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52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52화
* * *
인적이 드문 골목 안.
“우웨에에에에엑.”
“…….”
“흐헝, 흐어엉, 우에에에엑!”
벨루나와 벤야민은 질릴 대로 질린 눈으로 눈물을 줄줄 흘리며 먹은 것을 다 게워 내고 있는 올리븐을 바라보았다.
“대체 며칠을 저러고 있는 거지?”
“그러게 말이야.”
답이 없는 문제에 봉착한 벨루나와 벤야민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내 인상을 확 구겼다.
“야, 나 죽겠……, 꾸에에엑.”
올리븐은 그런 벤야민과 벨루나에게 부들거리는 손을 뻗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토악질을 했다.
그 처절하고 더러운 모습에 벤야민과 벨루나는 오히려 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스승님 위치와 가장 가까운 곳을 말해, 올리븐. 그럼 알아서 우리가 찾아갈 테니까.”
“우욱, 우우……, 싫어, 나만 두고 갈 거잖아!”
“그럼 언제까지 여기서 계속 시간을 버릴 셈이야?”
“제발, 회복 마법 한 번만…….”
“여태 계속 퍼부어 줬잖아. 그런데도 소용없는 거면 네 정신력 문제야.”
“벨루나아아 제바아아알.”
“하아.”
벨루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올리븐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부드럽게 올리븐을 감쌌다.
“흐아아아.”
올리븐은 그제야 살겠다는 듯 크게 숨을 내쉬며 그대로 스스륵 옆으로 쓰러졌다.
“……더러워.”
옆에 토사물이 있든 말든 그 옆에 눕는 걸 보며 벤야민은 잠시 올리븐이 진정으로 비위가 약한 것이 맞을까 고심했다.
비위가 강하지 않고서야 제가 토해 낸 토사물 옆에 누울 순 없다고 생각하며 말이다.
“이제야 좀 살겠다.”
“이제 됐지? 마법진 빨리 가동시켜.”
“잠깐만 잠깐만, 좌표를 다시 입력할게…….”
한결 혈색이 도는 얼굴로 몸을 일으킨 올리븐이 품 안에서 그의 마력구를 꺼내어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올리븐이 마력을 불어 넣자 마력구에 새겨진 마법진을 따라 녹색 빛으로 빛났다.
“서둘러. 다시 또 안 좋아지기 전에.”
“알았어, 알았어. 그 전 좌표는 마물의 숲이었으니까 지우고…….”
중얼거리며 좌표를 수정하려던 올리븐의 입이 순간 꾹 다물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얼추 괜찮아졌던 얼굴이 또 갑자기 누렇게 뜨며 흐려졌다.
“올리븐, 너 설마…….”
“마, 마물의 숲, 시, 시체……, 꾸웨에에에엑.”
올리븐은 마력구를 들고 있던 그 상태 그대로 고개를 숙여 다시 토사물을 뱉어 냈다.
“미쳐 버리겠네, 정말!”
벤야민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노성을 토했다.
마물의 숲에서 빠져나와 알톤 영지의 작은 마을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올리븐은 내내 저 상태였다.
자꾸만 숲에서 본 마물들의 시체가 떠오른다며 며칠 밤낮으로 토악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토하다가 시름시름 앓았다가, 그래 놓고 배가 고프다며 밥을 한가득 처먹고 또 마물의 숲에 ‘마’ 자만 나와도 토악질을 하는 걸 반복했다.
벤야민은 결국 참지 못하고 마력구를 올리븐에게 날려 버렸다.
“으아아악!”
올리븐은 마력구를 든 채로 종이 인형처럼 날아갔다.
그들이 있었던 골목길 밖까지 튀어 나간 올리븐은 땅을 구르며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에 차였다.
“꺄악!”
“이 사람 뭐야!”
사람들은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와 바들바들 떨고 있는 올리븐을 이상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더러운 것을 피하듯이 피해 갔다.
그 처참한 광경을 가만히 보고 있던 벨루나가 벤야민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잘했어.”
“흥.”
벤야민은 그런 벨루나의 손에 제 손을 쳐 주며 몸을 돌렸다.
“저놈을 기다렸다간 스승님의 행적을 놓치게 될 거다.”
“동감이야.”
망설임 없이 올리븐에게서 등을 돌린 벤야민과 벨루나의 모습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올리븐의 좌표 없이는 스승에게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동할 순 없을 테지만, 분명 수도 쪽이라고 했으니 그곳부터 뒤져 볼 생각이었다.
“우리는 기다려 줄 만큼 기다려 줬으니 알아서 따라오든지 말든지 해.”
벨루나는 엉엉 울면서 이쪽을 바라보는 올리븐을 바라보며 매정하게 말을 건넨 후 사라졌다.
“흑흑흑, 나쁜 것들……. 내가 다 일러 줄 거야. 내가 다…….”
그렇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한가운데 엎드려서 한참을 울던 올리븐은 서러운 마음이 얼추 진정되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진짜 갔다. 그를 버리고 둘 다 갔다.
