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87
87화
【악몽 잡으러 왔지요】
유아한 씨가 바닥에 드러누운 채 말했다.
“그냥 저희도 전쟁으로 방향을 바꾸는 건 어때요?”
“그러면 상업 발달이 불가능하잖아요.”
“다른 헌터들은 상업에 쥐뿔도 관심 없어 보이는데, 저희도 상업에서 손을 떼도 별 상관은 없겠죠. 게다가 그렇게라도 안 하면 계속 똑같을걸요?”
“나도 유아한 헌터의 의견에 동의한다만. 시간이 너무 지체됐어. 지금 상황에서 상업으로 성장을 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테지.”
“…그건 그렇죠.”
애초에 기사가 아닌 상업 쪽에 투자한 건 류천화 씨면서.
“그럼 저희도 기사에게 성장도를 전부 투자해요?”
“그래야겠지. 우선 성장할 거리라도 있어야―”
심드렁한 표정으로 양피지를 훑으며 말하던 류천화 씨의 말이 끊기고, 표정이 단숨에 진지해졌다. 류천화 씨가 무언갈 작성하기 시작했다.
“류천화 씨?”
“…새로운 방법이 생겨서 잠시.”
“새로운 방법이라뇨? 전쟁 말고 다른 게 있어요?”
“운 좋게도.”
“뭔데요?!”
“그건 내가 아니라…….”
“내가 설명할게.”
덜컹. 거대한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기사의 보호를 받으며 들어왔다.
금발에 짙은 이목구비. 그건.
“데이비드?”
“역시 아한네였구나.”
“언제 넘어온 거야.”
“너희가 넘어간 후 몇 시간 좀 되고?”
“그보다 새로운 방법이 뭔데?”
“…우리 인사 나누고 있던 거 아녔어?”
“시끄럽고.”
데이비드가 잠시 씁쓸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 입을 열었다.
“새로운 방법은 다름이 아니라 외교야.”
“여기에 그런 것도 있었어?”
“나도 겨우 찾아낸 거야. 너도 알다시피 지금 이곳에 도착한 헌터들 대다수가 전쟁을 치러 손쉽게 성장하려 하고 있어. 나도 그거 때문에 피해 본 게 꽤 크고.”
“그래서?”
“그래서 이리저리 방법을 모색하다 찾은 게 바로 외교야. 국가 간 외교를 맺으면 여행객 시스템이 생기는데, 이 시스템을 통해 관광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어. 다양한 서비스를 하면 여행객도 늘고, 여행객이 늘면 왕국의 성장 게이지가 오르지. 그리고 무역도 할 수 있어.”
“외교를 맺은 곳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잖아.”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국가 간 외교를 맺으면, 동시에 동맹 협약을 맺게 되거든. 이 동맹 협약을 멋대로 파기하면 왕국의 민심과 성장한 게이지가 하락해. 그래서 굳이 성장 게이지를 올리는 외교 국가와 전쟁할 생각은 안 하겠지. 전쟁하더라도 다른 국가와 전쟁을 할 테고.”
“확실히… 안전한 방법이긴 하네.”
“다만 문제는 탑을 빠르게 오르려는 헌터들이 아무리 외교를 해도 전쟁을 통해 게이지를 올리려 하지. 그럼 여기서 문제! 한 국가가 외교를 맺은 곳이 많으면, 그 국가에 전쟁이 일어날 확률은?”
“영에 가깝겠지.”
“맞아.“
”네가 그런 상황이고?“
”그것도 맞아. 전쟁을 지속하는 국가보다 성장은 좀 더디긴 해도, 안정적이지. 내 왕국의 동맹 현황을 다른 국가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굳이 시비가 붙을 일도 없고.“
“그런데 그걸 왜 그리 자세히 설명해 주는 거지?”
유아한 씨의 말은 대략 이럴 거다. 동맹에 관한 얘기만 해주면 될 것을, 본인의 지략까지 전부 알려 주었으니.
‘정말 왜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자세히 알려주는 거지? 그냥 동맹만 맺고 가면 될 것을.’
유아한 씨와의 친분이 있다지만 데이비드는 유아한 씨와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닌 듯했다. 푸른 포션을 더 얻어 내기 위해서라기에는 데이비드는 이미 푸른 포션을 많이 소유하고 있었고.
“뭐, 나한테 빚 하나 졌다고 생각해.”
“…그럼 그렇지.”
“거절할 이유는 없잖아. 위로 올라가야 하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수락한 상태지.”
“…어차피 나쁜 건 아니니까, 왕들끼리 잘들 하세요. 저희는 전쟁 때문에 피해 본 거나 수습하러 갈게요.”
그냥 넘어가는 유아한 씨의 모습에 나 역시 찜찜한 마음을 뒤로하고 유아한 씨를 뒤따라갔다.
유아한 씨가 문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데이비드가 입을 열었다.
“수습 도와줄까?”
“뭘 도와줘. 애초에 어떻게.”
“동맹 관계라 가능하거든.”
그 순간 데이비드의 앞에 양피지가 생겨났다. 뒤이어 데이비드가 만년필로 무언갈 적자.
