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8
8화
“박우윤 씨?”
“아악!”
코너를 돌자마자 휙, 무언가가 날아왔다. 나는 몸을 비틀어 그것을 피했다.
“어… 아… 으…….”
“저예요.”
“왜, 왜 여기…….”
“일어나실 수 있으세요?”
박우윤은 내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곤 바들거리며 겨우 일어섰다.
“일단 나가죠.”
“싫어…….”
“무슨 일 있으셨어요?”
“…몬스, 몬스터가…….”
“몬스터는 없었는데요?”
내가 오면서 본 것은 질척이는 액체와 뿌연 연기. 그뿐이었다. 내가 질퍽이는 발아래를 쳐다보자 박우윤이 흠칫 떨며 떨리는 울대로 말했다.
“아. 조절, 이 안돼서…….”
“혼자서 처리하신 거예요? 대단하시네.”
“…나는, 조절도 못하는, 폐―”
“기운 차리신 것 같으니 나가죠?”
박우윤은 B급이었다. 그것도 강하디강한 B급…이었지만, 몸에 갑작스러운 큰 힘이 들어온 상태에서 준비 없이 던전을 돌다 힘 조절에 실패해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 탓에 미로가 보여 준 환상도 몬스터였지만, 그게 환상이라는 말을 굳이 꺼낼 필요는 없지.
내가 최대한 웃으며 말하니 박우윤이 입을 열어 물었다.
“입구가……. 그. 돌아갔었는데.”
박우윤의 말은 계속 끊겼지만 의미를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들어왔던 입구는 들어온 순간부터 사라졌다. 뒤로 갈 수 없는 미로. 딱 그 뜻이었다.
“아, 입구 대신에 출구를 찾았어요.”
“…어?”
나는 웃으며 발 한쪽을 작게 들었다. 출구를 모르는 게 멍청했다. 그야 수없이 이 길을 걸었는데, 모를 리가 없지. 암.
“바로 아래더라고요.”
“…무슨 소리를.”
나는 생글 웃으며 발을 쾅! 바닥에 부딪쳤다.
미로를 통과해도 출구는 나온다만, 빠른 게 최고지. 지름길이란 말이 왜 있겠나.
“으악?!”
바닥에 순식간에 무너지며, 나와 박우윤은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
“괜찮으세요?”
“이게 무슨―”
주변 풍경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 박우윤이 질겁하며 또다시 바들바들 떨었다.
“보스 방인가 봐요.”
“그걸 모르는 게…….”
자박거리는 모래. 사암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동상. 유적지와도 같은 주변 풍경.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존재감이 거대한 저 동상이, 몬스터라고 어림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느낌이 물씬 들어 왔다.
“다, 다른 사람들을 불러야…….”
“이번엔 정말 미끼로 사용돼서 죽을걸요.”
“…예?”
“사람에게 죽고 몬스터에게 죽었다고 알려지는 것보단, 진실하게 몬스터에게 죽는 게 낫죠?”
“그게 뭔…….”
내가 동상을 향해 걸어가자 질겁하며 가지 말라는 듯 손을 허우적거리는 박우윤이 보였지만, 그냥 가만히 있어도 일어날 보스였기에 시간을 낭비할 바에는 움직이는 게 나았다. 그것들이 오기 전에 처리해야 하는지라.
동상에 손이 닿았다. 미동 없는 모습이 정말 동상인 듯 보였지만 분명.
“여기였나.”
딸깍. 사람 모습으로 이루어진 동상의 명치 부근에 있는 붉은 보석을 누르자 보석이 움푹 들어갔다. 그리고 곧이어.
“악!”
번쩍. 동상의 눈이 떠지며 데구루루 눈알이 구르다 나를 쳐다봤다. 그 모습에 조금 전 내가 기껏 일으켜 놓은 박우윤이 소리를 지르며 또다시 바닥에 주저앉고는 중얼거렸다.
“도, 도망…….”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박우윤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는 비척거리며 일어나 내게 다가오더니 내 소매를 잡고는 겨우 입을 열었다.
“제, 제가 B급이니까 어떻게든… 도망을…….”
“그 상태로요?”
“당신… C급이잖아.”
“음.”
용감한 마음은 가상하다만.
나는 답답한 마스크를 벗어 주머니에 욱여넣은 뒤 안경을 벗었다.
