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said that his brother possessed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5
95화
피부를 찌르던 화염이 멎었다. 아니, 정확히는.
“…형.”
검은 안개가 주변에 자욱이 퍼져 있었다.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선 형밖에 없다. 그리고, 형이 맞았다.
내 팔을 잡아 일으킨 형이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보곤 그대로 기사를 향해 걸어갔다.
“지언 형, 괜찮아요?”
강희민이 눈앞에 서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윤시아, 마허윤, 유아한 씨, 지화연 씨… 손에 끌려오는 류천화 씨, 데이비드까지. 모두가 모였다.
지화연 씨가 말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대리인들이 없어서 류천화 씨에게 갔더니 쓰러져 있지 뭐예요.”
“류천화 씨 쓰러진 거 오래간만에 보죠.”
유아한 씨의 말에 지화연 씨가 동감하는 듯 웃었다. 지화연 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한지언 씨, 저건 뭘까요?”
“대리인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존재예요. 자기 말로는 저 하얀 가지들을 지키고 죄를 지은 것을 처벌한다더라고요.”
“그런 것치곤… 어정쩡하게 생겼네요.”
“아, 아마 저한테 부탁을 했던 대리인이 빠져나와서…….”
아니, 다시 흡수되고 있지 않았나?
고개를 돌리자 다시 어중간한 형체로 바뀐 기사 옆으로 윤시아와 강희민이 초록 머리 대리인을 멀리 던져 놓는 모습이 보였다.
“…죽이려면 아마 지금이 기회일 거예요.”
“흠?”
“저 대리인이, 머리를 담당하고 있었어요. 머리가 떨어진 지금이 기회일 거예요.”
“그렇다는데요, 유아한 씨?”
“또 싸워야 돼요? 그냥 한지운 헌터한테 맡기면 되지 않나.”
“힐러의 유무에 따라 싸움의 결과가 결정될 수도 있으니까요.”
“…저 인간 싸움에 끼어드는 건 좀 그런데.”
그러며 유아한 씨가 느린 걸음으로 걸어, 싸움에 가세했다.
형의 공격에 기사가 뒤로 물러나는 듯싶다가 반격했다. 그에 맞춰 형이 검을 높이 들어 기사의 목을 쳤으나, 텅! 검이 허공을 맴돌며 기사에게 상처 하나 주지 못한 채 튕겨 나갔다.
나나 류천화 씨가 괜히 애먹은 게 아니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기사를 해치워…….
“…아니, 잠만.”
“네?”
지화연 씨가 무슨 일이냐는 듯 물었으나 일단 뒤로하고, 나는 기사와 싸우는 형을 향해 외쳤다.
“우리의 목적은 걔가 아니잖아! 뒤에 하얀 가지들을 부숴 버려!”
우리의 목적은, 부탁받은 것은 저 가지, 근원을 없애는 것이었다. 기사가 있으면 닿지도 못한다고 했지만… 기사 입에서 나온 말이니 혹시 모른다. 시도는 해 봐야지.
내 외침에 형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가지를 향해 검이 뻗어 나가, 가지가 잘리는 듯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실상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되레…….
“…세상에.”
형의 한쪽 팔이 불에 타 재가 된 듯 그슬렸다. 그뿐만 아니라 기사가 온 힘을 다해 공격을 시도했다.
“이곳의 근원이 저거라고 했던가요.”
“네, 맞아요. 그리고… 저것이 합체되어 있는 이상, 제겐 저 근원에 닿을 기회조차 없다고 했죠.”
“그렇다면 섣불리 다가가는 건 위험하겠고… 새로운 방법이라도 찾아봐야겠네요.”
―응. 그렇지.
휙! 지화연 씨와 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곳에는, 악몽 사냥꾼이 자연스레 서 있었다.
“…네가 왜 여기에…….”
―내가 사는 곳이 여긴데 좀 있을 수도 있지.
“그런 뜻이 아니잖아.”
“한지언 씨? 이 사람은…….”
“사람 아니에요. 대리인 중 하나예요.”
지화연 씨는 딱 한 번이지만 대리인을 본 적이 있으니 이렇게만 말해도 이해할 것이었다. 아니, 두 번이려나. 저 기사도 엄연한 대리인일 터이니.
“…아아.”
지화연 씨의 분위기가 변했다. 낮게 깔린 살기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그러나 그런 살기와는 반대로, 지화연 씨는 악몽 사냥꾼을 빤히 쳐다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마 내가 가만히 있어서겠지. 현재 상황으론, 내가 지화연 씨보다 이곳을 더 잘 아니.
