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86
86화
“전쟁이라뇨? 한창 평화로운데 이리 갑자기요? 기둥의 색이 전부 차오르는 것도 머지않았는데?”
곧 다음 층으로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마음 편히 이 게임에 따랐다. 층의 끝으로 가 탑주를 죽일 생각만이 가득했으니까.
그러나 그걸 막는 듯, 전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전쟁은 필시…….
“기둥의 색은 왕국의 성장을 뜻하는 거잖아요. 전쟁으로 인해 왕국의 성장이 침체되거나 성장했던 것들이 무너지면…….”
“기둥의 색이 줄어들겠지.”
추측 아닌 확신이었다. 이전에 한번 주민들 사이에서 일어난 난동으로 성의 중요 장소 하나가 난장판이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기둥의 색이 줄어든 게 근거였다.
유아한 씨가 물었다.
“기둥 색이 거의 다 채워질 무렵에 전쟁이 일어나게 한다는 건… 고의성이 다분한 것 같죠?”
“글쎄. 그렇다기엔 전쟁 상대의 국가 이름이 유명 영화에 나온 국가의 이름이군.”
“잠깐, 그렇다는 말은…….”
“상대가 헌터일 확률이 크다는 거지.”
“도대체 왜요?”
“그걸 왜 나에게 묻지?”
나 역시 의아했다. 같이 협동해 다음 층으로 가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전쟁을 일으킨다고?
“혹시, 전쟁에서 이기면 무언가 이득이 있는 걸까요?”
“이득이야 많겠죠. 이긴다는 전제를 깔면 다른 왕국의 식량, 금품 등이 전부 자신들의 것이 되고, 기술이나 노동력, 문화 역시 빼앗을 수 있겠죠.”
“…그렇게 왕국을 성장시키려고 전쟁을 일으켰을 확률이 높겠네요.”
“자기중심적인 것들이죠. 힘을 합쳐야 할 타이밍에 전쟁이나 일으키다니.”
“그럼 우선 전쟁에 가세하러 가죠.”
나는 옆에 있는 양피지를 바라봤다.
[전쟁에 참여하시겠습니까. YES/NO]일말의 고민도 없이 YES를 누르자, 아까와 다를 바 없이 이동됐다. 장소는.
‘마을인가?’
칼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히 울렸고, 그 뒤로 불타는 소리와 비명이 울려 퍼졌다.
똑같이 생긴 우리 쪽 기사들과 다른 쪽 기사들. 그리고 그 너머, 우리와 같은 헌터들이 서 있었다.
그들을 잠시 바라보고 있자, 어느새 다가온 유아한 씨가 물었다.
“어느 나라일까요.”
“글쎄요……. 동양 쪽 같은데.”
“반드시 이름을 알아내서 포션 매매 불가능 리스트에 올려 버릴 거예요.”
“다음 층으로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니 봐주죠.”
“그러면 뭐 해요. 자기들이 클리어할 수 있을 거라는 주인공 심리 때문에 저희가 피해를 보고 있잖아요.”
“목적이 부정적인 것보단 낫잖아요.”
“글쎄요. 그건 모르죠. 그거 알아요, 한지언 씨?”
“뭘요?”
“첫 번째 탑 클리어 이후, 한지언 씨의 이름이 꽤 알려졌다는 거요.”
“…그럴 수 있죠?”
“한지언 씨뿐만 아니라 한지운 헌터나 지화연 씨, 윤시아 씨, 박우윤 씨……. 끝까지 탑을 클리어한 사람들의 이름은 온갖 곳에 퍼졌어요. 그 덕에 지화연 씨 길드의 주가도 올랐고요.”
“그게 지금 이거랑 무슨 연관……. 아.”
“눈치채셨어요?”
“그러니까 유아한 씨 말은, 지금 저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다음 층으로 가려는 이유가, 인지도를 올리기 위함이라는 거죠?”
“그럴 확률이 높다는 거예요.”
“그건 너무 극단적인 생각 아닐까요.”
“법 없는 던전 안에선 뭐든 극단적으로 생각하고 몸을 사리는 게 좋아요.”
안 그럼 당하거든.
그 말을 끝으로 유아한 씨가 앞으로 나아갔다. 유아한 씨는 몇 걸음 걷는 듯싶다가 바닥이 내려앉을 정도로 강하게 땅을 디뎌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녀가 묵직이 뛰고 움직이며 상대편 기사들에게 손을 얹자 기사의 투구가 검게 물들고, 곧이어 녹아내렸다.
그렇게 전장을 누비던 유아한 씨의 앞으로 언월도가 날아왔다.
왕국 대 왕국의 싸움? 그건 아니었다. 기사들은 인형이었고, 왕국의 주민들은 대피해 있었다. 이것은 단순히 가상의 왕국이 걸린 헌터들의 싸움이었다. 상대의 능력이 마을을 불태웠고, 우리의 능력이 지반을 뒤집었다.
