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78
78화
“…유아한 씨?”
“여기 출입 금지 구역이에요.”
무슨 말인가 싶어 나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바라보았다. 내가 누워 있는 곳은 벽돌로 포장된 바닥 가운데 유일하게 풀이 자라난 뜰이었다. 그리고 작은 울타리가 뜰을 보호하고 있었고, 울타리 위로 출입 금지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는 유아한 씨도 출입하셨잖아요.”
“상관없잖아요? 꿈인데.”
“예?”
“네?”
유아한 씨는 꿈을 꾸는 상태였다. 의사 가운에 평범한 검은 머리카락. 이곳이 유아한 씨의 꿈이 아니라면 유아한 씨는 문양을 개방한 모습이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건, 꿈의 인격 그대로인 것일 터.
…근데 어떻게?
“모르셨어요? 꿈에 들어오셨길래 아시는 줄 알았는데.”
“알긴 아는데…….”
“그럼 꿈에서 나가는 법 좀 알려 줘요. 계속 여기 갇혀 있었으니까.”
“아.”
꿈에 대해 명확히 아는 게 없다면, 유아한 씨는 순전히 자각몽을 꾸고 있는 건가?
‘진짜 운빨…….’
독도 안 통해, 꿈도 자각해. 뭐 하는 사람이야, 도대체?
“그래서, 어떻게 나가요?”
“…방법은 간단해요. 꿈의 본체에 강한 충격을 주면 되니까요.”
그 말에 유아한 씨가 저 자신을 가리켰다.
“네.”
“그거 맞아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아한 씨가 골똘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근데 아까부터 의문이었는데.”
“네?”
“한지언 씨는 왜 여기 계시는 건가요? 여긴 두 번째 탑 안일 텐데?”
“…빨리도 물어보시네요.”
“너무 자연스럽게 있길래. 그래서 어떻게 여기 계시는지?”
“…추가 인원으로 들어왔어요.”
“입구가 열려 있었다는 뜻이네요. 새로이 열렸거나.”
“전자예요.”
“그렇구나.”
“그럼 이제 슬슬 나가죠.”
내 말에도 유아한 씨는 생글 웃으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 모습의 의문을 표하자, 유아한 씨가 입을 열었다.
“사실 문제가 하나 있는데요.”
“문제요?”
“그 방법……. 그냥 직접 보시는 게 빠르겠네요.”
“무슨 소리를―”
유아한 씨의 손에 어느새 의료용 가위가 생겨나더니, 손잡이 부분을 남기고 그대로…….
푸욱. 유아한 씨가 제 심장 깊숙이 가위를 심었다. 그녀의 심장 부근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그러나 유아한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질척이는 피로 얼룩진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충격 요법이, 안 통해요.”
“어…….”
“옥상에서 떨어져도 봤고, 넘어지는 척 바닥에 머리도 박아 봤고……. 뭐, 이것저것 다 해 봤는데 안 됐어요. 그래서 그런데, 다른 방법은 없어요?”
“있긴… 한데요.”
그렇게까지 했는데 통하지 않았다면, 과연 이 방법이라고 통할까 싶었다. 그 방법은 간단했다. 내가 했던 방법.
“꿈에서 죽으면 돼요.”
“충격 요법이랍시고 별짓을 다 해도 안 죽었는데요?”
“그래서 유아한 씨에게 통할까 싶네요.”
이런 경우는 나도 처음인지라.
―네 주변 다 이상해.
그 순간 주위를 맴돌기로 작정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리자, 역시나 탑주가 있었다.
“…그냥 대놓고 따라다니지 그래?”
―이번에 만난 건 우연이야. 네가 아니라 저쪽에 볼일이 있거든.
그러며 탑주는 시선을 유아한 씨에게 옮겼다.
“…어린 헌터가 이곳에 들어왔을 리는 없고, 이번 탑의 주인인가 보지?”
―…….
탑주가 나를 흘긋 보는 듯싶다가 다시 유아한 씨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유아한 씨가 짧게 답하는 듯한 말소리는 들려왔지만 그뿐이었다.
“별로 궁금하진 않았는데. 그래서 결국은 내보내 준다는 건가?”
―그래. 하나, 이동은 너희가 직접 해야 해.
“어떻게?”
―꿈의 본체, 즉 너의 꿈. 이곳에서 가장 깊은 기억이 있는 곳에 출구가 있어. 그곳을 찾아 나가면 돼.
“가장 깊은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를 찾으라고…….”
―출구를 넘으면 네가 원하는 생명이 있을 거야.
