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83
83화
【왕을 꿈꾸는 자들】
폴짝. 뒤틀린 공간을 누군가가 넘어섰다.
공간을 넘어온 인물이 뛰고 걸을 때마다 파스텔 색조의 각양각색 양 갈래 머리카락이 좌우로 찰랑거렸다. 두꺼운 구두 굽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또각이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지이익, 벽에 그려진 그림에 검은 손톱을 지닌 손이 스치자 알록달록한 색이 그어졌다.
또각이던 구두는 이윽고 수없이 많은 구슬이 떠 있는 공간에 멈춰 섰다. 구두의 주인이 입을 열어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꿈님! 엄청난 소식이야~
―정리된 층의 아이 말하는 거야?
―응, 맞아! 역시 알고 있었구나! 걔 결국 죽을 줄 알았어! 누구든 다 깔보는 게 얼마나 짜증 났었는지! 언젠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건 사탕이야?
―응? 맞아! 저기 세계 꿈엔 신기한 게 많더라! 하늘을 나는 광물도 있고, 안에서 뭐가 막 움직이는 상자도 있어!
―비행기와 텔레비전을 얘기하는 거구나.
―그게 그런 이름이었나? 아무튼! 신기했어!
―많이 신났구나. 그 정도로 많은 꿈을 먹은 거면.
―응!
양 갈래 머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 라고 소리치며 제자리에서 빙그르 돌았다.
―과식은 하지 마. 악몽만 먹고.
―당연하지~ 난 꿈님 말 잘 들어.
―새로운 몸은 마음에 드는 거야?
―솔직히 뭐가 뭔지 모르겠어. 이 생명체들의 외형은 다 비슷해 보이던데? 응? 그게 뭐야?
꿈님, 두 번째 탑 주인의 앞에 꽤 큰 구슬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구슬 안에는 누군가가 비치고 있었다. 다름 아닌 한지언이었다.
―꽤 신기하길래.
―그래? 평범해 보이는데. 꿈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얘가 죽였어. 그 아이.
―죽였다니, 설마 그 까칠이?!
―정확히는 얘랑 다른 애들이.
―우와, 진짜? 평범해 보이는데 의외네!
흠 하며 생각을 하는 듯싶던 양 갈래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얘네 건드려도 돼?
―넌 자유로운 악몽의 사냥꾼이야. 악몽이 있는 곳에만 갈 수 있는 거 알잖아. 이 층엔 악몽이 없어.
―그럼 내가 이 층 대리인 할래!
―이곳은 대리인이 필요 없는 꿈이야. 대리인이 생기면 오히려 이상해져.
―그래도 한 번만~
―대리인이 되는 건 안 돼. 다만 악몽이 있을 땐 갈 수 있을 거야.
―악몽 없다며~ 꿈님은 거짓말쟁이.
―지금은 없어. 다만 나중엔 어찌 될지 모르지.
―…아하!
꿈이 이런 소리를 한다는 건, 분명 악몽이 생길 거라는 뜻이었다.
―재밌겠다! 히히!
공막이 검고 홍채가 하얀 것의 눈에는 한지언과 류천화, 유아한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구슬에 비치는 세 사람을 보며, 악몽의 사냥꾼은 사탕을 작게 깨물었다.
♧♣♧
“멈춰라.”
문을 넘어가니 웬 기사 같은 것이 우리의 앞을 막아섰다.
“이곳은 왕들의 영지가 결정되는 장소이다.”
“…왕?”
“그래. 왕이 되고 싶다면 그에 따른 자격을 갖추어라.”
유아한 씨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입을 열었다.
“인서울 의대 합격……?”
“그것은 왕의 자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 모습에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자격이 무엇인가요.”
“허? 그것도 모르면서 여기까지 온 건가? 좋다. 알려 주지. 우선 첫 번째로, 빛나는 왕관이 있어야 한다. 왕관이야말로 왕의 얼굴이지.”
빛나는 왕관……?
‘왕관이 대충 이렇게 생겼던가.’
나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 별을 많이 만들어 내 적당히 뭉쳐서는 왕관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이걸 내가 쓰기는 좀 그렇고.’
옆을 바라보자 류천화 씨가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류천화 씨에게 왕관처럼 생긴 별 무더기들을 씌웠다. 류천화 씨가 진심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왕에게서는! 왕의 기운이 뿜어져야 한다! 그것이 왕의, 자태지!”
