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73
73화
리플 길드 응접실. 현재 나는 며칠 전에 일어난 일을 가지고 두 길드장에게 추궁 아닌 추궁을 받고 있었다.
“진짜 바다 구경하러 갔다가 찾은 거예요.”
“그렇다기에는 결계 능력자에게 일회성 능력 증폭 아이템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한지언 헌터라도 찾기 어려웠을 겁니다.”
어쩐지 중간에 아무런 기척 없이 잘 도망갔더라.
옆에 앉아 가만히 듣고만 있던 지화연 씨가 말을 덧붙였다.
“하물며 납치됐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던데요.”
“…그런가요.”
“그러고 보니 서울 협회 소속의 박우윤 헌터, 분명 한지언 씨가 도와준 인물이었죠? B급이었다가 A급으로 성장한 헌터인 걸로 아는데.”
증폭 아이템? 전에는 그런 거 없었다. 그래서 우연히 찾은 거라는 말로 어물쩍 넘어갔지.
다만 지금은 상황이 애매했다. 심지어 그날 내 몸을 멈추게 했던 것의 정체는 현장에서 파악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저들이 날 멈추게 한 것인지 현재까지도 알지 못하는 채였다.
하필 왜 그런 아이템이 생겨난 것이며, 날 멈추게 한 것은 무엇이며, 납치된 사람들의 수는 왜 적어진 것인가.
‘납치된 사람들의 수가 적은 건 불행 중 다행이다만.’
문제는 그 덕에 늘 사용했던 변명거리가 사라졌다는 거였다.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본래 가려던 위치가 그곳이었어요. 사진에서 봤는데 이쁘더라고요. 실제로도 그랬고. 그리고 아시려나 모르겠는데 저 환상 계열에 면역 능력이 있거든요. 최면도 일종의 환상 계열이잖아요? 그래서… 네. 어쩌다 찾게 됐네요.”
말이 끝나자 침묵이 이어졌다. 결계는 최면 계열이었으니, 비슷한 계열인 환상에 면역 능력이 있다고 하면 되는 일이었다. 끝까지 바다를 보고 싶어서 갔다고 우기면 뭐라 할 수도 없을 터.
나는 시선을 한 군데 가만히 뒀다. 왔다 갔다 하면 오히려 더 의심받으니까.
“…뭐, 그건 그렇다 치죠.”
응?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사실 오늘은 다른 이유로 모인 거예요.”
지화연 씨가 태블릿을 책상에 놓고 사진을 보여 주었다.
두 번째로 열린 탑이었다. 형과 류천화 씨, 유아한 씨가 들어간 거꾸로 된 하얀 탑. 근접 사진을 보니 하얀색이라기보단 빛을 받아 무지개색으로 일렁이는 모습이었다. 보석 중 오팔을 떠오르게 하는 모양새였다.
“이게 왜요?”
“여기 보이시죠?”
지화연 씨가 탑의 입구를 가리켰다. 열려 있는 걸 보니 입구가 열리자마자 찍은 사진인 듯싶었다만… 그런 거라면 굳이 내게 이런 걸 보여 줄 이유가 없었다.
지화연 씨가 말을 이었다.
“아직도 열려 있어요. 모든 국가의 헌터들이 들어갔는데.”
“입구가 열려 있다고요?”
“네. 모든 인원이 들어가도 닫히지 않는 문을 보고 혹시 단순히 규칙이 다른가 싶어서 탐사대를 보냈대요. 문제는 그 탐사대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거고요. 기존의 인원 중에서도 나오는 사람이 없어요. 입구가 출구의 기능을 하지 않는 거라는 의견도 있지만… 닫히지 않은 입구로는 다시 나올 수도 있다는 게 던전의 규칙이잖아요. 그래서 대부분 탑 안에서 무슨 문제가 생겼다, 라는 의견을 내고 있어요.”
“…근데 그걸 왜 저한테?”
“저희 길드장들은, 각 탑에 한 명씩 들어가기로 이미 내정이 되어 있어요. 그러니 세 번째 탑에 들어갈 승현 헌터는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그렇다고 이제 막 헌터 생활을 시작한 유주한 헌터를 보낼 수도 없잖아요?”
말하는 내용이, 다음 얘기를 예측할 수 있게 했다. 즉 다시 말해.
“제가 두 번째 탑에 들어가게 됐나요?”
“확정은 아녜요. 나중에 추가 인원을 들여보낸다고 발표가 나면 그때 확실히 정해질 거예요.”
“A급 헌터도 있지 않나요? 왜 저를…….”
“S급 헌터도 나오지 못하는 듯한 상황에, A급 헌터가 들어간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뭐, 영 들어가기 그러시다면 안 들어가셔도 돼요. 저희도 어디까지나 탑에 들어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 추가 인원을 보내는 거고.”
“굳이 도움을 주지 않아도 알아서 나올 사람들 같은데요.”
“그건 맞긴 하죠. 다만, 음…….”