탑주는 나를 쳐다보다, 훅, 단숨에 사라졌다. 탑주가 사라지고 곧이어 유아한 씨가 물었다.
“원하는 생명이요?”
“류천화 씨를 말하는 걸 겁니다.”
“아, 그렇구나. 그럼 이동하죠.”
“출구가 있는 곳이 어딘지 아세요?”
“여기엔 그럴 만한 데가 한 군데밖에 없어서요.”
“그러고 보니… 여긴 어딘가요? 병원인 것 같긴 한데.”
“제 예전 근무처예요.”
“예전 근무처요? 아, 그러고 보니 병원에서 각성하셨었죠.”
“네, 그랬죠.”
병원 밖을 돌아다니는 동안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건물 안쪽엔 사람이 있을까 싶었지만, 들어갈 일은 없었다.
병원 건물을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은 병원 밖, 입구였다. 아니나 다를까, 공간이 깨져 있었다. 깨진 공간 너머 또 다른 풍경이 보여 왔다.
“이런 곳에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셨어요?”
“…꽤 인상 깊은 일이 있었죠.”
병원 입구에서?
그러나 유아한 씨는 말을 잇지 않고 깨진 공간을 향해 걸었다.
“그럼 들어가죠.”
“아, 네.”
공간을 넘기 전 보인 풍경은 잔디밭이었다. 공간을 넘어가자 우리는 그리 크지 않은 마당에 들어서 있었다. 유아한 씨는 어느새 문양이 개방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류천화 씨는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글쎄요. 보아하니 가정집 같은데, 휴식을 취하는 꿈이라도 꾸시는 거 아닐까요? 영화를 보고 있다거나.”
“혹시 몰라요. 인형이 가득한 방에 있다거나.”
그 말에 미래 도시에서 보스 방에 진입했을 때 류천화 씨가 인형들을 상대하던 일이 떠올랐다. 던전의 연장선 위에 있는 건가.
“아니면 피를 뒤집어쓰고 있을 수도 있죠.”
“뭐든 평범하진 않을 거라는 뜻인가요?”
“꿈을 꾸는 사람이 평범하지 않으니까요. 한지언 씨도 같이 계셨던 적이 있어 아실 거라 생각했는데요.”
“조금 파괴적이긴 했어도 아직은 평범…….”
“단언컨대, 류천화 씨랑 평범이라는 단어는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에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많은 일이 있었죠?”
유아한 씨가 말을 말자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많은 일…이 있었을 터고, 앞으로도 있을 예정이었다. 그중 하나를 꼽자면, 멸망의 징조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너무 늦어 화난 류천화 씨가 A급 몬스터의 멱을 잡고 정부 청사에 던진 것 정도.
‘그 정도는 그래도 온건한 편이지.’
류천화 씨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던 와중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아한 씨도 그 모습을 발견한 듯했다.
“…평범하네요. 개를 이끌고 달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자고 있고.”
마당 가운데, 흰 털이 복슬복슬 난 대형견이 누군가와 누워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지 예측은 갔다. 그야 이곳은 류천화 씨의 꿈이었으니까.
“뭔가… 의외네요. 평화랑은 거리가 먼 사람 같았는데.”
“너무 야박하시네요.”
“저 사람이 그간 보여 준 모습이 그 꼴인 걸 어떡해요.”
그건 동감한다만, 내가 동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내가 류천화 씨를 보았던 미래 도시 던전에선 좀 부수는 것밖에 안 했으니까.
“그나저나 어떻게 할까요.”
“뭘 고민해요. 그냥 꿈에서 깨우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렇죠? 그런데 깨우려면 충격을 줘야 하잖아요.”
“어떻게든 충격만 주면 되잖아요?”
“그렇…죠?”
“그럼 간단하죠.”
유아한 씨가 몇 걸음 다가가는 듯싶다가, 텅! 재빠른 속도로 누워 있는 류천화 씨를 향해 뛰어오르더니 그대로 주먹을… 내리꽂았다.
다짜고짜 주먹을 꽂아 버리는 유아한 씨에 당황한 것도 잠시, 시야가 변하며 경계선이니 뭐니 하던 곳으로 돌아와 있었다.
“…….”
“봐요. 깼죠?”
그냥 때리고 싶었나 보다.
류천화 씨가 안면을 쓸어내리며 일어났다.
“…한지언 헌터가 왜 여기 있는 거지?”
“24시간 내내 열려 있는 탑의 입구 때문에 추가 인원으로 선발돼서 들어왔습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추가 인원을 들여보내진 않았을 텐데.”
