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68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68화
“…….”
에단의 머릿속은 자꾸만 사라가 쓰러지기 전의 상황을 계속 반복해서 떠올리고 있었다.
분명 그 마력석 안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제가 만들어 드린 반지, 상태가 어때요?’
그 당시 사라는 마력석을 처리하기 전에 암브로시아의 힘을 봉인한 반지를 신경 썼다.
에단 또한 그 마력석에 가까워질수록 사라의 힘이 조금씩 깨져 가는 것을 느꼈다.
‘사라는 그 마력석에 대해 아는 눈치였어.’
그가 마력석에서 느꼈던 익숙한 힘은 분명 암브로시아의 것이었다.
“하퍼 경.”
“예, 주군.”
“사라가 스테니아 홀로 오게 된 경위를 설명해. 그녀가 남긴 말은 없었나?”
“사실은……, 그 마력석을 홀에 두고 간 자를 알고 계신 듯했습니다.”
제이드의 말에 에단은 미간을 좁히며 되물었다.
“사라가 알고 있었다고?”
“예. 그자의 인상착의와 마력석에 대해 설명했더니 너무 놀라시면서 단번에 위험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제자인 것 같다고 그러셨습니다.”
“제자?”
처음 들어 보는 이야기였다. 사라에게 제자가 있었나?
그녀의 입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았던 이야기가 지금 제이드의 입에서 술술 나오고 있었다.
“마탑에 있을 때 곁에 두고 가르치던 아이라고 했습니다. 말도 하지 않고 떠나서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그래서 이런 짓을 저지른 것 같다?”
“예, 밀런 소백작님도 그렇게 예상하시는 듯했습니다.”
사라가 마탑에서 지내던 시절에 대해 그는 아는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암브로시아의 힘을 연구하기 위해 6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말 외에는 말이다.
그녀가 무슨 일을 했는지, 누구와 함께 지냈는지, 그 시간 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에단은 아는 것이 없었다.
표정에서부터 속마음이 환히 비치는 것처럼 투명하게 웃는 그녀였기에 전부 알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찾아내.”
“예?”
“예전에 그 어떤 인연이었든 상관없어. 사라를 저렇게 만든 대가를 물어야겠다.”
스산하게 울리는 에단의 목소리에 제이드는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그렇지만 밀런 소백작님의 제자가 아닙니까.”
“지금의 사라는 누군가의 스승이 아닌 클로드의 유모고, 암브로시아의 사람이다.”
“……!”
“내 사람을 건드린 대가는 받아 내야지. 어떤 식으로든.”
형형한 눈빛이 새파랗게 빛났다. 제이드는 주군의 저런 눈을 잘 알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는 이성을 간신히 부여잡은 눈이었다.
“하지만 주군, 밀런 소백작님의 제자들이라면……. 상대는 마법사들입니다.”
“그들도 인간이다. 그리고 크롬벨 제국에서 살아 숨 쉬는 인간들은 절대, 암브로시아의 손아귀에서 자유로울 순 없어.”
“……!”
에단의 말에 제이드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평범하지 않은 신비로운 일들과 마법사였던 사라가 당한 탓에 혼란했던 머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제이드는 그제야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사건을 명분으로 마력석이 유통되는 시장을 모두 틀어막겠습니다. 각국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협조문을 직접 보내면 그들도 빠르게 조치할 겁니다.”
마력석은 광물과도 같아서 광산에서 캐는 족족 암시장에서 비싸게 팔리게 된다.
그리고 마력석은 마법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광물이었기에 주요 고객 역시 마법사들이었다.
그 마법사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력석을 구매한 후 사라지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시장을 굴리는 것은 마력석을 캐는 광부들이었고, 물건을 취급하는 상인들이었다.
암브로시아는 그 인간들을 전부 손에 넣고 굴릴 수 있는 힘이 충분히 있었다.
“그 외에도 마법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물품들부터 생활에 필요한 것들까지도 틀어막아. 값이 오르면 그 값을 치르고서라도 구하려는 이들이 있을 테니 사람을 붙여.”
“예, 주군.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물건이 움직이는 경로를 알아내면 그곳이 바로 마탑으로 흐르는 시장일 테니. 파악하는 즉시 생활에 필요한 모든 걸 막아. 빵 쪼가리 하나, 수프를 떠먹을 스푼 하나 쉽게 구하지 못하도록.”
