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7
7화
문양 조화가 완벽히 되면 부분 개방은 물론 개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어느 정도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말 그대로, 능력이 몸에 흡수되는 것과도 같았다.
문제는 나는 이게 세 달 남짓 걸린다는 것.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긴 시간이었다.
문양 조화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토막 난 힘으로 어떻게든 싸우는 수밖에.
‘물론, 어디까지나 공식적으로 없는 거지만.’
도심 어느 외곽. 늦은 밤 하늘에는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관리가 되지 않은 듯한 트럭이 잔뜩 주차되어 있었다.
‘바뀐 건 없고.’
트럭 사이를 지나 낡은 건물에 가까워져, 턱에 걸려 있던 마스크를 올리고, 주머니에 있던 안경을 꼈다.
흐릿했던 인영이 어느새 선명해졌고, 더 가까이 다가가자 인영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알바?”
“네. 한지원입니다.”
“마스크는 왜?”
“아……. 감기 기운이 조금 있어서요.”
“감기 기운……? 야! 이런 새끼는 받지 말라고 했잖아!”
“뭘 따져! 그냥 대가리만 채우는 건데!”
같이 일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험악하게 생긴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휙, 돌리곤 나에게 물었다.
“몇 급이라고?”
“C급…이요.”
“뒤져도 책임 안 지는 거 알고 온 거?”
“네. 돈이 조금 급해서.”
남자는 귀찮다는 듯 눈을 찌푸리고는 적당히 체크한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멍청이들.’
헌터증이라도 한번 보면 바로 걸리는 걸, 허술한 관리로 걸리지 않았다.
나는 돌아간 사람을 뒤로하고 주위를 흘긋 살폈다. 이 사람들과 관련이 없는 듯 보이는 사람 두 명이 저 멀리 구석에서 불안한 듯 몸을 떨거나 조용히 다리를 떨고 있었다.
성큼. 나는 서로 각자 구석에 박혀 있는 사람 중 유독 떠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예?”
생글 웃으며 인사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사람이 시선을 이리저리 굴리다 겨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계속해서 웃는 얼굴로 옆에 서자 그는 흠칫 몸을 떨더니 시선을 굴리며 나를 쳐다보고 바닥을 내려다보길 반복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거기! 슬슬 들어갈 거니 모여!”
건장한 사람들 네 명. 아마 전부 B급.
옆에 있던 사람이 바들바들 떨며 겨우 발을 떼어 앞으로 걸어 나갔고, 조용히 있던 사람도 잠시 뜸을 들이다 이내 건장한 남자들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걸음을 뗐다.
“설렁설렁 기지 말고 빨리빨리 합시다!”
그 말에 흠칫, 앞에서 걸어가던 사람이 잠깐 놀라더니 이내 속도를 높였다. 나는 그를 성큼 따라가며 말했다.
“제가 많이 불안해서 그런데, 우리 통성명할래요?”
“…예? 지금 무슨―”
“전 한지원이에요. 스물다섯 살.”
“…박우윤…입니다. 스물세 살…….”
“오늘 잘 부탁드려요.”
박우윤. 지금은 B급이지만 훗날 A급이 되어 A급 최상위권에서 군림할 인재. 그리고 내가 여기에 온 이유 중 하나.
현재 가족의 입원비를 내야 하는 박우윤은 번듯한 직업도 없고, 아르바이트도 하는 족족 실수를 저질러 해고를 당한 박우윤은 급급한 마음에 짐꾼 일을 자처하게 됐다.
짐꾼. 말 그대로 던전에서 나오는 짐을 대신 짊어지는 일로,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을 수거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하위 등급 헌터들이 모인 집단에서는 종종 보이는 직종이었다. 중상위 등급 헌터는 인벤토리 아이템을 소지한 경우가 많아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들을 전부 인벤토리에 집어넣을 수 있으니 짐꾼이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중상위, 돈이 여유로운 사람에 한한 이야기였다.
인벤토리가 없는 헌터는 이렇게 짐꾼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짐꾼을 구한 진짜 이유는…….
재차 싱긋 웃으며 박우윤을 쳐다보자 그는 획, 떨떠름한 표정으로 잠시 나를 쳐다보다 고개를 돌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나 역시 더 이상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우뚝, 건장한 사람들 앞에 멈춰 섰다.
“더럽게 느리네. 빨리빨리 합시다, 빨리빨리.”
“죄, 죄송―”
“네.”
내가 웃으며 그렇게만 대답하자 남자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이내 표정을 구기고는 게이트 앞으로 향했다.
이어 가장 건장한 사람이 게이트 앞에 선두로 서고, 우리를 잠시 훑어보다가 입을 열었다.
“이번 게이트는 B급입니다. 알바분들은 어지간해서는 보호해 드리지만, 혹시 모를 사태가 벌어지면 자기 목숨은 자기가 간수해야 합니다. 그럼 혹시 질문이 있으신 분은……. 그냥 빨리 들어가죠.”
