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0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20화
그렇게 생각하며 사라는 메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가쁘게 숨을 고르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조금 전 거짓으로 울음을 터트렸던 것과는 다른 눈물이었다.
“그럼 넌 클로드에게 저주받은 힘이 발현됐을 때 왜 곁에 있었니?”
“…….”
사라의 물음에 메이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가식을 벗어던진 이후로 사라의 눈을 피하지 않았던 메이가 이제 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다음번에 피해를 입는 건 너일 수도 있었는데. 무섭지도 않았니?”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메이 또한 다른 사용인들처럼 두려웠을 것이다.
암브로시아의 힘은 생명력을 빼앗아 가는 힘이니까.
메이는 대답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하지만 사라는 대답을 재촉하지 않으며 느긋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담긴 의미를 아는 메이는 애써 외면해 보려다 이내 깊은 한숨을 쉬며 털어놓았다.
“제 주제에 클로드 님을 조금, 동정했어요.”
“동정했다니?”
“클로드 님이 나처럼……, 모두에게 버림받고 미움받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밉지 않아졌어요. 더 가까워진 것 같았고 나랑 같아진 것 같았어요.”
분명 메이는 ‘어둠의 꽃’에서도 끝까지 아이를 증오하면서도 곁에 있었다.
방금 메이의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근데 아까 넌 클로드를 노려보고 있었잖니. 어째서? 왜 다시 클로드가 미워진 거지?”
“……소백작님이 나타났잖아요. 클로드 님한테.”
“그게 네 미움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소백작님이 암브로시아의 저주를 정화하는 걸 몰래 봤어요. 피를 토하는 것도 봤고요. 저 눈치는 빨라요. 평생을 눈치 보면서 살아왔으니까.”
“…….”
“클로드 님의 곁에서 그 힘을 정화해 주면 소백작님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죽나요?”
곤란한 질문에 사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때, 피를 토하던 장면을 메이가 봤을 줄이야. 낭패였다.
“맞나 보네. 당신을 보면 싫어도 알 수 있어요. 클로드 님이 좋은 거죠?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죠? 죽을 걸 알면서도 옆에 있을 정도로!”
열등감이었다. 자신과 같다고 생각했던 클로드에게 제 목숨을 내놓을 만큼 지켜 주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난 것에 대한.
메이는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한 손을 들어 주먹을 꽉 쥐었다.
“왜 클로드 님에게만 당신 같은 사람이 나타나는 건데요? 신분이 높아서? 그냥 어리고 귀여워서? 아, 아니면 소백작님도 공작님 옆자리를 노리는 건가요? 그래서 클로드 님 곁에서 유모 노릇을……, 악!”
촤아악, 하고 다시 한번 메이의 위로 물벼락이 떨어졌다.
“정신 차리렴. 너와 클로드를 같다고 생각해선 안 되지.”
“아, 그렇죠……. 난 미천한 남작 영애고, 클로드 님은 고귀하신 암브로시아의 공자님이니까.”
“빈정거리지도 말고.”
사라는 엄격한 스승이라도 된 것처럼 말했다. 마치 철없는 아이를 훈계하는 말투였다.
그러고는 천천히 메이에게 다가갔다.
메이는 제게 다가오는 사라를 보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악!”
그러다 발에 빨랫감이 걸려 그녀는 뒤로 거하게 넘어져 버렸다. 순식간에 시야가 뒤집혔다.
하지만 아프지 않았다.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메이는 순간적으로 꽉 감았던 눈을 조심스럽게 떴다.
“……!”
메이는 푸르른 마력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순간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왜…….”
왜 사라가 자신을 넘어지게 두지 않고 감쌌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때, 메이의 눈앞에 희고 고운 손이 내밀어졌다.
메이는 멍하니 제게 내밀어지는 손을 바라보았다.
“잡으렴.”
“…….”
사라는 제 손을 잡고 주춤주춤 일어서는 메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저 멀리서 사라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클로드가 황궁으로 떠날 준비를 다 마친 모양이었다.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메이를 보며 사라는 혀를 찼다.
“네 아버지의 잘못을 네 탓으로 돌리지 마. 너를 끝까지 지킨 어머니의 사랑을 모욕할 셈이니?”
