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2
62화
【경고】
“형?”
“…….”
“분명 교육할 때는 최종 보스를 죽여야 탈출 게이트가 열린다고 했었는데……? 제가 최종 보스 죽인 거예요?”
“…….”
답은 ‘아니’였다. 치명상을 입었지만 보스는 건재했으니까.
느낌이 안 좋았다. 이런 현상은 본 적이 없는데.
“일단 빨리 나가자.”
“네? 네.”
유주한이 다급한 내 발걸음을 따라 게이트로 향했다. 곧장 게이트에 몸을 집어넣었다. 이윽고 본래 세상으로 돌아오자마자 들린 소리는.
“꺄아아악!”
비명, 그리고 경적이었다.
옥상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아도 단숨에 알 수 있었다. 그야 연기가 피어오르고, 맞은편 건물에 금이 가 있었으니까.
그 풍경을 잠시 보다 입을 열었다.
“주한아, 능력은 주변 일반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주의해서 사용해.”
“네? 네!”
몬스터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리가 빠져나온 게이트 주변뿐만이 아니었다.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역시 소음이 들려왔다.
‘한 개가 아니야.’
대충 사태를 파악한 후, 나는 걸음을 내디디며 유주한에게 말했다.
“몬스터를 죽이고 일반인을 구조하는 데 집중해. 지금은 내가 상황을 봐줄 수 없으니 너무 무리하진 마.”
“저 아직 쌩쌩해요!”
“그래. 그럼 먼저 갈게.”
나는 단숨에 옥상에서 뛰어내려 바로 아래 보이는 몬스터를 향해 낫을 휘둘렀다. 손쉽게 썰리는 걸로 보아 그다지 높은 등급은 아닌 듯했다.
‘게이트가 이렇게 한 번에 터지는 건… 그때 말곤 없었는데. 그런데 이리 갑자기?’
본래 일어나야 했을 멸망. 그 전조였다. 탑이 생긴 지금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뭐가 잘못됐나?’
나는 눈에 보이는 몬스터들을 전부 쓸어 버렸다. 현재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지 않아 상황 파악이 힘들었다.
‘협회 소속이……. 찾았다.’
나는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협회 사람을 향해 다가갔다. 그는 단숨에 다가간 내 모습에 잠시 놀라는 듯싶다가 외형을 보고 내 신원을 파악했다.
“한지언 헌터?”
“네. 현재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을까요?”
“현재 브레이크 기간이 아닌 게이트들에서 속속히 던전 브레이크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요?”
“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한 게 맞는 것 같은데. 한데 왜?
“…일단 유주한 헌터와 제가 몬스터를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사이에 민간인 대피에 힘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주한 헌터가 현재 이곳에 있습니까?”
“예.”
“네, 확인했습니다. 협조 잘 부탁드립니다. 현재 여주에 한지언, 유주한 헌터 위치.”
무전을 이용해 협회와 연락하는 헌터를 뒤로하고 나는 내 쪽으로 날아드는 몬스터를 향해 가볍게 능력을 사용했다. 역시나 등급은 낮은 등급이었다.
‘등급이 높은 게이트는 던전 브레이크 현상이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데.’
전과는 달랐다. 전에는 등급에 무관하게 마구잡이로 던전 브레이크 현상이 일어났었다. 탑이 나타나서 등급이 낮아진 건가? 아니, 잠만.
‘탑은 던전의 것. 즉 다시 말해 던전과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닭살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가 사그라졌다. 퍼즐처럼 끼워 맞춰지는 추측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던전 브레이크. 기간 안에 던전을 처리하지 않으면 그 안에 있던 몬스터들이 세상 밖으로 튀어나오는 현상. 간단하게 시한폭탄과 같았다.
‘탑이 생긴 지 꽤 됐다. 게이트라고 치면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기간…….’
두 번째 탑은 시간을 들여 단련한 뒤 입장한다고 세계적으로 공표했다. 그렇기에 첫 번째 탑 때와 달리 ‘문’이 열렸음에도 입장하지 않고 있었다.
‘그게 원인인 건가.’
탑의 문은, 게이트와 같은 듯 보였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탑에서는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게이트에 영향을 준다는 점. 간단하게 말해, 지금의 동시다발적인 던전 브레이크 현상은 탑을 내버려 둬 벌어진 일이었다.