그러던 와중 유아한 씨가 말했다.
“류천화 씨 이 인간은 왜 안 오는 거예요?!”
“글쎄요. 전쟁이 일어나도 왕좌에서 못 벗어나는 거 아닐까요?”
“그렇다기엔 저쪽의 왕은 여기에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며 유아한 씨는 시선을 움직여 어느 한 헌터를 가리켰다. 우주를 담은 듯한 귀걸이. 그 모양새가 우리가 얻은 검과 비슷했다. 그렇다는 건, 저게 꿈의 파편이라는 걸 테고.
‘저게 왕인가 보네.’
그뿐만 아니었다. 초록색의 거대 애벌레 같은 존재가 주변의 건축물을 모조리 삼키고 있었다.
‘저건 수호신…인 것 같고.’
그렇다는 건 왕 역시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건데.
‘…오겠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류천화 씨라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오지 않을까.
유아한 씨가 상대 헌터의 목을 뒤틀다 옆구리에 상처를 입어 뒤로 물러났다. 잠시 물러나 상처를 치유하던 유아한 씨가 입을 열었다.
“왜 전쟁을 하는 거지?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왕국을 성장시킬 수 있을 텐데.”
유아한 씨의 말을 들은 헌터들이 대화를 할까 잠시 의견을 나누는 듯하다 왕처럼 보이는 헌터가 앞으로 나와 말했다.
“한국의 푸른 포션 제작자, 유아한 헌터. 이름은 익히 들었지만 실제로 뵙는 건 처음이네요. 당신의 포션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옆에 계신 분은 첫 번째 탑의 끝까지 가 클리어한 한지언 헌터 맞죠?”
고개를 끄덕이자 그 헌터가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중국 소속 헌터 류치밍이라고 합니다.”
“이상하다. 중국에선 푸른 포션 소지가 불가능할 텐데. 청송 포션이었나. 그거 사용하지 않아?”
“뭐, 다 방법이 있지요.”
“방법은 무슨. 보나 마나 불법으로 취득했겠지.”
“그것도 일종의 방법 아닌가요?”
“됐고, 묻는 말에나 답하지? 왜 전쟁을 일으킨 건데.”
“그야 당연히 다음 층으로 가기 위해서죠.”
“그러니까. 방법은 많은데 왜 하필 전쟁이냐고.”
“간단하면서 확실한 방법이니까요.”
“너희들끼리 올라가서 할 수 있는 게 있을 거 같아?”
“저희는 지금까지 수많은 던전을 클리어해 온 헌터들입니다. 그 덕에 저희의 위상은 하늘을 찌르지요.”
“난 네 이름을 처음 듣는데. 하늘이 언제부터 그렇게 낮은 곳에 있었지? 네 위상이 하늘을 찌르는 거면, 내 위상은 우주를 찌르겠다.”
“…아무튼, 저희는 확신이 있기에 다음 층으로 빠르게 가려는 겁니다. 당신들이 피해를 보게 된 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텅! 류치밍이 언월도의 날을 바닥에 꽂자 지반이 흔들렸다.
“한국은 저번 탑에서 충분히 이름을 날렸으니, 이번엔 양보해 주시는 게 어떠신지?”
“양보는 무슨. 그쪽은 세상을 구하면서 무슨 품앗이라도 하나 봐?”
“그렇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저 저희는 확신이 있으니 그러는 거죠.”
그 말에 나는 헛웃음을 내뱉으며 답했다.
“저는 확신 없이도 탑에 들어갔습니다. 세상을 구하다 보니 이름이 알려진 것뿐이고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저희가―”
“세상을 구하겠다는 사명감도 없이, 이름만 떨치려는 사람들이 정말 탑을 클리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겉보기보다 말이 많으신 분들이네요. 어쨌거나 저희는 탑을 오를 겁니다. 그 과정에서 당신들을 밟게 되었지만, 잠깐의 아픔이라 생각하고 한발 뒤로 물러나 주시는 건 어떤가요?”
“한발 뒤로 가는 건 모르고, 앞으로 가는 건 알아.”
지반이 튀어 올랐다. 나는 튀어 오른 지반을 가르고 헌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낫과 언월도가 맞부딪치던 와중, 류치밍이 입을 열었다.
“그거 아십니까?”
“어, 알아.”
“…지금 전쟁은, 헌터들의 싸움이 아니라는 걸.”
그 말에 고개를 돌리자, 뻐억! 몸이 뒤로 밀려났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유아한 씨를 향해 외쳤다.
“유아한 씨! 저희 기사들…….”
말을 끝내기도 전.
쿵! 우리 쪽 마지막 기사가 바닥을 굴렀다. 그와 동시에 울리는 암울한 음악, 그리고 하늘에 펼쳐지는 양피지.
