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3
63화
【아마도 휴식】
정말 끝이 난 상황 속.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일이었기에 세계 헌터 연합회가 직접 나섰다. 혼란한 상황에서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한 모양이었다.
세계 헌터 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나 인구수가 적은 곳에는 나타난 몬스터의 수 자체가 굉장히 적었다고 한다. 반면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곳엔 몬스터의 규모가 컸다고.
즉 다시 말해, 고의성이 잘 보인다는 거였다. 게다가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몬스터들도 나타난 시점이었기에 모두가 이번 일에 어떤 의도가 있다고 거의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나 역시 그러하였고.
그렇기에 연합회는, 이번 일을 몬스터들의 도전장이노라 단정 지었다.
‘도전장은 아닌 것 같은데.’
충분히더 난동을 피울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듯, 던전 브레이크가 터진 던전의 등급은 낮았다. 그 이후 나타난 문어의 팔 역시, 게이트 밖으로 나와 난동을 피웠다면 사상자가 많이 나왔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마치 봐주고 있다는 것처럼.
「왕께서 너희를 많이 봐주고 계셔.」
제트리스가 한 말이 떠올랐다.
무엇을 목적으로 이런 것인가.
‘간단하네.’
탑의 클리어를 미루고 있는 세상. 그리고 우리를 봐주고 있다는 왕이라는 작자. 이 두 가지만 놓고 본다면 답은 하나였다. 경고.
던전은 꾸준히 클리어하고 있으면서 탑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꼬웠던 모양이었다.
‘말로 하지, 참. 성질 한번 더럽네.’
나는 스크롤을 내리며 손에 쥔 휴대폰을 훑어봤다. 휴대폰 화면에는 여러 개의 이력서가 줄줄이 나열되어 있었다. 지화연 씨가 말했던 내 팀으로 뽑을 사람들의 신청 명단이었다. 간추리고 간추린 게 이 모양이었다.
‘어림잡아 서른 명쯤 되나.’
전부 익숙한 이름들이었다. 그야 윤시아 같은 경우를제외하고 다 한 번 이상 같은 팀을 해 보았으니까.
팀이라 해도 별거 없었다. 이따금 던전을 돌 때 주로 함께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었다. 맨날 함께 던전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필요할 때 우선적으로 호출하는 정도였다.
‘윤시아는 진짜 신청했네.’
그래도 새로운 사람이니 일단은 끼워 넣고.
예전에는 이 사람 저 사람 다양하게 만나 보았다. 그러나 나중 가서는 굳이 실력도 안 되는 사람을 받을 필요를 못 느껴 늘 같은 사람만 뽑았다.
나는 스크롤을 내리고 내렸다. 그렇게 마지막 사람을 뽑으려던 찰나, 익숙한 사람 아래에 익숙하지만 익숙지 않은 사람의 이름이 시야에 들어왔다.
‘…얘가 왜 여기에.’
이번 삶은 처음부터 새로운 일들의 연속이었던지라, 새로운 일들엔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였다. 다만 이번에는 새로운 일에 놀랐다기보단 새롭게 팀원이 되고자 신청한 사람의 성격이 떠올라 놀랐다.
마허윤. 자존심은 철저히 지키는 친구였다. 지금은 친구라기보단… 아는 사이 정도지만.
아니, 그 전에.
‘경력도 거의 없으면서 어떻게 올라왔지?’
나에게 온 이력서들의 주인들은 하나같이 우수한 사람들이었다. 그도 그럴 게 고르고 골라진 사람들이니까.
윤시아만 봐도 경력이 우수한 걸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 제일가는 길드 중 하나인 온연 길드에 소속되어 있으며, 첫 번째 탑의 클리어 인원 중 한 명. 각종 S급, A급 게이트 클리어. 손가락 수보다 많은 던전 브레이크 활약 영상 파일까지.
뽑아 달라고 말한 사람이었지만, 사실 안 뽑는 게 이상한 경력이었다. 내 팀이 되겠다고 이력서를 보낸 사람 중 가장 우수한 사람이 바로 윤시아였다.
반면 마허윤은? 경력이 반 페이지밖에 없었다. 그리고 경력 대신 말로만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글이 가득했다.
‘뽑을 이유는 없다만…….’
재밌어 보이니 뽑기로 했다. 새로운 일에 익숙해진 거지, 싫증이 난 게 아니니까. 오히려 여전히 반갑기도 하고.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내가 뽑지 않아도 우수한 경력 덕에 좋은 곳으로 가게 된다. 그들에게도 오히려 그편이 좋을 것이었다. 나와 함께해 봤자 좋을 건 없었다. 좋은 건, 글쎄. S급과 함께하는 던전 클리어 정도.