남자는 귀찮은 듯 휙 뒤로 돌아 게이트로 들어갔다. 바들바들 떨며 들어가기를 거부하는 듯했던 박우윤도 다른 사람들에게 등을 떠밀려 게이트로 쑥 들어갔다.
그리고 나 역시 성큼,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빛이 잠시 눈앞에 아른거리다 이내 사라지며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그럼 알아서들 잘 따라오십쇼.”
불법으로 도는 던전이면서, 불법 헌터들은 되게도 우쭐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이 던전 공략이 불법인 이유? 간단했다.
던전이 생기면 협회에 신고하고 던전 소유에 대한 경매를 거친 후, 금액과 수수료를 내는 것이 보통인데, 이 던전은 협회에 신고하지 않은 던전이었다. 정말 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신고하고 공략을 하는 것이 보통이거늘. 신고하지 않고 공략 중이었기에 불법이었다.
이런 불법 행위를 굳이 하는 이유는 수수료 때문도 있고, 신고할 경우 높은 확률로 경매 과정 때 길드들이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차라리 처음부터 세상에 없었던 것처럼 남몰래 공략해 버릴 심보였다.
“알바분들은 계약서상 내용대로 각자 알아서 제 몸 지키세요. 저희는 몬스터 잡을 겁니다. 나오는 아이템들 잘 모아 주시면 되는데, 슬쩍하시면… 아시죠?”
“네… 네.”
이렇게까지 해서 던전을 공략하려는 이유? 하나밖에 없었다. 이유는, 당연하게도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낮은 등급의 던전이라도 거기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전부 독식하면 회사원 월급 이상, 아이템 좋은 거 하나 얻으면 인생 핀다, 마석만 먹어도 일주일은 버틴다 등, 현 상황에서 헌터라는 직업은 인생이 피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현실은 까딱하면 죽거나, 현상 유지만 해도 다행이기 일쑤였다.
“거슬리니까 한쪽으로 꺼져 있어! X발, 뒈지고 싶냐고!”
“죄, 죄송, 합니다…….”
박우윤이 몬스터에 놀라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몬스터들이 잔뜩 몰려와 불법 헌터들이 겨우 처리했다. 몬스터들을 다 처리한 불법 헌터들이 인상을 구기며 박우윤을 윽박질렀다. 다행히도 몸이 성해야 쓸모가 있으니 아직은 구타를 가하지는 않―
“이 X발, 다시 생각해도 빡치네!”
뻐억. 살이 거세게 부닥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박우윤이 힘없이 쿠당탕 뒤로 굴렀다.
‘…생각하기 무섭게 때리네.’
막으려면 막을 수는 있었다만 굳이 막지 않았다. 아직은 내가 나서기에 상황이 애매했다.
게다가 조화는 오래 걸렸기에 비축된 힘이 그리 많지 않았다. 여기서 싸움이 일어나면, 이것들을 치워 버리는 데에 힘을 거의 다 소모해서 앞으로 나타날 몬스터들과 공략해야 할 보스를 처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기에, 아직은 나서지 않는 게 옳았다.
박우윤을 기어코 한 번 때린 불법 헌터가 뒤로 휙 돌며 말했다.
“야, 일단 다음으로 가― 아, 씨, 또 퍼즐이야?”
공략이 지체되고 있는 현재, 우리는 나무가 박혀 있는 돌벽에 가로막혀 다음 스테이지로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던전 공략의 끝인 최종 보스의 방으로 향하려면 스테이지 클리어가 필요했다. 스테이지는 크게 두 종류로, 몬스터 처리와, 주로 수수께끼나 미로, 다음 스테이지로 가기 위한 버튼을 찾는 등의 퍼즐이 있었다. 대다수의 던전이 두 종류의 스테이지가 섞인 형태였다. 이 던전도 마찬가지고.
“퍼즐이 아니라 열쇠가 필요한 거 아니냐?”
“그렇다기에는 나온 게 없잖아.”
“다른 길은?”
“없었잖아. 멍청이가.”
“누가 멍청이야, 개새끼가.”
그러며 혀를 차던 불법 헌터가 문득 나를 흘긋 쳐다보고는 기발한 생각이 난 듯 제 편과 쑥덕거렸다. 그들은 이내 단체로 헤실 웃고는 내게 한 걸음 다가와 돌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거 풀어.”
“…네?”
키득 웃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들려왔다.
“이런 건 계약서 조항에 없지 않았나요?”
“모르겠고, 빨리하라니까?”
그는 콱, 내 멱살을 쥐어 잡더니 그대로 나를 나무가 박힌 벽에 밀었다. 내가 힘없이 밀려나 주자 이번에는 대놓고 웃었다.
‘진짜 바뀌는 게 하나도 없네.’
나는 잡혔던 옷깃을 털털 털고 벽에 박힌 나무를 매만졌다. 나무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보통의 벽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벽. 저들이 여기서 막히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처럼 그저 이리저리 벽을 매만지기만 했다. 그러자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말이 들려왔다.
