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89
89화
【지식이 오가는 공간】
거대해진 백호가 하얗게 빛나, 주변과 대비되었다.
[이곳은 다음 층으로 가기 위한 통로입니다.]다음 층으로 가기 위한 통로라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암흑과 별 사이에 길은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아마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겠죠. 당신들의 종족을 보며 저는 온갖 환멸을 느꼈어요. 그들은 오직 자기의 욕망만 채우려고 하였으니까요. 그런 탓에 그들이 이곳에 도달해도 전 그들을 다음 층으로 안내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당신들은 조금 달랐어요. 내재된 욕망이 어떻건, 진심이건 아니건, 이곳을 올바르게 다스려 주셨어요.]‘생각해 보니 그렇네.’
나는 류천화 씨를 슬쩍 보았다. 여기서 가장 빨리빨리 일을 진행하려 할 것 같은 사람이, 전쟁이라는 간단한 방법을 곧장 활용하지 않았으니.
‘유아한 씨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려 했고.’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이리 정성껏 왕국을 다스렸는지는 나도 몰랐다. 난 그저 튀지 않게 두 사람의 의견을 살피고 비슷한 주장만 내뱉었다. 사실은 전쟁이라는 간단한 방법을 활용하고 싶었지만, 두 사람이 전쟁을 하려는 기미가 안 보여서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혹시 전쟁을 싫어해서 안 한 걸 수도 있으니까.’
호감을 떨어뜨릴 만한 짓은 안 하는 게 나았다.
[제 등에 오르세요. 다음 층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그 말에 류천화 씨가 먼저 백호의 등에 올라탔다. 아무래도 한 번 타 본 적이 있는 경험자여서 쉽게 오른 듯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나나 유아한 씨가 쭈뼛대며 올라탔다는 건 아니지만.
통. 백호가 앞발을 내디뎠다. 백호는 곧이어 폴짝 뛰더니 그대로 하늘을 걸었다.
백호를 타고 이동하던 와중, 유아한 씨가 말했다.
“동화 같네요.”
나는 그 말에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백호의 위에 타고 있는지라 내겐 주변 풍경밖에 안 보였지만, 만약 제삼자의 시선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면 정말 동화의 한 장면처럼 보일 듯싶었으니.
그렇게 내가 유아한 씨의 말에 동감을 하던 찰나, 류천화 씨가 유아한 씨의 말에 대꾸했다.
“동화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세 명이지만.”
“한창 감성적이었는데 초를 치시네요.”
“감성도 없는 세 명이다만.”
“저나 류천화 씨는 그렇다 쳐도… 한지언 씨는 왜요? 충분히 동화에 어울려 보이는데.”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진심이 아니었다면 말을 안 꺼냈겠죠?”
날 사이에 껴 두고 둘이서 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외형으로 따지면 두 사람이 훨씬 더 동화에 어울리는데.
류천화 씨가 말했다.
“동화는 보통 꿈 많은 어린아이들이 보는 거지. 꿈이 없는 사람한테는 안 어울리지 않나.”
그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 답했다.
“저한테도 꿈은 있어요.”
“있었다면 1층의 대리인에게 그렇게 안 당했겠지.”
“…너무하시네.”
“한지언 씨, 꿈이 뭔데요? 건물주?”
“세계 평화요.”
“정말 꿈 같은 꿈이네요.”
백호가 움직이며 불던 바람이 서서히 사그라졌다. 뒤이어 별이 뜬 검은 공간 한가운데에 있는 지나치게 평범한 문이 시야에 들어왔다.
백호가 바닥에 착지하며 다 왔다는 말을 건넸다. 우리는 모두 백호의 등에서 내렸다.
잠시 문을 바라보다 말했다.
“던전이랑 비슷하네요.”
“던전과 다를 바 없으니 그렇겠지.”
우리가 나란히 문 앞에 서 있자, 옆에 있던 백호가 말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겠네요.]백호의 말에 류천화 씨가 답했다.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 만나겠지. 없다면 여기서 끝이겠지만.”
그러자 백호가 고개를 저었다.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여러분이 이 탑을 클리어하면 저는 사라지니까요.]‘게임 서비스 종료랑 비슷하네.’
[…여러분.] [왕국 다스리기는… 어떠셨나요?]“키우는 방식이 단조로워.”
백호가 알고 있다는 듯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류천화 씨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이내 다시 말했다.
