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3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23화
“웃어?”
“저는 늘 웃는 얼굴이랍니다, 전하. 하긴 6년이나 지났으니 잊으실 만도 합니다. 세월이라는 것이 결국 다 그런 거지요.”
사라가 다시 한번 미소 짓자 1황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목에서 피가 조금 더 새어 나왔다.
‘공작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1황자의 황위 계승권을 박탈하겠다는 건 아니었으니 지금 그를 처리하기엔 암브로시아 공작가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컸다.
시기가 적절하지 않을 때 1황자와 이런 사고가 일어난 게 문제였다. 그러나 사라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명분이야 만들어 주면 되지. 암브로시아라면 그 작은 명분을 실컷 가지고 놀 수 있을 테니까.’
그녀는 더욱 열심히 1황자의 치부를 자극하기로 하였다.
“더 이상 날 자극하지 않길 바라, 사라 밀런.”
“인내심은 군주의 그릇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전하의 그릇이 겨우…….”
사라는 1황자를 위아래로 조심스럽게 훑어보곤 안타까운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저런…….”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는 사라의 모습에 1황자의 눈이 돌아갔다.
“죽여 버리겠다!”
1황자는 칼을 든 팔을 머리 위까지 치켜들었다. 그 칼끝은 사라가 아닌 클로드를 향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사라가 소중하게 감싸고 있는 저 꼬맹이의 살을 갈라 보면 알겠지.
저 여자의 일그러진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울까. 여전히 그의 앞에서 미소 지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1황자는 망설임 없이 칼을 휘둘렀다.
‘저 미친놈이!’
사라는 마력을 끌어 올려 클로드를 보호했다.
최근에 무리해서 마력을 운용한 탓에 몸에 힘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
그때, 코앞까지 다가온 칼날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이, 이게 무슨!”
1황자는 아무리 힘을 주어도 움직이지 않는 칼에 당황하여 이제 두 손으로 손잡이를 쥐고 힘을 주었다.
하지만 칼날은 마치 돌덩이에 낀 것처럼 허공에 멈춘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저 칼끝만이 1황자의 힘이 이게 전부라는 듯 바들바들 떨리기만 할 뿐이었다.
당황한 1황자가 그제야 칼날이 무언가 까맣고 질척해 보이는 안개에 휩싸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급하게 뒤를 돌아보았다.
“암브로시아 공작……!”
그의 뒤에서 에단 암브로시아 공작이 온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얼굴을 하고 서 있었다.
1황자의 칼날을 감싸고 있던 검은 안개는 바로 에단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에단의 주위를 천천히 맴돌던 검은 안개는 금방이라도 1황자에게 달려들 것처럼 꿈틀거렸다.
“하, 하하, 하하하하!”
1황자는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기괴하게 웃었다.
“과연 이거였군. 짐 우드가 대체 어떻게 백치가 되어서 돌아왔을까 골머리를 앓았는데…….”
1황자는 아주 예전부터 암브로시아 가문이 거슬려서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사사건건 그와 비교되던 선대 암브로시아 공작부터 그보다 더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에단 암브로시아까지.
그가 황위를 이어받게 된다면 가장 경계를 해야만 하는 제국 유일의 공작가.
겉으로는 권력에 큰 관심이 없는 것처럼 한발 물러나 황제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절대 속지 않았다.
암브로시아 공작이 어떻게 판을 짜느냐에 따라서 모든 귀족들이 속절없이 휘둘리는 것을 누가 모를까.
‘그래 봤자 겨우 공작가 주제에 황족인 나를 무시해? 저 오만한 눈동자를 뽑아서 씹어 먹어 버릴 테다!’
그는 에단 암브로시아의 약점을 잡을 수만 있다면 지금의 황제를 폐하고 황위를 차지하는 것은 숨 쉬는 것보다 쉬울 것이라는 걸 일찍이 알았다.
그래서 1황자는 아주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암브로시아 공작의 약점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암브로시아 공작저에 첩자로 보낸 수하가 별다른 성과 하나 없이 백치가 되어 돌아왔을 때 그는 확신했다.
암브로시아에 무언가가 있다고.
“과연 그대는 저주받은 것이 맞았어.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아하하하하하!”
암브로시아 가문은 저주받았다.
크롬벨 제국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소문들 중 하나였다.
암브로시아에서 공작위에 오른 자는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저주에 걸렸다더라.
암브로시아 공작의 곁에 있으면 서서히 메말라 죽게 된다더라.
그래서 역대 암브로시아 공작 부인들은 미쳐 버리거나 일찍 요절했다더라.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오던 전설처럼 크롬벨 제국 전역에 퍼져 있는 소문이었다.
“그 고고한 얼굴로 이런 더러운 힘을 숨기고 있었구나, 에단 암브로시아.”
1황자는 환희로 빛나는 눈을 하고선 웃었다.
에단 암브로시아에게 저런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귀족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 누가 감히 그런 생각을 했겠는가!