“뭐 한 거―”
유아한 씨의 물음이 끝나기도 전, 휘익. 아무 색도 없던 기둥에 다시 색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무너졌던 왕국이 수복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
“엄청나지? 내 왕국이 차곡차곡 쌓은 게 많아서 그런 것도 있어. 이제 주민들이 알아서 무역이나 관광 서비스를 진행할 테니, 왕이 확인 같은 것만 해 주면 가만히 있어도 성장 게이지가 올라.”
“데이비드, 너 나중에 얼마나 뜯어내려고…….”
“날 너무 이득만 생각하는 파렴치한으로 보는 거 아냐?”
“뭐…….”
맞지 않냐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유아한 씨의 모습에는 장난이 살짝 섞여 있었다.
‘…내 생각보다 친한 건가?’
류천화 씨나 유아한 씨나 별 의심 안 하는 거 보면, 신경 안 써도 되는 거겠지.
“그럼 가 볼게. 왕좌를 계속 비워 둘 수는 없어서.”
“그래.”
데이비드가 눈웃음을 지으며 문밖으로 나갔다. 나는 잠시 그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말했다.
“그럼 저희도 외교 쪽으로 방향을 틀 건가요?”
“아무래도 편히 성장하려면 그편이 낫겠지. 내가 외교를 할 동안 두 사람은… 여행객이 늘어날 테니 치안 관리를 하는 게 겠군.”
“가만히 있는 선택지는 없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래도 저희도 다른 국가와 외교를 맺으면 전쟁 걱정은 덜하겠네요, 다행이에요.”
“그러게요. 진짜 계속 막혀서 걱정했는데.”
한시름 놓인 덕에 우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을로 향했다.
마을은 평화로웠다. 새로운 모습의 여행객들이 많이 보였고, 처음 보는 행상인들도 있었다. 그렇게 마을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운데 말랐던 바닥에서는 서서히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이보다 평화로울 순 없었다.
그대로 시간이 조금 흐르고, 한가할 때마다 성으로 돌아갔을 땐 눈에 띄게 성장한 백호를 볼 수 있었다. 기둥의 색도 꾸준히 차올랐다.
그렇게 마지막, 색이 차오르지 않은 기둥을 단 한 개 남기고 성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제 털을 고르던 백호가 갑자기 귀를 쫑긋이며 허공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 나는 백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 […… ㅇ …… ㄱ …… ㅁ ……]말풍선이 오류가 난 듯 깨지다, 픽, 백호가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당황한 유아한 씨가 말했다.
“뭐예요? 성 키우는 거 끝났……. 아닌데? 아니, 애초에 백호가 다음 층으로 데려다주는 거라 성을 키우는 게 끝났다 해도 백호가 쓰러질 리가 없는데?”
백호가 쓰러진 뒤 주변이 점차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변하는 환경에 나는 서둘러 몸을 보호했지만, 회색빛 환경은 우리에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다. 회색빛으로 주변이 멈춘 가운데 우리의 시간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아아. 이렇게 하는 건가?
그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어디서 들려오는 것인지 파악하기도 잠시. 파직!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어 오르다 홀로그램 창이 띄워졌다.
홀로그램 창의 화면에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서 있었다. 네 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머리칼을 두 갈래로 묶고, 눈의 색은 반전된 듯 바탕이 검고 눈동자가 흰 색. 누가 봐도 심상치 않았다.
홀로그램 창으로 보이는 것이 잠시 목을 가다듬다 세상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세상 어딘가에 사는 여러분, 안녕! 나는 이 층의 주인은 아니지만 내 직책의 의무를 다하러 온 악몽 사냥꾼! 꿈님의 악몽 대리인이야! 자, 그럼 간단한 이벤트를 하나 할게. 난 지금부터 아무 데나 쳐들어가 난동을 피울 거야! 만약 날 잡으면 후한 보상과 함께 바로 다음 층으로 가게 해 줄게! 이 이벤트의 이름은…….
악몽 사냥꾼은 잠시 고민하는 듯 입을 오므렸다가, 반달처럼 눈을 휘며 입을 열었다.
―두더지 잡기!
톡. 토도독. 꽤 되는 수의 작은 공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악몽 사냥꾼이 하얀 공을 집어 와 홀로그램 화면에 대고 보여 주었다.
하얀 공에는, 다른 나라의 언어가 적혀 있었다. 대충 보아, 몬드 글… 휙! 악몽 사냥꾼이 공을 보여 주다 말고 화면에서 치웠다. 아무튼 다른 헌터들의 왕국임은 분명했다.
―그럼 이벤트 개최~
홀로그램 화면이 변하며,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송출됐다. 악몽 사냥꾼은 마을을 거닐며 흥얼거렸다.
―악몽 잡으러 왔다가.
휙! 악몽 사냥꾼의 뒤로 헌터들이 나타나 공격을 가하려던 찰나.
―나쁜 놈 잡고 가지요~
촤아악! 악몽 사냥꾼이 검은 손톱으로 헌터들을 가르자 헌터들의 몸속에서 검은 액체가 튀어나왔다. 꽤나 큰 상처를 입었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죽어라, 괴물 자식!”
