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82
82화
쾅! 대리인의 목을 부여잡은 류천화 씨가 그대로 장벽으로 향해 대리인을 던졌다. 장벽에 진동이 울렸다.
“그나저나 한지언 헌터는 조금 의외군.”
“뭐가…요.”
“유아한 헌터보다 힘들어하는 것 말이지.”
“…….”
“한창 꿈꿀 나이 아니던가?”
“사람마다, 다른 법…이겠죠.”
“그렇긴 하군.”
류천화 씨는 더는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겨우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대리인이 한 걸음 다가와 류천화 씨를 공격했다. 류천화 씨의 앞으로 허공이 물결치며, 공격이 가로막혔다.
“이렇게 하는 건가.”
―…거기까지 깨달은 건가. 다만 그런다고 내게 통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일렁이던 허공이 깨져 나가며, 우주를 담은 듯한 검이 류천화 씨를 향해 뻗어졌다.
아까와 달리 여유 가득한 류천화 씨의 표정에 의아해하기도 잠시. 꾸드득. 류천화 씨의 손이 대리인의 머리 대신 있던 고리를 붙잡아 일부분을 뜯어냈다.
“아까부터 거슬렸는데, 눈은 뭐 하러 그렇게 많은 거지? 공격을 보고 피하지도 못하는데.”
―…….
텅. 터덩. 쓰레기처럼 날아가 바닥을 구르는 고리의 잔해에, 대리인이 잠시 넋을 잃은 듯하다가.
―감히 왕께서 하사해 주신 몸을……. 제명을 재촉하고 싶어 안달이 난 모양이구나.
“자신의 입으로 죽여 달라는 듯이 해결책을 알려 준 잘못이란 생각은 안 하나?”
―그 입 다물어라.
“맞는 말이라 차마 반박 못 하는군그래.”
누가 악인인지…….
“그래. 꿈을 꾸면 뭐든 가능하다는 듯 말했었지.”
후웅! 거센 바람이 불었다. 류천화 씨의 쉼표 머리가 흩날리며, 오른쪽 눈썹 위에 자리 잡은 붉은 문양이 시야에 들어왔다.
류천화 씨 주변에 날카롭게 날이 선 하얀 무언가가 수없이 많이 생겨났다. 그 광경을 찬찬히 감상하던 류천화 씨가 이내 송곳니가 보일 정도로 웃었다.
“알고 보니 여긴 참으로 즐겁기 그지없는 곳이었군.”
날이 선 하얀 가시들이 단숨에 길어지며 대리인을 공격했다. 대리인은 아무런 저항 없이 공격에 당했다.
“저항하지 않는 건가?”
―…….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헛소리는 하지 않겠지.”
픽. 대리인이 사라진 것처럼 빠른 속도로 류천화 씨를 향해 검을 휘두르자 우주가 섞인 바람이 뻗어 나가며 주변을 초토화했다.
“이상하군.”
쿠웅. 하늘에 거대한 검이 생겨났다.
“왜 그리 약한 거지?”
거대한 검이 대리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가 금이 가며 무너져 내렸다.
―겨우 불씨가 붙은 나무 장작 주제에, 말이 많구나.
“불씨가 붙은 나무 장작 하나가 온 숲을 불태우는 법이지.”
강한 기운이 맞닿으며, 서로를 향해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대리인이 남은 눈들로 류천화 씨를 노려봤다. 그리고, 싸움이 이어졌다.
멀찍이 떨어진 곳. 서 있기조차 힘든 나를 유아한 씨가 질질 끌어 구석으로 옮겼다.
“저 인간 완전히 신났네요. 하긴, 없던 힘이 생겨나면 누구나 신나긴 하겠네요.”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힘드신가요?”
고개를 끄덕이자 머리가 핑 돌았다.
“저는 그렇게 못 버틸 정도는 아닌데… 한지언 씨는 아닌 모양이네요. 한지언 씨는 아파도 티가 안 난다고 들었는데, 늘 그런 건 아니었나 봐요.”
아픈 게 아니었다. 압박감에 몸이 짓눌린 거였다. 그러나 굳이 말할 필요성을 못 느껴,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제가 속앓이나 두통 같은 건 못 고쳐서요. 진통제라도 들고 올 걸 그랬네요.”
애초에 S급 몸에 맞는 진통제도 없을 텐데 들고 와 봤자…….
콰광! 굉음에 고막이 찢기는 것 같았다.
“…꿈이 뭐라고 저리 강해지는 건지, 참.”
나는 고개를 들어 싸움을 지켜봤다. 비등비등한 싸움이었으나, 류천화 씨가 더 강한 듯 보였다.
―죽어라. 시련에 겁 없는 자여!
대리인의 목소리가 조금 다급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모습에 생각했다.
‘꿈을 꾸어야 시련을 통과한다고 했지. 시련은… 저것을 죽이는 거고. 그렇다는 건 저건, 꿈을 꾸는 자에게는 약해지고, 꿈을 꾸지 않는 자에게는 강해지는 건가.’
