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8
68화
이상한 낌새에 곧장 발밑을 바라봤다. 그렇게 바라본 아래, 꽤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입이 벌어져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이미 피어 있는 꽃들 사이를 비집고 새로운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기존의 꽃들과 같은 크기가 된 꽃들이 자리를 넓히려는 듯 기존에 있던 꽃들과 뒤엉켰다. 새 꽃들에 뒤엉킨 꽃들은 뒤틀리는 제 몸을 유지하지 못하고 쓰러짐과 동시에 사라졌다.
이런 기괴한 낌새를 나 다음으로 눈치챈 건 윤시아였다. 아무래도 탑에서 이 능력을 본 적이 있었으니 그렇겠지.
“한지언 헌터? 엥? 아니, 그게 왜? 아니. 아무튼, 저거 빨리!”
문장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윤시아의 행동에 다른 사람들이 의아한 듯 내 쪽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건 요릴리아도 마찬가지였다.
“…그건…….”
흠칫. 요릴리아의 몸이 살짝 떨리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보다 먼저 시야에 들어온 건.
‘꽃이 더 이상 자라나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효과가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 효과가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그야 자라나는 꽃들은 내가 만든 것이었으며, 그때 느꼈던 흡수되는 힘이, 현재에도 고스란히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왜?’
분명 그때 없어졌을 텐데.
쿵! 요릴리아가 빠르게 다가와 공격했다. 그러나 영역이 이미 반쯤 흡수된 상태였기에 상대하며 버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독도 그냥저냥, 목소리를 이용한 공격도 그냥저냥이었다. 한마디로 그냥, 미적지근한 공격들이었다.
“역시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다른 사람들이 상처로 물들고 나서야 힘을 드러내다니. 심보 한번 고약하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야.”
촤악! 나는 요릴리아의 몸 전체를 베어냈다. 그리고 재생하는 요릴리아를 슬쩍 보자, 공격이 미적지근했던 것처럼 회복 역시 더뎌진 듯 보였다.
‘분명 없었는데.’
내 몸에 무슨 힘이 흐르는지는 기분 나쁠 정도로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이 능력은, 담화의 능력은, 그날, 제트리스에게 전부 흡수됐다고.
‘도대체 왜……. 잠만, 혹시.’
요릴리아가 멀찍이 떨어져 다른 사람들과 싸우는 틈을 타, 인벤토리에서 한 송이의 꽃을 꺼내 들었다. 꽃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으며, 특별히 관리하지 않았음에도 시들지 않고 싱싱하게 피어 있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하기라도 한 듯이.
푸른 장미. 그때, 탑에서 얻었던 것이었다. 기억에는 없지만, 탑에서 나오며 내가 이것을 쥐고 있었다고 했다. 만약 이것에 힘이 남아 있었던 거라면…….
그러나 그건 말이 안 됐다. 이건, 귀국 후 만난 지화연 씨가 내게 직접 건네주며 분명 아무런 효과도 없다 했으니까.
「아무런 이익도, 효과도 없어요. 윤시아 씨가 얻은 빵처럼요. 저희 세상에 있는 꽃과 99% 일치해요. 1%는 뭐냐고요? 세상에 100%는 없잖아요. 아, 그래도 그거 하나는 다르네요. 한지언 씨가 얻은 푸른 장미는, 염색하거나 유전자 변이를 하지 않았다는 거?」
분명, 감정 결과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했다. 지화연 씨는 99%라느니 뭐라느니 했지만, 감정 결과로는 아마 100%일 터.
「그래도 가지고 있는 게 어떠신가요? 그 왜, 푸른 장미의 꽃말은 기적이라잖아요? 가지고 있음 기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죠.」
나는 그 말을 잠시 떠올리다, 시선을 푸른 장미로 옮겼다. 한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의 장미였다.
나는 장미를 작게 감싸 쥐었다. 그러나 아무런 낌새도, 효과도 없었다.
‘역시, 이건 아니―’
꾸득. 쥐고 있던 장미의 줄기가 언제 길어졌는지, 어느새 손목을 휘감아 가시를 세우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감각에 나는 장미를 손에서 떨구려 했다. 하지만 장미는 이미 죄어진 손목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멍하니 손목을 바라보다, 문득 떠오른 기억에 나는 반대 손에 있던 낫을 오른손에 옮겨 쥐었다.
“…참.”