“내가 드디어 알아냈어, 내가!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네놈들이 감춰 왔던 그 더러운 저주를 알아냈다고! 하하하!”
“…….”
“네놈이 이런 괴물이니 저 애새끼도 괴물이겠군! 과연 저주받은 핏줄이라, 그래서 어미도 잡아먹고 태어났나 보지?”
머리 위로 싸늘하게 떨어지는 경멸 어린 비웃음에 클로드의 몸이 움찔 떨렸다.
사라가 온 힘을 다해 눈을 가리고 있는 탓에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이 어떠한 상황인지는 어린 클로드라도 알 수 있었다.
“듣지 마세요, 클로드 님.”
작은 몸의 떨림이 심해지자 사라는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으며 마력을 끌어 올려 귀를 막아 주었다.
하지만 사라가 클로드의 귀를 막지 않았어도 1황자의 말은 이어질 수 없었다.
“커헉!”
에단의 손끝에서부터 뿜어져 나온 검은 안개가 빠르게 1황자의 목을 감쌌다.
실체가 없는 괴수의 손에 목이 졸려 비틀어질 것만 같은 공포가 1황자를 덮쳤다.
“……!”
1황자는 급히 손으로 제 목을 조르고 있는 검은 안개를 떼어 내려고 했지만 헛수고였다.
그것은 밧줄처럼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니 1황자의 손은 안개를 통과해 허공을 스쳤다.
점차 숨이 차오르고 손으로 목을 긁었지만 제 목에 생채기만 낼 뿐이었다.
“네, 네놈이 감히! 나는 황족이다! 황족의 몸에 감히 손을 대……!”
천천히 1황자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 육중한 몸의 무게까지 더해지자 살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다. 1황자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손에 쥔 칼을 휘두르려 했지만 도무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하…….”
에단 암브로시아는 뛰어오느라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긴 숨을 내쉬었다.
그의 안에서 날뛰던 암브로시아의 힘을 자유롭게 꺼내 들어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억압하고 자제했던 힘을 풀어놓으니 엄청난 쾌감이 그의 안에서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런 기분이란 말이지.”
파르르 떨리던 에단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말려 올라갔다.
힘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이것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다시금 그를 목마르게 하였다.
이것이 암브로시아의 힘이 가지고 있는 가장 끔찍한 쾌감이라는 것을 그는 직감했다.
“오지, 오지 마! 헉……!”
본능적인 공포 때문인지 1황자의 발버둥이 더욱 심해졌다.
‘죽일까.’
에단은 차갑게 가라앉은 머릿속으로 달큼한 살의가 스미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성과 충동이 격렬하게 대립하며 그를 충동질하고 있었다.
얼마나 힘을 주면 1황자의 저 두꺼운 목이 쉽게 꺾이게 될지 가늠이 됐다.
아주, 아주 작은 힘이면 됐다. 너무나 작아서 개미를 손가락으로 찍어 누르는 것보다도 쉽게 느껴졌다.
“아아악!!”
에단은 1황자를 더 높이 위로 들어 올렸다가 그대로 땅에 처박았다.
그 강한 힘에 내부에도 큰 충격이 갔는지 1황자의 입에서 울컥하고 피가 흘러나왔다.
“1황자께서는 입을 너무 편히 놀리는 경향이 있으십니다.”
싸늘하게 흘러나오는 에단의 말을 들으며 1황자는 본능적으로 떨려 오는 몸을 자제시키려 애썼다.
제아무리 암브로시아 공작이라고 해도 이 크롬벨 제국의 1황자인 카제르 드 크롬벨을 직접 해칠 순 없었다.
지금까지 암브로시아 공작이 제게 저지른 짓만으로도 충분히 반역이라고 몰고 갈 수 있을 정도였다.
더불어 암브로시아가 가지고 있는 이 저주받은 힘의 실체도 드러나지 않았는가.
이 사악한 기운은 아마 흑마법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제아무리 능력이 없는 1황자라도 이 사실을 가지고 충분히 놀아 볼 만했다.
하지만 그런 1황자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에단은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
“살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여기시는군요.”
그렇다. 이 황궁에서 1황자를 해칠 수 있는 인간은 없었다.
설사 있더라도 끔찍한 황실의 응징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그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구명줄이었다.
“이상하진 않으십니까?”
“무, 무슨…….”
“무려 제국의 1황자께서 이런 수모를 당하고 계시는데. 황궁의 황실 기사단은 대체 무얼 하고 있단 말입니까?”
에단의 말에 1황자는 제 머릿속에 끊임없이 경종을 울리던 위화감의 정체를 알았다.
살기를 뿜어 대는 암브로시아 공작이 듣지도 보지도 못한 힘을 망설임 없이 써 대고 있는데.
이 정도의 마력이나 살의에 순식간에 반응을 해야 할 황실 기사단이……, 보이지 않았다.
“전하께서 이곳에서 죽고, 시체조차 남기지 못한다고 한들 누가 알겠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