―진정해~ 난 보상을 주러 온 거뿐이라고.
“보상이라니?”
―클리어 보상. 아직 안 줬잖아?
“…그래서, 보상이라는 게 뭔데.”
악몽 사냥꾼이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말했다.
―저거 부숴. 네 손으로.
“진심이야?”
―그래.
보상이니 뭐니 하더니, 결국 이런 거였나.
“말이 된다고 생각해? 저 가지에 닿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내 두 눈으로 목격했는데?”
―말 돼. 그야 저것이 건드렸기에 저런 반응인 거니까.
“그 말은, 한지언 씨가 건드리면 잠잠할 거라는 뜻인가요?”
―맞아. 정확해.
“어째서 그런 일이 가능한 거죠? 당신이 무언갈 한 건가요? 그렇다면 차라리 저한테―”
―응?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나는 이곳을 거느리는 것도 아니고, 내가 관여할 수 있는 건 악몽뿐이야. 저런 꿈 덩어리가 아니라.
“그럼 어째서, 한지언 씨에게만 저걸 건드리는 게 가능한 거죠?”
―으음.
악몽 사냥꾼이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길지 않은 시간 후 툭 말했다.
―내가 그걸 왜 설명해야 해?
“설명이 있어야 이해를 하고, 이해를 해야 믿음이 생기고, 믿음이 생겨야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귀찮게 굳이 그런 단계를 거쳐야 해? 어차피 설명해 줘도, 너희는 이해 못 해.
“어찌 됐건 설명을……!”
“지화연 씨, 일단 해 보죠.”
“…한지언 씨. 이건 목숨이 달린 일이에요. 만약 저 말이 거짓이면, 한지언 씨는 꼼짝없이 재가 돼 버릴 거라고요.”
“그렇다고 저 말이 거짓이라는 증거도 없잖아요.”
“…이걸 긍정적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못 하는 채로, 꼼짝없이 저 검과 화염에 베여 죽는 것보단, 뭐라도 하고 죽는 게 더 명예롭지 않나요?”
“죽음 앞에 명예를 왜 따져요. 죽으면 그 명예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데.”
“그건 그렇긴 하죠.”
―말 잘 통해서 좋네. 그럼 어서 달려! 저걸 부숴 버려!
악몽 사냥꾼의 신난 모습에 지화연 씨가 더욱 못 믿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마치 진심으로 저걸 믿어요?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손 뗄게요.”
“…뗄 수 없게 되면요?”
“그럼… 죽는 거죠, 뭐.”
“장난해요?”
“네.”
“…….”
나는 아무런 긴장도 하지 않은 채, 가볍게 앞으로 걸어 나갔다.
‘내가 다가가는 걸 기사가 보고만 있을 리는 없으니… 돌아서 가야 하나.’
그런데도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머리로는 돌아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몸은 점점 기사와 싸우는 사람들의 곁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렇게 기사가 나를 인식하기 직전.
“시선을 끌 테니까 어떻게든 다가가 봐요.”
휙! 단숨에 기사에게 뛰어든 지화연 씨의 능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하늘에 붉은 얼룩이 지고, 그곳에서 창과 검의 모습을 한 피가 쏟아져 내렸다.
‘발을 묶어 두는 게 좀 더 확실하려나.’
시선을 돌려, 쓰러진 류천화 씨의 곁에 있는 윤시아와 강희민, 마허윤을 향해 다가가 말했다.
“희민아. 내가 저 기사를 향해 뛰면 기사의 발을 묶어 줘.”
“네? 제가요?”
“그래.”
“…가능할까요? S급들도 저리 고전하는데…….”
“지금 싸움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들의 능력은 이미 간파당해서 보이는 족족 피하지만 너는 아직 능력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눈치채지 못하고 걸릴 거야. 1초라도 좋으니까 잠깐만 방심만 하면 돼. 그리고…….”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마허윤을 쳐다봤다. 내가 마허윤을 쳐다봄과 동시에 마허윤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마허윤 너한테도,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
“…뭔데.”
“희민이와 동시에 능력을 사용해 줘.”
“뭐? 너도 알잖아. 내 능력은 그런 용도로는 불가―”
“발을 묶는 용도 말고, 시야를 가리는 용도로.”
“…그런 거라면야.”
“그럼 바로 한다.”
“뭐? 잠깐…….”
잠깐 따위는 없다. 나는 단숨에 뛰어올라 기사의 바로 앞까지 당도했다. 그와 동시에 기사의 발에 나무가 엮이고, 빛으로 된 화살이 기사의 얼굴에 박혔다.
