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5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25화
황실 기사단은 그런 1황자를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했다.
‘이번엔 또 무슨 미친 짓이지?’
여태 제이드가 했던 말들과 지금의 상황을 보니 1황자의 말은 크게 다섯 가지 의미로 들렸다.
첫째. 내가 칼로 아이를 위협하다가 그걸 막는 레이디를 좀 찔렀다.
둘째. 겨우 그거 가지고 암브로시아 공작이 나를 막아섰다.
셋째. 암브로시아 공작의 기세에 졸아 버린 나는 그만 모욕적인 실례를 해 버렸다.
넷째. 어서 내가 싼 실례의 자국을 보아라.
다섯째. 이런 모욕을 준 암브로시아 공작을 황족 모독죄로 처넣어야겠다. 이건 반역이다.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렇게 들려왔다.
“지금 제정신인 건가?”
“무려 1황자 전하께서 지금 뭐라고……?”
방금 도착해 이 모든 상황을 목격한 사람들 또한 그렇게 생각했다.
1황자가 어린아이와 레이디를 겁박하려다가, 암브로시아 공작에게 졸아서 실례를 하고도 부끄러움도 모르고 날뛴다고.
제이드가 한 말을 듣지 못했더라도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아윽…….”
그때 사라의 입에서 힘겨운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애써 손으로 막고 있었지만, 목에 칼이 찔린 것이 명백한 상처가 손가락 사이로 보였다.
막아도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핏물로 인해 의복 또한 피로 흥건하게 물든 상태였다.
아름다운 여인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그것을 보던 기사단의 피가 뜨겁게 끓어올랐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가 소중하게 보호하며 안고 있는 아이의 얼굴은 온통 눈물범벅이었다.
사라의 품에서 바들바들 떠는 여린 아이의 모습은 엄청난 동정심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오, 신이시여…….”
누군가 신을 찾으며 탄식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1황자는 명백한 가해자였다.
사태 파악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시선엔 이젠 1황자를 향한 명백한 비난이 담겨 있었다.
“아니, 아니다! 틀림없이 공작이 나를 위협하고 목을 졸랐단 말이다. 여기 목을 조른 자국이 분명……!”
1황자는 이것 보라며 목을 쭈욱 빼고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그의 입장에서는 진실을 말하려고 해도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
하지만 아무리 그의 목을 살펴보아도 목이 졸린 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고함을 지르느라 쉼 없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목울대마저 건강해 보일 지경이었다.
“에단 암브로시아가 사악한 저주의 힘을 사용했다니까!”
귀족들은 머릿속으로 암브로시아 공작 가문에 전해져 내려오던 저주를 떠올렸다.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그 저주를 어떻게 사용했다는 건가.
이제 황실 기사단을 포함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머릿속은 1황자가 민망함에 헛소리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기 시작했다.
평소 광증을 앓으며 칼을 휘두르기를 좋아하는 1황자의 성격을 잘 아는 궁인들은 더더욱 그리 생각했다.
‘평소 궁인들은 죽여도 귀족들은 건드리지 않았는데……. 이번엔 정말 제대로 돌아 버렸나 보군.’
1황자의 손에 죽어 나간 궁인들이 몇이던가.
궁인들은 1황자를 광인이라고 생각했다. 백성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의 광증에 대한 소문은 이미 크롬벨 제국 안에서 자자했다.
귀족 중의 귀족으로서 황실의 압박과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한발 뒤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는 에단 암브로시아의 명성과는 사뭇 달랐다.
“황실 기사단은 1황자 전하를 제대로 보필하지 않고 멀뚱하게 서서 뭘 하는 거지? 이대로 황실의 명예를 욕보일 참인가.”
에단은 엄한 목소리로 황실 기사단을 꾸짖었다.
1황자가 헛소리를 지껄이며 그를 모함하고 있음에도 황실의 명예를 생각하여 그 모욕을 인내하는 모습에 사람들이 감탄을 내뱉었다.
“역시 암브로시아 공작님이셔…….”
“이 상황에서도 저렇게 침착하게 황실의 명예를 염려하시다니. 진정한 크롬벨의 귀족이야.”
궁인들은 서로에게 귓속말로 속삭이며 흠모의 시선을 던졌다.
귀족들과 기사단 또한 마찬가지였다.
제 아들이 칼로 겁박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면 그 누구라도 이성을 잃을 것이다.
그것도 평소 사리 분별 없이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살생을 일삼는 1황자가 그 상대라면 말이다.
“저기 소문으로만 듣던 암브로시아 공작의 아들이야. 황궁 나들이를 나왔다가 변고를 당했군.”
“내 아들이 황궁에 와서 이런 일을 당한다고 하면 어느 귀족이 가만있겠는가. 절대 이대로 넘어가진 않을 걸세.”
“1황자 전하께서 저번엔 폐하의 눈앞에서 수하를 때려죽이셨다면서요?”
“무서워라. 저런 분 곁을 누가 따르고 싶어 할까요?”
