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0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30화
“허억, 헉……, 우욱!”
손으로 틀어막아도 울컥울컥하고 쏟아지는 피의 양이 상당했다.
사라는 피를 토하는 와중에도 잠든 아이를 체크했다.
열이 아직 다 내리지 않았는지 클로드는 소란이 있었음에도 다행히 깨지 않고 새액 소리를 내며 잘 자고 있었다.
“하아, 하…….”
사라는 숨을 몰아쉬며 요동치는 속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이불과 옷이 금세 검붉은 피로 물들었다. 조금만 더 지체했어도 참지 못하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피를 토하고 말았을 것이다.
끊임없이 마력을 운용하며 참는 것도 점점 힘에 벅찼다.
“헉!”
사라의 몸이 다시 한번 크게 앞으로 고꾸라졌다. 이불 위로 끈적한 피가 다시 한번 투둑투둑 쏟아져 내렸다.
기도를 막으면서 나오는 핏덩어리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쉬질 못해 눈앞이 크게 어지러웠다.
‘너무 무리했어, 오늘.’
차라리 제국의 수도를 뒤덮는 광범위한 공격 마법을 시전하는 게 이것보다는 덜 힘들 것 같았다.
사라의 마력을 이용하면 손가락만 까딱하고 말 일을, 저 멀리 다른 차원에 있는 박혜연의 마력과 생명력까지 끌어다 쓰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마법사는 체력이 약한 것이 약점이었다.
그건 사라도 다를 바가 없었다. 심지어 다른 마법사들보다 더욱 강하기에 더 높은 체력을 소모해야만 했다.
“후.”
사라는 조금씩 진정되어 가는 속을 달래며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에단이 1황자를 처리할 때 사라는 클로드가 그 힘을 느끼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고 있었다.
암브로시아의 힘이 공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에도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했다.
게다가 1황자가 박아 넣은 칼날의 감촉이 아직도 목에서 욱신거리며 아파 왔다.
그렇지 않아도 피를 쏟았는데, 이번에 토해 내기까지 하니 머리가 아주 빙빙 돌았다.
“대체 언제쯤이면 죽을 수 있을까.”
박혜연이 죽고 갈라진 영혼을 가져와 다시 하나로 흡수할 수만 있다면 모든 일이 훨씬 더 수월할 텐데.
사라는 6년의 연구에도 끝내 박혜연이 죽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렇게 아쉬움에 혀를 차며 어지러운 속을 달래던 때였다.
“……!”
사라는 어지러운 시야 사이로 자신을 보고 놀라 굳어 있는 메이를 발견했다.
‘저 애가 언제 들어왔지?’
눈치채지 못했다.
에단 암브로시아가 방에서 멀어지자마자 긴장의 끈을 놓아 버린 탓도 있었지만, 그만큼 그녀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뜻했다.
사라의 얼굴이 흔치 않게 일그러졌다.
“괜, 괜찮으세요……?”
메이는 말을 더듬으며 사라의 입가와 이불을 새빨갛게 물들인 피를 바라보았다.
누가 보아도 사라의 상태는 아주 심각해 보였다.
“걱정 마세요, 시녀장님이랑 집사님이 공작님을 배웅하고 계실 때 몰래 들어왔어요. 제가 여기 있는 건 아무도 모를 거예요.”
메이는 그렇게 말하며 재빠르게 사라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손에는 사라가 갈아입을 옷과 빨래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그걸 보자 사라는 저 아이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았다.
“저번에도 분명 피를 토하셨는데 감추셨어요. 지금도 소백작님이 이런 상태인데 공작님은 물론이고 다들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 소백작님은 아픈 걸 지금 숨기고 계신다는 거고요.”
“…….”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정말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눈치가 빠르니만큼 아까 빨래터에서 사라가 그녀를 벌주지 않은 덴 다른 뜻이 있다는 사실도 눈치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뜻을 기회라 여기고 다시 한번 줄을 잡아 보려는 거였다.
“이런 식으로 네 쓸모를 나에게 보여 준다고 해도, 너를 용서할 것 같니? 나는 클로드 님의 앞길을 방해하는 건 모조리 치워 버릴 작정인데.”
사라의 서늘한 목소리에 메이는 잠시 움찔했지만 꿋꿋하게 대답했다.
“클로드 님은 아직 모르시지 않나요? 제가 한 짓에 대해서. 그리고 분명 아직도 절 좋아하실 거예요. 곧 저를 찾으실 거고요.”
“너를 찾으면? 겨우 시녀 하나야. 암브로시아의 주인이 될 클로드 님에게 시녀 하나쯤은 조금 아쉽고 말겠지.”
“분명 절 밀어내는 이유를 클로드 님이 물어보실 텐데 솔직하게 말씀드릴 거예요? 클로드 님을 아끼시잖아요.”
“……맞아. 그래서 클로드 님의 곁에 나처럼 클로드 님을 아끼는 사람들만 만들어 주고 싶기도 해. 네가 그 기준에 들어갈지는 나도 잘 모르겠구나.”
“저도 클로드 님을 아꼈어요. 잠깐이었지만, 진심으로요. 그걸 클로드 님도 아시니까 저에게 마음을 여신 거예요. 이 저택에서 유일하게 저만이 진심이었어요.”
“시녀장 론다도, 집사인 베론도 클로드 님에겐 진심이야.”
“하지만 클로드 님이 첫 번째가 아니잖아요. 그분들은 암브로시아 공작님의 사람이에요. 클로드 님이 첫 번째였던 저와는 달리.”
메이는 사라의 말을 따박따박 받아치면서 제 쓸모를 주장했다.
