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27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27화
“마차가 도착했습니다. 빠르게 달려 마차가 많이 흔들릴 겁니다. 공작가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안고 갈 테니 편하게 기대도록 하세요.”
그는 사라가 좀 더 편하게 품에 안길 수 있도록 가뿐하게 고쳐 안았다.
“세상에…….”
얼결에 에단의 단단한 가슴팍에 몸을 기대게 된 사라는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사라를 보며 클로드는 열이 오른 얼굴을 하고선 헤헤 하고 웃었다.
유모와 함께 아버지에게 안겨 있는 것이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눈물 젖은 눈으로 웃는 클로드를 보며 사라는 결국 함께 피식 웃어 버렸다.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이 나는지 아세요?”
웃고 있는 클로드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콕 찌르며 사라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더 평안해 보였다.
그녀에게 빠르게 정을 붙인 것처럼 보이는 클로드를 보며 에단은 생각했다.
저 아이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을까.
사라가 얼마나 헌신적인 태도로 두 부자를 대하고 있는지.
‘이런 식은 곤란해.’
에단은 멀지 않은 훗날을 생각하며 미간을 좁혔다.
아마 이대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사라 밀런은 암브로시아의 모든 것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클로드도, 집사와 시녀장들을 포함한 사용인들도, 그리고 어쩌면…….
에단 암브로시아.
자신도 포함해서 말이다.
* * *
공작저로 돌아온 사라와 클로드는 나란히 침대에 누워 끙끙 앓았다.
사라는 따로 그녀에게 제공된 방에서 치료를 받으려 했지만 열이 오른 클로드가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서 결국 함께 눕게 된 것이다.
에단은 의사를 불러 사라와 클로드가 치료를 받고 약을 먹는 것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바라보았다.
그때 제이드가 빠르게 다가와 에단의 귓가에 속삭였다.
“폐하께서 쓰러지셨답니다.”
“꾀병이군. 1황자를 보호하기 위해 건강을 앞세워 시위라도 해 보시려는 건지.”
“시간을 벌어 보려는 것 같습니다. 벌룬 후작은 이미 도착했답니다.”
“끝까지 1황자를 놓지 못하는군.”
에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작게 혀를 차는 모습에서는 미약한 짜증마저 엿보였다.
벌룬 후작은 죽은 황후의 아비로 1황자의 외척이며 든든한 지지자였다.
1황자의 광증이 극에 달아 있는 상태에서 힘이 없는 레이디와 아이를 검으로 위협하고 심지어 치명적인 상처까지 입혔다는 점.
그리고 그 아이가 암브로시아의 후계자이고 그 여인이 사라 밀런 소백작이라는 점은 아주 중대한 사건이었다.
에단 암브로시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을 예감한 황제는 벌룬 후작과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서든 묻어 보려는 작정인 게 분명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챈 사라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 가 보셔도 돼요. 클로드 님은 제가 곁에서 지켜보고 있을게요.”
“하지만 밀런 소백작의 곁은 누가 지킨단 말입니까.”
“저는 이렇게 클로드 님 얼굴 보고 누워만 있어도 금방 나을 것 같으니까 괜찮아요.”
아직도 제 손가락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는 사라의 마력이 점차 옅어지는 것을 본 에단은 복잡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저 헌신적인 태도가 온전히 암브로시아를 향하고 있음에도, 그는 기쁘지 않았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암브로시아를 도와주는 이유를 아직 그는 찾지 못했다.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에단에게 웃어 보이며 사라는 제 옷자락을 꽈악 쥐고 있는 클로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아이는 곧 황성으로 다시 가 보아야 하는 아버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사라의 옷자락을 쥐고 있지 않은 나머지 손이 움찔거리며 허공을 배회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
아버지의 옷자락도 손에 쥐고 가지 말라고 떼를 쓰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클로드는 애써 이불을 꼭 쥐며 입술을 앙 깨물었다.
아프면 어리광이 느는 것이 당연한데, 그걸 꾹 참는 아이를 보니 사라는 마음이 절로 쓰려 왔다.
그리고 그건 사라뿐만이 아닌 듯했다.
“곁에 있다가 가겠습니다.”
에단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침대 옆에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그러자 클로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기뻐하는 아이의 얼굴을 확인한 사라가 해사하게 웃으며 클로드의 뺨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우리 클로드 님은 정말 아직도 애라니까. 좋으세요?”
“나 애 아니야!”
“어머나, 그럼 우리 클로드 님 다 컸어요?”
“응!”