“불규칙적으로 일어나는 단체 던전 브레이크 현상이 클리어되지 않은 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판단되어 결정된 사안입니다. 아, 그리고 여긴 탑의 1층이에요. 조금 전까지 류천화 씨는 꿈을 꾸며 자고 있었고, 방금 저희가 깨운 거고요.”
속사포로 하는 대답에 만족했는지 류천화 씨가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물음을 던졌다.
“한지운 헌터는 없는 건가? 가장 먼저 깨웠을 것 같은데. 먼저 다음 층으로 간 건가?”
“…어. 형은 나갔어요.”
내 말에 둘이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음 층으로 갔다, 라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위험했다. 밖으로 나가면 바로 거짓말이라는 걸 알 수 있는 일이었고, 입구가 상시 열려 있으니 도중에 형이 다시 들어올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솔직히 이야기하는 게 옳았다.
“저기, 저 입구로 쫓겨났어요.”
“쫓겨나?”
“네.”
“…흠.”
상세히 말하진 않았다. 형이 죽으면 세상이 돌아갈 거라 내가 일부러 내쫓았다고, 미쳤다고 상세히 말하나.
둘은 더 이상 사정을 캐내지 않았다. 형이 하도 개인주의로 다녀 그러는지는 몰라도 내겐 다행이었다.
“그런데 여긴 다음 층인가요? 물인 것 같은데 딱딱하네요. 안쪽엔 사람이 있고. 숨은 잘 쉬어지려나?”
“여긴 다음 층이 아니라…….”
“1층인가.”
―정확히는 0층. 꿈에 들어가지 않은 현실이야. 그리고 아래는 꿈. 즉 이곳은 꿈과 현실의 경계선이지.
앳된 목소리에 이목이 쏠렸다.
“탑의 주인인가?”
“네.”
“저걸 죽이면 탑이 사라지는 건가.”
“그렇겠지만… 당장은 못 죽일 거예요.”
“보고서에 분명, 층을 클리어할수록 힘이 약해진다고 했지. 지금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한데.”
“온연 길드장님. 여기엔 진정제 없으니까 스스로 진정.”
“유아한 헌터.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아드레날린 과다 분비 환자?”
“…지극히 정상이다만.”
…한국 팀 누가 짰어.
‘형까지 있었으면… 헌터로서의 실력은 최고였어도 성격 조합은 최악이었겠네.’
가만히 서 있던 탑주가 입을 열었다.
―대화는 끝났지? 그럼 다음 층으로 보내 줄게.
탑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역시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거부 없는 우리의 모습에, 탑주가 눈을 감았다.
이윽고 눈앞이 새하얘졌다. 그러나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그 반대로, 너무나 안정적이라 무심코 긴장이 풀릴 뻔했다.
―그럼, 꿈의 끝자락에서 다시 만나.
이윽고 눈을 떴을 땐.
“지나치게 알록달록하네요.”
온갖 색들이 어울리지 않게 뒤섞이고, 공간은 뒤틀려 있었다. 하나 형의 꿈처럼 공간 자체가 변형되거나 한 건 아니었다. 벽 하나가 튀어나와 있거나, 들어간 정도. 길은 평범하게 쭉 나 있었다.
쭉 이어진 길을 따라 걷자 벽 중간중간 다양한 것들이 장식되어 있는 게 보였다. 아니, 장식되어 있다기보다는, 전시였다. 전시된 물품을 부각하려고 한 듯 물품 주변이 검거나 희었다.
유아한 씨가 네 개로 나뉜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각자 다른 하늘의 색을 띠고 있네요. 각각 새벽, 오전, 오후, 밤의 하늘인가 봐요.”
“이쪽 벽에는 밤하늘에 눈이 그려져 있군.”
그 밖에 다양한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얼어붙은 나무나, 위아래가 온통 얼음으로 뒤덮여 있는 기둥의 가운데에 사람의 그림자가 그려진 그림, 나무와 풍경이 내부에 자리 잡은 보석. 그야말로 던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전시회였다.
문제는 여기서 뭘 어쩌란 건지 갈피를 못 잡겠다는 점.
‘그나저나 놀라운 건.’
이곳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시선을 조금만 돌려도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예상보다는 많은 수였다. 아까 깨어났을 때 나만 깨어난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곳으로 넘어와서 보이지 않은 거였나 보다.
“그나저나 뭘 어찌하라는 걸까요?”
그러며 유아한 씨가 수없이 많은 날개가 잠들어 있는 듯한 그림을 만지려던 찰나.
“어어, 그거 만지지 마!”
생전 처음 보는 헌터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