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35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35화
노골적으로 방해받은 벤야민은 미간을 좁히며 올리븐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대답했다.
“방해하지 마. 한 번만 더 방해하면 너라도 용서하지 않아.”
“용서하지 않으면? 어쩔 셈인데?”
빈정거리는 것이 특기인 올리븐인 만큼 이번에는 벤야민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그는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올리븐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작게 한숨을 쉬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시간 낭비군.”
더 이상 내어 줄 시간은 없다는 듯 미련 한 톨 없어 보이는 벤야민의 태도에 올리븐의 반듯한 이마에 핏줄이 섰다.
그는 부글부글 끓는 속을 숨기며 여기까지 굳이 찾아온 이유를 밝히기로 했다.
“스승님의 마력석이 반응했어.”
“뭐?”
그러자 벤야민의 검은 눈동자가 올리븐을 향했다.
이제야 겨우 마주할 수 있는 동기의 눈을 보며 올리븐은 허탈하게 웃었다.
하여튼 저놈은 정을 주려고 해도 줄 수 없었다.
“위치는?”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적으로는 나왔어.”
올리븐의 대답에 끊임없이 마력을 집어삼키며 구동하던 마법진의 흐름이 멎었다.
그제야 마법진이 만들어 낸 장벽이 가라앉았다. 스승께서 남기고 간 메시지가 적힌 종이들도 저절로 촤라락 하는 소리와 함께 곱게 정리됐다.
벤야민은 뚜벅뚜벅 마법진에서 걸어 나와 올리븐의 어깨를 다급하게 감싸 쥐며 말했다.
“말해, 어디야.”
이제야 존재하는 사람 취급이라도 해 주는 행동에 올리븐은 비릿하게 웃으며 빈정거렸다.
“네가 여기 처박혀 있는 동안 내가 찾아낸 걸 왜 공유해야 하지?”
그러자 순간 벤야민의 손끝에 힘이 들어가며 순식간에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죽고 싶나?”
“왜? 안 알려 주면 날 죽이기라도 하게?”
“…….”
벤야민은 대답하지 않았으나, 행동으로 대답했다.
그의 온몸에서 검붉은 마력이 뿜어져 나와 올리븐을 향해 쏟아진 것이다.
쾅!
커다란 굉음과 함께 올리븐이 저 멀리 방 끝까지 날아가 구석에 처박혔다.
“야, 야 좀 놀렸다고 진짜 죽이게?”
올리븐은 그의 머리 색처럼 녹음을 닮은 마력으로 제 몸을 보호하며 흐트러진 긴 머리칼을 쓸어 올렸다.
그는 진심으로 벤야민이 살기를 담은 마력을 쏘아 보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벤야민에게 의미를 가진 사람은 스승님이 유일했으니까, 자신에게도 그녀가 유일하듯.
“말해.”
“싫은데?”
“정말 죽고 싶나?”
“정말 죽이려고 했으면서 말은 안 그럴 것처럼 하네.”
올리븐은 벨루나가 그랬던 것처럼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내가 죽으면 스승님의 마력석이 반응한 곳은 어떻게 알아낼 건데?”
“시간문제일 뿐, 찾아낼 수 있어.”
“그 시간을 견딜 수는 있고? 지금도 짐승 새끼처럼 이성을 잃고 날뛰는데.”
올리븐의 말에 벤야민은 정곡을 찔린 것처럼 입을 굳게 다물었다.
겨우 이 마탑에서 스승님이라는 존재 하나가 없어졌을 뿐인데, 세 명의 제자 중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벤야민이었다.
“어른스러운 척은 다 하더니. 네가 애새끼 수준이 아니라 짐승 수준이라는 걸 스승님이 빨리 알기만 하셨어도 이렇게 떠나진 못하셨을 거야.”
“…….”
올리븐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벤야민을 향해 깝죽이는 목소리로 빈정거렸다.