장미의 줄기가 낫으로 퍼져 나갔다. 이윽고 하나둘, 푸른 장미가 피어나기 시작하며 낫을 꾸몄다.
전부 똑같았다. 탑에 있었던 그때와 모든 게 비슷하다 못해 같았다.
‘너무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은데.’
콰드득. 땅에서 새로 자라난 꽃들이 기존에 있던 꽃들을 먹어 치우다시피 하며 뒤엉켰다. 기존에 있던 꽃들이 사라지고 죽어 나갈수록 요릴리아의 속도가 느려졌다.
요릴리아가 유아한 씨의 손에 붙잡혀 찢겨 나갔다. 유주한의 불에 머리가 타들었다. 윤시아의 칼에 몸이 베이고, 마허윤의 화살에 꿰뚫리며, 강희민의 능력에 묶였다. 박주완의 방어에 공격이 막혔다. 신서하의 봉처럼 생긴 지팡이에 물리적 타격을 입었다.
그만큼, 공격에 쉽게 당할 정도로 요릴리아는 약해진 상태였다.
‘죽여야지.’
낫을 고쳐 잡았다. 그러곤 잠시.
“…후.”
힘이 낫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이동한 힘들에 낫이 묵직해진 것 같았다. 다리가 아닌, 낫으로 몸을 지탱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시야를 옮겼다. 요릴리아를 공격하는 사람들 사이, 틈이 보였다. 그 틈이 보이자마자 곧장.
‘뒈져라, 좀.’
낫을 휘둘렀다.
콰과광! 하얀 검기가 나가며 주변 꽃들이, 식물이, 땅이 사라지다시피 했다. 묵직한 검기가 요릴리아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자 사람들이 곧장 피했다.
강희민의 능력에 발이 묶인 요릴리아가 눈을 크게 뜬 채 피하려다 결국.
“너―”
콰광! 공격을 정통으로 맞았다.
그렇게 요릴리아의 흔적조차 남지 않은 채, 길게 뚫린 공간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주변, 까맣게 죽은 숲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푸르게 피어난 나무와 식물들이 보였다.
그런 모습 뒤로, 게이트가 열려 있었다. 탈출 게이트가 아닌 우리가 던전에 들어올 때 지났던 입구였다.
그 모습에 아무도 입을 열고 있지 않다가,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유아한 씨였다.
“아무래도 도망친 듯하네요.”
나는 그 말에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풍경이 변하고 던전 입구가 나타난 걸로 보아 던전 전체가 요릴리아의 영역이었을 터. 영역의 주인이 죽어 영역이 해제되면 영역 주인의 시체가 남아 있어야 했다. 그런데 요릴리아의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공격이 닿기 직전 도망쳤다는 뜻이 됐다.
‘허탕 쳤네.’
나는 한숨을 내쉬고 꽃을 인벤토리에 넣기 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어.”
꽃잎이 둥글게 모여 있었다. 활짝 핀 꽃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작은 꽃봉오리가 손아귀에 쥐여 있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있나 보네.’
그렇다는 건, 그냥 꽃은 아니라는 뜻이고. 하긴, 그런 모습을 이미 봤는데 그냥 꽃이라 하긴 그렇지.
꽃을 인벤토리에 넣고 주변을 살펴보자, 다른 사람들이 어정쩡하게 나와 유아한 씨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나는 잠시 침음을 내뱉었다. 현재 던전의 모습은 우리가 본래 클리어하려 했던 던전의 모습이었고, 지금이라면 멀쩡하게 클리어할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현재 사람들의 몸 상태였다. 나야 아까 요릴리아의 힘을 흡수해 말짱하다만, 다른 사람들은 지쳤을 터.
나는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선 던전에서 나간 뒤에 휴식하고 다시 들어와 클리어하는 거로 하겠습니다. 던전의 모습이 또 바뀔 수 있으니까요.”
내 말에 몇몇이 작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에 나 또한 덩달아 작게 웃었다.
사람들이 멀쩡한지 확인하던 와중, 유아한 씨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막내를 지켜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주한이가 알아서 하던데요.”
“그런가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샌가 다가온 유주한이 작게 속삭였다.
“저거 다 빈말이에요. 제가 어찌 되든 상관없었을걸요. 게이트 막힌 거 부수고 온 것도, 자기 커리어에 흉이 될까 봐 온 게 분명하다고요.”
“응?”
