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4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24화
에단의 입에서 서늘하게 흘러나온 말은 정중했지만 자비가 없었다.
눈앞에서 거슬리는 벌레를 툭, 눌러 가볍게 죽일 수 있다는 듯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그것을 눈치챈 1황자의 가랑이 사이에서 그만 뜨끈한 것이 흐르고야 말았다.
“…….”
축축하게 젖어 드는 1황자의 바지가 적나라했다. 시큼한 냄새가 쿰쿰하게 올라왔다.
잠시 저 멀리 가 버렸던 에단의 이성을 돌아오게 할 만큼의 불쾌한 냄새였다.
‘별꼴을 다 보게 되는군.’
에단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풉.”
그때 사라의 입술 사이로 미처 참지 못한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에단의 고개가 사라와 클로드를 향해 돌아갔다.
“지지예요, 지지.”
사라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릴 때부터 자꾸만 고개를 내밀려는 클로드의 눈을 필사적으로 가리고 있었다.
하지만 1황자의 처참한 몰골을 보며 본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힘겹게 참아 내고 있었다.
에단은 목에 피를 흘리면서도 웃을 수 있는 사라를 보며 작게 숨을 내뱉었다.
저리 웃을 수 있다는 건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거겠지.
‘하…….’
서서히 힘이 주는 쾌감에 좀먹혀 가던 에단의 머릿속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이제야 이성이 제대로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에단은 사라와 클로드의 상태를 면밀히 살폈다.
그 시선이 담긴 의미를 알았을까. 사라는 에단과 눈을 마주하며 안심하라는 듯 잔잔하게 미소 지었다.
“더 이상 하시면 수습하기 까다로워요, 공작님. 클로드 님 정서 교육에도 좋지 않고요.”
“……알겠습니다.”
사라가 준 반지가 깨지며 그녀의 마력이 에단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그 덕에 생명력을 취하지 않은 힘을 다룰 수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 곧 한계였다.
사라의 힘이 사라지는 순간 1황자는 바로 생명력을 빼앗겨 죽거나 죽느니만 못한 꼴이 되어 백치나 불구로 살게 될 것이다.
에단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힘을 거뒀다.
“큭!”
허공에서 떨어진 1황자가 충격에 신음하며 바르작거렸다.
덜덜 떨며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는 핏발 선 눈으로 사라와 에단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사라 밀런이 왜 네 새끼를 감싸고 도나 의아했는데……, 과연 그 저주받은 힘으로 홀려 놨나 보지? 그렇지 않고서야 친구를 죽게 만든 애새끼를 저리 아낄 리 없잖아?”
숨통이 트이자마자 바로 빈정거리는 1황자의 목소리에 가만히 듣던 클로드의 몸이 움찔 떨려 왔다.
“정신을 못 차렸군, 카제르 드 크롬벨.”
에단이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지만 1황자는 이미 실성한 듯 웃어 젖혔다. 그는 입 안에 고인 피를 퉤, 하고 뱉어 낸 후 말을 이었다.
“천하의 사라 밀런도 암브로시아 공작의 협박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군. 친구를 죽인 괴물 새끼도 품어 주는 걸 봐선. 하, 하하하 정말 역겨운 우정이야……!”
클로드의 눈꺼풀이 사라의 손바닥 안에서 느릿하게 깜빡였다.
아이는 고개를 들어 사라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을 감싸느라 피에 잔뜩 젖은 사라가, 죽은 엄마의 친구라고 했다.
내가, 사라의 절친한 친구를 죽인 괴물이라고 했다.
아이의 눈에 천천히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쉬이, 저건 사실이 아니에요. 괜찮아요, 클로드 님.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사라는 아이의 머리에 입을 맞춰 주며 살살 달랬다.
언젠가 말해 주려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이런 식으로 아이가 알게 될 줄은 몰랐다.
땀에 젖은 클로드의 이마에도 입을 맞추며 사라는 시선을 들어 1황자를 바라보았다.
싸늘하게 식은 사라의 눈동자가 순간 기이한 빛을 내며 반짝였다.
“내가 비록 폐하께 내쳐진다 하더라도, 황실의 존엄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너희를 가만두지 않으리라. 제국의 끝까지 쫓아서라도 반드시 죽일 것이다.”
그 섬뜩한 저주에 에단은 조용히 시선을 내려 축축하게 젖어 든 1황자의 바지를 바라보았다.
그 노골적인 시선에 1황자는 모욕감에 몸을 떨었다.
“황실의 존엄이라……, 과연.”
“……!”
이 이상의 모욕이 있을까.
‘진작에 아버지가 황좌만 넘겨주셨어도……!’
1황자는 자신이 이 꼴이 된 것이 빌어먹을 황제 때문이라 여기며 이를 악물었다.
“아무도, 아무도 없느냐 아무도!”
그의 입에서 쩌렁쩌렁한 노성이 튀어나왔다.
찢어질 것만 같은 목울대가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는 쿨럭이며 연신 기침을 하면서도 고함을 내질렀다.
