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62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62화
일리오르를 바라보는 클로드의 눈빛이 단숨에 달라졌다.
클로드는 조금 전 아버지에게 받았던 가르침을 떠올렸다.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면 안 된다고 그랬어.’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무슨 짓이든 해야 된다는 걸.
클로드는 실행에 옮기기 앞서서 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
아이가 허락을 구하는 얼굴을 하고서 빤히 바라보자 에단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클로드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클로드의 머리에 손을 턱 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허락하셨어!’
클로드는 어쩐지 아버지와 뜻이 통했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일리오르와 사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크게 숨을 한번 들이쉬었다.
“그래서, 밀런 소백작 그간 어떻게…….”
“흐으…….”
일리오르가 웃는 얼굴로 사라와 말을 이어 가려던 찰나, 클로드의 입에서 희미한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음?”
“클로드 님?”
그러자 일리오르와 사라가 동시에 클로드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클로드는 사라의 드레스 자락을 손에 쥐며 울먹하더니, 이내 울음을 크게 터트리고야 말았다.
“흐아아앙!”
“어머나, 클로드 님!”
사라가 두 팔을 뻗자 클로드는 그녀의 품에 푹 안기며 엉엉 울었다.
“왜 이러실까…….”
그런 아이를 둥개둥개 얼러 안으며 사라는 곤란한 낯빛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전하. 저희 클로드 님께서 낯을 많이 가리셔서요.”
사라는 한쪽 무릎을 살짝 굽혀 예를 갖춘 후 클로드를 달래러 뒤를 돌아 걸음을 옮겼다.
“앗……, 잠깐.”
일리오르가 클로드를 안고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자 사라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있던 클로드가 번쩍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러곤 아직도 이쪽을 바라보는 일리오르와 눈을 마주했다.
“……?”
‘애가 안 우는데?’라고 일리오르가 생각하던 순간, 클로드는 그런 그를 보며 메롱, 하고 혀를 내밀었다.
“허?”
꼬맹이 주제에 이글이글한 눈으로 독점욕을 내비치는 모습을 보며 일리오르는 헛웃음을 삼켰다.
“암브로시아 공작, 방금 봤나?”
“무엇을 말입니까?”
“자네 아들 말이야.”
“제 아드님의 깜찍함은 계속 보고 있습니다.”
“아니, 저건 영악한 게 아닌가 해서 말이야.”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정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며 에단은 덧붙여 말했다.
“하나를 알려 주면 열을 아는 것이 귀엽지 않습니까.”
대체 공작이 뭘 알려 줬길래 애가 저러는 걸까. 전혀 알지 못하는 일리오르는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대가 아주 아들 바보라는 것은 알겠군. 내가 여태 그걸 왜 몰랐었지?”
“제 가정사를 2황자님께서 아실 필요는 없지요.”
칼같이 잘라 내는 선이 단호하고 날카로웠다.
절대 그 선 안으로 그 누구도 허락하지 않는 에단이었기에 일리오르는 차오르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그런 그대의 가정사에 사라 밀런도 포함되는 건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사라 밀런이 고작 암브로시아 공자의 유모를 하고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러네.”
일리오르는 아차 하는 소리와 함께 두 손을 들어 보이며 급히 덧붙였다.
“암브로시아 공자가 고작이라는 말이 아니라, 밀런 소백작이 유모를 한다는 게 의아하다는 말이야.”
“…….”
에단은 일리오르를 가만히 바라보며 잠시 말이 없었다.
그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일리오르는 어쩐지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저와 클로드에게 필요한 것을 밀런 소백작이 가지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 그게 뭐…….”
“곧 폐하께서 입장하실 텐데, 파티장을 계속 비우시겠습니까?”
그에게 말해 줄 것은 그것뿐이라는 듯 에단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일리오르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과연 형님의 미움을 살 만한 천성이군.’
에단에게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자에게서 오는 여유가 느껴졌다.
황족에게 예를 갖추어 대하고 있다고는 해도, 에단 암브로시아가 제 머리 위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마 황제의 앞에서도 그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걸 1황자는 아주 못 견뎠을 거라고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원하는 것을 위해 인내하는 법을 알았고,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이제야 겨우 한 걸음 황위에 가까워졌는데, 시답지 않은 권위 의식으로 거사를 그르칠 순 없었다.
“암브로시아 공자가 괜찮다는 걸 확인했으니 나는 이만 가 보지.”
“네.”
“폐하께는 내가 말씀드려 놓을 테니, 여기서 좀 더 쉬다 와도 좋아.”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래.”
일리오르는 사람 좋게 웃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 모습을 본 에단의 눈썹이 미세하게 위로 올라갔다.
