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저건 그냥 돌덩이다. 그냥 돌덩이야.
콰앙! 있는 힘껏 낫을 휘둘렀지만, 되레 퍼지는 진동에 손끝이 찌르르 울렸다.
‘쓸데없이 단단해 가지고……!’
퍼버벙! 갈라진 대리인의 입 속에 능력을 퍼부어 보았으나 소용없었다. 그렇겠지. 애초에 돌로 만들어진 것이니까.
‘그리고 내가 이렇게 힘을 써 봤자…….’
쿠우웅! 나와는 다른 타격음이 들려오는 류천화 씨의 공격에도 돌로 된 대리인은 멀쩡했다. 힘이 능력인 류천화 씨의 공격이 안 통한다면 내 공격이 통할 확률은 현저히 낮았다.
‘정말 무식하게 공격하는 방법 말곤 없나?’
류천화 씨의 공격이 통하는 듯싶다가 금세 수복되는 모습이 참 가관이었다.
‘지화연 씨를 보낸 게 실수였나?’
류천화 씨와 나의 경우 범위가 넓은 공격이 주를 이루지만 지화연 씨는 좁은 범위에 날카로운 공격을 주로 했다. 어쩌면 그런 날카로운 공격으로 대리인의 틈을 파고들 수도 있었을 터.
“혹시 뭐 보신 거라도 있으세요?”
“무엇을?”
“저는 저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중간부터 봤잖아요. 처음부터 보셨다면 뭔가 아실까 싶어서.”
“별거 없었어. 갑자기 주변의 돌들이 솟아올랐지. 그래서 하나 추측하건대, 이 지형 전체가 저것이 아닌가 싶군.”
“그렇다면 또 다른 형체가 솟아오르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추측으로 남겨 뒀지.”
“무력화는 사용해 보신 거죠?”
“닿을 때마다 사용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던데.”
쿵! 우리가 대화하는 것이 거슬렸는지 대리인이 방해를 해 왔다. 류천화 씨는 그대로 대리인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대리인의 얼굴로 뛰어올랐다. 류천화 씨가 대리인의 갈라진 입 위아래를 붙잡아 찢어 냈다. 입을 기준으로 돌덩이가 갈라지는 것도 잠시.
―어리석은 것.
갈라지던 머리가 솟아오르며, 류천화 씨에게 공격을 가했다.
―이곳은 나의 모든 것. 내가 이곳에 있는 한, 나는 무너지지 않아.
이곳이 나의 모든 것이라…….
텅! 류천화 씨의 공격에 대리인이 부서져 나갔다가 다시 수복됐다.
“…어.”
대리인이 부서지며 흩날리는 돌덩이들의 움직임이 조금 묘한 듯싶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떨어진다기보다는, 무언가에 의해 끌어당겨지는 것 같다고 해야 하려나.
“흠.”
틱. 돌덩이 하나가 바닥에 붙었다 떨어지며 대리인을 향해 솟아올랐다.
“한지언 헌터, 그렇게 여유롭게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여유롭다기보다는, 뭘 발견해서요. 류천화 씨, 대리인 말고 바닥에 무력화를 사용해 주실 수 있나요?”
“바닥에? 왜지?”
“재밌는 걸 발견했거든요.”
“그게 무―”
쿵!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손이 휘둘러졌다.
“이대로 아무런 타격도 못 주고 시간만 끄는 것보단 일단 뭐라도 해 보는 게 낫잖아요. 이 상황에선 줄줄이 설명할 시간에 움직이는 게 더 나은 것 같은데.”
“그것도 그렇군.”
지이익. 공격을 막아 낸 류천화 씨가 몸을 낮추며 바닥에 손을 얹었다.
―이 무스―
그와 동시에 거대한 굉음이 울리며, 수없이 많은 돌무더기가 움직여 제자리를 찾아갔다. 형태를 잃은 대리인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해결된 거―”
“아니. 내 능력은 형태를 못 갖추게 막는 거지, 죽이는 게 아니야.”
“…그러면 지금, 형태를 못 갖추고 있을 때 어찌 죽여야 할지 고민해야겠네요.”
“그렇―”
류천화 씨가 땅에 붙이고 있던 손을 땅에서 떨어뜨렸다.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 류천화 씨가 내 멱을 잡고 끌어당겼다. 동시에 땅이 진동했다. 무슨 일이냐 묻기 전, 류천화 씨가 먼저 말했다.
“아까부터 한지언 헌터가 주변을 인식 못 하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군.”
“무슨…….”
류천화 씨가 눈짓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분명히 형태를 없앴던 대리인이 아까와 같은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아니, 조금 다르다.’
방향. 대리인이 보는 방향이 변해 있었다.
