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61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61화
사라는 등장하는 것과 동시에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 화려한 곳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이 꽤 익숙해 보였다.
그녀가 한때 사교계의 꽃으로 불렸다는 건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클로드는 더 불안해할 수밖에 없었다.
암브로시아 저택이 아닌 이곳이 사라가 있어야 할 곳 같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클로드가 뭐라고 생각하든지, 사라의 눈에는 그저 귀여운 똥강아지가 낑낑거리는 것으로만 보였다.
‘어쩜……,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있을 수 있지?!’
그녀를 독차지하고 싶어 하는 클로드가 너무 귀여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래그래, 이맘때 아가들은 다 이렇지.’
클로드가 생각보다 어른스러워서 이런 어리광은 받아 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사라는 감격스러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저 멍하니 클로드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유모, 나 두고 결혼할 거야?”
그런 사라의 침묵이 불안했는지 클로드가 울먹울먹한 눈으로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꼭 쥐었다.
사라는 도르륵 눈동자를 굴려 자신의 드레스 자락을 야무지게 쥔 고사리 같은 손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녀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래도 클로드가 쥔 것은 드레스가 아닌 그녀의 심장인 듯했다.
“내가, 내가 어떻게…….”
“응?”
“내가 어떻게 클로드 님을 두고 가요!”
사라는 결국 참지 못하고 클로드를 와락 끌어안아 버렸다.
사용인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매만져 준 머리가 망가지든 말든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클로드의 뺨에 그리고 부드러운 머리칼에 볼을 비비며 사라는 행복감으로 가득 찬 비명을 질렀다.
“너무 좋아, 우리 클로드 님!”
“……!”
환하게 웃으며 저를 끌어안는 사라를 클로드는 두 뺨을 붉히며 꽉 마주 안았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 모습을 에단은 마치 그림을 감상하는 것처럼 보았다.
눈앞에 있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사라와 클로드를 감싸고 있는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했다.
“……하.”
에단은 별보다도 더 반짝이는 클로드의 두 눈을 보고 작게 웃었다.
“공작님, 우리 클로드 님 좀 봐요.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이유로 울 수 있죠? 어쩜 사람이 이렇게 귀엽고 깜찍할 수가 있냐고요.”
“……나를 닮아 클로드가 그런 면이 있긴 하지요.”
에단은 뻔뻔하게 말하며 은근히 웃는 얼굴로 클로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했다, 클로드. 원하는 것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움켜쥐어야 하는 법이다.”
“……참 좋은 걸 가르쳐 주시네요.”
사라는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지만, 클로드는 아버지의 말을 똑똑히 새기며 눈을 빛냈다.
아버지는 언제나 옳고, 절대 틀리지 않으니까.
클로드는 이제부터 유모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아버지의 가르침을 아주 잘 따라 볼 참이었다.
그때 제이드가 다가와 에단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주군, 2황자님께서 뵙기를 청하시는데요. 밖에 와 계십니다.”
지금 이곳은 황궁 내에서 오직 암브로시아에게만 허락된 휴게실이었다. 이곳에 한해서 암브로시아의 기사들을 동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휴게실의 입구는 암브로시아 기사단이 지키고 있는 상태였다.
“왜 파티장으로 안 오고 이쪽으로 바로 온 거지?”
“잠깐 들렀다가 주군이 보이지 않자 연유를 물었나 봅니다. 클로드 님의 안부를 물으십니다.”
“……쓸데없이.”
“이곳이 암브로시아에게만 허락된 곳이 맞지만, 심기를 상하게 해서 좋을 것은 없으니 만나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이드의 말에 에단은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2황자인 일리오르 드 크롬벨은 암브로시아에게만 주어진 특권에 대해 불만은 없는 편이었다.
암브로시아라는 이름이 황실의 권리를 갉아먹는 것처럼 굴던 1황자와는 달랐다.
하지만 그마저도 1황자와 황위를 다투던 때나 그랬던 것으로, 이제 후보가 둘로 좁혀진 이상 어떻게 돌변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에단은 아직도 클로드를 안고 좋아 죽는 사라를 향해 물었다.
“사라, 2황자를 들여도 되겠습니까?”
“아……, 2황자가 이리로 온다던가요?”
“지금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런, 황자님을 기다리게 해선 안 되지요.”
사라는 아쉬운 듯 클로드를 놓아주며 따악, 하고 손을 튕겼다.