그렇지 않아도 암브로시아의 비밀을 알아 오라는 명을 수행하다가 백치가 되어 버린 수하를 황실 회의 자리에서 잔혹하게 때려죽인 1황자였다.
그 이후로 황제의 노여움을 강하게 샀다는 소문은 이미 퍼질 대로 퍼져 있는 상태였다.
“1황자 전하. 죄송하지만 저희들이 호위할 테니 이만 돌아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네놈들이 감히! 황실 기사단이면 황족의 명을 따라라!”
“모시겠습니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분노했을 텐데도 1황자에게 끝까지 황족에 대한 예를 다하는 암브로시아 공작.
황실 기사단에게 에단 암브로시아의 태도는 그들이 추구하는 기사도 그 자체였다.
황실 기사단의 선악의 판단이 1황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아앗, 제가 마침 우연히 이 길을 지나다가 아주 우연히 귀한 영상구가 손에 있어서, 기적적으로 영상을 담아 볼 수 있었는데요!”
그때 제이드가 슬쩍 품에서 영상구를 꺼내 허공을 향해 송출했다.
[“……전하께서도 언젠가 이 기쁨을 온전히 누리시기를 바랍니다.”“감히 네년이 내 앞에서 ……를 논해?”]
노여움에 가득 찬 1황자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날카로운 칼날이 사라의 목에 상처 내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유, 유모……!]사라의 품에 안겨 있던 클로드가 울먹이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영상은 끊어졌다.
이제 더 이상 영상은 흘러나오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보았다.
이것으로 명백한 증거까지 만들어졌다. 제아무리 황제라고 할지라도 이 모든 상황과 증거를 보고도 1황자를 감쌀 순 없을 것이다.
황실 기사단의 단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애써 정중한 목소리로 고했다.
“저희가 1황자 궁까지 모실 테니 옷을 갈아입으십시오. 이 상태로는 황제 폐하를 뵙지 못하실 겁니다.”
“내가, 내가 왜……!”
“저희 황실 기사단은 황실의 명예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기사단장의 시선이 1황자의 젖어 버린 바지로 향했다.
저 흉한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황실의 명예는 실추될 테니, 그는 최선을 다해서 1황자를 호위해야만 했다.
“아, 아니야. 이럴 순 없어. 이럴 순 없다고!”
“따라오시죠. 호위하겠습니다.”
기사단장의 수신호에 황실 기사단이 우르르 1황자의 주변을 감쌌다.
우람한 기사들의 몸에 가려진 1황자는 더 이상 그 추한 바지 자국을 보이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그는 억울하다는 듯 계속해서 목이 찢어져라 울부짖으며 발악했다.
“저주받은 에단 암브로시아를 죽이라니까! 당장 죽이라고!”
수군거리던 사람들의 얼굴이 무참히 일그러졌다.
그들 중 일부는 듣기 싫다는 듯 귀를 틀어막기까지 했다.
황실 기사단에 의해 끌려 나간 1황자의 소식은 아마 조금만 기다리면 사교계를 강타하게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입을 통해 며칠 동안을 오르내릴 이 사건은 아마 황궁 밖 백성들에게까지 퍼질 것이 자명했다.
“흐흠, 우리는 이만 다시 세탁실로 가 볼까?”
빨랫감을 가지고 왔던 궁인들은 이제 뒤를 돌아 서둘러 왔던 길로 돌아갔다.
“흠, 안내를 계속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쯧, 1황자도 이제 끝이겠군.”
“그래그래. 1황자 궁으로는 시선조차 주지 말자고.”
이 사태를 관망하던 귀족들 또한 궁인의 안내에 따라 헛기침을 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여럿의 목격자들을 만든 궁인들 모두 암브로시아 가문에서 황실에 심어 놓은 세작들이었다.
분노한 공작보다 먼저 세르니아 길을 장악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사람들의 길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 제이드는 이내 지쳐 주저앉아 버렸다.
“밀런 소백작.”
사람들이 사라지자 에단은 빠른 걸음으로 사라와 클로드에게 다가갔다.
아직도 그녀의 목덜미에서 울컥울컥 피가 새어 나오자 그는 와락 인상을 구기며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상처 부위를 막았다.
“왜 치료를 하지 않고 있습니까. 당장 치료부터…….”
“하……, 조금 지쳐서, 치료할 힘이 없는걸요.”
힘없이 웃는 사라의 몸이 점차 축 늘어졌다.
암브로시아의 힘을 억누를 때 사용되는 마법은 사라의 몸에 막대한 무리를 줬다. 그 상태에서 피까지 쏟으니 지혈을 대충 했음에도 점차 시야가 흐릿해졌다.
아까부터 꼿꼿하게 세운 허리에 힘을 주는 것만으로도 그녀로서는 오래 버틴 것이었다.
상황이 종료되어 안심한 탓일까. 이제 몸을 세우고 있을 힘조차 없어졌다.
사라가 몸을 크게 휘청이며 쓰러지자 에단은 무심결에 손을 뻗었다.
“유모!”
클로드의 입에서 울음 섞인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