사람들만 불러 모을 수만 있다면 저 연놈들을 전부 다 죽여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목이 찢어져라 발악하는 1황자의 간절함을 누가 들었을까.
그제야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요하던 이곳에 저 멀리서부터 여럿이서 한꺼번에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저기, 저쪽입니다! 저쪽!”
누군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목소리까지 들려왔다.
1황자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저들은 이제 크롬벨 제국의 1황자를 건든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
“아아니, 글쎄! 제가 어, 엄청난 걸 보지 않았겠습니까, 기사님들! 암브로시아 공작님과 1황자 전하께서……!”
목소리는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뒤에 황실 기사단을 이끌며 달려오고 있는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에단 암브로시아 공작의 심복 제이드 하퍼였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1황자는 고개를 저으며 그 껄끄러운 기분을 떨쳐 내려 애썼다.
“아, 글쎄 1황자 전하께서 연약하고! 지켜 줘야 할! 아이에게! 칼을! 겨누지 뭡니까!”
제이드의 얼굴과 그 뒤를 따르는 수십의 황실 기사단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열심히 뛰어오며 손을 흔드는 제이드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와 동시에 쥐새끼 하나 보이지 않았던 세르니아 길에 거짓말처럼 사람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가 정말 세탁실로 가는 지름길이라고요? 황제 궁으로 가는 길이잖아요, 선배. 이러다가 높으신 분이랑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그럼 뭐 마주쳐야지.”
선배 궁인을 따라 세탁물을 두 손 가득히 들고 졸졸 따라가는 신참 궁인들과.
“죄송합니다, 루룬테스 자작님. 본래 황후 궁 근처의 길로 모셔야 했는데, 정비 중인지라 부득이하게 세르니아 길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흠, 흠. 영지가 변방에 있는지라 모처럼 황궁에 방문했는데, 이번 기회에 황제 궁도 구경할 수 있으니 괜찮네.”
“너그러운 용서에 감사드립니다.”
궁인들의 안내에 따라 일가족과 함께 황궁을 거니는 귀족들까지.
1황자가 그토록 바랐던 목격자들이 되어 줄 사람들이 부지런히 현장에 모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사라의 얼굴이 곤란하다는 듯 흐려졌다.
1황자는 사라의 그 표정을 보며 승리를 직감했다.
“하하하, 이것 봐라. 이것 보란 말이다! 에단 암브로시아 공작이 나를 이런 꼴로 만들었다. 감히 황족을 모욕하고 겁박했단 말이다! 어서 저놈의 목을 치고 반역죄로 다스려라. 어서!”
제이드 하퍼뿐만이 아니라 다른 목격자들이 되어 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자 1황자는 기묘한 찝찝함을 전부 털어 버릴 수 있었다.
“여기다. 여기로 오란 말이다! 어서 저 암브로시아 공작이 내게 한 짓을 보아라!”
이제 제 모욕감을 대갚음해 줄 수 있다는 희열에 잠긴 1황자는 기세등등하게 목소리를 높여 크게 웃었다.
그래서였을까.
1황자는 조금 전 사라의 손이 조심스럽게 그를 향해 뻗어졌다는 것도.
따악 하고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도.
마지막으로 어느 순간부터 그의 몸에서 고통이 한 줌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는 것도.
전부 알아차리지 못했다.
물론, 바지의 축축함은 그대로였지만 말이다.
“…….”
“…….”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전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굉장히 못 볼 것을 봤다는 양 그들의 얼굴은 아주 심각하게 굳은 채였다.
‘지금 바지에 뭘 지린 거야?’
1황자의 처참한 몰골을 보고 누구보다 빠르게 암브로시아 공작을 제압해야 할 황실 기사단마저도 저렇게 생각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뭣들 하고 있어! 당장 암브로시아 공작을 황족 모독죄로 처넣지 못해?! 이건 반역이다. 반역!”
1황자는 길길이 날뛰며 황실 기사단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1황자의 손에 쥐여진 칼날이 그가 날뛸 때마다 빛을 받아 번뜩였다.
그의 광기 어린 표정을 보던 사람들의 안색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희게 질린 얼굴들은 하나같이 무참히 일그러져 있었다.
“암브로시아 공작의 실체를 드디어 내가 밝혀냈다!”
1황자는 뻣뻣하게 굳은 채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는 저들을 보며 비열하게 웃었다.
1황자는 순식간에 상황이 뒤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암브로시아 공작이 저지른 짓이 얼마나 놀라우면 사람들이 저리 굳어 버리겠는가.
“자, 어서 내 꼴을 보아라. 이 선명하게 남은 자국을!”
이 정도까지 말했으면 그의 뜻을 알아듣고 마땅히 움직여야 함에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기사단이 답답했다.
1황자는 그들을 바라보며 보란 듯이 손을 들어 목을 더듬으며 다시 한번 고함을 치려 했다.
“당장 움직이지 않고 뭐 하는……!”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찢어질 것처럼 아팠던 목이었다.
당연히 불에 덴 듯이 고통스러워야 할 목이 아프지 않았다.
“어?”
1황자의 입술에서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