[온연 왕국이 패하였습니다! 왕국 성장도가 하락합니다.]반대로 팡파르가 터지는 상대 헌터들 사이로, 류치밍이 우리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의 양보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며 류치밍이 뒤로 돌자 상대 헌터들은 모두 이동된 듯 사라졌다.
“…탑에서 나가면 저 인간들 푸른 포션 불법 소유로 신고할 거예요.”
“신고가 저쪽 상부층으로 올라가긴 할까요.”
“…….”
상대 헌터들이 돌아가자 우리의 몸 역시 왕국으로 이동됐다. 이동되자마자 보이는 류천화 씨를 향해 유아한 씨가 말했다.
“저쪽 왕은 직접 행차하셨던데. 류천화 씨는 왜 안 오셨을까요.”
“그러게. 왜 나는 행차하지 못했을까.”
류천화 씨는 백호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건 작아진 수호신에게 묻는 걸 추천하지.”
나는 작아진 백호의 모습을 보고, 기둥을 살폈다. 색이 차올랐던 기둥의 절반이, 하얗게 되돌아간 상태였다.
다시 백호를 바라보자 백호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제 몸이 일정 이상으로 커져야 왕을 태울 수 있어요.]“그게 무슨 상관인데.”
[왕이 직접 행차하려면, 저를 타고 이동해야 해요.]“…그러니까, 네가 성장이 덜 돼서 류천화 씨가 움직이지 못했다는 뜻인 거야?”
[네…….]“그렇게 컸었는데?”
[더 커야 해요.]유아한 씨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그런 건 진즉 알려 줬어야지 하고 웅얼거렸다.
주변에 양피지가 가득한 류천화 씨가 말했다.
“꽤 상태가 안 좋군.”
“전쟁이 일어난 후인데 좋을 리가 없죠.”
“기술도 몇 개 빼앗겼어. 주민들의 식량과 보석도 마찬가지고.”
“…남아 있는 건요?”
“국고에 찬 식량.”
“…그거라도 나눠 주죠.”
“일단 왕국이 다시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해야겠네요.”
지금껏 쌓아 왔던 것들이 날아간 건 조금 아쉽지만, 다시 하면 됐다. 다시 하면. 아예 처음으로 되돌아간 것도 아니고, 좀 줄어든 정도니까 금세 수복이 가능할 것이었다.
나는 문득 든 생각에 말했다.
“그러고 보니, 죽은 기사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다시 생겨나요…….]“생겨나는 시간의 정도는?”
[완전히 수복되려면… 조금 걸려요.]“그사이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야겠네.”
“그럼 다시 움직이지.”
우리는 멀쩡한 성을 중심으로, 왕국을 다시 성장시켰다. 남은 씨앗을 심어 농작물을 다시 늘렸고, 빼앗긴 기술은 기술을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을 통해 다시 수복했으며, 건물들은 주민들이 힘을 합쳐 다시 쌓아 올렸다. 자신들의 왕국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주민들이 꽤 적극적으로 나서서 금세 피해를 복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왕국을 쌓아 올려 다음 층으로 가기 위해 성장하던 와중.
[전쟁에 참여하시겠습니까. YES/NO]…또다시 전쟁이 일어났다. 그리고 패했다.
“왜 또 패한 거죠?”
이유는 완전히 수복되지 못한 기사들의 죽음이었다.
참고로 하나 더 알게 된 건, 왕국이 성장할 때마다 기사를 성장시킬 것인지 상업을 성장시킬 것인지 고를 수 있었고, 류천화 씨는 항상 상업을 성장시키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그걸 왜 지금 알려 줬냐며 유아한 씨가 화내 내부 분열이 일어날 뻔했지만, 늘 그렇듯 또 자연스레 지나갔다.
우리는 다시 왕국을 쌓아 올려, 전보다 단단히 준비하고자 했다. 그렇게 하나둘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가던 와중.
[전쟁에 참여하시겠습니까. YES/NO]또다시 전쟁, 그리고 또다시 패배.제대로 수복도 되지 않은 왕국의 상태로 인한 패배였다.
[전쟁에 참여하시겠습니까. YES/NO]기사들을 한곳으로 모아 원거리 공격만 시키며, 나와 유아한 씨 둘이서 전방에서 기사들을 죽이려는 헌터를 상대했지만 상대의 수호신이 지반을 뚫고 나와 기사들을 전부 먹어 치워 실패.
[전쟁에 참여하시겠습니까. YES/NO]기사들을 곳곳에 흩어 놓고 싸웠지만 전쟁이 나면 반드시 싸워야 하는 설정이라도 있는지 줄줄이 나와 격퇴된 기사들로 인해 패배.
[전쟁에 참여하시겠습니까. YES/NO]그냥 강적이어서 패배. 패배, 패배, 패배.
연이은 패배에 심해에서부터 튀어나온 듯한 깊은 한숨이 들려왔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