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4
94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패했다.
“커헉!”
주위에 유혈이 낭자했다. 피부는 불로 인해 붉게 물들었다. 저 멀리 날아갔던 류천화 씨가 비틀거리며 돌아왔다.
―한 걸음도 지나갈 수 없다.
한 걸음은 좀 지나가게 해 주지.
류천화 씨가 주저앉은 내 머리 위로 포션을 뿌리자 화상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일어나.”
“…1분만 좀 쉽시다.”
“1분 뒤에 죽고 싶은가 보군.”
“…예예, 일어납니다.”
기력 소모도 극심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지금까지 층을 클리어하며 쉰 적이 없으니까.
‘…지금 눈을 감으면 죽겠지.’
저 불에 무슨 효과라도 부여됐는지, 화상을 입었던 부분이 치료됐음에도 저렸다.
‘이걸 지금 쓸 생각은 없었는데.’
손아귀에 포근한 무언가가 쥐어졌다. 이윽고 줄기가 자라나, 팔에 얽혀 왔다.
“…들어는 봤다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군.”
불에 그슬려 무너진 풀과 꽃들 사이로, 새싹이 자라났다. 자라난 새싹은 이윽고 꽃송이로 변하며, 주변이 점차 꽃으로 물들어 갔다.
물들어 가는 풍경이, 대리인에게 향했을 때쯤.
―그런 얕은수는 통하지 않는다.
바람이 내게 다가왔다. 이윽고, 거대한 검이 몸을 관통했다.
짧게 소리가 들렸다가, 멎었다.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앞이 캄캄해졌다.
“으…….”
이윽고 캄캄해진 주변이 밝아졌을 땐.
“…안 죽었네.”
여기에 사는 놈들은 뭔 죄다 능력이 안 통해.
저린 곳 하나 없이 멀쩡한 팔다리를 가뿐히 움직였다.
‘여긴 어디지.’
푸른 잔디밭. 나는 그곳에서 깨어났다.
“음…….”
류천화 씨는 괜찮으려나 모르겠네. 상태를 보아 한 시간은 더 버틸 것 같긴 했다만.
“나는 마법사가 되고 싶어!”
그 순간 들리는 소리에 나는 곧장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어느 두 아이가 있었다.
‘…한쪽은…….’
아까 초록 머리 대리인 옆에 있던 남자아이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럼 반대쪽은.’
평범한 갈색 머리에, 갈색 눈동자. 그러나 그 밖의 외형은 비슷했다.
‘대리인의 꿈인가?’
아니면… 과거라든가.
‘나는 안 보이는 모양이네.’
나는 내가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성큼, 두 아이에게 다가가 대화를 엿들었다.
“메리, 넌 뭐가 되고 싶어?”
“난…….”
번쩍. 여자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난 ■■가 될 거야!”
후욱. 바람이 불며 두 아이의 형체가 사라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로 돌자, 조금 성장한 듯한 아이 둘이 놀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바람이 불고, 아이들이 사라지고, 나타나길 반복했다. 아이들은 어느 때는 싸우기도, 어느 때는 서먹해하기도, 혹은 사랑을 속삭이기도 했다.
그렇게 성장하던 두 아이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대리인이 되어 줘. 너는 그에 걸맞은 능력을 지니고 있어.
탑의 주인이, 여자아이에게 그리 말하였다. 아이는 당황한 듯 얼버무렸고, 옆에 있던 남자아이는 흥분하며 아이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그렇게 대리인이 된 아이의 모습이 변하고, 불행이 뒤따랐다.
아이는 대리인이 된 이후로 탑의 주인이 죽기 전까지 살아야 하는 불멸자와 가까운 존재가 되었으나, 남자아이는 아니었다.
필멸자와 불멸자의 사랑은, 제삼자가 보기엔 애틋한 사랑일지 몰라도, 당사자에겐 예정된 고통과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수없이 찾아올 고통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었다.
라고, 누군가가 노래하듯 들려오는 말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한테 이걸 보여 주는 이유는…….’
지금 상황은 분명, 그 초록 머리 대리인의 과거일 터. 그렇다는 건.
‘의식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건가.’
그리고 이걸 알린다는 건.
‘꺼낼 수 있다는 거겠지.’
아니라면 나에게 이런 걸 보여 주지 않았을 테니까.
다시 주변이 까맣게 물들기 시작했다. 잠시 시야가 일렁이는 듯싶다가.
“이제 일어나는 건가.”
“…….”
상처는 없었다. 류천화 씨가 포션으로 치료한 건가.
“얼마나 지났어요?”
