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84
84화
깔끔하게 꾸며진 공원과 그 근처에 있는 집들.
‘얼핏 보면 멀쩡해 보인다만.’
조금만 시선을 바꿔도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물이 나오지 않는 대리석 분수. 물을 주지 않아 시든 화분 속 난초. 갈라진 땅을 숨기기 위한 돌바닥. 금이 간 벽을 가리는 천막이나, 닦이지 않은 창문. 무엇보다.
“마을이라기엔, 사람이 너무 없네요.”
유아한 씨의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민이 사는 마을이라기엔 버려진 폐허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만… 이걸 있다고 해야 할지 의문인 수였다.
“일단 다른 곳도 이런지 확인해 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이번엔 상업 지구로 가자, 아까와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었다. 잘 꾸며진 가게들과 다양하게 진열된 상품들, 거리에 가득 찬 주민들.
잠시 구경하다 이번에는 농장으로 이동했다. 아기자기한 울타리 넘어 농작물이 넓게 자라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더욱 의아함이 들었다.
“왜 마을만 그런 모양새였을까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주민이 그렇게 많은데 왜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에는……. 응?”
“뭐 찾으셨어요?”
유아한 씨의 물음에 나는 어느 곳을 가리켰다.
농작물이 자란 땅과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맨땅에,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비옥한 농사땅과 달리 그 주변의 땅은 메말라 사막화가 되어 있었다. 흡사 다른 세상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모습에 위화감이 들었다.
“메마른 땅 위에 거주지가 생겨서 그리된 걸까요? 물을 직접 길어 와야 하니까요.”
“글쎄요. 그런 이유로 마을 상태가 그 모양이 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우선 한 번 더 마을로 가 보죠.”
우리는 다시 마을로 이동했다. 변함없이 황폐한 모양새에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유아한 씨가 물었다.
“그래도 주민이 있긴 있으니, 그냥 물어보는 쪽으로 움직여 보죠.”
“그러―”
대답을 끝내기 전, 무너질 것만 같은 벽을 막은 천 뒤로, 수상한 낌새가 시야에 들어왔다. 검은 보따리를 무겁게 들고 조심스레 이동하는 주민. 누가 봐도 나 수상하다 소리치는 듯싶었다. 그 모습에 나는 유아한 씨에게 말했다.
“…저건, 누가 봐도 수상하죠?”
“일단 따라가 보죠? 우연히 대어를 낚을 수도 있으니까.”
유아한 씨의 말에 동의하며 소리 없이 수상한 주민을 따라갔다. 어찌나 멀리 가던지, 도중에 지루해서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깊은 곳으로 들어가, 대놓고 폐허인 듯한 골목. 검은 보따리를 쥔 주민이 어느 무너질 것 같은 건물로 들어갔다.
“진짜 대놓고 수상한 짓을 하네. 꼭 낡은 건물에서 이러고 싶은가?”
“애초에 죄다 낡은 건물이던데요.”
“그건 그렇죠. 제 말은, 범죄 행위에 어울리는 곳이긴 하지만 저희가 따라와야 하는 곳이니 조금 깔끔하면 어디가 덧나냐는 뜻이었어요.”
“…굳이요?”
“먼지는 기관지에 안 좋잖아요.”
“…….”
먼지를 뭉텅이로 먹어도 멀쩡한 신체를 가진 사람이 저런 말을…….
“뭐예요, 그 표정.”
“아무것도…….”
“그나저나 저거 보세요.”
유아한 씨의 말에 나는 표정을 풀고 시선을 돌렸다. 아까와 달리 많은 주민들이 건물 안을 누비고 있었다.
“하나가 아녔네요.”
“어쩌면 대어를 낚은 걸 수도 있겠어요.”
“글쎄요. 아직 뭘 하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니까…….”
“이런 곳에서 파티를 하진 않을 거 아녜요.”
“그건 그렇죠.”
조금 더 지켜보자, 이번엔 끈에 묶인 주민 여럿이 줄지어 문밖으로 나왔다. 곧이어 화려한 차림새의 주민이 오더니 주변을 잠깐 살피는 듯싶다가 끈에 묶인 주민들 앞에 서 있던 주민에게 무언갈 내밀었다. 언뜻 보기에는 화려한 보석 같아 보였지만 저건.
“마석이네요. 대충 D급 정도 하려나.”