에단은 예전에 아침을 먹으며 사라가 마탑에 대해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연구에만 미쳐 있는 고리타분한 작자들이 가득하다고 했다.
그 말만 듣고도 에단은 마법사들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탐구에만 미쳐 있으니 생활은 엉망일 테고, 그 안에만 고여 있으니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판로를 뚫는 것은 귀찮아할 테지.’
마법사들은 전부 마탑에 소속되어 있었다. 사라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라고 할지라도 마탑에 있는 모든 동료들이 불편함에 들고 일어나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단은 여태 편안하게 연구나 하고 있었을 마법사들을 모두 그 안락한 곳에서 튀어나오게 만들 생각이었다.
“예, 그리고 밀런 소백작님의 제자는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테니 수도에 있는 눈과 귀가 보고해 줄 말이 많을 겁니다. 잠시만 시간을 주시면 작성하여 드리겠습니다.”
암브로시아의 눈과 귀는 제국 곳곳에 있었다.
아주 작은 술집 주인일 수도, 길거리에서 빵을 파는 노점상일 수도, 서로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웃는 부부일 수도, 혹은 길거리를 뛰노는 아주 작은 아이일 수도 있었다.
황제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암브로시아의 힘은 제국에 아주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제국의 수도였지만, 오직 암브로시아만큼은 그 사람들의 모든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러니 오늘 황궁 파티에 나타났던, 사라의 제자로 추정되는 남자는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끌고 와서 내 앞에 무릎 꿇려. 기사단에겐 반항할 경우 암브로시아의 무구를 사용해도 좋다고 전해.”
기사단의 손에 암브로시아의 무구를 쥐여 주겠다는 에단의 말에 제이드는 눈을 크게 떴다.
암브로시아의 무구는 가문의 보물로 내려오는 무기들이었는데, 하나같이 암브로시아의 힘을 조금씩 품고 있었다.
선대 공작이 마지막으로 그 무구를 사용했을 때, 상대에게 영원히 낫지 못하는 상처를 입혔었다.
제이드는 그것만으로도 에단의 분노가 얼마나 들끓고 있는지 깨달았다. 서둘러야만 했다.
“네, 주군.”
제이드는 가볍게 묵례를 해 보이곤 빠르게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해야 할 일이 아주 산더미 같았고, 그는 해내야만 했다.
“…….”
에단은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사라의 몸을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미약하지만 힘겹게 힘겹게 사라는 숨을 쉬고 있었다. 피를 한 움큼씩 토해 내는 것은 멎었지만, 여전히 조금씩 핏물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에단은 제 소맷자락으로 사라의 입가를 조심스럽게 훔쳤다.
그 모습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던 클로드가 에단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버지…….”
“왜 그러니.”
“유모의 제자인데, 왜 유모를 해치려고 해요?”
“…….”
클로드의 말에 에단의 입술이 씁쓸하게 갈라졌다.
“해치려는 대상이 사라가 아니었을 수도 있지.”
진짜 사라를 노렸으면, 3황자에게 그 마력석을 건네고 가진 않았을 것이다.
사라의 제자들이 스승의 주변인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느낄 수 있었다.
만약 그 느낌이 사실이라면, 그들이 가장 싫어하고 미워할 것은 암브로시아일 것이다.
“……공작님, 신관이 도착했습니다!”
그때 메이가 벅찬 숨을 몰아쉬며 휴게실로 뛰어 들어왔다.
신관이 오는 것이 늦어지자 재촉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던 메이가 이제야 돌아온 것이다.
“들여보내.”
신관이 도착했다는 말에 클로드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고칠 수 없는 병이라도 신의 힘으로 고칠 수 있는 존재가 신관이었다.
어린 클로드도 그들이 사용하는 힘이 얼마나 신성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에단의 바짓자락을 잡고 흔들며 물었다.
“아버지, 이제 유모가 안 아프게 할 수 있는 거죠? 그쵸?
“……글쎄다.”
희망에 가득 찬 클로드의 물음과는 달리 에단의 얼굴은 무섭게 굳어 있었는데, 휴게실로 들어오는 신관의 모습이 그가 알던 것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대는 모르는 얼굴인데.”
에단은 그렇게 말하며 클로드를 잡아당겨 자신의 뒤에 숨겼다.
“…….”
신관의 두 눈은 그런 에단과 클로드를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오직 에단의 품에 안겨 축 늘어져 있는 사라 밀런. 그녀를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