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54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54화
“클로드 님은 주무시나요?”
“응, 아주 곤히 잠드셨어. 무슨 일이 있니?”
“잠깐 이리 와 보세요!”
메이는 몹시 흥분한 얼굴로 사라의 손을 덥석 잡았다. 사라는 얼결에 메이에게 질질 끌려가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론다를 포함한 다른 사용인들도 웃으며 그 뒤를 따랐다.
“짠 이것 보세요!”
사라를 끌고 그녀의 방까지 들어온 메이는 침대 위에 놓인 커다란 선물 상자를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뭔데?”
“공작님께서 보내신 거예요!”
“공작님이?”
“네!”
화려한 무늬의 선물 상자는 딱 보아도 가격이 예상될 정도로 고급스러워 보였다.
메이는 이 상자만 내다가 팔아도 일 년 치 생활비는 나올 거라면서 방방 뛰었다.
그런 메이를 뒤로하고 사라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 보았다.
“세상에!”
메이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상자를 열자마자 빛이 쏟아졌다고 생각이 들 만큼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드레스가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론다는 공작이 드레스를 보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번 파티에 밀런 소백작님께서 꼭 입어 주십사, 공작님께서 특별히 신경 써서 주문하셨습니다.”
“……아.”
사라는 멍하니 드레스를 바라보았다.
이번 파티에 참석할 클로드만을 신경 쓰느라 정작 자신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새삼스러운 기분에 사라는 주먹을 쥐었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6년 만에 사교계에 얼굴을 내비치는 것 아닙니까. 클로드 님을 챙기시는 것도 좋지만, 소백작님께서도 신경 쓰셔야지요.”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크게 주목받고 싶지 않아 하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만, 밀런 소백작님이 내켜 하지 않으시면 전하라 하셨던 말이 있습니다.”
“뭐라고요?”
“이미 암브로시아의 사람이 되기로 결심하셨으면 그 무게만큼 주목받는 것은 견디셔야 한다고요.”
“참 공작님다운 말씀이시네요.”
사라는 웃으며 드레스를 들어 올렸다. 이런 화려한 파티용 드레스를 입어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그녀는 데뷔탕트를 치른 뒤 바로 칩거했으니까.
그때는 디엘린과 꽤 설레는 마음으로 드레스를 골랐다. 그저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행복을 느꼈던 때였다.
“으음, 어울리려나…….”
“공작님이 직접 고른 것이니 한번 믿어 보셔도 좋을 거예요.”
“드레스를 고르는 공작님이라니……, 진짜 상상도 안 가는 거 알아요, 론다?”
“저도 제 눈으로 직접 봤지만, 보면서도 꿈처럼 느껴졌답니다.”
론다는 사라를 보며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옆에서 이게 이쁘네 저게 예쁘네, 저걸 입으면 여신이 따로 없을 거네, 하며 방방 뛰었던 제이드를 쫓아내고 공작이 홀로 고른 드레스였다.
여러 드레스들을 찢어발길 것처럼 노려보며 고민하던 암브로시아 공작의 모습을 말로 설명해 줄 수 없다는 게 아쉬웠다.
“드레스 갈아입는 걸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따악, 하고 튕겼다.
“……!”
그러자 순식간에 사라의 손에 들려 있던 드레스가 입혀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따악, 손가락을 튕기니 찰랑 하고 귀에 귀걸이와 목걸이까지 착용이 됐다.
기본 화장만 간단하게 한 얼굴이었지만, 사라는 지금 당장 파티에 참석해도 될 정도로 아리따운 자태를 자랑했다.
“세상에.”
사라가 마법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을 처음 본 론다와 사용인들은 놀라서 휘둥그레 뜬 눈으로 감탄했다.
그 모습이 익숙한 메이만이 홀로 상자 안에 드레스와 세트로 있었던 부채를 사라에게 건네주며 연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 잘 어울리세요. 아직 화장도 머리도 제대로 꾸미지도 않았는데, 이대로 파티에 참석해도 될 것 같아요.”
“칭찬이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지금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거예요!”
메이는 후다닥 방 한쪽에 있는 거울을 가져와 사라의 모습을 비춰 주었다.
사라는 아주 오랜만에 화려한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스스로의 모습을 어색하게 바라보았다.
에단이 선물한 드레스는 사라의 투명한 청색 눈동자처럼 맑은 푸른빛이 돌았는데, 그녀가 사용하는 마력이 화려한 문양으로 휘몰아치는 모습을 그려 놓은 것만 같았다.
그녀가 한 바퀴 빙글 돌아볼 때마다 부드러운 드레스 자락이 촤라락, 하며 예쁘게 퍼지다가 곱게 몸 선을 따라 자리를 잡았다.
‘예쁘다…….’