나만 그리 생각한 게 아니었는지, 한창 대치 중이던 류천화 씨가 대리인에게 말했다.
“밀리는 걸 보니, 꿈을 꾸는 자에겐 약한 모양이군. 하긴,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말을 하지 않았겠지.”
―시끄럽다!
“왜 귀띔을 한 거지? 설마 셋 전부 네놈의 존재감에 맥을 못 추고 쓰러지리라 생각한 건가? 그렇다면 내가 계획을 방해한 모양이군. 이거, 사과라도 해야 하나?”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대리인이 양팔을 펼치자 그 뒤로 거대한 손이 나타나 류천화 씨를 집어삼키는 듯싶다가, 펑! 터져 나간 손 안쪽에서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은 류천화 씨가 나타났다.
“그러고 보니 하나 의문인데. 꿈의 주인은 꿈에 연관되어 있거늘, 어째서 네 힘은 꿈을 꾸는 사람 앞에서 더 약해지는 것이지? 반대여야 하는 거 아닌가. 꿈의 주인은 꿈을 조종하는 자이니까.”
―시끄럽―
“설마.”
류천화 씨가 작게 입꼬리를 올려 비웃듯 말을 이었다.
“미움이라도 받는 모양이지?”
―헛소리하지 마라! 이곳은 내 구역! 이것이 우리의 왕께서 내게 내려 주신 역할! 미움받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에게 시련을 주기 위해 잡힌 형태다!
“참으로 매정한 왕이군그래. 자신을 따르는 존재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이 그런 형태로 힘을 주었다니.”
―그런 형태라느니 비하하지 마라! 고귀하기 그지없는 힘을 감히……!
“그게 고귀한 힘이었나? 이거 미안하게 됐군.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쓸 힘이어서 흔한 것인 줄 알았거든.”
―네가 진정 제명에 죽기 싫다고 외치는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람이 어찌 저렇게 악인처럼 행동할 수 있지? 대리인 말고 류천화 씨 말이다.
이어진 싸움에 대리인의 몸 곳곳에 누더기처럼 구멍이 생겼다. 반면, 류천화 씨는 처음과 같은 차림새였다. 끽해야 스쳐 베인 상처가 났을 뿐.
턱. 싸우다 말고 류천화 씨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많이 힘든가?”
보면 모르나.
“힘들어 보이는군. 그럼…….”
류천화 씨가 뒤로 돌며, 뒤이어 공격하는 대리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대리인의 몸이 미친 듯이 짓눌리며 저 멀리 장벽까지 튕겨 나갔다. 그 충격이 어찌나 강했는지, 아까는 흠집조차 낼 수 없던 장벽이 갈라졌다.
“그만 끝내지.”
진작 끝낼 수 있었으면 끝내지, 망할 인간이.
―…열등한 것이.
“본래 성격이 나오는 모양이군.”
―감히 누굴 멋대로 끝내겠다고.
“안타깝게도, 넌 이미 졌어.”
―헛소리하지 마―
서걱. 장벽에 부딪쳤다 일어난 대리인이 다가오려 한 순간, 무엇에 베인 것인지 대리인의 몸이 동강 났다.
“도발에 넘어가 눈에 뵈는 게 없을 때부터, 이미 졌지.”
―……! ……!
대리인은 동강 난 몸을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본래의 몸이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류천화 씨가 강해서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건 답은 대리인만 알고 있겠지만.
휘리릭, 대리인의 몸을 가른 실들이 모여 엮이며 검의 형태를 이루었다. 검은 이윽고 대리인을 향해 날아가 푸욱, 푹. 무자비하게 놈을 찔렀다.
“이거 이래서야, 누가 이곳의 주인인지 모르겠군.”
대리인은 더 이상 아무런 미동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 직후, 몸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한지언 헌터, 몸은 괜찮은 건가?”
“어… 예. 그런 것 같네요.”
“저도 그래요. 저거 아무래도 죽은 것 같네요.”
“저게 죽었음에도 공간이 무너지지 않는 걸 보니 아무래도 말만 번지르르했던 모양이군. 제 구역이었음 공간 자체가 무너졌을 테니까.”
류천화 씨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죽은 대리인을 향해 다가갔다. 직후 류천화 씨는 대리인의 몸을 저 멀리 차 버리고 그 옆에 있던 검을 들어 올렸다.
“꿈의 파편은 이것인 모양이야.”
“어떻게 알아요?”
“얼추 느껴지거든.”
“그럼… 파편 얻기는 끝났네요.”
유아한 씨가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한숨을 멈추고 물었다.
“그런데 여기선 어떻게 나가죠? 출구도 뭣도 없어 보이는데.”
“찢고 나가면 되는 거 아닌가.”
“그림으로 들어왔으니까?”
“그래.”
“…되게 말이 안 되는데 묘하게 일리 있네요.”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해 보면 알겠지.”