“화폐 용도인 것 같죠?”
“아마도요.”
마석을 건네받은 주민이 끈에 묶여 있는 주민들을 화려한 주민에게 건넸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인신매매였다.
“어딜 가나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하네요.”
유아한 씨가 말을 끝내자마자 튀어 나가 보석을 들고 있는 주민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그 뒤로 도망치려는 것들의 몸에 천이 휘감기며 그들이 줄지어 넘어졌다. 유아한 씨가 범죄자들을 제압할 동안, 나는 피해자들을 따로 모아 보호했다.
그렇게 얼마 되지 않아 제압을 끝낸 유아한 씨가 입을 열었다.
“이걸 어찌할까요? 혹시 몰라 죽이진 않았는데.”
“글쎄요. 간단한 방법이 하나 생각나긴 했는데…….”
“간단한 방법요?”
“뭐든 결정만 내리면 이루어지는 사람이 있잖아요.”
“…아!”
♧♣♧
“…그래서 데려온 거군.”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류천화 씨가 바닥에 널브러진 범죄자들을 훑었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류천화 씨? 사형?”
“그게 제일 보편적이긴 하―”
[사형은 안 돼요!]구석에서 귀만 쫑긋 세우고 있던 백호가 아장아장 뛰어오며 말을 이었다.
[사형한 게 알려지면 민심이 하락할 거예요!]“그건 또 무슨 헛소리지?”
[이제 막 왕위에 오른 사람이 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백성의 목을 댕강 해 버리면 폭군이 왕위에 올랐느니 하면서 민심이 하락해요! 그러니 최대한 인자한 방법으로 벌을 가하는 게 좋아요!]“…범죄자에게?”
[범죄자도 백성인걸요!]“…….”
[그리고 이들이 범죄를 저지른 것도 다 살기 어려워서인 거니까요! 이건 왕이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서―]백호가 말을 끝내기도 전, 유아한 씨가 백호를 번쩍 들고는 다시 구석에 앉히고 돌아왔다.
“뭐, 그렇다는데 일단 감옥에 넣죠.”
“아니. 처벌은 아까와 변함없어.”
그 말에 내가 물었다.
“마음은 알겠지만… 백호의 말대로 하는 게 기둥의 색을 채우기 더 좋지 않을까요?”
내 물음에 류천화 씨가 백호를 흘긋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사형한 게 알려지면, 이니, 아무도 모르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아하.”
―무슨 아하야! 이런 극악무도한 것들아!
바닥을 나뒹굴던 범죄자 한 명이 소리치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우리가 범죄를 저지른 이유는 너희들 때문이라고!
“저희는 방금 왕국을 개국했는데요?”
―망할 윗것들이 돈을 벌기 위해 농장 땅이나 더 늘리고! 아펜테라리스 풀잎들이 돈이 잘 된다고 그것만 왕창 심어서 땅의 기운을 다 흡수하는 바람에 주변 땅이 말라 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농작물 때문에 땅이 말라?”
―그래! 그것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힘든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곤 돈을 많이 버는 상인들 밑에서 잡일을 하든가! 농작물 캐는 노동을 하든가!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우리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다고!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시장은 많이 발전한 것 같던데, 그럼 장사는요?”
―우린 장사를 할 수도 없어! 상인들끼리 손을 잡고 자기들 편이 아닌 상인들의 상품이 하자 있다고 소문내니까! 자기들이 더 잘되려고! 그리고 내쫓기까지 하지! 그렇다고 집을 지어 살 수도 없어! 땅이 척박해져 집을 지을 재료들이 모두 사라졌으니까! 마을에 있는 집들은 전부 가짜! 모양새만 그럴싸하지 속엔 아무것도 없다고!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범죄뿐이야!
“그렇다는데요, 왕님.”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만. 어떻게 된 거지, 수호신?”
[…….]제 꼬리를 꾹꾹 누르고만 있는 백호는 아까와 달리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왜 땅의 비옥함이 그렇게 차이가 나나 싶더니.’
농작물 때문이었구나.
‘그런 농작물을 계속해서 늘리면 땅이 척박해지는 건 시간문제일 텐데… 도대체 전왕은 어떤 것이었길래 미래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런 일을 벌인 거지? 당장 돈이 된다 한들 땅이 척박해지는 범위가 커지면 농작물도 더 이상 못 심을 텐데.’