“만약 할 수 있는 게 더 많았더라면, 좋은 왕국이 되었겠지.”
백호의 몸이 환하게 빛났다 이윽고 우리가 맨 처음 보았던 작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건 제 개인적 보답이에요.]푸르고 붉은 구슬이 백호의 위로 두둥실 떠오르더니 류천화 씨의 손에 안착했다. 가까이서 보니 푸른 계열 색상의 하늘 안에 노을이 진 하늘을 담은 구슬이었다.
‘꿈의 파편 같은 건가.’
그러나 백호에게서 나온 말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이건 씨앗이에요.]예상외의 답변에 나는 우선 고개를 까닥였다.
[당장은 비료가 없어 자라나지 못하지만, 여러분들이라면 비료를 찾을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해요.]바람이 불었다. 백호의 형상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백호는 맹수라고는 전혀 볼 수 없을 정도로 순한 표정을 지으며 바람결에 사라졌다.
잠시 아무도 아무런 말이 없다가, 유아한 씨가 말했다.
“씨앗이 무슨 씨앗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런 말을 하니 나쁜 것 같진 않네요. 우선 가죠.”
유아한 씨가 문을 활짝 열었다. 문을 열자 하얀 빛이 문 너머를 장악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저 먼저 갈게요.”
유아한 씨가 문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빛에 먹혀 사라진 유아한 씨 다음으로 류천화 씨가 들어가고, 나는 뒤를 한번 돌아봤다.
“별이 이보다 적었으면 닮았으려나.”
떠오르는 기억에 나는 무심코 중얼거리고는, 끝이 보이지 않는 풍경을 잠시 바라보다 뒤로 돌아 그대로 문으로 들어갔다.
환한 빛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가 이내.
“한지언 헌터.”
밝아진 시야에 나는 주변을 살폈다.
벽을 감싼 수없이 많은 책장과 책. 그것도 모자라 하늘에 떠올라 있는 책과 책장. 한눈에 봐도 여긴.
“도서관인가 봐요.”
“그걸 몰라서 부른 게 아니다만. 주변을 봐.”
류천화 씨의 말에 나는 주변을 살폈다. 뭐, 헌터들이 좀 있는 거 빼면 별거 없……. 아.
“유아한 씨?”
“불러도 없어.”
“…따로 떨어지신 걸까요.”
“글쎄, 일단은 그런 모양인데.”
잠시 침묵이 일었다.
“우선 우리라도 이동하지. 그 잠깐 사이에 죽었다는 가정을 하기에는 조금 이르니, 만나게 되면 만나는 거고, 아니면 끝이겠지.”
“네, 뭐……. 그렇긴 하죠.”
목덜미를 쓸어내리며 주변을 살폈다. 여기서 뭘 어쩌라는 건―
―새로 온 손님이군요.
우리를 말하는 듯한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책장 사이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검은 정장에 하얀 셔츠와 검은 타이, 여덟 개의 검은 팔과 하얀 장갑을 낀 손들, 머리카락과의 경계선이 구분되지 않는 암흑 같은 피부와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여덟 개의 붉은 눈. 흡사 거미와 같았다.
―저는 이곳의 관리인 사서입니다.
딱 봐도 사서일 것 같았다.
―따라오시죠. 이곳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쪽을 죽이면 끝나는 거 아닌가?”
―이곳은 지식만이 오가는 공간. 싸움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정 싸움을 원하신다면 미로로 안내해 드리지요. 꿈을 먹는 자들이 좋다고 달려들 테니까요.
“아니라는 말을 굳이 돌려서 하는군.”
―알아들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그럼 본론으로 넘어가죠. 이곳은 말했다시피 지식이 오가는 공간. 꿈을 꾸는 자들의 지식이 쌓이는 곳입니다.
그 말에 내가 옆에 있던 책 한 권을 집으려 하자, 손이 쑤욱 책을 관통했다.
―설명해 드리려 했는데 성격도 급하셔라. 이곳에 있는 책들은 대부분 저만 만질 수 있습니다. 모든 지식과 꿈이 들어 있는지라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되거든요.
“그러면 우리보고 여기서 뭘 어쩌라는 거지?”
류천화 씨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사서의 여덟 개의 붉은 눈이 전부 방긋 웃었다.
―간단합니다. 당신들이 만질 수 있는 책을 찾으세요. 그 책에 문제가 적혀 있을 겁니다. 책에 적힌 문제를 맞히시면 열쇠의 조각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열쇠의 조각을 모두 모아 문을 여세요.
