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69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69화
클로드는 사라를 그저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 신관이 답답했는지 앞으로 나서려 했다.
“신관님, 빨리 유모를 고쳐 주세요.”
“기다려라.”
에단은 클로드를 한 팔로 막으며 사라를 조심스럽게 품에서 내려놓았다.
그리고 사라의 앞을 몸으로 막아서며 그 시선을 차단했다.
“황궁에 머무는 신관들의 얼굴은 전부 내 머릿속에 있다. 같잖은 수작은 부릴 생각하지 말고 정체를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서슬 퍼런 에단의 경고에 신관, 아니, 신관 행세를 하던 남자의 시선이 그제야 에단을 향했다.
꺼멓게 죽은 눈동자에 섬뜩한 붉은빛이 돌았다.
“너로구나, 그 힘의 주인이.”
그는 천천히 머리에 쓰고 있던 신관의 관을 벗으며 다가왔다.
그러자 사라가 뱉어 낸 핏물보다도 더 짙은 검붉은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흩어졌다. 벤야민이었다.
“가까이에 있으니 바로 알겠어.”
벤야민의 차가운 시선이 에단과 그 뒤에 숨어 있는 클로드를 향했다.
“당신들 뒤에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스승님이겠군.”
그가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손에 검붉은 마력이 일렁이다가 사라지고, 또다시 일렁이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클로드는 불안한 얼굴로 에단의 옷자락을 잡았다.
저 멀리서 숨을 몰아쉬던 메이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눈치채곤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그러다 클로드와 눈이 마주치자 메이는 뻐끔뻐끔 입 모양으로 말했다.
‘기사단을 불러올게요.’
“……!”
클로드는 눈을 크게 떴다가 미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는 긴장된 얼굴로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바로 앞에 암브로시아 기사단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거기까지만 가면 신관으로 위장한 침입자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어딜.”
하지만 메이의 작은 움직임을 감지한 벤야민이 손에 일렁이던 마력을 휘둘렀다.
그러자 메이의 발 바로 앞에 그 검붉은 마력이 마치 검처럼 날아왔다.
“악!”
메이는 놀라 뒤로 넘어져 버렸다. 그녀는 제 발밑에 대리석으로 이뤄진 바닥이 깊게 파인 것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혹여나 목청껏 소리를 질러 사람을 불러올 생각이면 하지 않는 걸 추천하지. 들어오기 전 소리를 차단하는 마법을 발동시키고 왔으니까.”
“……!”
벤야민은 마력이 일렁이는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메이의 발끝에 파인 홈을 중심으로 검붉은 빛이 훅하고 솟아올랐다.
“살아 있는 자는 통과할 수 없어. 그러니 얌전히 여기 있도록 해.”
싸늘한 명령조의 목소리는 명백한 경고를 담고 있었다.
“재수 없어……”
메이는 이를 갈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엉덩이걸음으로 뒤로 물러서면서 다시 틈을 노리기로 했다.
“하아.”
에단은 이 황궁에서, 그것도 암브로시아의 휴게실에서 힘을 숨길 생각조차 없이 사용하는 벤야민을 보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가 사라의 제자인가.”
“……사라?”
에단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에 벤야민은 마치 아주 낯선 것을 들었다는 양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사라? 사라, 사라…….”
벤야민는 몇 번이고 그 이름을 입 안에서 굴렸다. 읊조리는 목소리에는 높낮이가 없었다.
그때였다.
“욱!”
누워 있던 사라가 다시 한번 핏물을 울컥 쏟아 내었다.
“유모!”
“사라!”
에단은 서둘러 그녀의 상체를 일으켰다.
누워 있는 상태에서 핏물을 토해 낸 거라면 기도를 막아 숨을 쉬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에단이 상체를 일으켜 주었음에도 사라는 숨을 쉴 수 없다는 듯 컥컥대며 핏물만을 토해 내고 있었다.
한시가 급했다.
“숨을 쉬어요. 사라!”
에단은 사라의 등을 두드리며 목구멍에 걸려 있을 피를 뱉어 내게 했다. 하지만 정신을 잃은 상태라 그것마저 쉽지 않았다.
“유, 유모……, 유모!”
클로드는 다시 한번 경련이라도 하듯 몸을 떠는 사라의 손을 잡았다.
차갑게 식은 손에서는 그전에 느꼈던 따뜻했던 온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왈칵하고 클로드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일어나, 일어나…….”
그 작은 손으로 어떻게든 사라의 손을 주무르며 손에 온기를 더해 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애처롭기 그지없었다.
“잠깐 비켜 보거라, 클로드.”