정말 그녀가 필요 없었다면 사라는 단번에 제 이야기를 자르고 이 자리에서 쫓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사라는 목소리는 싸늘할지언정 계속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메이는 이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
“제게 기회를 주세요. 클로드 님뿐만이 아니라 밀런 소백작님의 수족이 될게요. 저는 눈치가 빠르니까 편하게 쓰실 수 있을 거예요. 소백작님의 지금 이 상태를 끝까지 감추는 데 도움이 될 거고요.”
“그렇게 해 준다면, 넌 내게 뭘 기대할 거니? 순수하게 클로드 님을 위해서 일할 네가 아니니 물어보는 거야.”
이건 시험이었다.
메이는 침을 꿀떡 삼키며 사라를 바라보았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은 상태였지만, 서늘하게 빛나는 저 푸른 눈동자에는 강한 힘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 시험에서 통과하지 못한다면 암브로시아 공작가에서 그녀가 발 디딜 곳은 없어질 것이다.
흔적도 없이.
“……제 아버지를 혼내 주신다고 했잖아요, 소백작님이. 저는 그걸 원해요.”
“혼나야겠다고 했지 혼내 준다고는 하지 않았는데.”
“제겐 그 말이 그 말이에요. 클로드 님에겐 죄를 저질렀지만, 아버지에게 죄를 짓지 않았다는 걸 알려 주셨잖아요. 적어도 첸블런 남작가에서 혼나야 하는 건 제가 아니라 아버지라는걸.”
메이의 말을 들은 사라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제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훔쳐 내며 말했다.
“클로드 님에게 지은 죄는 어떻게 갚을 생각이니?”
“……평생을 헌신할게요. 클로드 님을 위해서 뭐든 할게요.”
“만일 내가 클로드 님을 배신하라고 하면, 하겠어?”
“…….”
무표정하게 가라앉은 사라의 얼굴에선 그간 해사하게 웃던 상냥한 미소는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그간 보여 준 자애롭고도 해맑았던 모습이 거짓이라는 것처럼.
잠시 고민하던 메이는 고개를 내저으며 답했다.
“하지 않겠어요.”
“어째서? 네 아버지를 혼내 주려는 힘은 내게서 나올 텐데.”
“소백작님의 명을 어기고 클로드 님을 배신하지 않는 게, 소백작님의 뜻에 따르는 거니까요.”
메이의 대답에 사라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녀는 일자로 다물어진 사라의 입술 끝이 희미하게 말려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네 쓸모가 많을 것 같구나. 앞으로 메이라고 편하게 불러도 되겠니?”
“……!”
사라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자애롭고도 따스했다.
통했다. 메이는 뒷목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밀런 소백작님.”
“그냥 편하게 이름을 부르렴. 클로드 님이 성장할 때까지 나는 밀런 백작가의 사람이 아니라 암브로시아의 사람이니까.”
“네, 사라 님.”
사라는 생긋 웃으며 피범벅이 된 이불을 들춰 보이곤 말했다.
“그럼 이것 좀 처리해 주겠니? 마법을 써도 되겠지만, 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마력을 쓰는 게 피곤해.”
“네! 맡겨 주세요!”
메이는 빠르게 달려들어 사라에게 갈아입을 옷을 건넨 뒤 피로 물든 이불을 바구니에 담고 새 이불을 꺼냈다.
그리고 능숙하게 사라의 환복을 도와주며 힐금, 잠든 클로드를 바라보았다.
열이 올라 잠든 아이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기절한 것처럼 자고 있었다.
이 소란에도 깨지 않는 것을 보니 오늘이 클로드에게 얼마나 지친 하루였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
사라가 옷을 다 갈아입자 메이는 새 이불을 클로드의 목 밑까지 덮어 주며 복잡한 심정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혼자 있는 동안 클로드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했었다. 자신이 진정 클로드를 미워했는가. 왜 그렇게 클로드가 미웠던가.
결국은 못나기 그지없는 스스로의 문제를 인정하기 싫어서 이 작고 여린 아이에게 모든 원망을 퍼부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거…….”
메이는 품 안에서 작은 꽃 몇 송이를 꺼내어 내밀었다.
“이게 뭐지?”
“클로드 님이 좋아하시는 꽃이에요. 초상화에서 본 공작 부인을 닮았다고…….”
사라는 메이가 건네는 꽃을 받아 들었다. 디엘린의 짙은 녹안을 닮은 들꽃이었다.
길가에, 들판에 흔하게 피어 있는 들꽃은 유일하게 암브로시아 저택 안에선 한없이 귀한 꽃이었다.
메이가 밖으로 굳이 나가 꺾어 온 것이었다.
“클로드 님한테 죄송해서…….”
씁쓸하게 갈라진 메이의 음성에서는 이제 더는 가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라는 굳이 한 번 더 물어 메이의 진심을 확인했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는 똑바로 알고 있니?”
“제가 어머니를 잡아먹고 태어난 게 죄가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클로드 님도 죄를 지은 게 아니에요. 그런데……, 제가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좋아.”
정답이라는 양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는 잠든 클로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라의 손바닥에서 희미한 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
그러자 열에 들뜬 아이의 체온이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가라앉았다.
미간을 좁히고 자던 클로드의 얼굴이 그만큼 더 평온해졌다.
“……윽.”
하지만 이런 몸으로는 작은 마력을 운용하는 것조차 힘에 겨운지, 사라는 다시 크게 몸을 앞으로 숙이며 피를 토하려 했다.
메이가 재빠르게 손수건을 입가에 가져다 대 주지 않았더라면 또 이불에 피를 토할 뻔했다.
“피를 이렇게…….”
메이는 생각보다 더 심각해 보이는 사라의 몸 상태에 경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