협회에서 임시 헌터증을 받은 직후 협회 홈페이지에 내 얼굴과 임시 등급이 게시되자마자 온갖 뉴스들에 내 이름과 얼굴이 도배됐지만, 뉴스를 볼 시간조차 없는 박우윤이 내 얼굴을 알아볼 리 없었다.
“안경 좀 들고 계셔 주실래요.”
“어. 어?”
안경은 부모님의 것이라 부서지면 곤란했다.
나는 답답했던 후드를 벗고 머리를 훌훌 털어 냈다. 그리고 곧이어.
쿵.
동상 아래 바닥이 갈라지며 이윽고 동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훅, 문양 개방을 하자 단숨에 평범히 차려입었던 옷이 검은 답호로 변했다.
“도망…….”
와장창! 동상이 완벽히 갈라지며 그 안에서 팔이 기괴하게 긴 이상한 형태의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주변의 기운이 변해 박우윤이 말을 하다 말고 헛구역질을 내뱉었다.
“박우윤 씨.”
“네, 욱.”
“조금 뒤로 물러나 계세요.”
“네?”
의문을 표하는 박우윤을 보며 생글 웃자 박우윤이 더욱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어어어어.
쩌어억. 몬스터의 입이 기괴하게 벌어지며 곧이어 거센 모래바람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나에겐 눈이 조금 따가운 정도였지만, 박우윤은 그대로 데굴데굴 굴렀다. 그는 보스 방 끝자락에 닿아서야 구르는 걸 멈췄다.
‘약점은 내부.’
힘을 최대한 쓰지 않고, 빠르고 정확하게.
나는 다리로 땅을 박차 단숨에 몬스터에게로 날아갔다. 그리고 곧장 쏘아지는 공격을 빙그르 돌아 회피한 후 빠르게 생성된 낫을 강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길디긴 팔이 낫을 막아 캉! 하며 쇠와 부딪친 소리가 났다. 그와 동시에.
―그어어어?
툭. 낫이 힘없이 홀로 바닥에 떨어졌다. 몬스터가 고개를 돌려 내 위치를 확인하려는 찰나, 나는 몬스터의 뒤쪽에서 손을 뻗어 몬스터의 입을 강하게 죄었다.
―그어어억!
입을 닫을 생각을 하지 않는 몬스터의 입안으로 새하얀 별들이 들어가며 얼마 지나지 않아, 퍼버버벙! 몬스터의 몸 내부에서 별들이 터져 그대로 얼굴만 달랑 남긴 채 몬스터의 형체가 사라졌다.
툭. 몬스터에게서 손을 떼어 냈다. 그러자 몬스터의 머리가 힘없이 떨어졌고, 그 근처에서 포션과 아이템들이 나뒹굴었다. 나는 그중 목표였던 아이템을 집어 들었다.
‘모래 유물의 과실.’
그건, 불법 헌터들의 사업체가 성장하다가 털리며 발견된 판매 장부에 쓰여 있던 아이템이었다.
‘먹는 거라기에는 모양새가 영 별로지만.’
유리 같은 투명한 껍질과 그 안에 꽉 차 있는 모래. 그 누가 이걸 먹는 것으로 생각할지 의문이다만, 내가 그런다.
합. 단숨에 모래 유물의 과실을 입 안에 넣고 씹자 다가오던 박우윤이 질겁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외관도 별로지만 씹히는 느낌은 더 별로였다. 얇게 펴진 풍선껌과 모래를 한 번에 씹는 느낌이었다.
“그걸… 왜 먹어요?”
“…….”
나는 모래 유물의 과실을 대충 씹고 넘겼다. 으 하는 박우윤의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에는 마석을 주운 뒤 손아귀에 미약하게 힘을 주어 으스러뜨렸다.
“먹는 아이템이라서요.”
“효과도 모르는데 먹어도 되는 거예요?”
“안 죽어요.”
“아니, 죽을 수도―”
덜컹! 뒤에서 무언가 열리는 소리가 들려 곧장 고개를 돌리자 기다리다 못해 안으로 진입한 놈들이 지친 기색으로 보스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너… 너네들!”
그래, 너희는 미로를 빙빙 돌았겠지.
“보스, 보스는?”
우악스럽게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던 놈이 내 뒤에서 반짝이는 아이템들을 보고는 순간 멈칫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아까와는 딴판의 목소리로 또렷하게.
“아! 이거 참, 대단한 알바분이었네! 아까도 퍼즐을 풀더니!”