그 말에 내가 하는 짓을 빤히 쳐다보던 유아한 씨가 류천화 씨 등 뒤로 손을 가져가며 옅은 힐을 사용했다. 그러자 푸른 기운이 내뿜어지며 류천화 씨는 그야말로 자격 있는 왕의 자태가 됐다.
“마지막으로 왕의 꿈 조각을 가지고 있어…야…….”
기사처럼 생긴 것이 류천화 씨의 손에 쥐여 있는 검을 쳐다보다가, 왕관을 보고, 푸른 기운을 바라봤다. 기사는 순식간에 안색이 창백해지며 다급히 말했다.
“왕, 왕 납시오!”
기사가 급하게 움직이며 막힌 문을 열었다. 그렇게 문을 넘어 걷던 중에 유아한 씨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왜 웃는 거지.”
“아니, 왕, 너무 잘 어울려서…….”
“큽.”
유아한 씨의 말에 나 역시 동감하듯 웃음을 내뱉었다. 잘 어울리긴 정말 잘 어울렸다. 대충 만든 왕관을 씌워도 흐트러지지 않는 외모에, 문양 개방을 하며 생긴 털 달린 붉은 망토, 깔보는 눈빛. 누가 봐도 왕 아닌가.
“진짜 왕 상…….”
유아한 씨가 진심으로 웃어 댔다.
“…멋대로들 판단하는군.”
“왕님, 삐졌어요?”
“…….”
“아, 한지언 씨,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저는 왕관을 구해 와야겠구나 싶었는데 만들어 낼 줄이야.”
“그냥 될 것 같아서 해 봤는데 되더라고요.”
“인제 그만 상황에 집중하지.”
“네네.”
긴 통로를 지나, 이윽고 환한 빛이 우리를 반겼다. 직후, 여럿이 똑같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왕께 경배하라!”
“경배하라!”
“왕이 납시었다!”
“…….”
류천화 씨가 진심으로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길게 비어 있던 왕의 자리에 드디어 주인이 나타나셨다!”
그 말에 앞을 바라보자, 꽤 긴 레드 카펫의 너머에 휘황찬란한 의자가 있었다. 척 보기에도 저것이 왕의 자리구나 싶었다.
“…다 부숴 버리는 게…….”
“어허, 그러다 다음 층 못 가면 어쩌려고요. 일단 시키는 대로 하죠?”
“유아한 헌터, 표정부터 관리하고 말하지.”
웃음 가득한 얼굴을 하던 유아한 씨가 합, 입을 다물었다.
류천화 씨가 한숨을 내쉬고는 레드 카펫 위를 걸었다. 나와 유아한 씨 역시 한 걸음 뒤에 서서 류천화 씨를 따라 걸었다.
이윽고 천화 씨가 찬란한 의자에 다다랐다. 잠시 생각하던 류천화 씨는 눈가를 찌푸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에 기사의 차림을 한 사람들이 외쳤다.
“새로운 왕에게 무구한 영광이 있기를!”
류천화 씨가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어 기사들이 차례대로 나가며, 휑한 공간에 우리만이 남았다.
“…뭘 어쩌라는 건지.”
“왕이니까 왕답게 우아한 말투를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유아한 헌터. 그만.”
“예, 뭐, 그러죠. 음. 왕이라 했으니까, 나라를 다스려야겠죠?”
“아니면 전쟁을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여기에 다른 사람들도 왔을 텐데, 안 보이니까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나라를 다스리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면 이 나라에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여유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요.”
우리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자.
뾱.
“방금 무슨 소리 안 들렸어요?”
“어린아이 신발에서 날 법한 소리였죠.”
“…….”
아무 말 없는 류천화 씨를 바라보자, 그는 무언갈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류천화 씨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옮겼다.
뾱. 뾱.
하얀 무언가가 걸을 때마다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넘어질 것같이 아슬아슬하게 걸어 다가왔다.
뾱. 뾱.
그 모습에 잠시 아무도 말을 하지 않다가.
“저게 무슨…….”
유아한 씨가 말을 하다 말고 다가오는 것을 향해 나아가 번쩍, 작고 하얀 덩어리를 들었다.
“이것 봐요. 어린 백호예요. 귀엽네요.”