기사가 잠깐 멈칫한 순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기사의 머리를 발판 삼아 가지를 향해 뛰어올랐다. 낫이 가볍게 쥐어지고, 근원을 향해 휘둘러지려던 찰나.
“메리!”
기사가 내가 아닌 초록 머리 대리인을 노렸다.
‘…왜?’
만약 정말 내가 근원에 닿는다면, 막아야 할 건 나일 텐데.
화염이 초록 머리 대리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모습에 나는 입술을 깨물고 근원을 디뎌 다시 반대로 뛰어들었다.
화악! 몸이 화염에 휩싸였다. 피부가 타는 고통이 적나라하게 느껴져 깨문 입술에 피가 흘렀다.
“한지언 씨! 무슨…….”
팔을 거세게 휘두르자 화염이 걷어졌다. 그러나 상태는 말이 아니겠지.
푸른 기운이 피부를 감싸고, 타들었던 피부가 본래 상태로 돌아왔다. 나를 치료해 준 유아한 씨가 물었다.
“이유나 말해 봐요. 왜 이런 건지. 가지에 발이 닿았음에도 멀쩡한 걸 보면 한지언 씨는 근원을 부술 수 있는 것 같았는데, 왜 저걸 지키는 길을 택한 건가요?”
“…저 거대한 근원을 저 혼자 처리하려면 꽤 되는 시간이 소비될 거예요. 저걸 처리하는 도중 저 대리인이 화염에 휩싸여 죽거나, 다치거나 할 테고요.”
“그래서요?”
“지금 상황에서 왜, 기사가 제가 아닌 대리인을 죽이려 드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제가 근원을 부수고 있는데 대리인이 죽어 저 기사가 강해지기라도 한다면 근원을 부수다 말고 죽거나 쫓겨날 수도 있잖아요.”
“그건 저희가 막고 있으니 괜찮지 않았을까요?”
“글쎄요. 지금도 공격이 안 통하는데, 여기서 더 강해지면 과연 어떻게 될까 싶은데요. 하물며 여러분의 공격을 받고 있음에도 대리인을 죽이는 걸 택한 거라면… 일단 뭐가 있겠구나 싶었어요.”
“난 저 친구 말에 동의.”
데이비드가 뜬금없이 나섰다.
“저건 다른 몬스터와 달리 지성이 있잖아. 그런데 부러 위험성이 큰 선택을 했을까? 게다가 저건 저 근원이라는 걸 지키는 처지인데, 저 친구를 내버려 두고 저것을 공격했다면 분명 뭐가 있었을 거라 생각해.”
―내 앞에서 잘도 떠드는구나.
쾅! 몸이 밀려날 것 같은 공격이 날아왔다. 나는 기사의 공격을 겨우 버텨 냈다. 그렇게 버텨 낸 것도 잠시. 다음 공격이 닥쳐들었다.
‘여기서 밀려나면, 이것들이 죽을 터.’
나는 뒤에 주저앉아 있는 대리인과 아이를 살짝 쳐다봤다.
‘발전은… 없는 건가.’
흡수되지 못하게 막는 수밖에 없나.
쿵! 또다시 다가온 공격에 시야가 흐려졌다.
“…메리. 너와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 널 지켜 주고 있어.”
―…….
“이건 내가 부탁하는 게 아니라 네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보답해야지. 기사로서.”
―…….
“메리, 정신 차려. 혼자라는 생각에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내가.
정신이 나간 것 같았던 대리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당연한 소리야. 모든 생명에게 불가능이란 없어.”
―…지키려고 한 존재들을, 지키려고 마음먹은 존재를, 또 내가 지키지 못하면 그때는 정말 일어나지 못할까 봐…….
“시도하고 실패를 하는 건 당연한 결과야. 오히려 성공하는 게 대단한 거지.”
―…난, 그런 실패가 두려워. 아니, 성공이라는 게 영영 불가능해서 과연 내가…….
부정적인 말을 하고 있음에도 대리인의 형태가 뚜렷해져 갔다. 왜인지는 몰랐다. 궁금하지도 않았고. 형태가 뚜렷해진다는 건 흡수되던 힘이 다시 되돌아온다는 뜻일 터이니, 지금 상황에선 좋은 거겠지.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 메리.
…잠만, 메리라니? 왜 둘 다 같은 이름이지?
『형이 소설에 소설에 빙의했다고 한다』
와온 현대판타지 소설
(주)조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