‘S급 던전을 우선적으로 들어갈 수는 있지.’
그 밖에 경매 우선권, 기본급, 인맥 등등… 뭐가 많긴 했지만 잘나가는 A급들은 어지간해서 다 누릴 수 있는 거였다.
톡. 나는 그렇게 뽑을 사람들을 전부 뽑은 뒤 그 결과를 메일로 보냈다.
♧♣♧
유주한의 교육을 맡게 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나와 달리 문양 조화 기간이 짧은 유주한은 금세 적응해 혼자서도 던전을 척척 돌았다.
그렇기에 오늘은, 다른 사람과 합동하여 던전을 클리어하는 교육이 진행됐다.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어디서 소문이 퍼진 것인지 몇몇 기자들이 근처에 서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교육을 위해 모인 사람들을 쳐다봤다. 모인 사람들은 다름 아닌.
“안녕하세요!”
이번에 만들어진 내 팀원들이었다.
윤시아가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진짜 뽑아 주실 줄 몰랐어요!”
“헌터로서의 능력 자체가 좋아서 뽑은 겁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고마워요! 저도 잘 부탁드려요! 앞으로 힘내요!”
윤시아가 내 손을 맞잡고 붕붕 소리가 날 정도로 움직였다. 윤시아는 이내 내 옆에 있는 유주한을 향해서도 세상 밝은 인사를 했다.
나는 그런 윤시아를 뒤로하고 나머지 팀원들을 바라보았다. 그중, 우물쭈물거리며 무어라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사람이었다. 회귀가 이유기도 하지만, 그 전에…….
“오래간만이야, 희민아.”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그는 어색한 듯 쭈뼛거렸던 모습이 사라지고 밝은 표정을 보였다.
강희민. 친하게 지냈던 대학 후배였다. 졸업식 때 같이 있기도 했고.
강희민 역시 각성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다만 타고난 능력이 뛰어나 금세 유명해진 상태였다. 곧이어 유주한이 문양 발현을 하여 조금 묻혔지만, 그래도 나름 잘 알려진 인사였다. 본래였다면 실력을 더 키운 후 함께했겠지만… 내가 키우지, 뭐.
강희민이 반갑게 입을 열었다.
“진짜 오래간만이에요. 한 넉 달 됐나?”
“그러게. 오래간만이네. 머리카락 색은 염색한 거야?”
“아, 이거요?”
강희민은 짙은 나무색의 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문양이 발현되니까 이렇게 변해 있었어요.”
“그래? 잘 어울리네.”
내 말에 강희민이 멋쩍게 웃었다.
간혹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문양 발현으로 인해 문양 개방을 하지 않아도 외형이 변하는 사람들. 부작용이다, 아니다로 아직도 토론 중인 내용이었지만 이 이야기는 넘어가고.
고개를 살짝 돌려 여전히 탈색한 머리를 유지하고 있는 마허윤을 쳐다보다 이내 작게 웃으며 말했다.
“너도 오래간만이네.”
“…그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원한 건진 모르겠다만, 저번에 화해 아닌 화해를 한 게 큰 듯했다. 아니면 돈을 벌고 싶었나? 하긴, S급 팀에 들어간 것만큼 큰 경력이 없긴 하지.
참고로 말하자면, 마허윤은 그냥 자기가 탈색한 거다. 탈색한 듯한 색인 게 아니라.
그 밖에 두 명에게도 인사를 끝낸 후, 나는 미리 세워 둔 계획을 설명한 뒤 게이트로 들어갔다. 게이트는 B급이었다. 합을 맞춰 보기 위해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합을 맞추려 S급 게이트에 들어간다? 한 명은 죽어서 나올 확률이 높았다. S급 던전에는 변수란 변수가 가득하고, 무엇보다 그 안의 몬스터들이 강하기 그지없으니까.
게이트에 들어서자, 탁한 안개가 우리를 맞이했다. 안개 탓에 저 멀리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주변은 붉은 모래투성이였고, 중간중간 검게 탄 잔해들이 굴러다녔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나가야 합니다.”
“네?”
유주한이 되물었다. 내 말에 당황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던전이 뒤바뀌었습니다.”
“뒤바뀌었다뇨? 던전 오류 일어난 거예요?”
교육받았던 것들을 잘 기억하고 있던 유주한이 내 말을 바로 이해하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본래 들어와야 했던 던전은 이렇게 탁한 곳이 아니었다. 되레 요정의 숲과도 같은 몽환적인 곳이었다.