“꺄악! 살려―”
낫이 몬스터의 피로 뒤덮였다.
“이대로 직진하시면 협회 소속 헌터가 있습니다. 협회 소속 헌터를 따라 신속히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헐! 한지언! 사진, 으악! 내 폰!”
일반인이 부서진 제 휴대폰을 주우며 슬픈 듯 대피했다. 사진이야 인터넷을 뒤지면 많이 나올 텐데 굳이.
주변 몬스터를 전부 처리한 듯 보이는 유주한이 온갖 색의 피를 묻히고 내게 다가왔다.
“이쪽은 이제 없는 것 같아요.”
“그래. 고생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이에요? 게이트 처음 생긴 날 같아요.”
“…글쎄. 그건 과학자들이 밝혀내지 않을까.”
아마 다른 사람들도 금방 원인을 찾지 않을까 싶었다. 이것 말곤 원인이 없으니까. 내가 가서 손수 알리기에는 너무 간단한 이유였다. 근데 못 찾는다? 그땐 쳐들어가야지 뭐.
“근데 몬스터들이 약한 것 같아요.”
“아마 하급 게이트만 터진 모양이야.”
“아뇨, 그렇다기보단 약간, 뭐라고 해야 하나. 잡졸? 졸병 같다고 해야 하나.”
나는 그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형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느낌 자체가 다르니까.”
“저는 이번이 던전이 처음이어서 혹시나 했어요. 낮은 등급이라 보스 몬스터랑 그냥 몬스터랑 차이가 크지 않은 건가 하고.”
“넌 좋은 대학 가겠다.”
“그러려고 공부했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닥에 진동이 울렸다. 주변에 합세한 헌터들이 잔뜩 긴장한 채 각자 제 무기를 쥐었다.
건물 사이, 먹구름이 낀 듯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림자가 짙어지고, 범위가 넓어졌다. 그리고 이내, 시야에 그림자의 정체가 들어왔다.
―킥.
―끼우우욱.
―푸. 푸. 푸.
중간에서 최종까지의 몬스터들이 몰려왔다.
‘기술자들 갈려 나가겠네.’
나는 무너지는 건물들을 향해 애도를 표하고는 유주한을 향해 말했다.
“아직 기술 제대로 안 다듬었지?”
“네……. 어, 갑자기 그건 왜요?”
“이참에 보고 배워 둬.”
키이잉. 낫에 묻었던 피들이 흘러내리며 하얀 빛이 독보적으로 빛났다. 나는 낫을 고쳐 잡고 하늘에 모여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낫을 휘둘렀다.
촤악! 낫을 휘두름과 동시에 하얀 검기가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검기는 점차 거대해지며 주변 건물들을 지나쳐 이윽고, 콰과과광! 하늘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적중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유주한이 작게 놀랐다.
이후, 상황은 빠르게 호전되어 갔다. 아무리 게이트가 많다 해도 끝은 있는 법이니까.
주변에 몬스터가 없는 걸 확인한 유주한이 바닥에 푹 주저앉았다.
“와……. 이걸, 어떻게…….”
유주한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겠지. 문양 조화가 암만 빠르다고 해도 익숙하지 않으면 결국 기력 소모가 심할 테니까.
‘사망자가 없어서 다행이네.’
나는 유주한에게 상처가 있는지 여부를 묻고 상황을 정리했다.
“왜 제가 헌터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넌 탑이 생겼을 때 헌터가 됐잖아. 받아들여야지, 뭐.”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탑에 영향을 받아서 헌터가 된 거 아니냐며 모르는 애들이 몬스터 새끼라고 뒷담화 까던데요.”
“무시해. 부러워서 그래. 아, 화난다고 때리진 마. 처벌받는 건 네가 되니까.”
“안 때려요. 어차피 그런 애들한테는 나중에 자기가 했던 짓이 그대로 돌아가게 돼 있거든요.”
그래. 장하다. 그렇게만 커 주렴.
그렇게 휴대폰을 되찾기 위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협회 소속 헌터가 우리를 불렀다.
“저, 한지언 헌터. 혹시 다른 지역에 합류해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다른 헌터들 상황은 어떤가요?”
