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17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17화
암브로시아 가문의 저주받은 힘은 쓰면 쓸수록 더욱 강대해졌다.
가문의 어떤 기록에서도 이 힘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또 무엇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힘은 축복이다, 모자란 것아. 암브로시아가 이 땅의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단 말이다.’
에단의 아버지인 선대 공작은 이 힘을 더 키우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다. 그는 같은 힘을 가진 자를 이용해서 암브로시아의 힘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선대 공작은 제 힘을 크게 키우려다가 그렇게 폭주하여 힘에 잡아먹혀 죽었다.
‘……거부하지 마라, 아들아. 받아들여. 네깟 것이 이 힘마저 없으면 뭐가 남겠느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해야 하는 법이다.’
선대 공작의 마지막 유언에서는 암브로시아의 힘을 향한 질척한 야망과 집착이 묻어 나왔다. 에단은 그것이 끔찍하여 견딜 수 없었다.
자신과 클로드에게 예견된 미래가 눈앞에 선했다.
한 달 전 그가 폭주했을 때도 그랬다.
클로드에게서 암브로시아의 힘이 나타나는 순간 아이는 크게 앓았다. 본능적으로 힘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에단은 열에 들떠 헛소리를 하는 아이의 이마를 무심코 짚어 보았다가 잊고 있던 힘이 급격하게 부피를 키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클로드의 힘은 아직 그를 폭주시킬 만큼 강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클로드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 자칫하다간 아버지보다 더한 괴물이 될 수도 있어.’
암브로시아의 힘은 사람을 점차 미쳐 가게 했고, 정신을 갉아먹었다.
그나마 에단은 사라가 준 반지 덕분에 암브로시아의 힘에 물들어 미쳐 날뛰려 하는 정신을 제어할 수 있었다.
반지가 아니었더라면 베론과 론다의 표정이 사라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어제 클로드를 잠시나마 품에 안아 보았을 때 느낄 수 있었다. 반지 안에서 그의 뜻대로 얼추 움직여 주었던 힘이 다시 한번 날뛰려고 한다는 것을.
1황자의 첩자를 처리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반지는 완전히 금이 가 버려 능력을 잃어버렸다.
그 이후로 그는 극도로 힘의 흐름을 조절하고 있었다.
그래서 에단은 지금 제 안에 날뛰는 힘을 자제하기에도 바쁜 상태였다.
“반지에, 금이 갔군요.”
사라는 그것을 눈치채고 새삼스러운 눈으로 공작을 바라보았다.
‘힘을 제어하는 게 힘들 텐데.’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런 상태로 일상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런 어려운 생활을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지경이었다.
아마도 평생을 그렇게 스스로를 억제하고 자제하며 살아왔겠지.
“맞습니다. 그대 덕에 편히 살던 버릇이 들어 지금은 자제하는 것이 조금, 힘들군요.”
에단은 순순히 제 상태를 인정했다. 그러니 뒤로 물러서 더는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이다.
하지만 사라는 그리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혹시 제 마력이 공작님에게 해가 되나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이 힘은 더 강한 것을 탐하니까.”
“그럼 한 번만 더 가까이 다가갈 테니 힘의 흐름을 한번 느껴 보세요.”
사라는 성큼성큼 망설임 없이 에단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그 거침없는 행동에 에단은 뒤로 물러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사라는 그런 에단의 손을 잡아당겨 좀 더 다가갔다.
“도망가지 마세요.”
“……두렵지도 않으십니까? 제 힘이 다시 폭주할 수도 있습니다.”
벌써부터 그의 안에서 힘이 들끓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사라에게 잡힌 손끝에서부터 그녀가 가지고 있는 원대한 힘이 느껴졌다.
어서, 어서 저 힘을 먹어 치우자. 먹어서 내 것으로 만들자.
에단의 안에서 저주받은 힘이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욕구가 날뛰었다.
“두렵지 않아요. 저는 공작님도, 그 안에 자리하고 있는 암브로시아의 힘도 두렵지가 않아요. 전혀.”
“어째서?”
“저는 강하니까요. 어쩌면 공작님께서 생각하시는 것 그 이상으로. 저는 강해요.”
자신에 차 있는 목소리. 그 단단하고도 강인한 울림.
어찌 보면 오만하다고 할 수 있는 말들이 사라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분명 말이 되지 않는다며 이 잡힌 손을 뿌리쳐야 하는데, 날뛰는 힘 때문인 건지 이대로 놓아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니 공작님도 저를 해칠까 봐 두려워하지 마세요. 클로드 님을 해치게 될까 봐 걱정하지도 마시고요.”
“밀런 소백작.”
“제가 지켜 낼게요. 믿어 보세요.”
사라는 자신들을 보고 있는 집사 베론과 시녀장 론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처음 봤을 때의 무표정했던 얼굴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그들은 이제 생기가 넘치는 얼굴로 사라와 에단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지금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쉬이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베론과 론다의 표정은 다채로웠다.