아직 몬스터 다섯 마리를 죽이지 않았으며,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간 것 역시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직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면, 운은 예나 지금이나 내 편이 아니라는 점.
“입구 막혔어요.”
윤시아가 들어왔던 입구를 콩콩 두드리며 막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 주었다. 다행히 아직 한창 교육받는 중인 유주한과 경력이 적은 마허윤을 제외하면 다들 그다지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지 않았다.
“…던전 오류가 생겼으니 등급이 높아졌을 확률이 높습니다. 모두 긴장을 놓지 마시고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대열을 맞춰 다른 사람이 없어지진 않았는지 확인하면서 이동해 주시길 바―”
쿠르릉―
땅이 울렸다. 그것도 게이트 입구 바로 앞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발이 안 빠져요!”
하필 바닥이 모래였던지라 사람들이 모래에 꼼짝없이 발을 붙잡혔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최대한……!”
콰르릉. 모래가 갈라지며, 구멍이 생겨났다. 사람들이 구멍 쪽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다행스럽게도 수직으로 떨어지는 구멍은 아니라 나는 비스듬한 모래 안쪽으로 손을 처박아 몸이 더 미끄러지는 걸 방지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못한 건지, 최대한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거세게 바닥으로 치닫는 모래로 인해 조금씩 아래로 떨어져 내려가고 있었다.
내가 모래에 먹힌 발을 겨우 빼내 다른 사람들에게 향하려고 하던 와중.
―끼기기긱!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구멍 너머, 몬스터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다 이윽고, 퍼엉! 기이한 소리를 내뱉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몬스터에게서 최대한 떨어져서 공격하세요!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버티시고……!”
무너지는 모래의 소리와 몬스터의 소리에 목소리가 먹혀 다른 사람들에게 잘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나마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겐 들린 듯했지만, 멀리 떨어진 사람들은 내 말을 전혀 듣지 못한 듯했다.
‘몬스터 처리가 우선이다.’
일단 이 상황은 몬스터 때문인 것 같으니까.
휙. 모래에서 뺀 발을 재빨리 움직여, 무너지는 모랫바닥을 디디고 뛰었다. 단숨에 몬스터의 바로 위로 접근했다.
몸을 떨어뜨려 더듬이인지 입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것을 향해 낫을 휘둘렀다. 그러나 더듬이가 낫을 붙잡아 내 공격을 막았다. 거센 충돌음과 함께 주변의 모래가 흩날렸다.
‘진짜 그러지 않기를 바랐는데.’
아무래도 던전이 S급으로 바뀐 모양이었다. 그리고 초장부터 S급 몬스터가 나온 거고.
퍼엉! 능력을 사용해 몬스터의 더듬이 한쪽을 부서뜨렸다. 그러곤 물러서자, 몬스터가 비명을 내질렀다. 비명의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떨어지는 모래의 기세가 더욱 거세져 다른 사람들이 버티기 힘들어졌다.
내 공격이 잘 통하지 않는 것을 본 사람들은 쉽게 나서지 않았다.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사람들은 그나마 공격을 가했지만, 근접 전투에 특화된 사람들은 무너지는 모래를 뛰어넘어 안전하게 구덩이 바깥으로 나가는 것에 집중했다.
하나 다행인 점은, 유주한이 원거리 공격도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문제는 저 몬스터에 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었고.
꾸드득. 저 멀리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소리가 점점 커지며, 소리의 정체가 나에게까지 다가왔다.
‘나무…….’
발을 디딜 수 있는 나무가 메마른 땅에 뿌리를 내려 생겨났다. 이 능력은, 강희민의 것이었다. 저 멀리 있는 강희민을 쳐다보자 모래를 먹었는지 헛기침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강희민의 능력을 통해 모래에서 빠져나왔다. 지금이라면 목소리가 들릴 수도 있었다.
“우선 바깥으로 빠져나가세요!”
강희민의 나무에 발을 디디고 설 수는 있었지만 계속해서 떨어지는 모래에 나무가 금방이라도 쓸려 내려갈 것 같았다. 그렇기에 우선은 빠져나가 조금이라도 생각을 해야 했다.
겨우 빠져나온 구덩이. 낙오된 사람은 없었다. 모래를 뒤집어써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은 많았지만.
“어떻게 할 거예요?”
모래를 털어 내며 유주한이 물었다. 그 말에 윤시아가 외쳤다.
“모래를 이용해서 질식시켜요!”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