그러자 흐트러졌던 사라와 클로드의 차림새가 순식간에 깔끔하게 변했다. 마치 그전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클로드의 얼굴에 가득했던 눈물 자국과 붉어진 눈도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제이드는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정말 편리하네요, 마법이라는 게.”
“그쵸? 원하시면 제가 따로 아티팩트도 만들어 드릴게요.”
“예? 아, 아뇨! 밀런 소백작님께 그런 폐를 끼칠 수는…….”
제이드는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에단은 그런 제이드의 목덜미를 턱, 하고 잡아챘다.
“2황자님 마중은 경이 가야지.”
“엇, 자, 잠깐만 주군…….”
“어서.”
부드럽지만 단호한 명령에 제이드는 결국 눈물을 삼키고 2황자를 마중하러 갔다.
그렇게 제이드가 사라지자 에단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선 사라와 클로드에게 다가갔다.
“하퍼 경의 투정을 다 받아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내가 싫어서 그럽니다.”
에단은 그렇게 말하며 클로드를 번쩍 들어 안아 올렸다.
오늘 두 번이나 에단의 품에 안겼던 클로드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아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놀란 얼굴이 퍽 귀여워서 에단의 입가에 작게 미소가 번졌다.
“곧 2황자님을 뵙게 될 거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배운 대로만 하면 된단다. 할 수 있겠지?”
에단의 목소리는 엄격했지만 그것은 부드러운 격려였다.
클로드는 전에는 무섭기만 했던 아버지의 목소리에서 이제 다정함을 읽어 낼 줄 알았다.
“네, 아버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클로드를 품에서 내려 주며 에단은 아이의 어깨를 한번 툭툭 쳐 주었다.
사라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어색하기만 했던 부자 사이가 꽤나 자연스러워졌다.
‘클로드에게 닿을 때마다 반지의 힘이 일시적으로 흐려져.’
사라는 힐끔 에단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보았다.
많은 양의 피를 토할 정도로 엄청난 마력을 쏟아부었던 아티팩트였다. 그것도 처음 에단에게 건넸던 아티팩트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하지만 에단 암브로시아 안에서 들끓고 있는 힘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클로드에게 닿는 것만으로도 사라의 아티팩트는 힘을 잃어 갔다.
이마저도 에단이 최선을 다해 힘을 조절하고 자제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버텨 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저 반지만 잘 버텨 준다면 앞으로도 이렇게 지낼 수 있을 텐데.’
사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로드에게 다가가는 것을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 에단을 보며 미소 지었다.
참 강한 사람이었다.
“여기가 허락 없이는 황제 폐하조차 들어올 수 없다던 암브로시아의 휴게실인가.”
그때 2황자, 일리오르가 웃는 낯으로 다가왔다. 그는 신기한 듯 주변을 노골적으로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에단과 눈이 마주친 그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암브로시아 공자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들었는데. 괜찮은 건가? 어디 문제라도?”
그는 마치 찾아온 목적은 그것이 전부인 양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리오르의 시선은 에단 암브로시아와 사라 밀런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고 있었다.
“위대한 크롬벨 제국의 두 번째 광영, 2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밀런 백작가의 사라 밀런이 위대한 크롬벨 제국의 두 번째 광영, 2황자 전하를 뵙습니다.”
에단과 사라는 한쪽 무릎을 굽혀 황족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긴장이 묻어 나오는 얼굴로 일리오르를 올려다보던 클로드도 사라와 에단을 따라 몸을 낮추었다.
“아아, 이렇게 인사받으려고 찾아온 것은 아니야, 암브로시아 공작. 그저 암브로시아 공자가 괜찮은지만 보러 왔다고.”
일리오르는 친근하게 웃어 보이며 손사래를 쳤다.
클로드는 그런 그를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황족들은 전부 아버지를 귀찮게 하는 무서운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클로드는 아직도 자신과 유모에게 날카로운 칼을 들이대던 1황자의 얼굴을 잊을 수 없었다.
‘그 무서운 사람이랑 닮았는데, 닮지 않았어.’
어쩐지 1황자처럼 무섭게 안 느껴지는 일리오르를 보며 클로드가 그의 첫인상을 머릿속에 새기려던 찰나였다.
“그런데 밀런 소백작, 아주 오랜만이지? 그대의 데뷔탕트 무도회가 어제처럼 선명한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야속하게 지났군.”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못 본 사이에 더 아름다워졌어.”
클로드는 제 머릿속에 새기려던 일리오르의 첫인상을 곧바로 정정했다.
경계 대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