“처음에는 시야에 들어와 그 기운이 느껴지는 듯했지만, 그게 아니었어. 저것엔 살기가 없어. 정말 돌 그 자체군.”
“그래서, 싸울 방법은요?”
“바닥을 짚고 있음에도 나타났으나, 그 대신 방향이 바뀌었지. 보아하니 저것이 보는 방향대로 바닥을 짚어 무력화해야 통하는 모양이던데, 그걸 이용해 죽일 방법을 찾아야지.”
그 찾는 게 문제지만.
“무력화해도 영영 사라지는 게 아닌데… 저건 어찌해야 죽을까요? 어디 약점이라도 있나.”
“그건 한지언 헌터가 알아내야지.”
“진짜 무책임하시네.”
“대리인을 전부 처리해 달라는 부탁을 수락한 건 한지언 헌터가 아니던가.”
“그건 맞긴 하지만…….”
“골렘은 주로 몸 제일 안쪽 중심에 핵이 있지.”
“저것도 골렘처럼 몸 중앙에 핵이 있을 거라는 뜻인가요?”
“추측이야. 그저 입력된 정보를 처리해 움직이는 골렘 역시 마찬가지로 살기가 느껴지지 않으니까, 살기가 없다는 게 같아서 말해 본 거야.”
“만약 그 추측이 맞는다면, 어떻게 안쪽까지 파고드느냐가 문제겠네요.”
류천화 씨는 겉면이라도 부술 수 있었지만, 나는 류천화 씨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류천화 씨, 무력화를 애매하게 사용해 주실 수 있나요?”
“애매하게라면?”
“돌덩이들이 합쳐질 것 같은 타이밍에 무력화를 걸어, 돌덩이들이 합쳐지지 못하게만 방해해 주세요.”
“어찌할 생각이지?”
“제 방식대로 해 봐야죠.”
약점을 찾아 약점을 파고든다. 약점이 없다면 만들어 낸다. 다른 사람들처럼 정면 승부를 겨룰 힘 따윈 존재하지 않으니, 비열하게. 무슨 짓을 하든 남는 건 결국 결과이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내가 고개를 까닥이자, 류천화 씨가 바닥에 손을 얹었다. 형태를 잃기 직전의 대리인이 분노의 말을 꺼냈다.
―간악한 수가 통할 것 같더냐!
“그건 모르지.”
나는 단숨에 대리인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다. 류천화 씨의 능력 덕에 돌덩이들이 제대로 합쳐지지 못하고 틈을 만들어 냈다.
휘릭, 손에 쥐어진 낫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여, 그대로 낙하했다. 갈라진 틈을 노려 낫을 휘둘렀음에도 묵직한 감각에 진동이 일어 손끝이 아렸다.
그럼에도 더욱 강하게 힘을 주어, 능력을 동원해 단숨에 갈라진 틈을 베어 냈다.
‘저건가.’
류천화 씨의 추측이 맞는다는 듯, 반으로 갈라진 대리인 사이로 푸른 구슬이 작게 빛을 냈다.
―통하지 않을 짓을 하는구나.
콰아앙! 거대한 손에 몸이 바닥에 내쳐졌다. 문양 개방을 했음에도 트럭에 치인 듯한 감각에 골이 울렸다.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아라.
“어리석은지 어떤지는, 결과가 알려 주겠지.”
―무슨…….
나는 손에 얽히는 푸른 구슬을 대리인에게 보여 주었다.
―이 간악한 것이!
거대한 손이 날아들어 내게 닿기 직전.
“소용없어.”
퍼석. 구슬을 쥐자 그것은 힘없이 부서졌다. 깨진 구슬에 뒤이어 쿵! 대리인의 몸에 붙어 있던 돌덩이들이 하나씩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는…….
퉁. 류천화 씨가 대리인의 머리로 추정되는 것을 저 멀리 날렸다.
“나쁘지 않았어.”
나빴으면 큰일이겠죠.
“아이템 같은 건 안 떨어졌네요. 죽은 건 맞겠죠?”
“글쎄. 마지막에 절망하던 모습으로 보아, 죽은 건 확실한 듯싶은데.”
“그렇게 믿죠, 뭐.”
“이런 것들이 수두룩한 건가.”
“아무래도 그럴 거 같은데요.”
그나마도 합쳐진 게 아닌, 흩어진 조각이라 이 정도인 거겠지.
악몽 사냥꾼을 떠올렸다. 이곳에서 얻은 무기가 아니었으면 우리의 본래 힘으로는 절대 처리하지 못했을 것.
‘대리인들이 합쳐지면 그 정도 하겠지.’
하얀 날개 대리인은 우연히 얻어걸린 거니까. 아마 그런 조건이 없었다면 손쓸 틈도 없이 당했을 것이었다. 난 당했지만.