“얼마 안 지났어. 2분 정도.”
나는 눕혀졌던 몸을 일으켜 꿈의 기사를 바라봤다. 상처 하나 없이 깔끔한 몸에 한숨이 나왔다.
‘양 뿔은… 그대로 달려 있고.’
만약 따로 꺼낼 수 있다면 강한 쪽이 좋은데. 머리에 있으니, 아마 가장 강한 거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네.
“뭘 하려는 거지.”
류천화 씨가 기사에게 다가가려는 나를 붙잡으며 물었다.
“…공격이 안 통하니, 대화라도 하려고요.”
“진심인가?”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이건 알아 둬. 두 번은 없어.”
“뭐가요?”
“아까 한지언 헌터를 구해 낸 뒤로 한쪽 팔에 감각이 없거든. 안 움직여.”
“…….”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사람 놀라게. 그런 말은 처음부터 하세요.”
“그런 말을 하는 것치곤 안 놀란 것 같은데.”
“놀랐어요.”
류천화 씨를 제치고 기사를 향해 나아갔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뜨거운 열기가 몸에 상처를 입히려 들었다.
그렇게 몇 걸음을 남기고 가까워져, 나는 작게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은 네가 원하는 상황이 아니잖아.”
―무슨 소리지.
너한테 하는 말 아니다.
“하고 싶은 게 있었으면서, 왜 이 길을 택한 거야? 연인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글쎄. 남의 꿈을 무시하고 현혹하면 기분 좋나?”
이건 이 탑의 주인에게 하는 말이다. 들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초록 머리 대리인이 꿈을 꾸었기에, 조각으로서 임명된 것이라고. 이곳에서의 꿈은 곧 힘이니까. 초록 머리 대리인은 그 꿈이 강했기에, 꿈이 무엇인지가 아닌, 그 강함에 조각으로 임명됐으리라. 이곳은 꿈이 힘의 매개체가 되는 곳이니까.
“당연히 있을 필멸을 거부하고 불멸이 된 대가는 클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만큼 불멸이라는 이름의 크기는 거대하지. 스스로 불멸을 택했으니만큼 사라진 인연에 얽매이지 말고 불멸의 길을 똑바로 걸어.”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거늘.
쿵! 꿈의 기사는 피할 수 없을 만큼 재빠른 속도로 내 목을 쥐어틀었다.
―그래. 그런 식으로 날 현혹하려 했나? 꽤 머리를 굴리는 것 같으니 하나 알려 주지.
터엉! 꿈의 기사가 제 옆으로 공격해 오던 류천화 씨를 저 멀리 던졌다.
―네가 나를 현혹하기 위해 했던 말들은, 아쉽게도 오답이다.
“윽……!”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몸을 버둥거려도 몸이 돌에 매달린 양 꿈의 기사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단죄의 시간이―
“그만해.”
앳된 목소리에 겨우 고개를 돌리자, 아까 보았던 남자아이가 기사의 망토 자락을 잡고 있었다.
‘저게 왜 여기……. 아니, 그 전에, 위험해.’
나는 기사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능력을 퍼부었다. 그러나 기사는 시선을 아이에게 고정한 채 팔이 타들어 가는 것을 무릅쓰고 계속해서 내 목을 부여잡고 있었다.
“네가 원하던 건 이런 게 아니잖아.”
―…….
“어째서 네 모습을 가리고 그러고 있어.”
―벌레가 꼬였군.
후웅! 내 목을 쥔 손의 반대 손에 들린 거대한 검이 불에 휩싸였다. 이대로 두면 저것은 죽을 것이었다.
‘살려 둬야 뭐라도 되겠지.’
하얀 문양이 피부를 덮었다. 곧장 기사의 팔을 틀어 손의 힘이 풀린 틈에 빠져나온 후 아이를 붙잡으려던 찰나.
터어엉! 기사의 검이 아이에게 닿기 전 멈춰 섰다.
-…그래. 죄를 짓지는 않은 모양이지.
아이의 작은 손이 거대한 검을 감싸 잡았다.
“네가 검을 휘두르려던 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였잖아.”
아이가 놓쳤던 기사의 망토 자락을 붙잡았다.
“그러니 그만해, 메리.”
휘익! 기사의 주먹이 아이를 향해 날아갔다. 이번엔 정말 위험할 듯싶어 아이에게 달려가려 걸음을 떼기 직전, 방울 소리가 들려와 내 걸음을 멈추었다.
초록색 머리와 양 뿔, 붉은 눈. 이전에 보았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 된 조각 대리인이 기사를 막아섰다.