그는 나에게 성큼 다가오며 말을 이었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나. 저희가 해야 했을 역할인데 말이죠. 죄송하니까 저희가…….”
이윽고 단 한 걸음 거리로 가까워지자.
“안 아프게 뒈지게 해 줄게.”
단숨에 생겨난 거대한 망치가 내 머리를 정확히 노리며 세차게 날아들었다. 그 순간 내 손에서 하얀 막대가 생겨나 망치를 막아 냈다.
“뭔…….”
누가 봐도 망치에 대항할 수 없을 것 같은 가는 하얀 막대가 가볍게 망치를 막아 내니 불법 헌터가 당황하며 망치를 거두고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막대를 몇 번 돌리다 끝 쪽에 낫날을 만들어 냈다.
“덕분에 시간이 많이 단축됐어요.”
“뭔 개소리…….”
“부분 개방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앞에 어정쩡하게 서 있던 놈이 갑자기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러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무언가 떠오른 사람처럼 눈을 튀어나올 것같이 크게 뜨고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야! 쟤…….”
“뭐! 닥치고 아이템이나 꺼내!”
“아니, X발! 말 좀 들어! 저 새끼 오늘 뜬 S급이잖아!”
“뭐? 뭔 개소―”
말이 끝나기도 전, 무수히 많은 하얀 별들이 허공에 만들어지며 놈들에게 쏘아졌다. 그리고 놈들이 도망칠 새도 없이 퍼버벙! 단숨에 터져 나갔다. 폭발의 강도를 약하게 해 당연히 죽을 리 없는 것들이 연기가 걷히자 기세등등하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X발, 어쩐지. C급 새끼랑 B급 둘이서 보스를 처리할 리가 없지.”
놈들은 주저앉았던 몸을 비척거리며 일으키더니 나를 보고는 기분 나쁘게 웃었다. 건수를 잡았다, 는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먹잇감을 제대로 포착한 눈빛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방금 쏜 일종의 경고와도 같은 공격을 최고의 일격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뭐, 그럴 만도 했다. 각성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은 S급인데다, 헌터로서의 경험도 없으니. 그래. 지고하신 B급 헌터이신데, 좀 자의식 과잉일 수도 있지.
문제는 그 먹잇감이 나라는 점이었다. 참 유감이다, 유감이야.
“얘들아.”
물론 나 말고.
“잡아!”
저것들이.
그 말을 끝으로 놈들이 나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나는 저린 오른쪽 손목을 몇 번 털어 내다가 달려오는 놈들의 공격을 받아 냈다.
힘? 물론 중요하다. 기술?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적을 얼마나 아느냐일 것이었다.
게임에서 처음 보는 보스를 만나면 쉽게 깨지기 마련이지만, 공략본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뭐라도 할 수 있다. 하물며 그 공략본을 외우고 있다면? 컨트롤만 된다면 공략은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나는, 공략본도 있고 컨트롤도 됐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놈들 따위 내 상대가 안 된다는 뜻이었다. 애초에 아무리 이제 막 문양을 발현한 S급이라 해도 B급이 상대가 될 리가 없는데 대드는 것들이 멍청한 거지만.
“X발, 이건 사기잖아!”
온몸이 너덜거리는 놈들이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며 놈들의 엉성한 공격을 받아 냈다. 조금 색다르게 공격하면 어디가 덧나나. 하도 익숙해져서 이젠 눈 감고도 공격을 받아 낼 수 있을 지경이었다.
‘아니, 진짜 가능했었지.’
별짓을 다 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나는 어정쩡하게 공격해 오는 놈들을 피해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상처가 많아진 E급 헌터를 낚아채 박우윤의 옆에 데려다 놓았다.
“먼저 나가 계세요.”
“…….”
멍한 표정을 짓는 두 명을 뒤로하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사람보다 거대한 무언가를 줍고는 다시 놈들과 대치했다.
“망할. 야! 저 새끼들부터 잡―”
“을 순 있나 싶은데.”
쾅! 나는 유적지의 기둥 같은 것을 들고 놈을 향해 힘차게 뛰어 그대로 그것을 놈에게 내려찍었다. 기둥의 재료는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사암 등이었지만, 놈에게 닿은 기둥의 아랫부분에는.
펑! 퍼버벙!
내 능력이 붙어 있었다. 잘못 맞으면 뒈지는 정도로, 이것들에게 굳이 세밀한 능력 조절을 할 필요는 없으니 투박하게, 아주 투박하게 붙어 있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