클로드는 다부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것 봐, 나 열도 나고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아픈데 안 울고 잘 참고 있잖아.”
그 순간 사라와 에단의 시선이 마주쳤다.
사라는 이 순간 에단과 같은 생각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미친, 너무 귀여워.’
의기양양하게 자신에 찬 목소리로 애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클로드의 두 뺨은 열로 발그레했다.
그런 주제에 당당하게 어른이라 주장하는 아이가 너무 귀여웠다.
“어머나, 우리 클로드 님이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아픈데 안 울었어요? 오구, 우리 클로드 님 어른이네! 내가 몰라봤네!”
사라는 순간 웃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잠시 숨을 참았다.
에단 또한 헛기침을 하는 척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놀림당했다는 것을 금방 눈치챈 클로드는 입을 삐죽거렸다.
“유모 미워.”
“어머? 나만? 공작님도 같이 웃었는데 왜 나만 미워해요.”
사라는 매우 억울해하며 가만히 있던 에단을 끌어들였다.
그러자 아이의 시선이 떼구루루 굴러 웃음을 참고 있던 에단에게 향했다.
순간 에단의 몸이 긴장으로 굳었다.
“……아버지도 미워.”
“……!”
클로드는 슬쩍 제 아버지를 원망하는 말을 내뱉고는 이불을 휙 끌어당겨 덮었다.
사라는 충격으로 굳은 에단의 얼굴을 보고는 결국 까르르 웃으며 이불 위로 클로드를 끌어안았다.
“아이참, 클로드 님 화나셨어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에단을 향해 눈짓했다.
하지만 아이의 입에서 직접 밉다는 말을 들은 에단은 아까부터 충격에 굳어 있던 차였다.
“공작님, 빨리 클로드 님 달래 주세요. 삐졌잖아요.”
사라의 재촉에 정신을 차린 에단은 당혹스러운 시선으로 불룩 솟은 이불을 바라보았다.
토라진 아이를 달래 본 적이 없는 터라 에단의 얼굴이 흐려졌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뒤에서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는 제이드에게 손짓했다.
“예, 주군.”
“당장 머스튼 영지 쪽에 다이아몬드 광산 하나를 사들여.”
“아니, 주군 머스튼 영지의 다이아몬드 광산이라면 제국 3대 광산…….”
“클로드에게 선물로 줘야겠다.”
“…….”
제이드는 도움을 요청하는 시선으로 사라를 보았다.
어이없다는 눈으로 에단을 바라보고 있는 사라만이 주군을 말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작님? 저랑 잠시 얘기 좀 하실까요?”
진심으로 머스튼 영지의 다이아몬드 광산을 사들일 생각을 하던 에단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라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공작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에단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그녀에게 가까이했다.
“클로드 님이 다이아몬드 광산을 가져서 뭘 하겠어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사라가 속삭이자 에단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하더니 답했다.
“소유권을 손에 쥐여 주고 시세를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해 줄 생각입니다만…….”
“공작님?”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얼굴로 제국의 다이아몬드값을 아이의 손에 쥐여 주겠다는 에단 암브로시아를 보며 이마를 짚었다.
아무래도 저 남자는 아이를 달래는 것에는 꽝인 모양이었다.
“이게 아닙니까?”
“그럼 맞겠어요?”
조용히 타박하자 공작은 어쩐지 시무룩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제이드를 뒤로 물렸다.
사라는 진지하게 학부모 상담의 필요성을 느끼며 이불 속에 있는 클로드를 토닥거렸다.
“우리 클로드 님 다 컸으니까 이 유모는 필요 없겠다, 그쵸?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려는 시늉을 했다.
그러니 클로드가 이불을 걷어 버리곤 황급하게 사라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아, 안 돼!”
“흐음?”
“내가 유모를 지금 간호해 주는 거니까 가면 안 돼!”
당황하여 커다래진 아이의 눈을 보다가 사라는 그만 웃어 버렸다.
도로 침대에 누우면서 사라는 클로드에게 작게 투정 부렸다.
“저는 누가 안아 줘야 빨리 나아요. 그러니까 안아 주세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클로드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클로드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에잇 하며 사라의 품에 뛰어들었다.
그러자 사라가 까르르 맑은 웃음을 토해 내며 클로드를 꽉 끌어안았다.
클로드는 두근두근 기분 좋은 박동으로 뛰는 사라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따뜻해.’
누군가에게 이렇게 폭 안겨 본 적이 있던가.
클로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사라의 품에서 벗어나기 싫다는 듯 그녀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아프니까 이번만 유모한테 양껏 어리광 부리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