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88
88화
그것은 천이라기에는 서로가 서로를 통과하여 엮여 있었고, 바람이라기에는 그 형태가 뚜렷했다.
‘누구지?’
뒷모습이라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가 모르는 사람인 건 분명했다. 저런 외형은 본 적 없었으니.
나는 유아한 씨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 평범한 금발이었으나, 그 아래로 하늘색 새 깃처럼 길게 이어져 내려와 있었다. 하물며 손톱도 하늘색.
‘저런 사람이 있었나.’
곰곰이 생각하기도 잠시, 온몸을 하늘색으로 치장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아한. 너 빚 하나 더 추가됐다.”
“…아.”
목소리와 말투를 보니 딱 알 수 있었다.
‘문양 개방 상태 한번 화려하네.’
헤실헤실 웃는 데이비드를 향해 유아한 씨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피할 수 있었는데 끼어든 주제에 말이 많아.”
유아한 씨가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흠, 다른 왕국의 사람이 협력할 줄은 몰랐네. 뭐, 한 명 늘어 봤자 똑같겠지만.
퉁. 악몽 사냥꾼이 또다시 공격을 가해 왔다. 아까보다 속도가 더 빨라졌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공격을 받아 냈다.
‘…악몽 사냥꾼이면, 저것이 공격했을 때 튀어나왔던 검은 액체는 악몽인 거겠지.’
그리고 악몽이 빠져나간 사람들은 두려워하는 것이 사라졌으니 겁 없이 악몽 사냥꾼에게 달려든 걸 테고.
‘그러면…….’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가다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았다.
악몽도 곧 꿈.
악몽 사냥꾼이 내게 달려왔다. 나는 낫을 치켜들어 공격을 막으려는 척, 촤아악!
“한지언 씨!”
검은 손톱이 내 몸을 베었다. 악몽 사냥꾼의 얼굴에 웃음이 드리워지는 듯싶다가.
―…뭐야?
악몽 사냥꾼이 제 손에 묻은 내 피를 보며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되네, 이게.”
―뭐?
“뭘 그렇게 놀라. 아, 혹시 자신의 능력이 백 퍼센트 통할 거라고 생각했어? 자만이 대단하네.”
―생각보다 더 대단했구나, 너!
나에겐 꿈이 안 통하니, 이것도 안 통하리라 생각하고 공격을 맞았고, 내 생각이 맞았다.
악몽 사냥꾼의 옷 꽁지가 늘어나며 공격을 가해 왔다. 똑같이 공격을 가하자 악몽 사냥꾼은 제가 언제 표정을 구겼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응? 뭔데, 뭔데?
“이 층의 관리자가 아니면서 왜 여기에 온 거지?”
―의외네? 그런 걸 물어보고. 난 왜 공격하냐고 물을 줄 알았는데.
“그거나 저거나… 그래서, 왜 온 거지?”
―음, 너무 당연한 질문 아니야?
공격하려던 악몽 사냥꾼이 잠시 멈추었다가, 휘익! 몸을 돌리며 재차 공격을 가해 공격이 맞닿았다.
―악몽이 있으니 악몽을 잡으러 왔지. 나는 악몽 사냥꾼이니까!
“악몽이란 건 우리의 악몽을 말하는 건가?”
―너희? 아니? 너희 악몽을 내가 왜 잡아.
“그럼 왜 우릴 공격하는 건데.”
―응? 그거야…….
퉁! 뒤에서 유아한 씨와 데이비드의 공격이 날아왔다. 악몽 사냥꾼이 그들의 공격을 받으며 말을 이었다.
―재밌으니까!
툭. 공격을 이리저리 피해 저 멀리 안착한 악몽 사냥꾼이 말을 이어 나갔다.
―애초에 나는 꿈의 질서를 방해하는 악몽을 사냥하는 거지, 여기 잠깐 머물렀다 갈 너희들의 악몽을 잡을 필요는 없거든? 헛물 삼키지 마. 너희 악몽은 줘도 안 가져. 내가 너희 악몽을 먹는 걸 봤니? 그냥 뽑아 버리기만 했지.
