것의 차이가 극명해. 힐러가 의학 지식을 겸비했다면 본래의 모습으로 재생하지. 다만 범위가 넓으면 치료되다 말아. 재생할 수 있는 건 끽해야 손 정도? 근데 이마저도 만드는 힐러 자체가 적어. A급 힐러라도 중급 포션을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거든. 던전에서 나온 건 절단된 신체 부위를 붙여 주는 정도야. 없어진 신체 부위를 재생할 수는 없지.”
의학적 지식을 겸비하지 않은 힐러가 상급 포션을 만드는 경우는… 딱히 사례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던전에서 나온 포션과 같지 않을까.
“아. 유아한 씨가 만든 포션은 상급 포션으로 분류하지 않아.”
“…그럼요?”
“등급이 있지 않고, 푸른 포션이라는 명칭으로 따로 불려. 부르는 게 가격이지. 신체를 거의 완벽하게 재생시키니까. 물론 예전에 절단되고 치료된 건 재생 불가능해. 몸이 이미 없는 걸로 기억한다나. 이건 모든 포션 공통이야.”
“거의 만능이네요.”
“그렇지.”
문제는 앞으로 나타날 것들은 그 바로 즉사시켜버리지만. 이번에도 그랬고…….
“궁금증은 풀렸어?”
“네.”
“그러면 이동할까?”
유주한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몸을 흠칫 떨었다. 포션에 대해 알려 주는 사이 덤벼든 몬스터들을 내가 조용히 처리해 주변에 시체들이 즐비해 있었던 게 그 이유였다.
‘이제 몇 주 정도 됐나. 못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유주한이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다가오는 소형 몬스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내가 담당하기 전에 배웠다는 체술이 빛을 발하는지 초보라기에는 깔끔한 동작이었다.
유주한의 주먹질에 맞은 몬스터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죽었다.
“와……. 와……. 으.”
유주한이 신기해함과 동시에 손에 닿은 몬스터의 감촉에 표정을 찌푸렸다. 그러곤 어느새 내 손에 쥐어진 낫을 보며 말했다.
“저도 개방 모습에 무기가 있었음 좋았을 것 같아요.”
“그건 별수 없지. 사람마다 다르니까. 나중에 여유로울 때 무기를 사는 건 어때? 아니면 던전에서 얻을 수도 있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건 대부분 B급 이하 헌터들용이라던데요.”
“세계 헌터 연합회에 일정 이상의 금액을 기부하면 S급 아이템 경매 참가 우선권을 줘.”
“기부하면요?”
“참가권 구매라고 봐도 무방하지.”
“왜 굳이 기부라고 이름을 붙인 걸까요…….”
“아니면 리플 길드장에게 부탁해 봐. 유아한 씨 동생이니까 리플 길드가 소지하고 있는 무기 정돈 흔쾌히 빌려줄걸. 애초에 자기 길드 길드원이기도 하고.”
“…그건 조금 그래요.”
대답은 예상했다. 그야 유주한은 지나치게 본인의 가족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러는 만큼 사이도 좋지 않았다.
이유? 본인들이 말을 않는데 알 리가. 나이 차이 때문이라기에는, 비슷하게 나이 차가 많이 나는 둘째 누나와는 사이가 꽤 괜찮았다. 언젠간 알게 되겠지, 뭐. 본인이 말하지 않는 걸 굳이 캐묻는 취향은 없다.
무거운 이야기를 뒤로하고 나는 던전에 대한 설명을 했다. 던전에서 꼭 주의해야 할 중요 사항이나,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한 빠른 방법 등. 유주한은 내 말을 집중해 들었다.
그렇게 몬스터를 처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중간중간 나오는 퍼즐들은 유주한이 간단히 풀어냈다.
“실력이 많이 안정된 것 같은데 왜 공격 능력은 안 써?”
“공격 능력이요? 아……. 그게, 조절이 잘 안돼서요.”
“훈련받았는데도?”
“문양 조화와 관련된 거라 별수 없대요.”
“그냥 써.”
“그래도 돼요?”
“여긴 던전 안이야. 부서져도 뭐라 할 사람 없어.”
중간 보스의 방 문 앞에 다다랐다. 나는 문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마음껏 써.”
“…….”
문이 열리자마자 주변 풍경이 변했다. 자동으로 변하는 던전인 모양이었다.
발목까지 차오른 물이 찰랑거렸다. 하늘색의 빛나는 구 아래, 빛나는 알이 내려와 이내 깨졌다. 작은 알 안쪽에서, 도대체 어떻게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인지 의심이 되는 크기의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서포트할 테니까 혼자 죽여 봐.”
“네?”
“걱정 마. 끽해 봤자 D급이니까. 아마 주먹 한 방이면 죽을걸.”
내 말을 들은 유주한이 떨떠름하게 몬스터를 바라봤다. 저게 주먹 한 방에 죽어? 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유주한은 어깨를 으쓱하며 웃는 내 모습에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싶다가 이내 몬스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텅! 단숨에 뛰어오른 유주한이 어느새 몬스터의 머리 위에 도달했다. 그러곤 몬스터의 머리에 몸이 닿기 전, 몬스터를 향해 손을 뻗었다. 푸른 불꽃이 작게 구를 만드는 듯싶다가.