잠시 말이 없던 벤야민의 몸에서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마력이 맴돌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그의 양손에 검붉은 마력 덩어리가 서서히 형태를 갖춰 가고 있었다.
“……?! 야, 벤야민 너 그거!”
“그렇지 않아도 거슬렸어. 스승님께는 제자가 너무 많아.”
“그래 봤자 우리 셋뿐이거든! 벨루나, 벤야민 좀 말려 줘! 쟤 이번엔 진짜 날 죽이려고 한다고!”
올리븐은 희게 질린 얼굴을 하고선 아까 전부터 방문 앞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던 벨루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벨루나는 언제나 그랬듯 냉정한 얼굴을 하고선 선을 그었다.
“깝죽거리는 버릇은 스승께서도 늘 고치라고 했던 점이다. 이번에 고쳐 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아니, 버릇 고치기 전에 쟤 손에 내가 죽겠다니까?!”
“그럼 안타깝게 여겨 주지.”
“야, 이 미친 것들아! 진짜 너네 스승님 안 보고 싶냐!”
올리븐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벤야민의 손에 만들어진 마력 덩어리가 그를 향해 쏘아졌다.
쾅, 콰아앙 쾅!
먼지가 가득 쌓인 방에 수도 없이 많은 폭발음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벨루나는 품 안에서 손수건을 꺼내 흩날리기 시작하는 먼지를 막았다.
그러고는 잠시 뒤로 물러나 두 짐승 새끼들의 싸움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어, 벨루나 양. 오늘도 또 한바탕하는 건가?”
굉음 소리를 듣고 마탑의 여기저기서 연구를 하던 마법사들이 미간을 좁히며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마탑에서 오랜 세월을 연구에 이바지한 4장로도 함께 있었다.
“늘 있는 일입니다.”
태연한 벨루나의 대답에 장로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저 세 명의 제자들은 이 좁은 마탑 내에서도 아주 큰 유명세를 떨쳤다.
그들의 스승이 엄청난 인물인 것도 있고, 그 스승이 이 마탑으로 데려와 직접 가르칠 정도로 저들에겐 엄청난 재능이 있기 때문인 것도 있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저 셋 다 스승의 말이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정도로 반쯤 미쳐 있는 미친 새끼들이라는 거였다.
저 세 명의 스승이 어느 날 모습을 감춘 뒤로 마탑은 여러 가지 의미로 뒤집어졌다.
“그런데 자네들 스승은 아직 소식 없고?”
“곧 찾게 될 겁니다.”
4장로의 입에서 스승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무표정했던 벨루나의 얼굴에 묘한 실금이 갔다.
그녀의 심기가 뒤틀리고 있다는 신호였지만 그것을 눈치챌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허 참……. 이미 떠나간 스승을 왜 놓지를 못하고. 자네들도 이제 각자 독립해야지.”
“……그런 건 제가 결정합니다, 장로님.”
싸늘하게 흘러나오는 벨루나의 목소리에 4장로는 그제야 그가 건드린 것이 그녀의 역린인 것을 알았다.
그는 두 손을 내저으며 서둘러 변명했다.
“아, 내 말은 그게 아니고.”
“4장로님.”
하지만 그의 변명은 이미 뒤틀릴 대로 뒤틀린 벨루나에겐 와닿지 않았다.
“저 두 새끼들보다 제가 더 미쳐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릴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군요.”
얼음보다도 차가운 벨루나의 마력이 순식간에 그녀의 손끝에서 뻗어 나왔다.
그녀의 눈동자를 닮은 은색 마력은 4장로가 손을 쓸 틈도 없이 복도의 벽을 그대로 날려 버렸다.
“……마탑 벽이!!”
오랜 세월 덧대고 또 덧대어 만든 방어 마법진이 탑을 이루는 작은 물질 하나하나에 깃들어져 쌓아 올려진 것이 마탑이었다.
그런 마탑의 벽에 벨루나는 한순간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 냈다.
“……자, 자, 자네, 자네 지금……!”