“그럼 여기엔 왜 온 건데? 여기 악몽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곳은 만들어진 곳이잖아. 꿈을 꾸는 생명체들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무슨 소리야? 악몽이 없다니.
악몽 사냥꾼이 양팔을 쭉 뻗었다.
―이곳에 사는 모든 주민이 악몽을 가지고 있는데! 악몽은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야. 속에 감춰졌다가 어느 순간 펑 터지는 존재지. 그리고, 그거 알아?
악몽 사냥꾼이 무얼 말하든 공격을 가하는 유아한 씨를 피하며 말했다.
―이곳은 네 말대로 악몽이 없던 곳이었어. 그럼 여기서 문제. 왜 이곳에 악몽이 생긴 걸까요?
악몽이 없던 곳. 그러다 악몽이 생긴 곳. 자연스럽게 악몽이 생겨난 것이라고 보기엔 악몽 사냥꾼이 우리에게 문제를 냈다. 그렇다는 건.
“우리 때문이라는 건가?”
―정, 답!
쿵! 악몽 사냥꾼이 내 목을 조르며 내 몸을 땅에 꽂았다.
―너희가 전쟁이라는 수단으로 하도 주변을 망가뜨리니까, 주민들이 두려움을 느껴서 악몽이 자라난 거야! 그래서 내가 여기로 올 수 있었고! 이곳이 회색빛이 된 것도 내가 악몽을 삼켜서 그런 거야!
“그래?”
휘익! 나는 악몽 사냥꾼의 몸을 붙잡고 반대로 땅에 꽂았다.
“내 알 반가.”
―무책임하네! 그런데 날 죽이려고?
“네가 죽이라며?”
―잡으라 했지 죽이라곤 안 했는데.
“그럼 잡았네.”
―애초에 못 죽이지만!
“모르지, 그건.”
나는 손 위에 별 무리가 생겨나자마자 그대로 악몽 사냥꾼의 얼굴에 꽂았다. 펑! 공격이 통한 듯 악몽 사냥꾼의 얼굴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깊이 패기 시작했으나.
‘가짠가.’
곧 악몽 사냥꾼의 몸이 흐물흐물해지며 손에 잡힌 감각이 사라지고 땅에 손이 닿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못 죽인다니까. 꿈과 얽힌 것으로 나를 꿰뚫는 게 아닌 이상 못 죽여~
그 말에 잠시 가만히 서 있다가, 옆쪽에 서 있는 데이비드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 오기 전에 얻은 꿈의 파편, 있으시죠?”
“응? 그렇지?”
“빌려주실 수 있나요?”
“어……. 아! 꿈과 얽힌 것이라 했으니 그게 맞겠구나.”
“네.”
“그런데… 내 걸로 저걸 죽일 수 있을지 의문이네.”
“네? 도대체 뭐길래…….”
데이비드가 손목을 들어 꿈의 파편을 보여 주었다. 우주를 담은 듯한 둥근 팔찌. 분명 꿈의 파편인 듯했지만… 확실히, 이걸로는 못 죽이겠네.
“줘 봐.”
그때 옆에서 대화를 듣던 유아한 씨가 냉큼 데이비드의 손목에 있던 팔찌를 빼냈다. 그러곤 제 손목에 차는 듯싶다가, 손바닥 중간에서 멈추곤 그대로 팔찌를 쥐었다.
“찌르지 못하면 때리면 되죠.”
흡사 너클 같은 모양새의 팔찌에 데이비드가 실소했다.
“뭘 웃어. 엄호나 해.”
―으음, 너희 둘한테는 별로 관심 없는데.
“그렇다는데요, 한지언 씨.”
“…그렇다고 저한테 관심 있다고 한 적은 없는데요?”