“아, 빨리―”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딸깍. 벽과 붙어 있지 않은 나무의 줄기 아래에 숨겨진 벽이 버튼처럼 눌렸다.
“…….”
쿠르릉, 나무가 박힌 벽이 문처럼 열리며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나에게 무어라 하려 했던 사람은 말을 멈추고 제 뒤통수를 매만지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문안으로 쏙 들어갔다.
“운 좋다?”
다른 불법 헌터의 말에 나는 그저 씩 웃어 보였다. 그는 나를 이상한 사람 보듯 쳐다보곤 뒤이어 문안으로 쏙 들어갔다.
뒤를 흘긋 바라보자 무언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한 명, 그러니까 아마 E급일 헌터와 아직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박우윤이 눈에 들어왔다. 차라리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심신 안정에는 더 좋겠지만 맞기까지 해 놓고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멍청했고 그 이유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그렇게 다음 스테이지로 가자, 이번에는 어두컴컴한 장소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그 모습에 불안감이 물씬 들었는지 불법 헌터 중 한 명이 상의 없이 박우윤을 지목하며 입을 열었다.
“야! 너!”
“네, 네?”
“몬스터 좀 몰아와.”
“네?”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 처먹어. 빨리빨리 하자?”
“…….”
“개방도 안 하고 꿀 빠는 놈들이 말이 많아요, 말이…….”
지목당한 박우윤이 바들바들 떨며 문양을 개방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에 작고 검은 뿔이 생기고 손톱이 검고 길게 변했다.
“빨리 가. 아, 아이템은 그대로 가져오는 거 잊지 마라.”
툭, 힘없이 등 떠밀려 앞으로 나선 박우윤은 어두컴컴한 복도에 미처 발을 들이기도 전에 바들바들 떨며 움직이길 거부했지만, 뒤에서 들리는 고함 때문인지 비척거리며 겨우 어두운 복도 안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몇 분이 지났는지 모를 시간. 박우윤은 돌아오지 않았다. 저 멀리 아득한 어둠 속에는 누군가의 모습도, 소리도, 그 어느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뒤졌나 본데?”
불법 헌터들이 자기들끼리 낄낄 웃었다. 이상함을 진즉 눈치챈 다른 E급 헌터가 뒤로 주춤, 물러나다가 곧장 문양을 개방해 빠르게 뒤로 도망쳤지만.
“아유, 귀엽다.”
휘릭! 누군가의 손에 있던 와이어가 살아 있는 듯 움직이며 도망치던 E급 헌터를 향해 쏘아져 가 결국 그를 붙잡았다.
“악!”
E급 헌터는 쿠당탕 요란하게 넘어지며 질질 끌려왔다. 그러곤 멱살을 잡혀 어두운 복도 안으로 휙 던져졌다.
“마침 개방도 하고 잘됐네. 이번엔 네가 가라. 어차피 입구도 막혀 있는데 앞으로 달려가는 게 더 낫지 않겠어?”
“…….”
게이트의 입구는 몬스터 다섯 마리를 처치하거나 다음 스테이지로 가게 되면 다신 나갈 수 없었다.
E급 헌터는 바들바들 떨며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 짧은 시간이 흘렀다. 그 잠깐의 시간도 버티지 못한 놈들이 주먹을 휘두르려는 찰나, 내가 입을 열었다.
“제가 갈게요.”
“…허? 야. 저 새끼가 간단다. 은인이네, 은인! 어휴, 겁쟁이 새끼.”
그러더니 그는 바닥에 침을 찍 뱉고는 내게 고개를 까닥이며 썩 꺼지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여전히 생글거리며 주저앉아 있는 E급 헌터를 지나쳐 어두운 복도로 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귀에 거슬리는 웃음과 비아냥거리는 말들이 들려왔다.
‘그래, 뭐. 지금이라도 웃으세요들.’
나는 가벼운 걸음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걸었다.
‘열 걸음 오른쪽.’
저 헌터들이 짐꾼을 구한 진짜 이유.
미끼.
보통이라면 높은 등급의 헌터가 앞장서 위험에 맞서야 하지만, 저것들은 겁도 나고 자신들이 다치면 치료를 해야 하니 그 비용이 아까워 미끼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던전에서 나오기 전에 짐꾼을 죽이는, 가장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이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많으니.
어두운 복도. 불법 헌터들은 몬스터가 숨어 있을까 두려워 짐꾼들을 미끼로 던진 것이겠지만 그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이번 스테이지는 미로. 환상을 보여 주는 미로였다. 그것도 미로로 진입한 이가 현재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보여 주는 그런 미로였지만.
‘나한테 소용이 있을 리가.’
트릭을 다 파악했기에 나는 환상에 걸려들지 않았다. 애초에 현재 내겐 두려운 것이 없었기에 미로에 걸려들려야 걸려들 수가 없었다.
‘박우윤이 여기쯤 있― 아.’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따라 어두운 복도를 걸으니 바닥에 알 수 없는 액체들이 철퍽였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