우주를 담은 듯한 검이 휘둘러졌다. 바람이 공간을 찢었고, 아까 보았던 공간이 그 너머에 있었다.
“진짜 이게 될 줄이야.”
“다음으로 가지.”
류천화 씨가 찢어진 공간을 마저 손으로 뜯어냈다.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진 출구를 넘은 후 뒤를 돌아보자, 찢겨 나간 그림 뒤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우선 문으로―”
“아한!”
누군가가 귀를 찢을 정도의 큰 소리로 유아한 씨를 불렀다.
“…데이비드.”
“괜찮은 거야?!”
“그럼 죽기를 바랐어?”
“설마 그랬겠어? 네가 들어간 곳이 가장 색이 없던 곳이라 걱정했다고!”
“…아, 그래서.”
“뭔 일 있었어?”
“아니. 그건 그렇고, 넌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야? 인원이 많이 빠져나간 게 훤히 보이는데. 그냥 혼자 가지?”
“…혹시 모르잖아. 일행들이 아무거나 만져서 들어간 걸 수도 있고.”
“…데이비드. 너 모르는 거야?”
“응? 뭘?”
“여긴 탑의 1층이야.”
“알지?”
“그래? 그럼 0층이 있는 건 알아?”
“…0층이라니?”
“몰랐나 보네. 아마 네 일행은 0층에 있을 거야.”
“그럼 그 0층엔 어떻게 가야―”
“못 가. 애초에 너, 0층의 존재조차 모른다는 건 처음부터 여기로 왔다는 거잖아.”
데이비드가 입을 벙긋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즉 넌 어떠한 자격이 돼서 여기로 바로 오게 된 거라는 거지.”
“그 자격이 뭔데?”
“나도 몰라. 하지만 적어도, 네 일행이 여기로 못 올 거라는 건 알지.”
“…응?”
“0층은 꿈을 꾸게 하는 곳이야. 말 그대로 잠이 들게 하는 거지. 나와 류천화 씨, 한지언 씨는 그곳에서 깨어나 여기로 옮겨진 거야.”
“그럼 일행들도 깨어날 수 있는 거―”
“아니. 그건 아마 불가능할걸. 누군가 깨워 줘야 하거든. 나나 류천화 씨는 한지언 씨가 깨워 줘서 여기로 올 수 있었던 거야. 한지언 씨는 특이 케이스여서 스스로 깨어난 거고. 근데 지금은? 깨워 줄 사람이 없어. 게다가 네가 그랬잖아. 넌 오자마자 이곳이었다고. 우리는 한지언 씨가 특이 케이스여서 그곳에서 여기로 오게 된 거야.”
“그런 특이 케이스가 또 있을 수도 있잖아.”
“글쎄. 그렇다고 너희 일행을 데리고 와 줄까.”
“…….”
데이비드가 입을 다물었다.
특이 케이스가 데이비드의 일행을 데리고 올 확률은 거의 제로. 내가 아는 얼굴인 류천화 씨와 유아한 씨만 데리고 온 것으로 설명이 됐다.
모르는 사람을 굳이 깨울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특이 케이스가 또 있을 확률부터, 그 특이 케이스가 데이비드의 일행을 데리고 올 확률까지 따지면… 거의 제로에 가깝지.
“그렇구나……. 고마워.”
“그럼 이제 어찌할 건데?”
“글쎄, 나라도 넘어가야겠지.”
“…그래.”
“끼워 줄 생각은 없지?”
“아까 말했잖아?”
데이비드가 작게 웃었다. 그 모습을 골똘히 보던 유아한 씨가 물었다.
“아까부터 궁금했던 건데, 왜 문양 개방 안 하고 있어? 죽고 싶어 작정한 거야?”
“여기에는 딱히 적이라 할 것이 없어서.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건데 괜히 기력을 소모할 필요는 없잖아.”
“그건… 그렇네.”
“아한 쪽은, 다음 층으로 갈 거지?”
“당연하지.”
“그럼, 나중에 봐.”
그러며 데이비드는 문의 반대편으로 나아갔다. 아마 꿈의 파편을 얻으러 들어갈 곳을 찾아보려는 거겠지.
“그럼 저희는 문으로 가도록 하죠.”
유아한 씨의 말에 동의하며 우리는 문으로 향했다.
문에 다다르자, 아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문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내가 말했다.
“문에 난 구멍에 검을 꽂아 넣는 걸까요?”
“뭐든 확인해 봄 알겠지.”
류천화 씨가 문에 검을 꽂아 넣었다. 검이 들어간 구멍이 검의 크기에 맞게 줄어들더니 열쇠가 돌아가듯 검이 저절로 빙글 돌았다.
끼이익. 문이 열렸다.
“검은 뽑고 가죠?”
유아한 씨의 말에 류천화 씨가 동의하며 검을 뽑았다. 이윽고 우리는 문 너머로 이동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