검은 액체가 튀어 나간 헌터들은 아까보다 더욱 겁 없이 악몽 사냥꾼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악몽 사냥꾼이 미소를 지었다.
―잘 먹겠습니, 다!
악몽 사냥꾼의 상의 뒤쪽에 쭉 연결되어 두 갈래로 갈라져 있던 있던 화살표 모양의 천 자락이 거대해지며, 악몽 사냥꾼에게 달려든 헌터들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그 모습에 주변 헌터들이 행동을 멈출 만도 했으나, 생각과 달리 헌터들은 계속해서 달려들고, 먹혔다.
‘…저게 무슨, 꼭 이성을 잃은 짐승처럼…….’
잠만. 이성을 잃은 짐승이라고?
‘분명 검은 액체가 나온 뒤로 저랬으니까…….’
아무리 헌터가 죽음을 각오하고 살아간다고 해도, 갑작스레 찾아오는 죽음은 누구에게나 익숙지 않다. 설령 예고된 것이라 해도 그건 마찬가지일 터. 그런데 저 모습은, 죽음조차 불사하고 겁 없이 달려드는 모습이었다. 단순 비유나 표현이 아닌, 정말 그 모습 그 자체였다.
―잘 먹었습니다.
헌터 한 명 없이 고요해진 거리에 거대해졌던 악몽 사냥꾼의 자락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윽고 다시 툭, 투두둑. 공들이 떨어지고, 악몽 사냥꾼이 공을 주워 들었다. 화면에 공을 가까이 가져온 악몽 사냥꾼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다.
―금방 갈게.
그렇게 하나둘, 악몽 사냥꾼은 왕국을 키우던 헌터들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누구 하나 가리지 않고 전부, 빠짐없이 먹어 치우는 그 모습은 악몽 사냥꾼이 아니라 악몽 그 자체 같았다.
사람들을 도우러 갈 수도 없었다. 이동하시겠습니까? 같은 양피지도 없었고, 포털 같은 것도 안 생겨났다. 자신을 이동 수단이라고 설명했던 백호 또한 죽은 듯 쓰러져 있었으니, 현재로선 이동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헌터들을 먹어 치우던 악몽 사냥꾼이 또다시 새로운 공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 거기엔, 이리 쓰여 있었다. 온연. 명백히 우리가 키우는 왕국의 이름이었다.
―아하핫.
악몽 사냥꾼의 웃음소리가 참으로 섬뜩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지언 씨!”
주변을 살피던 내 몸이 다른 곳으로 이동됐다. 뒤이어 몸이 이동되는 유아한 씨가 보였다가, 휙!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지금은 회색빛이 되어 버린, 평화롭고 따스했던 마을이었다.
차갑기 그지없는 광경이 되어 버린 마을을 둘러보던 중, 이질적인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색이 없는 주변 풍경과 달리 알록달록한 헤어. 톡톡 바닥을 두드리는 구두 굽.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낫을 꽉 쥐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달리.
―안녕.
고개를 돌린 악몽 사냥꾼은 살가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조용히 응시하던 와중.
“한지언 씨!”
뒤에서 들려오는 유아한 씨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바닥을 꿰뚫고 내 뒤로 다가온 악몽 사냥꾼의 천 자락이 코앞에 있었다. 나는 서둘러 옆쪽으로 피했다. 악몽 사냥꾼이 아깝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까칠이를 죽인 애들다워!
악몽 사냥꾼이 뭔 얘기를 하든 관심 없다는 듯 유아한 씨가 손가락을 매섭게 세워 달려들었다.
―음, 이상하다?
푹, 푸북. 그저 사람들을 먹어 치우는 천 쪼가리인 줄 알았던 꽁지가 유아한 씨의 옆구리를 꿰뚫었다.
―난 아직 악몽을 빼내지 않았는데.
“내가 상관할 바 아닌데.”
쑤욱. 꿰뚫린 것을 강한 힘을 주어 뺀 유아한 씨가 악몽 사냥꾼을 공격했다.
―신기하네. 멍청한 건가?
유아한 씨가 멍청한 거면…….
나는 잠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유아한 씨의 업적을 뒤로하고 능력을 쏘았다.
―기대한 것보단… 꽤 실망스럽네.
입술을 삐죽 내민 악몽 사냥꾼이 투덜거렸다. 그러든 말든 공격하는 유아한 씨의 앞으로 구두 굽을 높이 치켜든 악몽 사냥꾼이 쿵! 유아한 씨 머리를 내려찍었다.
유아한 씨는 제 머리를 짓밟아 바닥에 잃게 한 악몽 사냥꾼을 노려봤다. 비명 하나 내 지르지 않는 유아한 씨의 모습에 악몽 사냥꾼이 조금 흥미가 깃든 목소리로 말했다.
―과연, 악몽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악몽 사냥꾼이 날카로운 검은 손톱을 바짝 치켜들어 그대로 유아한 씨의 몸을 꿰뚫으려던 찰나.
텅! 연하고 푸른 천들이 엮이며, 악몽 사냥꾼과 엮였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