지화연 씨가 생글 웃고, 승현 헌터는 슬쩍 시선을 회피했다. 왜들 저러는 걸까 싶을 무렵, 문득 든 생각에 나는 입을 열었다.
“혹시 윗분들 생각인가요?”
“…….”
지화연 씨가 아무 말 없이 생글 웃는 걸로 보아 맞는 모양이었다.
‘…멸망 징조가 나타났으면, 그거 핑계로 몰래 협회를 부수는 건데.’
협회를 부수는 건 나만의 이벤트 같은 거였다. 던전 브레이크가 우르르 일어나지 않은 지금은 핑계가 없어서 하지 못할 뿐.
어쨌거나 이건 뒤로하고.
“저는 상관없어요. 오히려 들어가 보고 싶기도 했고.”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네, 뭐.”
두 번째 탑은 내게 유리한 곳이었기에 더욱 상관없었다. 애초에 못 들어가서 아쉬웠는데, 이렇게라도 들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지.
“그럼 일단 그렇게 정해진 거로 할게요.”
할 일을 끝마쳤다는 듯, 지화연 씨가 유유히 응접실 문을 열고 제 갈 길을 갔다. 나 역시 따라 나가려던 찰나, 승현 헌터가 나를 불러 세웠다.
“무슨 일이세요?”
“유주한 헌터가 곧 정식으로 S급 던전을 돌 수 있게 됩니다.”
“꽤 늦었네요.”
“아무래도 하루 동안 돌 수 있는 던전이 제한되다 보니.”
그나저나, 이 말을 한다는 건…….
“주한이의 S급 던전 공략이 예정되어 있나요?”
“일단은 그렇습니다. 상황에 따라 미뤄질 수도 있고요.”
“그리고 제가 거길 따라가길 바라시는 거고요.”
“…맞습니다. 물론 강제는 아닙니다. 한지언 헌터가 안 되신다면 제가 따라가면 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왜 저한테?”
“아무래도 그간 한지언 헌터가 유주한 헌터와 가깝게 지냈다 보니 유주한 헌터가 한지언 헌터를 좀 더 편하다 느끼는 듯합니다. 임시긴 해도 저의 길드원인 만큼, 좀 더 나은 던전 공략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승현 헌터의 마음 잘 알죠.”
“이해 감사합니다. 따라서 아직 청소년인 유주한 헌터에게는, 아무래도 삭막한 분위기는 그다지 달갑지 않을 걸로 생각합니다. 한지언 헌터의 팀은 대체로 밝은 분위기이기도 하고, 함께 공략을 한 적도 있죠. 앞으로 함께할 팀이니 좀 더 익숙히 스며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질문을 예상한 듯, 준비된 멘트 같았다. 다만 승현 헌터의 성격을 생각하면 꾸며진 말은 아닐 터.
그러니까 간단히 말하면, 내가 따라가서 대신 좀 친해져 달라는 뜻인가?
‘조금 대화하다 보면 주한이가 승현 헌터를 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나? 승현 헌터가 말주변이 없는 것도 아닌데.’
단지 사적인 대화를 안 하는 것뿐이지.
‘…그게 그건가?’
내가 침음을 내뱉으며 헛생각을 하는 모습을 본 승현 헌터가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강제는 아닙니다.”
“아. 그걸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니고요.”
그러고 보니, 그건 어떻게 됐지?
“전에 말씀해 주셨던 팀은 어떻게 됐나요?”
“유주한 헌터도 승낙한 사항이라, 아직 서류상 변경은 안 됐지만 현재 같은 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럴 것 같긴 했지.
“또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십니까?”
“아뇨. 아. 주한이의 S급 던전 공략 일정이 어떻게 될까요.”
승현 헌터의 얼굴에 미미한 화색이 돌았다.
♧♣♧
시간은 흘러 S급 던전 공략 당일.
“형! 오래간만이에요.”
“너도. 잘 지냈어?”
“네! 키 컸어요!”
보기엔 별 차이 없어 보인다만, 본인이 컸다 하니 큰 거겠지.
“그런데 문양이 키 크는 거에 도움이 되나요?”
“아니?”
“그럼 몸에 아무런 효과도 없어요?”
“되레 성장을 막지?”
“…네?”
“아.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은 예외야.”
“…그러면 성장이 끝난 성인은요?”
“성장이 끝난 몸이 가장 전성기의 상태여서 노화하는 걸 막는 거라는데, 확실한 건 나도 잘 몰라. 그래도 완전히 막는 건 아니고, S급 던전 몇 개 돌면 몸에 근육이 좀 붙을까 말까 하긴 해.”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막, 누가 봐도 근육이 잘 잡혀 있던데요? 온연 길드장이나, 승현 헌터나…….”
“그건 던전을 엄청나게 많이 돈 사람이거나, 문양이 생기기 전부터 그랬던 사람일 거야.”
“…….”
유주한이 잠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나는 말을 이었다.