“이미 한번 그 기적을, 보셨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는 사라의 얼굴로 햇살이 부서져 내렸다.
순간 에단은 짧게 숨을 들이마시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사라에게 붙잡힌 손이 불에 덴 것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깊게 가라앉았던 에단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흔들렸다.
너무나 말도 안 되게, 사라 밀런이라는 여자는 암브로시아에 꼭 들어맞는 형태로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에단 암브로시아에게, 클로드에게 가장 필요한 모습으로 말이다.
“…….”
에단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토록 당혹스러운 감정은 꽤 오랜만이라, 그는 자신이 이토록 무방비하게 있었던 때가 언제였던가를 회상했다.
“일시적으로나마 도와드릴게요. 나머지는 공작님께서 제게 시간을 충분히 내어 줄 수 있을 때 하도록 해요.”
사라는 그의 대답이라도 들은 것처럼 마주 잡았던 손을 들어 올렸다. 손바닥 가득히 그녀를 상징하는 푸른 마력이 흘러나왔다.
커다란 금이 간 반지 사이로 사라의 마력이 파고들었다.
반지 안으로 흘러들어 가는 마력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들끓던 그의 힘이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하…….”
그의 입술 사이로 만족스러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몸 안이 맑은 기운으로 가득 차는 기분이었다.
펄펄 끓던 것이 가라앉고, 새하얗게 번져 오던 머릿속의 욕망이 꼬리를 밟고 자취를 감췄다.
“이것 보세요, 저도 다치지 않았고 공작님도 더 좋아지셨잖아요.”
사라가 꼭 잡았던 에단의 손을 놓아주자 마치 새것처럼 변한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맨 처음 사라에게 반지를 받았던 날이 떠올랐다.
“과연 그렇군요.”
이것은 마치 구원을 받는 기분이었다. 에단은 그날의 그 기분을 다시 한번 느껴 볼 수 있었다.
대가가 없는 구원 따위 없다.
암브로시아의 힘에 관해 알고 있고, 그 힘을 이용해 충분히 원하는 것을 취할 수 있는 마법사.
그런 이가 아군이 아니라 적이라면 아마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피가 흐르고 살점이 튀는 전쟁이 시작되리라.
그리 여기며 언제가 나타날 그녀를 6년 동안 경계해 왔다.
“한결 편해졌죠?”
사라는 그에게 그 어떠한 것도 요구하지 않은 채 순수한 호의가 담긴 눈을 하고선 웃었다.
그녀의 매끄러운 피부 위로 흐르는 식은땀이 에단의 눈에 콱하고 박혀 왔다.
아무렇지 않게 행한 듯했지만 이 저주받은 힘을 제어한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은 아니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 한 번 내지 않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의도한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신은 정말……, 나와 클로드에게 기적과도 같군요.”
한숨처럼 튀어나온 에단의 말에 사라는 잠시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내 사르르 눈꼬리를 접어 웃으며 답했다.
“그렇게 되고 싶을 뿐이에요.”
할 일을 마친 사라는 본래 그녀의 눈을 거슬리게 했던 에단의 넥타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사락, 사락 하는 소리와 함께 비뚤어졌던 넥타이는 점차 단정한 제 모습을 되찾아 갔다.
에단은 열심히 집중하는 사라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겨우 그의 가슴께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작은 그녀가 손길 한 번으로 저주받은 힘을 잠재워 줬다는 건가.
에단의 눈에 조금 전 클로드의 목덜미에 고개를 비비느라 흐트러진 사라의 머리칼이 들어왔다.
에단은 무심코 손을 들어 올려 흘러내린 사라의 머리칼을 그녀의 귓가에 쓸어 넘겨 주었다.
“아?”
그의 손길에 사라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대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티끌 하나 없이 맑은 푸르른 눈동자가 에단의 깊게 가라앉은 눈을 마주했다.
“감사합니다.”
사라는 사르르 눈을 접어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자신이 단정하게 다시 정리한 넥타이를 바라보는 사라의 얼굴에 뿌듯함이 떠올랐다.
그러고는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양 가뿐한 걸음으로 클로드의 곁으로 돌아갔다.
“……하아.”
에단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길게 뱉으며 사라의 머리칼을 넘겨 줬던 손을 내렸다.
사라 밀런이라는 여자가 적의는커녕 극도로 강한 호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경계를 늦추지 않았던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저 무해해 보이는 태도가 꾸며낸 것이었더라면, 사람을 잘 믿지 않은 그조차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 같았다.
‘분명 그녀가 호의를 보이는 이유가 따로 있을 거야. 그걸 찾아야겠군.’
에단은 그렇게 생각하며 사라가 매만져 준 넥타이를 쓸어내렸다. 이제 사라의 호의는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사라가 원하는 것이 이 암브로시아에 있다면 그것을 찾아내 손에 쥐기로 하였다.
그것이 그녀의 호의를 변하게 하지 않을 원동력이 될 것이다.
불확실한 호의보다 확실하게 손에 쥐는 행동의 동기가 더욱 확실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