기사의 형태가 일그러지며, 부위마다 다른 모습으로 변해 이상한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난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뒤를 돌아보지 않고 온 게 문제였던 걸까? 모르겠어. 이미 끝날 대로 끝났는데.
“너도 알잖아. 다시 시작하면 돼. 실패는 당연한 거잖아.”
―알아. 아는데…….
“뭘 두려워하는 거야? 주변에 아무도 없어 혼자라고 느껴져 그런 거야?”
―…….
“네 곁엔 늘 내가 있어.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난 평생 너의 곁에 머물러 있으니까.”
―아니, 역시 모르겠어.
쿵. 초록 머리 대리인이 막았던 기사의 공격을 놓았다. 뒤이어 기사의 공격이 아이를 향해 쏘아졌다. 나는 곧장 달려들어 아이를 감쌌다.
낫으로 막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능력으로 튕겨 낼까? 아니. 류천화 씨의 공격을 맞고도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을 안 했는데, 과연 내 공격이 통할까.
‘이판사판이다.’
문양 개방이 풀리기 직전까지만, 딱 그 정도로만 사용하자.
화아악! 사라졌던 문양들이 다시 피부에 뒤덮였다. 빛이 흘러 낫에 빛을 냈다.
나는 예견된 싸움을 받아들였다. 바람에도 끄덕하지 않는 불은 피부를 감싸 태웠으며, 검은 자칫하면 사지 하나를 통째로 날릴 만큼 강했다. 기력도, 힘도 없는 현재의 나로선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한 번 더.’
콰직! 거칠게 내디딘 발아래, 꽃들이 피어올랐다. 꽃이 크게 번지진 않았지만 검게 탄 주변은 전부 꽃으로 뒤덮였다. 푸른 장미가 낫에 얽히며 피어올랐다.
―그, 런 술수, 는 안 통한다고, 했다.
“…허.”
형태가 일그러졌을 때부터 추측은 했건만. 설마 진짜로 이게 통할 줄이야.
몸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가팔랐던 숨이 편안해졌다.
곧장 나아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기사를 공격했다. 공격 하나하나가 통하는 감각이 느껴지던 와중, 턱! 공격이 통하다 말고 어딘가에서 막혔다.
“또 무슨, 아.”
망할.
옆에 있던 초록 머리 대리인의 몸이 형체를 잃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스러지는 형체가, 천천히 기사의 몸으로 들어갔다.
“메리! 그만해! 이제 안 해도 돼! 남은 것도 없는데 왜 계속하려는 거야! 목표가 없어 그러는 거라면, 목표는 다시 세우면 되잖아!”
아이의 외침에도, 초록 머리는 의식을 잃은 듯한 눈을 보이며 점차 기사에게 흡수되어 갔다.
그 덕에 나는 죽을 맛이었다. 빠져나왔으면 그대로 다른 데로 가거나 그러지. 왜 굳이 제자리에 멈추어 서 있다가 흡수되고 있어.
방금까지 통하던 꽃밭이, 기사의 형체가 하나로 통일되며 바스러졌다.
‘실패했나.’
공격을 막은 낫이 밀려났다. 몸이 묵직한 검에 짓눌리고, 화염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에이씨, 진짜.”
나는 거대한 검을 옆으로 기울여 흘려 보냈다. 곧이어 검이 땅에 박히고, 그 틈을 노려 목을 가격했으나.
“…와, 진짜. 좀 통해 주면 안 되나.”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강한 힘 앞에 장사 없다는 건 잘 알긴 한다만.
“흠집조차 안 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터엉! 기사의 발길질에 몸이 튕겨 나갔다. 숨을 쉴 새도 없이 그대로 몸을 짓눌렸다.
―장난은 즐거웠나.
“아니.”
거대한 검이 머리 바로 위에 있었다.
‘아까는 초록 머리의 의식과 류천화 씨가 있어서 살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없으니.
‘다시 해야겠네.’
그래. 웬일로 실패 없이 잘 가나 했다. 혹시 하는 마음에 나름 설렜었는데. 그럼 그렇지.
검이 화염에 휩싸였다. 머리 위에 있는 화염에 하늘이 붉게 보였다.
―그거 아나?
“뭐.”
―우리는 한 몸. 꿈과 분리된 이상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것들이지.
“…….”
즉 다시 말해.
“일부러 봐줬다는 거네.”
―잘 아는군. 주제를 모르는 듯해 죽기 전에 알려 주었다.
“너무하네.”
―그럼 이제 죄의 벌 앞에 무릎을 꿇어라.
훙. 기사의 검이 목을 향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짤랑.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