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66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66화
* * *
황궁 밖, 올리븐은 황실에서 주최하는 연회를 함께 즐기려 거리로 나온 사람들을 피해 인적이 드문 골목에 앉아 있었다.
벨루나는 그런 거리의 사정을 살피다가 올리븐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생각보다 황실의 움직임이 빨라, 올리븐.”
“알아. 너무 만만하게 봤어.”
일부러 3황자에게만 슬쩍 전달하려고 했던 마력석은 바로 황제에게 보고가 됐다.
그러곤 바로 황실의 문을 전부 닫고 거리에도 치안 단속을 핑계로 경비병과 기사들을 보내 녹색 머리에 후드를 쓴 자를 찾고 있었다.
“스승님이라면 그 마력석을 본 순간 단숨에 알아내셨을 텐데. 그것만 확인하면 정말 확신할 수 있는데……!”
올리븐은 아쉬움을 삼키며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원래라면 스테니아 홀에 자연스럽게 숨어들어 마력석을 미끼로 제 스승을 찾을 계획이었지만 어그러지고야 말았다.
“그러게 왜 하필 3황자에게 접근해!”
“제일 만만해 보였단 말이야. 사람이 축 처져 가지고……. 그렇게 상황 판단이 빠른 인간일 줄은 몰랐지.”
“하…….”
벨루나는 한숨을 삼키며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러고는 올리븐에게 의뭉스러운 시선을 던지며 물었다.
“1황자의 말은, 신뢰할 수 있는 건가? 미쳤다며.”
“확실하지 않으면 또 어쩔 거야.”
“…….”
“암브로시아 공작이 저주받은 힘으로 자길 그렇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나는 1황자에게서 그 힘에 대한 냄새를 맡았다고.”
“그렇다고 해도, 암브로시아 공자의 유모로 들어왔다던 그 사람이 스승님일 거라는 보장은 없어.”
“그건! 그렇지만…….”
“너 엉뚱한 사람을 위험에 빠뜨린 걸 수도 있어. 잘못해서 스승님이 마력석을 발견하기도 전에 마력석이 깨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그래서 손을 좀 써 놓기는 했는데…….”
올리븐은 슬쩍 벨루나의 눈치를 보았다. 벨루나는 그 모습이 어쩐지 굉장히 익숙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스승님께 엄청나게 혼나기 전 제 잘못을 알고 설설 기던 그 지질한…….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벨루나는 와락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 마력석에 무슨 짓 했어.”
“그, 있잖아……. 내가 저번에 마력석 두 개 이미 써 버렸다고 한 말 기억나?”
“어.”
“내구력을 좀 보완하려고 두 개를 합쳤어.”
“……뭐?”
올리븐의 말에 벨루나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럼 그 안의 힘이 몇 배로 불어날지도 모르는데 그런 짓을 했단 말이야?”
사실 마력석에 담겨 있는 힘에는 총량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 힘이 만족스럽게 생명력을 먹어 치우는 데는 한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힘을 굳이 마력석으로 하나하나 나누어 놓은 것은 그 힘이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속도를 조절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마력석이 깨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 힘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먹어 치우려고 할 거야. 두 배나 더 빠른 속도로!”
“알아, 알고 있어! 그렇지만 스승님께서 그 마력석을 발견하기만 하면 알아서 치우실 거야. 그때까지만 깨지지 말고 버티라고 더 튼튼하게 만든 거란 말이야.”
“올리븐, 지금 그곳에 1황자가 말한 그자가 있어. 그 힘의 주인.”
“응, 그게 왜?”
“스승님이 말씀해 주신 그 힘의 특징, 잊었어? 같은 힘을 가진 자가 있다면 공명하며 힘을 키운다는 것.”
“그게 무슨 상관이……, 아.”
올리븐은 순간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린 듯 입을 벌렸다.
그가 파티장에 두고 온 그 마력석에 담겨 있는 힘의 원천이 바로 거기 있었다.
1황자가 말했던 그 저주받은 남자, 에단 암브로시아가.
“아, 젠장.”
올리븐은 그제야 자신이 저지른 실수가 무엇인지 깨닫고는 두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자가 옆에 있다면 내구력이 소용없어질 거야. 점차 그자의 힘에 이끌려서 봉인된 힘이 요동을 칠 테니까.”
“……으으, 알아.”
“당장 도로 가져와.”
“회수할게, 나도 혹시 몰라서 조치해 놓은 게 있어.”
올리븐은 시무룩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손아귀에서 뻗어 나가고 있던 마력 실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그러자 올리븐의 녹색 마력을 닮은 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는 실은 황궁을 향해 뻗어 있었다.
“이렇게 마력 실을 마력석과 연결해 놨…….”
마력 실을 내보이며 흔들던 올리븐은 갑자기 말을 멈추고 표정을 굳혔다.