“유주한. 내 커리어에 흉이 될까 봐라니. 말은 가려서 해. 게다가 너는 S급 헌터면서 내가 왔을 때 쓰러져 있었잖아?”
“그건……! 그, 방심한 거야! 교묘하게 힘을 흡수하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
“알아야지. 그것도 모르는 실력으로 헌터가 되겠다고 한 거야?”
“누나야말로, 해결 방법도 없이 무작정 도우러 와 놓고 그게 할 말이야?”
“해결 방법은 그 상황에서 만들어 내는 거야. 가지고 가는 게 아니라. 유주한, 너 적당히 대들어.”
두 남매의 대화에 분위기가 단숨에 험악해졌다. 그 사이에 껴 있던 나는 둘이 왜 싸우는지 갈피를 잡지 못해 우선은 분위기를 전환했다.
“일단 나가죠!”
그러며 나는 입구에 손을 가져갔다. 게이트가 멀쩡하게 열려 있는 듯, 손이 쑥 들어갔다.
게이트 입구는 그 입구와 이어진 던전의 몬스터 다섯 마리를 죽이면 막혀 버린다. 그렇게 몬스터를 죽였음에도 입구가 막혀 있지 않다는 건… 역시 던전 자체가 바뀐 듯싶었다.
“입구는 멀쩡한 듯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나갈 테니 천천히 입구로 나가시면 됩니다.”
그렇게 사람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갔다.
멀쩡히 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던 나는 시선을 돌려 유씨 남매를 바라보았다. 사이가 험악했다. 전에는 이렇게까지 사이가 안 좋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아니, 이랬나?
‘주한이가 유아한 씨에 대해 불평을 하긴 했었는데… 이렇게 앞에서까지 말할 줄은.’
아니면 멸망의 징조로 인해 싸울 틈이 없어서 몰랐던 건가? 아니, 그렇다기에는 당시에도 여유로울 때가 있었으니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나랑 형은 저렇게 험악하게 싸우는 일은 없으니까……. 도대체 왜 저러는지 모르겠네.’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가족 문제는 가족끼리 해결하는 게 옳으니까. 다만 그게 나에게까지 번지면, 그땐 해결하려 들어야겠지만.
사람들을 내보내고, 유주한까지 내보내고 나니, 유아한 씨와 둘이 남게 됐다. 유아한 씨가 먼저 나가라는 듯 웃음을 보였으나, 이번 던전에서 리더 격으로 책임을 맡은 사람은 나였다. 내가 마지막으로 나가는 게 맞았다.
그러나 유아한 씨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나는 입을 열었다.
“혹시 할 말이라도 있으신가요?”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유아한 씨가 작게 침음을 내뱉더니 말했다.
“주한이가 절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 보여요.”
“그리고 저도 딱히 주한이를 좋아하진 않아요.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네?”
그렇다기에는 그전의 기억 속에선 유아한 씨가 유주한을 챙기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예를 들어 유아한 씨가 구한 무기를 유주한에게 준다거나, 마석을 준다거나, 유주한에게 해를 끼친 헌터들을 직접 처리한다거나 등.
“뭐랄까. 나이 차이 때문에 가치관이 달라서 그런가 봐요. …아니면 성장 환경 때문인가.”
“성장 환경이요?”
“혼잣말이에요. 어쨌거나 그래서 말인데요, 한지언 씨. 주한이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부탁이라뇨?”
“그냥… 옆에서 좀 도와주시면 되는 간단한 부탁이에요.”
“네? 그걸 왜 저한테…….”
본인이 하기 그렇다면 승현 헌터나 다른 A급 헌터도 있을 텐데 굳이 왜?
“나중에 알게 되시겠지만, 주한이가 아마 한지언 씨랑 가장 자주 다니게 될 것 같아서요.”
“저랑 주한이가 같이 다니게 된다니요?”
“뭐, 이른 시일 내에 알게 되실 거예요. 오늘이나 내일?”
“가장 자주 함께 다니니 그냥 같이 있을 때 자연스레 챙겨 주면 되는 건가요?”
“네, 뭐, 그렇죠.”
“그런 거야, 뭐…….”
“고마워요. 그럼 먼저 나갈 테니 따라 나오세요.”
옆에서 도와주라는 말을 나는 단순한 뜻으로 받아들였다. 정말 단순하게 이따금 도와주고, 부족한 부분을 자기 대신 채워 달라는 뜻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 말이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걸, 나는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하던 때에 알게 되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