“우선 다른 것들도 찾아보죠.”
“어떻게?”
“돌아다니면 나오지 않을까요.”
“대책 없군그래.”
“그러는 류천화 씨는 계획이 있으세요?”
“없으니 반박을 안 했겠지. 다만 내 생각은 좀 달라. 가만히 있는 건 어떤가?”
“뭐예요, 그게.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겠죠.”
“혹 모르지 않나.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대리인이 올지.”
“강한 것들이 굳이 움직일까요?”
“그건 모르…….”
그때 바람의 기운이 달라졌다. 곧장 고개를 돌리자, 하늘을 가로지르는 새 한 마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내가 이긴 것 같군.”
“내기도 안 했는데 이기긴 뭘 이겨요.”
거대한 괴조가 우리의 위를 지나가려던 찰나, 나는 높이 뛰어올라 곧장 낫을 휘둘러서는 그것을 바닥에 떨구었다.
♧♣♧
무거운 몸을 낫으로 지탱하며 물었다.
“얼마나 죽였죠?”
“다섯 마리 정도 되나.”
“더 있겠죠?”
“아마.”
류천화 씨와 내가 조금씩 이동하며 잡은 대리인은 총 다섯. 어중간한 수였다만, 첫 번째 탑에서보다는 훨씬 많은 수였다. 아니, 합쳐진 거니까 전부 하나로 쳐야 하나?
“마저 이동하지.”
그러며 휙, 고개를 돌린 류천화 씨가 돌연 우뚝 제자리에 멈춰 섰다.
“왜 갑자기 멈추고 그러세요.”
“…우리가 암석 지대에서 얼마나 이동했지?”
“별로 안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
말을 제대로 하지 않는 류천화 씨의 모습에 무슨 일인가 싶어 앞으로 나서자.
“무슨…….”
새하얗게 피어올라 하늘로 뻗은 줄기가,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 아까와 달리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보니 그 정체를 대충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저건, 나뭇가지였다.
아니, 그 전에, 우리가 언제 여기까지 온 거지?
“저것이 근원이라 했지.”
“네.”
“그렇다면, 저것이 우릴 부른 거겠군.”
“…도대체 무슨 논리예요.”
“이동 거리가 얼마 되지 않는데 벌써 가까워졌다는 건, 저것이 우릴 불렀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지 않나.”
묘하게 그럴싸해 반박은 안 했다.
“그럼 근원 쪽으로 가실 생각인가요?”
“우리를 불러들인 거면, 다가가서 부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애초에 목적은 저쪽이고.”
그건 그렇지.
그렇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서려던 찰나.
―거기까지.
후우웅!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주변의 지형이 깎여 나가고, 나무가 쓰러졌다.
“또 뭐지.”
류천화 씨가 지긋지긋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바람을 타고 오는 것들이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재빠르게 움직여 자세히는 보지 못했지만, 전부 하나같이 형태가 뚜렷한 것들이었다.
그렇게 합쳐지기 시작한 것들은, 이윽고 새로운 형태를 갖추었다.
‘…설마.’
쾅! 불로 치장된 거대한 칼이 땅에 꽂히자 그 파동에 지진이 일었다. 몸 전체가 불로 치장된 것의 몸에서 불길이 사그라지며, 이내 그것이 뚜렷한 형태를 보였다. 그중 가장 눈에 들어온 건.
‘양 뿔…….’
익숙한 양의 뿔이었다.
‘그렇다는 건……!’
곧장 고개를 돌려 류천화 씨에게 속삭였다.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저거, 대리인들이 합쳐진 거일 테니까.”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어.”
“잘나셨네.”
촤악! 하얀 날개가 펼쳐졌다.
―너희는 이곳에 도달할 수 없다. 너희는 이곳에 닿을 수 없다. 내가 이곳을 지키는 한, 꿈에 닿는 건 불허한다.
스릉. 불로 휘감긴 검이 서서히 들리며, 이윽고 그 끝이 우리에게 겨누어졌다.
―나, 꿈의 기사는, 이곳을 지키니, 그 누구도 여기에 닿을 수 없고, 닿아선 안 된다. 여기까지 온 것은 기특히 생각하나, 동시에 죄를 지었기에 용서할 수 없으니.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지?”
―이곳에 닿기 위해, 살(殺)을 저질렀다. 그 어떤 생명이든 남을 해칠 자격은 너희에게 존재하지 않으니, 죄를 지은 너희를 처단하겠다.
쿵! 기사가 한 걸음 움직이자 다시 한번 지진이 일었다.
―죄를 묻는 불은, 죄를 지은 자에게만 벌을 주나니. 죄를 짓지 않았다면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