퍼엉! 꽃봉오리와 같은 모양새로 터진 거대한 푸른 불꽃이 몬스터를 먹어 치웠다. 그 아래 찰랑거리던 물이 증발해 줄어들었다.
“…진짜 죽네.”
유주한이 작게 중얼거리며 몬스터에게서 떨어진 아이템들을 주워 구경했다. 그중 반투명하게 반짝이는 마석이 마음에 든 듯 그는 그것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보석의 대용으로 마석을 사용한다는 뉴스를 봤었는데, 그거 진짜예요?”
“뉴스인데 가짜겠냐.”
“그럴 수도 있죠.”
“그렇긴 하지. 근데 진짜야. 마석에 일반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효과도 부여할 수 있으니까. 무엇보다 모양새가 이쁘기도 하고.”
“헌터들은 마석을 대부분 팔거나 기력 채우기용으로 사용한다던데요.”
“아무래도 그런 편이지. 현재까지는 마석에 그렇게 대단한 효과를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근데 낮은 등급의 헌터들 중에는 마석을 액세서리로 만드는 사람도 꽤 많은 편이야. 중급 정도의 효과는 부여할 수 있으니까.”
“낮은 등급 헌터들만요?”
“높은 등급의 헌터들이 그런 걸 사용하면 대부분 부서지거든. 부산물로 만든다 쳐도 그걸 다루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까.”
“결국, 인력 부족이네요.”
“그래도 S급 마석 같은 경우는 쥐고만 있어도 기력이 회복돼. 능력을 부여하면 최상의 효과를 보여 주고.”
“결국은 상급 아이템이네요.”
“그러니까 등급이 있지.”
우리는 던전 클리어를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나는 무언가 생각이 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네 문양 개방은 단계별 개방 아니야?”
“…….”
단계별 개방. 차림새나 머리카락 정도의 외모가 변하는 문양 개방이 아닌, 모습 자체가 변하는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유주한은…….
“그렇긴 한데요……. 끝까지 개방하면 기분이 이상해요.”
“뭐가?”
“최종 개방 상태에서는 네발로 뛰어다닌단 말이에요. 남들이 보기에는 그냥 동물이 뛰는구나 싶겠지만, 저 스스로는 체감상 사람의 모습으로 네발 뛰기 하는 느낌이라.”
네발로 뛴다. 즉 다시 말해 유주한의 최종 개방 형태는 짐승과 같은 모습이라는 뜻이었다. 그 모습이 속도도 빠르고 파괴력도 더 강한데, 정작 당사자가 그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가끔 사람이 짐승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제가 진짜로 짐승이 될 줄은 몰랐다고.
“그래도 개방은 다 하는 게 제일 좋아. 영 껄끄러우면 그 전 단계는?”
“그 전이요? 음…….”
유주한은 잠시 고민하는 듯싶다가 소매를 걷어 냈다. 그러자 단숨에 자라는 털과 함께 손이 거대해졌다. 짐승과 인간, 그 중간에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 전 단계에서는 발이랑 손이 짐승화해요. 근데 이것도 좀……. 미녀와 야수의 야수도 아니고.”
“익숙해져야 해.”
“그렇겠죠……. 그래도 아까보다 더 세진 것 같긴 해요.”
“그럼 그런 상태로 던전 마저 돌자.”
“…네.”
긴 통로를 지나 어느덧 최종 보스의 공간 앞에 다다랐다.
유주한이 익숙하지 않은 긴 손톱을 반대쪽 손톱으로 매만졌다. 그러다 시계가 없어진 걸 눈치채고 화들짝 놀라기에, 문양 개방을 해서 일시적으로 사라진 것이라 말해 주니 안심했다.
최종 보스에게로 향하는 문을 열자, 또다시 주변 풍경이 변했다. 벽은 반짝이는 보석으로 가득했고, 가운데에는 작은 호수와 건축물이 있었다.
쿠르릉. 공간을 밝히던 하늘색 구가 천천히 내려왔다. 이윽고 구는 호수에 닿더니 기화하며 그 사이즈가 줄어들었다.
구가 점차 작아지다 이내, 시간이 멈춘 듯 기화했던 하늘색 빛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다 시간이 돌아가는 것처럼 다시 빛이 모여들더니 점차 모양새를 갖추었다. 풍경처럼 신성하다기엔, 글쎄. 억지로 모아 붙인 듯한 모양새였다.
유주한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여 공격하라는 뜻을 보냈다. 이번에도 유주한이 혼자 상대했다.
‘끽해야 C급, B급이니까.’
유주한이 매서운 손톱으로 몬스터를 찢어 내렸다. 그와 동시에유주한의 뒤통수에서 생겨난 푸른 불꽃 다섯 개가 사방으로 퍼지다 몬스터를 향해 꽂혔다. 짐승의 손에 붙잡힌 몬스터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를 내다가 훅, 모습을 감췄다.
‘은신인가?’
우왕좌왕하는 유주한을 대신해 나는 몬스터의 기척을 읽었다. 낮은 등급이니 금방 찾을 터.
…금방 찾아야 했다.
“형, 몬스터 어디에 있어요?”
“…….”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서 있는 내 모습에 유주한이 의아해하던 중, 훅.
최종 보스를 처리하지 않았음에도, 본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게이트가 생겨났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