에단은 서둘러 그녀의 한쪽 뺨을 커다란 손으로 감싸며 입을 맞췄다.
“……!”
그 모습을 클로드가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에단은 먼저 그녀의 입 안에 가득한 피를 빨아들여 뱉어 냈다.
그렇게 두어 번을 반복하자 더 이상 목구멍에서 넘어오는 피는 멎었다.
그다음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다시 사라에게 입을 맞추어 제 숨을 깊게 불어 넣었다.
“…….”
뜨거웠던 핏물과는 달리 얼음장처럼 차가운 입술의 감촉에 에단은 아프게 미간을 좁혔다.
맞물린 입술 사이로 피가 흐르고 에단의 입가에도 온통 붉은 물이 들었다.
입 안의 말캉한 살을 누르고 더 깊숙한 곳으로 더운 숨을 불어 넣는 것을 에단은 계속해서 반복했다.
“하아, 하…….”
그의 숨이 가빠질 정도로 불어 넣고 나서야 사라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제야 에단은 안심이라도 한 듯 사라를 다시 편안하게 눕힐 수 있었다.
“……!”
그렇게 에단이 사라를 내려놓으면서 드디어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된 벤야민은 두 눈을 부릅떴다.
피를 잔뜩 쏟아 내 창백하게 질린 여려 보이는 여자였다.
스승과 체구는 비슷했지만, 그의 앞에서 언제나 한없이 크게만 보이던 스승의 모습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이런, 이런 모습으로 존재하셨습니까……. 스승님.”
낯설었다. 스승을 본다면 누구보다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거라 자신했는데.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 여자가 내 스승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낯설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인 것처럼.
“……아.”
투둑, 하고 벤야민의 뺨으로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굳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에단은 빠르게 파악을 마쳤다.
‘도움 따위 되지 않겠군.’
마치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굳은 벤야민은 마력을 유지하고 있던 집중력마저 떨어진 듯했다.
아까 전까지 메이의 앞을 막아서던 마력으로 이루어진 벽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리고 잠시 뒤.
“주군!”
암브로시아 기사단이 빠르게 휴게실 안쪽으로 진입하며 뛰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벤야민의 목덜미에는 세 개의 칼날이 금방이라도 베어 버릴 것처럼 드리워졌다.
“마력은 거두는 게 좋을 거다. 나의 기사의 칼이 더 빨리 그대의 목을 꿰뚫을 테니까.”
“……감히.”
벤야민은 방심한 사이 벌어진 상황에 이를 갈며 에단을 노려보았다.
에단의 손이 땀과 피에 젖은 사라의 머리칼을 정리해 줄 때마다 핏발 선 그의 시선이 따라붙었다.
“스승님에게서 떨어져.”
“왜 그래야 하지?”
“그걸 몰라서 묻나? 스승님이 저렇게 된 것은 전부 네놈 탓이다.”
벤야민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씹어뱉듯이 말했다.
“그 마력석은 네놈이 가지고 있는 그 더러운 힘을 담고 있었어. 그것이 예고 없이 깨지지만 않았어도 스승님이 저렇게 되진 않았을 거다.”
그 말에 에단은 조용히 스스로가 가지고 있었던 의문에 확신을 얻었다.
과연 그 마력석에 담긴 힘은 암브로시아의 것이 맞았다.
“내 힘은 밖으로 꺼내어 담아 줄 수 있는 형태가 아니야. 어째서 내 힘이라고 확신하는 거지?”
“그건 마탑에서 스승님이 연구용으로 사용하던 마력석이었으니까. 그 마력석에 네놈이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나 담겨져 있는지는 알고는 있나?”
가만히 듣고만 있던 에단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그의 눈은 어느새 얼음보다도 더 차가운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에 벤야민이 미간을 좁히던 때였다.
“드디어 찾았군.”
“뭐?”
“제 발로 걸어와 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
에단은 기사단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벤야민의 뒤통수에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헉!”
순식간에 머리가 핑 돌며 벤야민의 몸이 휘청하고 기울었다.
그 틈에 기사단은 빠르게 그의 두 손을 묶었다. 그리고 철컥, 하고 마력 제어구를 채워 넣었다.
“감히!”
벤야민에게서 노성이 터져 나왔다.
기사단에게 제압당해 엎드린 벤야민의 시야에 사라의 핏물이 묻은 에단의 구두가 보였다.
그런 그의 머리 위로 온정이라곤 한 줌도 없는 에단의 목소리가 서릿발처럼 내려앉았다.
“마탑에서 가져온 그 마력석으로 사라를 저렇게 만들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그게 무슨!”
“방금 네놈의 입으로 자백하지 않았나. 이 모든 게 네놈들 짓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