그렇게 말하며 사라는 따악, 손가락을 튕겼다.
“……!”
물에 젖은 메이의 옷과 머리가 순식간에 뽀송뽀송하게 말랐다.
“약한 자에게 한없이 강하게 구는 네 성격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겠어. 네 아버지는 혼이 좀 나야겠구나.”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았다.
메이는 자신에게 벌을 주지도 않은 채 멀어지는 사라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주인을 모욕하고 나중에는 자포자기해 사라까지 모욕하려고 들었는데 말이다.
“왜 나를…….”
메이는 말끔해진 자신의 머리칼과 옷자락을 더듬더듬 매만졌다.
‘너를 끝까지 지킨 어머니의 사랑을 모욕할 셈이니?’
사라가 남기고 간 말이 메이의 가슴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
메이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린 채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 * *
제롬 루크리버.
노련한 기사인 그가 황실 성문을 지키는 업무를 맡은 지 어언 37년.
황실의 성문을 지키는 일을 맡는다는 건 그의 기사 인생에 가장 큰 영광이고 영예였다.
그런 그는 오늘 처음으로 은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37년 동안 근무하면서 황당한 일을 수없이 많이 겪어 왔지만 오늘 같은 날은 또 처음이었던 것이다.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이렇게 되물은 것도 벌써 세 번째였다.
이 정도로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불호령이 떨어지거나 큰 사달이 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상대방도 그의 심경을 십분 이해하는지 친절하게도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해 주었다.
“제 아버지께서 황궁 출입증을 놓고 가셔서 전해 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아……,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성함이…….”
“에단 암브로시아요.”
“……하.”
제롬은 그제야 조금 전 동료가 왜 그리 엉엉 울면서 퇴근해야겠다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무려 암브로시아 공작이 황궁 출입증 없이 입궁했는데, 당연히 졸았겠지!’
그에게 교대를 부탁한 동료의 멱살을 당장이라도 잡아서 짤짤 흔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제롬은 그의 손에 얌전히 놓인 에단 암브로시아의 황궁 출입증을 바라보았다.
들고만 있어도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제가 직접 전해 드리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아버지에게 이걸 전해 주세요. 저는 아버지가 곤란해지시는 건 싫어요.”
클로드는 명랑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제 의견을 전했다.
아비를 걱정하는 아들의 간절한 마음은 잔잔한 감동을 주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문제가 한 가지 있었으니.
이것이 알려졌을 때 곤란해지는 건 높으신 공작 각하가 아닌 제롬이라는 것이다.
‘에단 암브로시아라면 사실 황궁 출입증 따위 없어도 되지, 되고말고!’
분명 동료는 암브로시아 가문의 인장과 공작의 얼굴만을 보고 성문을 열어 줬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황제의 인정을 받은 이 제국의 단 하나뿐인 공작이었으니, 그의 존재 자체가 황궁 출입증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이건 그렇게 큰 문제가 될 일은 아니었다.
다만 이렇게, 소문으로만 들었던 에단 암브로시아 공작의 아들이 직접 황궁 출입증을 가져왔을 때는 문제가 됐다.
성문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게 되는 셈이었으니까.
하필 공작이 황위 계승 문제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는 터라 그에게 불만을 가진 귀족은 많았다.
에단 암브로시아의 틈을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은 이 일을 두고 그를 물어뜯을 게 분명했다.
제롬은 그 권력 싸움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는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어쩌다가, 어쩌다가…….”
제롬은 이제 끝장나게 생긴 제 인생을 회고하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토끼 같은 자식들과 인생 평생을 함께하기로 맹세한 사랑스러운 부인도 떠올랐다.
차라리 암브로시아 공자만 찾아와 출입증을 내밀었다면 모른 척 가져다 전해 주고 제발 비밀로 해 주십사 청탁이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머나, 안타까워라.”
하지만 클로드 암브로시아 공자 뒤에서 혀를 차며 그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저 여자.
이 모든 대화를 들은 여자 때문에 제롬은 이제 희망도 뭣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후후.”
그렇게 제롬이 절망에 빠지고 있을 때, 사라의 입술 사이로 맑은 웃음소리가 작게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