앞발 안쪽을 붙잡힌 백호가 똘망똘망하게 눈을 빛내며 류천화 씨를 바라봤다. 이윽고 백호는 작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 요!]하얀 말풍선이 백호의 머리 위로 나타났다. 그 모습에 기시감이 들어 골똘히 생각하고 있자, 백호의 말풍선에 새로운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저는 아직 성장하지 않은 이 왕국의 수호신이에요!] [여러분들이 다음 층으로 가는 방법은, 왕국을 성장시키시면 돼요!] [왕국이 성장할수록 저 역시 성장해요!] [최종적으로 성장한 제가 여러분을 다음 층으로 안내할 거예요!]끝난 말풍선 아래 백호가 방긋 웃었다.
“성장은 어떻게 시키는 거지?”
[간단해요! 왕국의 부족한 부분을 가꾸고, 왕국에서 일어나는 불미스러운 일의 범인을 잡아 체포하면 왕국이 성장해요! 왕국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얍!]백호가 분홍색 육구를 드러내며 앞발을 들어 올리자 텅 빈 공간의 가장자리에 아무런 색도 없는 하얀 기둥들이 생겨났다.
[왕국이 성장할수록 기둥에 색이 입혀져요! 이걸 보고 확인하면 돼요! 이곳에서 왕의 말은 절대적이에요! 잘 활용하세요!]“그럼 왕국을 다 부숴 버리는 건.”
[그것도 가능은 하지만… 그러면 제가 성장을 못 해요오…….]백호는 눈물기 가득한 눈이 되더니 그 상태로 류천화 씨를 바라봤다.
“…뭐부터 해야 하지?”
류천화 씨의 말에 백호가 방긋 웃으며 말풍선이 새로이 나왔다.
[왕국의 상태부터 확인하면 돼요! 또한, 일을 시작하면 계획안이 왕의 앞에 생겨나요! 그것을 승인할 건지 안 할 건지 결정하시면 돼요!]“그럼 왕국 상태부터 확인하지.”
그러며 류천화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안 돼요! 왕은 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해요! 정말 긴급한 순간이 아니면 가만히 앉아 왕국을 다스려야 해요!]“…….”
내가 류천화 씨의 어깨를 살짝 누르자, 류천화 씨는 아무런 저항 없이 다시 의자에 앉았다. 나는 자리에 앉은 류천화 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영지 상태는 저와 유아한 씨가 보고 올게요.”
“그러는 게 낫겠군.”
[왕국 다스리기를 시작할 건가요?]류천화 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류천화 씨 앞으로 두둥실 떠다니는 양피지가 나타났다. 슬쩍 쳐다보니 왕국 이름이나 왕의 이름 등을 적는 칸이 보였다. 귀찮은 듯 류천화 씨는 적당히 내용을 적어 넣었다.
‘왜 이리 익숙한가 싶었는데, 이거 순 게임이나 다를 바 없잖아.’
처음에 튜토리얼을 알려 주는 마스코트. 이름을 설정하는 구간. 흡사 게임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럼 온연 왕국을 개국합니다!]펑! 퍼벙! 폭죽이 터졌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양피지가 류천화 씨 앞에 생겨났다.
“이게 계획안이라는 건가 보군.”
“뭐라 적혀 있어요?”
“별거 없어. 가게를 지을 거니 허락해 달라거나, 농사땅을 넓히는 걸 허락해 달라는 것뿐이야.”
그냥 허락하면 되겠다고 하며 사인하려는 류천화 씨의 모습에 나는 황급히 입을 열었다.
“허락하지 말아 봐요. 저희가 먼저 왕국 상태를 확인하고 올게요.”
“그건… 그렇군.”
“그럼 가죠, 한지언 씨.”
어느새 문 앞으로 간 유아한 씨를 따라 문 앞으로 다가갔다.
“류천화 씨는 가만히 계세요.”
유아한 씨가 류천화 씨에게 단호하게 말하자 류천화 씨는 한숨을 내쉬며 가 보라는 듯 손을 저었다.
“가죠.”
유아한 씨가 문을 열었다. 그러자 눈앞에 양피지가 생겨났다. 나는 양피지에 적힌 글을 바라보았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1. 마을 2. 상업 지구 3. 농장]“우선 마을로 가는 게 어떤가요.”
“저도 그게 좋을 거라 생각해요. 마을이면 사람들이 사는 곳이 밀집되어 있을 테니까요. 사람들이 사는 곳을 보는 거야말로 그 왕국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겠죠.”
두둥실 떠다니는 만년필을 집어 1번 항목에 표시하자, 몸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했다.
건물 상태나 마을 주민의 모습을 가장 먼저 알아보자 싶어 곧장 주변을 살피려고 고개를 든 찰나.
“이건…….”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