그것도 장로의 바로 옆에 말이다. 자칫하다간 벽이 아닌 본인이 허물어질 뻔한 4장로는 입에 거품을 물고는 뒤로 넘어가 버렸다.
“…….”
“…….”
벤야민의 방 안에서 온갖 마법을 구사하며 싸우던 그들조차 뚫지 못하는 것이 마탑의 벽이었다.
그것을 아주 가뿐하게 뚫어 버린 벨루나의 행동에 안에서 싸우던 벤야민과 올리븐 또한 하던 것도 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4장로님!
“2장로님 호출해! 당장!”
벨루나는 뒤로 넘어가는 4장로에게 달려드는 다른 마법사들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말했다.
“스승님께서 마탑을 떠나는 것도 모르는 무능한 것들 사이에서 미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180도 미쳐 버린 벤야민과 올리븐. 그 두 놈 사이에서 오히려 멀쩡해 보이는 벨루나만이 360도 미쳐 있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나, 결국 제대로 한 바퀴 미쳐 버렸다는 뜻이었다.
마법사들은 새삼스럽게 그 사실을 깨닫고는 쓰러진 4장로를 챙겨다가 자리를 떴다.
마탑에서 유명한 그녀의 세 명의 제자들 일에 끼어드는 건 못 할 짓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너희 둘도 시간 낭비를 계속할 셈인가?”
싸늘하게 흘러나오는 벨루나의 목소리에 올리븐은 벤야민의 목덜미에 날카롭게 세운 마력을 거뒀다.
벤야민 또한 올리븐의 눈에 찔러 넣기 일보 직전이었던 마력 창을 거둬들였다.
자연스럽게 쓸데없는 싸움을 멈춘 두 사람을 보며 벨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낭비할 생각이었으면 다시 한번 푹 재워 주려고 했는데.”
“야, 영원한 잠의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내가 온 마력을 다 쪽쪽 빨린 탓에 스승님 찾는 게 더 늦어진 건 알고 하는 소리야?!”
벨루나의 말에 올리븐이 울컥하며 소리쳤다.
스승님이 말도 없이 사라진 뒤 지랄 발광을 하며 날뛰는 벤야민과 숨 막히는 벨루나 사이에서 스승을 찾겠다고 얼마나 힘들었던가.
찾는 김에 스승의 연구 대상이었던 그 알 수 없는 힘의 주인이 누구인가 슬쩍 찾아내어 그간 염병하며 고생한 대가도 함께 치르게 해 주려고 올리븐은 불면증까지 참아 가며 일했다.
그런데 벨루나가 스승의 뜻에 따르지 않을 거라면 잠이나 자라며 벤야민과 올리븐을 ‘영원한 잠의 늪’이라는 고약한 마법 던전에 던져 넣었다.
마탑에서도 실력으론 손에 꼽는 마법사라 할지라도 일주일 넘게 고생하게 만드는 그 마법 던전이었다.
보고 싶은 것을 골라서 보여 주는 환각과 환청의 늪.
그렇지 않아도 스승이 사라진 직후라 불안정했던 벤야민과 올리븐에겐 아주 치명적이었다.
벤야민은 서늘한 눈빛으로 벨루나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선은 지켜, 벨루나. 그딴 짓거리를 한 번만 더 했다간‘영원한 잠의 늪’에 들어가는 건 네가 될 줄 알아.”
“고려는 해 보지. 네가 저 멍청이랑 어울리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누가 어울렸다는 거지?”
벤야민은 벨루나가 가리킨 올리븐의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보고 헛숨을 삼켰다.
그러곤 지긋지긋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끈질긴 벌레 같은 새끼를 내 눈앞에다 데려다 놓은 건 너야.”
“그건 사과하도록 하지.”
벨루나는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며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제일 미쳐 있는 두 사람이 제일 말이 잘 통하는 것을 보곤 올리븐은 답답한 가슴을 쾅쾅 치며 울분을 토했다.
“스승님의 마력석은 나한테 있는 거 너네 둘 다 잊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