“현재 지화연 헌터는 S급 게이트를 클리어 중이라 부재중입니다. 승현 헌터와 한지운 헌터, 류천화 헌터, 유아한 헌터는 서울 근처에서 아래 지역으로 이동 중입니다.”
상급 게이트는 역시나 터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럼 역시 아까 최종 보스가 사라졌던 건 게이트가 터져서였나.
“주한아, 힘들면 넌 쉬어도 돼.”
“…아뇨. 저도 갈게요.”
머리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유주한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모든 지역의 몬스터가 사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아래 지역은 승현 헌터와 유아한 씨, 류천화 씨가. 윗 지역은 나와 형, 그리고 유주한이 순회했다.
그렇게 여섯 시간 만에 상황이 완벽히 정리됐다.
‘지화연 씨 게이트에서 나오면 골머리 잡으시겠네.’
길가엔 온통 몬스터의 사체와 무너진 건물의 잔해들이 굴러다녔다.
다행히 현재까지 확인된 사상자의 수는 적었다. 게이트가 처음 생긴 날 이후로 곳곳에 헌터들이 배치된 게 컸다.
‘주변에 몬스터는 없……. 응?’
건물들 사이의 이름 모를 광장. 사람이 없어 휑한 그 가운데 푸른 게이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높은 등급의 게이트인가?’
저 멀리 협회 소속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에게 다가왔다. 게이트에서 눈을 돌려 협회 사람을 바라보던 와중,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어디 건물이라도 무너졌나 싶었을 때.
“한지언 헌―”
푹. 다가오던 협회 사람을 향해 문어 팔처럼 생긴 것이 쏘아졌다. 갑작스레 뒤에서 들이닥친 공격에 곧장 뒤로 돌자, 오묘한 광경이 시야에 펼쳐졌다.
“이건 또 뭔…….”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하면, 몬스터는 밖으로 빠져나온다. 또한, 게이트가 검게 물든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던전 브레이크가 아니었다. 다만 어디서 본 듯한 익숙한 모양새였다.
콰앙! 푸른 게이트에서 문어의 팔이 뻗어 나와 주변을 초토화했다.
‘협회 쪽은… 멀쩡하고.’
나는 다시 현 상황에 집중했다. 익숙한 모양새. 저건 분명…….
‘어디서 봤나 했더니. 탑에서 봤던 거잖아.’
미친 듯이 날뛰던 폰을 제압해 끌고 간 문어의 팔과 게이트가 기억을 스쳐 지나갔다.
저게 왜 여기 있을까.
치직, 뒤에서 무전기 소리가 작게 들렸다. 물러난 협회의 사람이 상황을 알리는 모양이었다.
꾸물거리는 보라색 문어의 팔이 점점 늘어나 수를 불렸다. 게이트 입구를 꽉 채울 정도로 늘어난 문어의 팔은 이내 눈이라도 달린 듯 일제히 내 쪽을 향했다.
촤아악! 나는 빠른 속도로 달려든 문어의 팔을 단숨에 잘라 냈다. 그러나 잘렸던 부위에서 다시 팔이 돋아나 질리도록 공격을 가해 왔다.
그렇게 공격을 하고 받던 도중, 뒤에서 협회 사람이 무어라 크게 외쳤다. 지원이 오는 건가 하는 긍정적인 생각도 잠시.
“각 지역에서 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작게 혀를 찼다.
도대체 목적이 뭐지.
‘던전 브레이크처럼 원래도 종종 벌어졌던 상황이면 모를까, 이건 대놓고 고의적이야.’
유주한은 괜찮을까. 가뜩이나 이변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데, 설마 유주한이 죽는 이변이 발생하진 않겠지.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건 정말 낭패였다.
주변에 있던 헌터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문어의 팔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 뜯어 내 보기도, 불로 굽기도, 얼리기도, 터뜨리기도 했지만 문어의 팔은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그렇게 주변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도 안 날 때쯤.
“사라진다! 잡아!”
문어의 팔이 스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길게 뻗었던 팔은 스스로 잘라 내 버렸고, 헌터에게 잡힌 팔은 자폭해 끝까지 헌터를 공격했다.
순식간에 텅 비게 된 게이트 너머, 잠깐이었지만 무언가가 보였다.
‘…흰색 토끼 귀?’
그렇게 갑작스레 들이닥쳤던 상황은, 갑작스레 종료됐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