물러설 때를 알면서, 원하는 것을 내어 줄 줄 안다.
사라 밀런에 대해 대놓고 호기심을 드러내는 태도만 해도 그랬다.
1황자처럼 뒤에서 수작질을 부리지 않고 암브로시아의 눈 아래에서 적당히 알아보겠다는 뜻이었다.
‘쓸 만하군.’
에단은 일리오르에 대해 그렇게 평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한번 저택으로 초대하지요. 클로드의 무례에 대해 사과도 드릴 겸.”
“……!”
예상치 못한 암브로시아 공작의 초대에 일리오르는 순간 대답하는 것을 잊었다.
이건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그는 체면은 잠시 내려 두고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지. 나 또한 자네 아들에게 사과할 것이 있으니, 암브로시아 공자가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귀띔해 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어, 그래. 그럼 이따가 보지.”
일리오르는 에단의 맘이 바뀔까 서둘러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에단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퍼 경.”
“예, 주군.”
“파티장에 3황자는 왔나?”
“폐하와 함께 입장한다고 합니다.”
“……그럼 조금만 더 쉬다가 가지.”
에단은 휴게실 소파에 몸을 기대며 잠시 눈을 감았다.
2황자에게 먹음직스러운 것을 던져 주었으니 그의 신경은 아마 이쪽으로 쏠려 있을 것이다.
“곧 클로드에게 친구가 생기겠군.”
에단의 말에 제이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정말 괜찮을까요?”
“둘 다 공평하게 암브로시아와 인연을 만들게 될 테니 균형은 맞출 수 있을 거야.”
“하지만 2황자는 여전히 자신이 밑졌다고 생각할 텐데요.”
“그는 나와 클로드에게 빚이 있지 않나. 네이븐 자작이 2황자의 품 안에 있었기에 그렇게 주제도 모르고 날뛸 수 있었으니. 책임이 있어.”
“…….”
네이븐을 1황자 곁으로 보내 버린 것만으로는 성에 안 차시는군.
제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 * *
“흐으, 흐으…….”
“클로드 님, 뚝 하세요.”
클로드는 힐긋 사라의 눈치를 보았다.
그녀는 곤란한 듯한 얼굴로 그를 달래고 있었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머물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안심한 클로드는 툭, 사라의 몸에 고개를 기대며 말했다.
“유모가 황자님이랑 결혼할 수도 있잖아.”
“안 해요!”
“그치만, 전에 유모가 그랬단 말이야. 2황자님이랑 3황자님은 준수하고, 또……, 꽤 취향이라고.”
“제가요?”
사라는 깜짝 놀라 손가락으로 스스로를 가리키며 되물었다.
“응.”
클로드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사라는 당혹스러워하며 지난 기억을 더듬었다.
‘지금까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포기했겠지만, 지금은 황제가 다시 헛된 꿈을 꿀 수 있겠군요.’
‘뭐 나쁘진 않죠. 1황자에 비하면 2황자나 3황자는 준수한 편이니까요. 꽤 취향이기도 하고.’
그러다 지난번 농담처럼 했던 대화가 떠오르자 사라는 작게 신음했다.
‘이래서 애들 앞에서는 말을 조심해야 하는 건데!’
잠시 두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던 사라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클로드 님이랑 공작님이랑 약속했잖아요. 계속 여기 있겠다고.”
“……!”
그건 클로드도 뒤늦게 생각났는지 눈을 크게 뜨고 사라를 보았다.
그 귀여운 얼굴에 사라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불안해하지 마세요. 약속은 지킬 거니까.”
“응!”
클로드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라에게 마주 웃어 보였다.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된 듯했다.
그런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사라는 클로드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
그러자 사라의 몸에서 희미한 푸른빛이 새어 나오더니 그것이 실처럼 길게 뿜어져 나와 클로드의 새끼손가락을 빙글빙글 감쌌다.
“유, 유모.”
“가만히 계셔야 해요?”
“으응.”
클로드는 사라가 무얼 하려는지 몰랐지만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눈앞에서 펼쳐지는 신비로운 광경을 바라보았다.
반짝반짝 빛나는 푸른빛에 감싸여 있는 사라는 마치 책 속에서 묘사된 여신 같았다.
잠시 뒤 사라의 몸에서 실처럼 뿜어져 나온 빛이 클로드의 새끼손가락을 감고 마찬가지로 사라의 새끼손가락에도 걸렸다.
마치 새끼손가락끼리 이어진 것처럼.
그걸 멍하니 보고 있는 클로드를 보며 사라가 웃으며 말했다.
“마법사의 맹약이라고, 들어 본 적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