그런 내 의문을 풀어 준 건, 아까부터 시선을 옆으로 돌리고 있던 백호였다.
[…온연 왕국이 되기 전 왕국의 왕이 벌인 일이에요.]“그 왕은 지금 뭐 하고 있지?”
[다음 층으로 갔어요.]그 말에 나는 반사적으로 말했다.
“…잠만, 그렇다는 건…….”
[네. 당신들과 같은 동족이에요. 당신들이 오기 전 이미 왔다가 간 헌터 말이에요.]그렇다는 건 다른 사람들이 했던 걸 우리가 이어서 하고 있다는 건가. 게임으로 치자면, 남이 다 망쳐 놓은 세이브 파일을 다시 꺼내 와 플레이하는 거였다.
[당신들에겐 왕이 될 기회가 많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아니에요. 그야 이 사람들은 꿈을 꾸는 생명이 아닌, 꿈을 꾸는 생명으로부터 탄생한 존재니까요.]“그게 지금 상황이랑 무슨 상관이 있지?”
[이곳은 왕이 절대적인 곳. 왕의 결정대로 망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그 왕은 이곳의 주민이 아닌, 이곳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당신들이죠. 당신들은 목표만 이루면 사라지고요.]“즉 그 말은, 이전 왕이었던 자가 자신의 목표만을 위해 땅을 망치고 다음 층으로 갔다는 건가.”
[…네.]“그게 어쨌다는 거지?”
[…이전 왕에 대해 궁금해하셔서 답한 거뿐이에요.]잠시 침묵이 일었다.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건 유아한 씨였다.
“그래서, 이것들은 어찌할 거예요?”
“처리할 건 처리해야지.”
―뭐?
“아무리 돈을 벌 수단이 없다고 해도 동족을 사고파는 건 법에 어긋나는 일이니 말이지.”
―그러니까 이건 다 너희 탓…….
“그러면 돈을 벌 수단이 없어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사람들은 뭐지? 너희는 그냥 편하게 돈을 벌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닌가. 편하게 먹고살고 싶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
―너희는 대가도 안 치르고 풍족한 주제에!
“글쎄, 우리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할 일을 하는 중이라.”
류천화 씨의 앞에 양피지가 생겨났다. 류천화 씨의 손가락이 양피지를 훑자 곧이어 기사들이 나타나 검을 치켜들었다.
―싫어! 난 잘못 없어!
기사의 날카로운 검이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려졌다가, 콰득.
“사형이 왕 앞에서 일어나는 건 처음 보네요.”
검에 목이 잘려 나간 시체가 게임처럼 단숨에 증발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유아한 씨가 입을 열었다.
“이제 어찌할 거예요? 아까 그 주민의 말대로라면, 범죄는 또 일어날 것 같은데.”
“우선 이 왕국부터 뜯어고쳐야 할 거 같은데요.”
“한지언 씨 말에 동의해요. 대충 부유한 층은 귀족과 상인, 그리고 나머지는 빈민층인 것 같은데, 계급 간 경제적 차이가 심각해요. 하나의 농작물로 돈을 버는 왕국의 경제부터 고쳐야 해요.”
“왕의 이름 아래 움직이는 것들은 하나같이 부유층에, 자기 자리만 탐욕스레 지키는 것들이더군.”
하나하나 뜯어보니 참으로 가관이었다. 도대체 전 헌터는 뭘 했길래 왕국을 이 모양으로 만든 거지. 가만히만 있었어도 이것보단 덜했겠네.
“그런 것도 자세하게 나와 있어요? 별것이 다 구현되어 있네. 아무튼 문제는 그것 말고도 다양해요. 무너지기 직전의 집에 겨우 사는 주민들도 그렇고 볼 거라곤 상업 지구밖에 없는 땅이에요. 게다가 그런 상업 지구도 상인들이 손을 잡고 신생 상인을 내쫓고 있다고 하니, 뭐, 키울 만한 것도 그다지 다양하진 않을 것 같네요.”
그래서, 뭐부터 할 거예요. 그렇게 말을 끝마친 유아한 씨의 시선 끝에는 류천화 씨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류천화 씨를 쳐다봤다.
턱을 괴고 가만히 생각하던 류천화 씨가 입을 열었다.
“농작물부터 없애도록 하지.”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