“말하는 것과 지금까지의 행동을 살펴보면…….”
―맞아! 너한테 관심 있어!
“그렇다네요.”
“유아한 씨는 도대체 누구 편이죠?”
“전 제 편이죠.”
말을 끝마친 유아한 씨가 손목을 작게 돌리는 듯싶다가, 퉁! 단숨에 뛰어나가 악몽 사냥꾼을 공격했다.
―정말 공격할 줄은 몰랐는데. 혹시 학습 능력이라는 게 없는 거야?
공격을 피한 악몽 사냥꾼이 바닥에 발을 끌며 방향을 바꾸더니, 휘익! 손을 재빨리 움직였다. 검은 손톱이 유아한 씨에게 닿기 직전, 데이비드가 능력을 사용해 튕겨 냈다.
―뭐, 됐다. 처음에는 신기했는데, 이제는 좀 지루해.
촤아악! 악몽 사냥꾼의 공격이 유아한 씨에게 스치자 검은 액체가 흩날렸다.
“아한?!”
데이비드가 놀라며 곧장 능력을 사용했다. 악몽 사냥꾼은 가볍게 데이비드의 공격을 피해 냈다.
툭. 비틀거리는 듯 고개를 젖혔던 유아한 씨가 이내.
“학습 능력이 없는 건 너겠지.”
고개를 휙 들어 올린 유아한 씨가 꿈의 파편을 쥔 주먹으로 악몽 사냥꾼의 얼굴을 가격했다. 타격이 꽤 컸는지, 악몽 사냥꾼이 바닥에 데굴 굴렀다.
―…뭐야?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바로는, 네 능력은 겁을 없애는 거야. 맞지? 그리고 네 능력이 그거라면, 미안. 나 원래 겁 없어.”
―정말 그렇게 생각해?
재빠르게 일어난 악몽 사냥꾼이 유아한 씨에게 공격을 가했다.
“글쎄. 내가 생각하기엔 그렇지. 게다가 만약에 내가 겁이 없어져 막 행동한다 해도 죽을 일은 없어서.”
유아한 씨의 몸에 생긴 상처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갔다. 그 모습에 악몽 사냥꾼이 표정을 찌푸리며 달려드는 우리의 공격을 막아 냈다.
―뭐, 좋아. 인정해. 너희, 지금까지 봤던 애들이랑은 좀 다르네. 그래! 그런 거 같아. 근데 그게 뭐? 결국 날 못 잡고, 못 죽이잖아.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네.
악몽 사냥꾼의 말에 나는 작게 비웃음을 내뱉었다.
―뭐야? 왜 웃어?
“하나 깜빡한 게 있나 본데.”
쉬이익! 거센 바람 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회색으로 물든 하늘 너머, 하얗게 빛을 내는 무언가가 날아왔다.
“우리 쪽 왕은 아직 안 납신 상태였어.”
하늘에서 작게 반짝이던 빛이 이윽고 가까워지며 그 형태가 뚜렷이 보였다.
작았던 몸체가 어느새 거대해지고, 있으나 마나 했던 송곳니는 날카로워졌으며, 동글했던 눈은 어느새 매서워진 백호 위에, 류천화 씨가 앉아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여기로 이동되기 전 주위를 둘러보며 발견한 것. 그건 회색빛으로 물든 백호의 앞발 부분이 하얗게 변해 있는 모습이었다. 주변이 단숨에 회색빛으로 변한 와중에 색이 돌아왔다면, 높은 확률로 굳은 모습이 풀리고 있다는 뜻일 터.
그리고 왕은, 백호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 그렇다면 즉 백호가 움직여 류천화 씨를 이곳으로 데리고 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원래는 류천화 씨 없이 해결하려 했지만.’
악몽 사냥꾼이 제 입으로 꿈과 얽힌 게 아니면 절 죽일 수 없다 했으니, 그에 합당한 무기를 들고 와야지.
“상황은?”