“그건 개인적으로 해야 하는 거야?”
―아뇨. 서로가 팀이라고 인식한 경우, 열쇠의 조각이 팀으로 분류되어 합쳐집니다. 이동 역시 마찬가지죠. 혹시 또 궁금한 점이 있으신지?
그 말에 류천화 씨가 물었다.
“문제의 난이도는?”
―글쎄요. 저야 모르죠. 한번 풀어 보시고 직접 난이도를 매기시길 바랍니다. 그럼 더 이상 질문은 받지 않겠으며, 두 분께 행운이 따르길 바랍니다.
휘익! 사서의 발밑 바닥이 분리되며 사서와 함께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라 사라졌다.
“류천화 씨, 각자 찾는 걸로 하실 건가요?”
“…아니. 우선 같이 다니도록 하지.”
“의외네요. 지루해서 빨리 넘어가려고 흩어지자 하실 줄 알았는데.”
“나름의 보호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해 두지.”
“보호 차원이라뇨?”
내 물음에 류천화 씨가 고개를 까닥였다. 어디를 보라는 듯한 턱짓에 시선을 돌리자.
“…아아.”
다른 팀인 듯한 사람들이 책 한 권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싸움이 금지된 터라 본격적으로 싸우진 않는 것……. 어이구.
콰아앙! 그중 한 사람의 검이 길게 바닥에 꽂히며 상대를 공격했다. 뒤이어 상대 역시 공격을 하려던 찰나.
―미로로 이동하시도록 하겠습니다.
거미처럼 내려온 사서가 손뼉을 치자 투웅, 바닥이 네모나게 뚫리며 싸웠던 헌터들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보니까 시비 붙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은데요.”
“단 한 방에 죽을 수도 있지 않나.”
“전 초파리가 아녜요.”
대화하며 이동하다 보니 날아다니는 헌터가 시야에 들어왔다. 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가, 라고 하기에는 나는 헌터들의 수가 많았다. 잠시 헌터들을 바라보다가 발을 구르자.
“오.”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이렇게 해서 위쪽 책장을 살피면 되겠네요.”
이 많은 책장을 어떻게 다 둘러보느냐가 문제겠지만.
‘다 비슷한 모양새인데, 하나하나 다 만져 봐야 하는 건가.’
나는 책장 가까이 다가갔다. 책 한 권에 손을 얹자 얹은 손이 무색하게 쑤욱 책을 관통했다.
‘…잠만. 이런 거라면…….’
휘익. 나는 책이 꽂혀 있는 책장 사이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한쪽으로 휘둘렀다. 관통되는 책들 사이에 만질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손을 휘두르기만 해도 집힐 터.
그렇게 몇 분 정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니 턱, 책 한 권이 손에 집혔다.
“류천화 씨, 책 한 권 찾았어요.”
“우연이군. 나도야.”
“생각보다 찾기 쉬웠네요. 언제 다 찾아보나 고민했는데. 류천화 씨 거 먼저 펼쳐 봐요. 같이 풀어 보죠.”
내 말에 류천화 씨가 아무 말 없이 책을 펼쳤다. 그러나 두께가 꽤 되는 모습과 달리, 그 속엔 글씨 없는 종이뿐이었다.
“꽝인 거―”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 하얀 종이 위로 검은 잉크가 한 방울 떨어진 듯 얼룩이 생겨나더니 이내 글씨가 써지기 시작했다.
[절친했던 강아지의 이름은.]강아지?
“다른 책을 읽어야 알 수 있는 문제인 걸까요?”
“…내 생각에는, 나에 관한 문제 같은데.”
“류천화 씨에 관한 문제라니…….”
혹시 그 경계선에 있었을 때 봤던 강아지인가?
“한지언 헌터도 책을 펴서 확인해 보는 게 어떤지. 책을 펼친 사람에 대한 문제가 나오는 것 같은데.”
“확실히, 여러 사람의 꿈과 지식이 모인 곳이지만 저희는 대부분의 책을 만질 수 없고, 그중에서 저희가 만질 수 있는 책이니까…….”
높은 확률로 자신과 관련되어 있기에 만질 수 있거나, 혹은 책을 만진 사람과 연관되는 내용이 적히는 책이거나.
뭐든 확인해 보면 알겠지, 하며 책을 펼쳐 써지는 글씨를 바라보다가,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살해한 동족의 수는 어느 정도.]『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