“넌 성장이 덜 끝났으니까, 움직인 만큼 완벽히 적용되진 않겠지만, 성인보단 많이 적용될 거야.”
“그렇겠죠?”
앞에서 화색을 띠는 유주한의 뒤로, 마허윤이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잰 또 왜 저래.’
반면 윤시아와 강희민은, 남들이 옆에서 뭐라든지 둘이서 잘 떠들고 있었다. 저번에 같이 던전에 갔던 게 효과가 있는 모양이었다. 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역시 어느새 친해졌는지, 서로서로 떠들면서 화기애애하게 앉아 있었다.
금세 친해진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던전을 확인하던 협회 헌터가 이제 들어가도 된다는 말을 건넸다.
본래는 S급 던전에서만 이런 조치가 이루어졌으나, 저번 일 이후로 B급 던전 이상을 공략하려면 협회 사람들이 먼저 확인을 한 뒤 공략할 수 있었다. 협회 사람만 일이 더 늘어난 꼴이었다.
던전이 안전하다는 걸 확인받은 뒤, 나는 팀원들을 보며 말했다.
“여러분, 아까도 말했지만 이번 던전은―”
말이 끝나기도 전, 쿵! 바닥이 울리며 폭발음이 들려왔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들린 굉음이었다.
소리만 들으면 평범히 가스가 폭발했거나 수도가 터진 것 같기도 했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에겐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졌다. 일제히 눈을 번쩍 뜨고 굉음이 들린 쪽을 쳐다보았다.
“이건…….”
신서하가 작게 중얼거렸다. 강희민은 나를 흘긋 쳐다보며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윤시아는 몸을 움찔거리며 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박주완은 벌써 문양을 개방했다. 유주한은 애매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마허윤은…….
‘응?’
마허윤의 얼굴을 보자, 그는 예상외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허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기… 우리 집 근처인데.”
그 말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놀라 나를 쳐다봤다. 던전 클리어를 할 것인지, 낌새가 이상한 저곳으로 가 볼 것인지에 대한 선택권이 현재 팀의 리더인 나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협회 사람에게 물었다.
“무슨 상황입니까?”
“그, 현재 통신 장애가…….”
“됐습니다.”
혀를 차고 부분 개방을 해 낫을 만들어 냈다. 애초에 저렇게들 쳐다보면 선택권은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나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주변에 피해를 최소한으로 주면서 움직이세요. 던전 클리어는 일단 뒤로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윤시아가 로켓처럼 튀어 나가고, 강희민이 그 뒤를 따라갔다. 마허윤 역시 세상 빠른 속도로 사라졌고, 유주한은 마허윤의 말이 기억에 남았는지 마허윤을 따라 이동했다. 신서하와 박주완은 나와 함께 움직일 생각인지 가만히 있었다.
“먼저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천천히 오세요.”
신서하와 박주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서포트 및 방어 능력자라 아마 속도가 느릴 터. 차라리 먼저 가는 게 나았다.
굉음이 들린 곳으로 가까이 가자 사람들이 대피를 하는 게 보였다. 적어도 던전과 관련된 무슨 일이 벌어진 것만은 분명했다. 평범한 던전 브레이크일 수도 있고.
‘이렇게 확 트인 곳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터질 가능성은 적은데.’
저번에 있었던 일종의 경고로 인해, 협회의 던전 관리가 꽤 빡빡해졌다. 직원들이 남아도나 싶을 정도로. 게이트가 하수구에서 생겨나기라도 한 게 아닌 이상 이런 규모의 게이트가 터질 리는 없었다. 아니, 그 하수구조차도 게이트가 생겨날 걸 대비해 수시로 확인한다고 들었다.
‘느껴지는 정도는 대략 C급 이하인데.’
저번과 같은 현상일까 싶어 확인을 위해 접근하는데, 사람들이 대피하여 휑한 동네, 그 가운데에 어린애가 서 있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던 발을 멈춰서 고개를 숙여 울고 있는 어린아이를 잠시 바라보았다.
‘왜 애가 여기 혼자 있지?’
어린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왜 여기 있니?”
“…….”
아이는 아무런 말 없이 흐느끼고만 있었다. 우선은 데리고 협회 사람에게 가든지 해야겠다 싶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할 가능성이 컸으니.
“일단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줄 테니 따라올래?”
아이는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지만 아이를 달래 줄 상황은 안 됐다.
일단은 데려가야겠지 싶어 고개를 살짝 숙이자, 누군가가 뒤에서 외쳤다.
“한지언 헌터!”
신서하의 목소리였다. 무슨 일인가 하고 뒤로 돌려던 찰나,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멍청이.”
“뭐?”
휘익. 어린아이의 머리카락 색이 하얗게 물드는 듯싶더니 아이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뒤로.
“무슨―”
꾸득.
새파란 게이트 속에서, 나뭇가지가 튀어나와 내 옆구리를 꿰뚫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