백호가 착지하기 전 먼저 백호의 등에서 뛰어내린 류천화 씨가 물었다.
“꿈의 파편으로 공격해야 공격이 통해요.”
“검은 취향이 아니거늘.”
후웅! 우주를 담은 듯한 검이 류천화 씨의 손아귀에 쥐어졌다.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곳에서 얻은 꿈의 파편. 이거라면 악몽 사냥꾼을 해치울 수 있을 확률이 높았다. 하물며 팔찌와 달리,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검의 형태이니.
―어, 잠깐만. 그거 혹시…….
악몽 사냥꾼이 아까 같지 않게 뒷걸음질을 쳤다. 류천화 씨는 그러거나 말거나.
“빨리 끝내고 이동하지.”
쐐애액! 검을 크게 휘두른 류천화 씨의 앞으로 강한 검기가 쏘아졌다.
―아.
쿠웅! 검기가 바닥을 뒤집고, 건물을 부쉈다. 류천화 씨가 노렸던 악몽 사냥꾼은…….
―항복!
두 손을 하늘 높이 들어 항복을 표했다.
―까칠이가 거만하긴 했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거든? 걔 그래도 엄청 강한 애였단 말이야! 걔 무기로 하는 건 반칙이지!
“이러라고 만든 거 아니었나.”
―그건 맞긴 하는데……. 아, 야!
악몽 사냥꾼이 무어라 말하든 류천화 씨는 계속 검을 휘둘러 검기를 쏘아 댔다.
―아, 그만! 그만해! 내가 졌으니까!
폴짝. 건물 지붕 위로 올라간 악몽 사냥꾼이 잔뜩 화난 표정으로 말했다.
―에이씨! 너희 통과! 이벤트 당첨! 빨리 가 버려!
그러며 악몽 사냥꾼은 평범한 열쇠 하나를 내게 던졌다.
“이걸 어디에 사용하라는 건데.”
―왕좌 뒤에 열쇠 구멍이 하나 있어. 거기다 끼워서 돌리면 돼.
나는 떨떠름하게 열쇠를 쥐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보상은?”
―보상? 음, 나중에 알게 될 거야!
“허?”
“나는?”
나와 유아한 씨 사이에 낀 데이비드가 멍청하게 서서 물었다.
―아, 맞아. 그래. 너도 인정할게.
악몽 사냥꾼은 열쇠를 하나 더 휙 던졌다. 데이비드가 열쇠를 받으며 작게 웃었다.
―이것들도 다시 뱉어야지. 무거워서 애먹었네.
우르르.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갑자기 사람들이 우르르 떨어졌다. 자세히 보니 아까 화면 너머로 보았던 사람들이었다.
―나는 죽이는 취미는 없어. 그러니까 그냥 여기다 버리고 간다? 너희는 어차피 갈 거잖아. 아, 갈 거면 빨리 가 버려, 그냥!
구시렁거리던 악몽 사냥꾼의 말이 끝나자 훅, 단숨에 시야가 변했다. 주변을 보아 다시 왕좌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모양이었다. 덤으로 회색빛이었던 주변은 본래의 색을 되찾은 상태였다.
“왕좌 뒤라고 했지.”
류천화 씨가 성큼 왕좌 쪽으로 다가가더니 한 손으로 왕좌를 돌렸다. 악몽 사냥꾼의 말대로, 거기에는 열쇠 구멍이 작게 나 있었다. 맞겠지 하고 열쇠를 넣고 돌리자…….
“이런 용도였네요.”
유아한 씨의 말에 나는 뒤로 돌았다.
몇 개 안 남은 하얀 기둥에 색이 차올랐다. 이윽고 완벽히 색이 차오른 기둥들이 검게 물들더니, 주변 역시 검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위로 오로라와 별이 피어오르며.
[축하드립니다. 왕국 다스리기에 성공하셨습니다.]거대해진 백호가 우리 앞에 서 있었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