파티에 참석하겠다고 말은 전해 놓았지만, 클로드의 의상을 고를 때보다 더 실감이 났다.
대마법사가 아닌, 어둠의 꽃이라는 재앙을 만들어 낸 박혜연이 아닌,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사라가 아닌, 사라 밀런의 삶으로 돌아온 것만 같은 기분.
“정말 이제 갓 데뷔탕트를 치른 레이디들이 불쌍해질 지경이에요.”
“그러니까요. 다른 레이디들은 다 제쳐 두고 사라 님에게 춤 신청이 쏟아질 것 같지 않아요?”
신비로운 사라의 마법에 넋이 나갔던 사용인들도 어느새 정신을 차린 뒤 그녀의 모습을 찬양하기 바빴다.
정말 얼굴에 금칠을 치덕치덕 바르는 것 같아서 사라는 은근히 얼굴을 붉혔다.
아까 클로드가 의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칭찬을 쏟아 냈을 때 아이의 얼굴이 왜 터질 것처럼 붉어졌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만…….”
사라가 손사래를 치며 다시 옷을 갈아입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똑똑 하고 누군가 사라의 방문을 두들겼다.
“네. 들어와요.”
“잠시 실례하겠…….”
노크 소리 뒤에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에단이었다.
에단은 들어오자마자 그에게 꽂히는 시선에 잠시 멈칫, 문을 열고 들어오던 그대로 굳었다.
미묘하게 눈을 빛내는 사용인들의 시선이 평소와는 달리 강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사라의 방에 이렇게 많은 사용인들이 모여 있는지도 모른 채 그는 떨떠름한 얼굴로 방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그는 자신이 선물한 드레스를 입고 있는 사라의 모습을 보고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왜 그러지? 이상한가? 안 어울리나?’
사라는 자신을 가만히 보고 있는 에단의 시선에 은근히 긴장되는 것을 느끼며 드레스 자락을 꽉 쥐었다.
사용인들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침묵에 슬쩍슬쩍 뒤로 물러나 하나둘씩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
눈치가 빠른 메이 또한 들고 있던 거울을 살짝 내려놓고는 방을 나서면서 슬쩍 방문까지 닫아 주었다.
사라는 에단과 단둘이 남게 되자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선물 감사해요, 공작님. 특별히 골라 주셨다면서요?”
“아.”
사라의 말에 에단은 퍼뜩 정신이라도 차린 것처럼 손을 들어 입가를 쓸어내렸다. 저도 모르게 입매에 힘을 주었던 모양이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 암브로시아의 일원이 되었으니, 그걸 보여 주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에단은 스스로에게 변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을 늘였다.
그 모습을 보며 사라는 미묘하게 느껴졌던 어색한 분위기가 혼자만 느낀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답지 않게 당황한 것처럼 보이는 에단을 바라보며 사라는 생글생글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용인들이 한마음으로 예쁘다고 말해 주어서 그런지 자신감이 아주 차고 넘치던 상태였다.
“저 어때요?”
“…….”
“어울려요? 예뻐 보여요?”
사라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안 예쁘다고 차마 말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단은 그 말이 목구멍에 턱하고 걸려 잘 나오지 않았다.
무언가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면 안 될 만큼 은밀한 말인 것처럼 느껴졌다.
“응?”
사라는 에단을 빤히 바라보며 재촉했다.
기어코 그 말을 들어야겠다는 듯한 시선이 날아와 에단에게 꽂혔다.
어쩐지 놀리는 것같이 느껴져서 그는 조용히 숨을 삼키며 겨우 대답을 할 수 있었다.
“……예쁩니다.”
“얼마나요?”
하지만 곧 이어지는 사라의 질문에 에단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며 사라는 결국 소리 내어 웃으며 말했다.
“제가 너무 예뻐서 넋을 잃으신 것 같으니까 그만 놀릴게요.”
“감사합니다.”
평안한 얼굴로 웃는 사라를 보며 에단은 크게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인 양 건넨 말이 실로 사실이었음을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래서 바쁘실 텐데 어쩐 일이세요? 3황자 쪽에서 자꾸 사람을 밀어 넣어서 골치 아프다고 들었는데…….”
“그건 해결했습니다. 적당히 저택의 문을 열어 두었으니 클로드와의 만남이 정말 우연이라는 것쯤은 알아 갔을 겁니다.”
“다행이네요.”
사라는 눈에 띄게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2황자 측도 아직 클로드에게 주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았고, 3황자도 연관성을 못 찾았다니 적어도 파티가 열리기 전까지는 클로드가 휘말릴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은 허락을 구하러 왔습니다.”
에단의 말에 사라는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허락이라뇨?”
그가 드레스를 보냈을 때부터 짐작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사라가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이자 에단은 작게 웃었다.
“이번에 참석할 파티에서 내가 그대를 에스코트해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