“……올리븐?”
심상치 않은 징조에 벨루나가 의아한 듯 그를 불렀을 때,
“커헉!”
올리븐이 울컥 피를 토해 냈다.
“올리븐!”
벨루나가 놀라 달려듦과 동시에 올리븐은 앞으로 고꾸라졌다.
“무슨 일이야, 마력석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스, 스승님이…….”
“스승님이 왜!”
올리븐은 울컥하고 흘러나오는 피를 퉤 뱉어 내며 벨루나의 팔을 꽉 쥐었다.
그러곤 핏발이 잔뜩 선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이어 놓은 마력 실을……, 스승님이 태워 버렸어.”
“마력석이 깨졌다는 거야, 아니면 스승님이 없애 버렸다는 거야. 어느 쪽이야, 올리븐!”
“그게 깨졌, 깨졌는데 스승님이 수습을……, 헉!”
올리븐은 다시 한번 피를 쏟아 내며 힘겹게 비틀거렸다. 벨루나를 잡고 있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내부를 헤집는 듯한 통증에 올리븐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네가 이 정도라면 스승님은 지금쯤…….”
“벤야민, 벤야민에게 연락해. 뭔가 이상해, 잘못됐어.”
“잘못됐다고?”
“스승님이 그동안 그 힘을 다루던 방식이 아니야. 억누르지 않고 태워 버렸다고!”
올리븐은 가쁜 숨으로 버럭 소리를 지르며 어떻게서든 몸을 일으키려고 애썼다.
그의 얼굴은 아주 창백하게 질려 있었는데, 그건 피를 토해서만은 아니었다.
벨루나는 재빠르게 그에게 회복 마법을 써 주었다.
그녀에게서 퍼부어지는 마력이 짙고 많아질수록 가빠지던 올리븐의 숨이 점차 안정을 찾았다.
그는 몸이 회복되자마자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벤야민에게 어서 연락 넣어, 너도 회복 마법 준비해 놔, 잔뜩!”
“어떻게 된 거야. 스승님께 무슨 일 생긴 거야?”
벨루나는 답답하다는 듯이 올리븐을 다그쳤다.
스승이 연구하던 그 힘에 대해서는 제자들 중 올리븐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올리븐의 마력은 탐구하는 것에 가장 걸맞았으니까.
그래서 벤야민과 벨루나는 그 힘을 추적하는 일에 올리븐을 앞세웠던 것이었다.
이딴 사고를 칠 줄 알았더라면 시간이 얼마가 걸렸든 절대 맡기지 않았을 테지만.
“폭주하는 힘을 잠재우려면 마력을 꺼내 억누르면서 스펠을 외워야 해. 순식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올리븐은 안절부절못하며 손톱을 세워 제 몸을 긁기 시작했다. 그의 정처 없는 시선이 새하얗게 질린 벨루나에게 가 닿았다.
“베, 벨루나 어떡하지? 어떡하지?”
“진정해, 진정하고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설명해!”
벨루나는 제 팔을 잡으며 달려드는 올리븐을 떼어 놓으며 고함을 쳤다.
그런 벨루나에게 두 어깨가 잡힌 올리븐의 눈은 어느새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아무래도 스승님이 그 힘을 몸으로 받아 내신 것 같아. 여태까지 다른 쪽 몸의 생명력을 내어 줬었는데……!”
올리븐의 말에 벨루나의 얼굴은 무섭게 굳었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다른 쪽 몸이 아닌 이쪽 스승님의 생명력을 그 힘이 먹어 치우고 있다고!”
“마력석을 두 배로 합친 힘이라면 지금쯤 스승님은…….”
벨루나는 차마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두 배로 키운 마력석을 가지고 실험을 해 본 적은 물론 있었다.
그때 그 힘은 자그마치 마물 수십 마리분의 생명력을 먹어 치우고 나서야 잠이 들었다.
“스승님께 가야 해, 스승님께 가서 빨리!”
“정신 차려, 올리븐. 아직 황궁에 벤야민이 있잖아, 스승님께 일이 생기면 그냥 가만히 두고 볼 녀석이 아니야.”
“하, 하아…….”
벤야민이 아직 황궁에 있다는 말에 올리븐은 다리가 풀렸는지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하.”
벨루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덜덜 떠는 올리븐을 내려다보았다.
스승의 일이라면 눈깔이 뒤집히는 녀석들이니 무엇 하나 사고를 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일을 틀어지게 만들 줄이야.
당장 스승의 안위를 확인하고 싶어도 황실에서 찾고 있는 올리븐을 데리고 가는 것은 무리였다.
“벨루나……, 스승님이 날 미워하시면 어떡하지?”
올리븐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물었다. 정처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엔 초점이 없었다.
벨루나는 그런 올리븐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며 말했다.
“그전에 스승님 안위부터 생각해. 빌어먹을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