“…….”
올리븐은 천천히 소맷자락을 들어 뺨에 흥건한 눈물 자국을 지우고 입가에 묻은 토사물의 흔적들을 닦아 냈다.
벤야민과 벨루나가 사라진 골목을 보니 그들의 마력 파동만 미약하게 남아 있을 뿐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
그제야 올리븐은 드디어 그가 버림받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여튼 성질만 급해서는. 지금 당장 간다고 스승님을 바로 알아보겠어? 옆에 있어도 스쳐 지나갈 텐데.”
대마법사로서 이쪽 세계의 마력을 완벽하게 봉인해 둔 스승이었으니 제아무리 벨루나와 벤야민이라고 해도 평범하게 꾸민 스승을 못 알아볼 것이 뻔했다.
올리븐은 그거야말로 시간 낭비가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걸 저 둘에게 알려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특히 스승에게 미쳐 버려 눈깔이 180도 돌아 버린 벤야민에게는 더더욱 알려 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저렇게 눈깔 뒤집혀서 집착하니까 스승님이 말없이 떠나신 거야. 부담스럽잖아? 징그럽게. 나처럼 좀 귀여운 맛이 있든가.”
벤야민은 제발 일을 유연하게 처리하는 법을 좀 배웠으면 했다.
순간 이동 마법에 관해선 마탑에서 스승님을 제외하면 올리븐이 가장 뛰어났다.
특히 마법진을 그려 좌표를 입력해 정확한 위치로 이동할 수 있는 건 올리븐의 특기라면 특기였다.
그런 그를 두고 가다니. 벨루나와 벤야민이 그걸 포기할 정도로 마음이 다급하다는 것을 아주 절절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스승님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계실지 알아내는 게 우선이지. 멍청이들.”
올리븐은 흙이 묻은 옷을 툭툭 털어 내며 벤야민과 벨루나가 사라진 골목으로 들어갔다.
허공에 남은 마력의 파편들의 크기를 보아하니 그리 멀리 가지 않고 차근차근히 순간 이동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알톤 영지와 수도는 꽤 머니까.
아마 이곳에서 볼일을 마친 후에도 충분히 저 둘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선 올리븐은 천천히 마력을 끌어 올렸다.
일단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몸을 씻어 내는 게 우선이었다.
“후우.”
올리븐은 시원한 마력으로 온몸을 씻어 내고 나서야 살 것 같다는 듯 큰 숨을 내쉬었다.
그는 언제 그렇게 시름시름 앓았냐는 양 멀쩡해 보였다.
조금 전까지 쉴 새 없이 토악질을 하며 징징 짰던 것이 거짓인 것처럼.
“그럼 슬슬 찾아볼까……. 어디 있으려나?”
올리븐은 흥흥, 콧노래를 부르며 슬렁슬렁 걸음을 옮겼다.
그는 마탑에서 벤야민에게 스승의 위치가 잠깐 보였다는 것을 말하기 전부터 먼저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스승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스승의 곁에서 오래 있었으니까.
스승이 크롬벨 제국에 있다면 그곳에서 일어나는 가장 강렬한 사건에 관여하고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곳마다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것이 스승의 특기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올리븐은 크롬벨 제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가장 큰 사건을 찾았고, 그것은 바로 1황자의 황위 계승권 박탈 사건이었다.
‘분명 연관이 있을 거야. 1황자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탈탈 털면.’
올리븐은 미리 알아 둔 1황자의 거처를 떠올리며 그 근처까지 얇은 마력의 실을 풀어 보냈다.
그에게서 시작된 마력은 마치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얽혀지며 뻗어 나갔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올리븐의 마력을 스쳐 지나갔다.
아마도 마력에 민감하거나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면 아마 제 몸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
잠시 눈을 감고 집중하는 듯하던 올리븐의 눈이 번쩍 떠졌다.
“찾았다.”
올리븐은 환하게 웃으며 흘려보냈던 마력들을 전부 회수했다.
그러자 마력 실에 묻어 있던 정보들이 스멀스멀 그의 머릿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역시 제 주인을 잘근잘근 씹고 계셨군 그래?”
1황자 본인은 아니더라도 그를 수행하는 수행인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의 입은 포악한 주인 밑에서 한없이 가벼워지기 마련이었다.
끈이 떨어진 주인을 위해 충정을 다해 치부를 지켜 줄 아랫것이 얼마나 있을까.
올리븐이 찾은 것은 1황자가 아닌 그의 수행원들이었다.
기사들과 시종들 그리고 1황자에게 희망을 놓지 못해 도박에 가까운 모험을 하러 이곳까지 따라온 귀족들.
그들은 모두 올리븐의 소중한 정보 제공자가 될 것이다.
“나 낯가리는데, 친해질 수 있으려나.”
운이 좋다면 1황자까지 직접 만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올리븐은 입가에 묘한 미소를 띠며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