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2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72화
* * *
사라는 꿈속에서 마치 튕겨져 나오듯이 눈을 떴다.
“헉!”
숨을 급하게 몰아쉬며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빠듯하게 조여 오는 통증에 사라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이런 식으로 눈을 뜬 게 이번이 두 번째였다.
“하, 윽!”
지난번보다 더 길게 이어지는 통증에 사라는 다시 한번 신음했다.
눈앞이 핑 도는 느낌에 다시 침대에 털썩 누웠다.
흐릿해진 시야로 올려다본 천장을 보니 알 수 있었다.
이건 사라 밀런의 몸이었다.
‘몸에 힘이 안 들어가.’
사라는 호흡을 길게 유지하려고 애쓰며 눈을 깜빡였다. 그럴수록 점차 시야가 또렷하게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그제야 그녀는 제 옆으로 고개를 돌려 볼 수 있었다.
“클로드 님?”
사라의 옆에는 클로드가 그녀의 옷자락을 꽉 쥔 채 잠들어 있었다.
“공작님도?”
그리고 침대 옆에는 암브로시아 공작이 의자에 앉아 지친 얼굴로 자고 있었다.
둘 다 며칠 밤이라도 샌 얼굴이었다.
“하……, 하하.”
그 모습을 보자 사라의 입에서 바람 빠진 듯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조금 전까지 미친 듯이 쿵쾅거리던 심장이 빠르게 가라앉았다.
“사, 사라 님?”
그때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메이가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뜬 채 다가왔다.
사라는 잠든 두 남자를 깨울까 봐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쉿. 조용히.”
“아아…….”
생긋 미소 짓는 사라의 얼굴에 메이는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다가 결국 두 손에 얼굴을 묻고는 울어 버렸다.
사라는 그 격한 반응에 당황하며 물었다.
“왜, 왜 그러니? 내가 혹시 많이 잤어?”
“이번에는 진짜 못 깨어나시는 줄 알고…….”
“그 정도였어?”
사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메이는 주절주절 그간 있었던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날 그렇게 쓰러지고 사라 님의 제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납치를 해 가려고 하질 않나, 클로드 님은 갑자기 막 빛이 나더니 사라 님을 치료하질 않나, 그런데 사라 님은 일어나지도 못하시고, 공작님은 클로드 님에게 그런 힘은 없다고 하시면서 더 나빠진 게 아니냐고 하시고, 의사 두 명이 잘려 나가고, 신관들의 신력도 소용이 없고, 마탑에서는 자꾸 사람을 보내선 만나게 해 달라고…….”
“잠깐만, 메이. 너무 흥분한 것 같은데, 진정하고 천천히 다시 말해 보자.”
“그러니까 사라 님이 그렇게 쓰러지시고 나서…….”
“아니, 클로드 님이 빛났다는 부분부터 다시 설명해 봐.”
“그러니까 사라 님의 제자라고 주장하는 재수탱이가 납치를 하려고 했는데 클로드 님이 가로막고 마법사의 맹약이…….”
“하.”
메이는 울먹거리면서도 어떻게든 설명하려 애썼으나 너무나 횡설수설해서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긴 한숨과 함께 머리를 짚는 사라를 보며 메이는 다시 한번 빵 눈물을 터트렸다.
“또 아프세요? 의사를 부를까요? 아니면 신관을 부를까요?”
“아니, 아니. 제이드 하퍼 경을 불러 주렴.”
“네, 네네! 그럴게요!”
그나마 그녀에게 냉철하게 상황을 설명해 줄 인물은 제이드뿐인 것 같았다.
메이는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다시 방문을 박차고 나갔다.
“세상에, 정신이 하나도 없네.”
메이 덕에 그렇지 않아도 혼미하던 정신이 더 혼란스러워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얌전히 누워서 제이드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휴.”
사라는 한숨을 돌리며 클로드의 이불을 좀 더 끌어 올려 꼼꼼하게 덮어 주었다.
그리고 의자에 기대어 불편하게 자고 있는 에단을 바라보았다.
에단은 아주 깊게 잠들었는지 아주 작은 미동조차 없었다.
불편한 자세로 자고 있는 그는 미간을 좁히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나쁜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바쁘실 텐데, 언제부터 여기 계셨던 거지.”
사라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팔짱을 끼고 있는 에단의 팔을 편하게 풀어 주려고 했다.
그렇게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다가간 손끝이 에단의 손에 닿았을 때.
“……!”
에단의 눈이 번쩍 떠지며 콱 하고 사라의 손을 잡아챘다.
“윽.”
“……사라!”
강력한 손아귀의 악력 때문에 사라가 작게 신음하자 깜짝 놀란 에단이 벌떡 일어났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사시나무 떨리듯이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눈을, 눈을 뜬 겁니까.”
“네……. 걱정 많이 했죠?”
사라는 마음고생을 한 것 같아 보이는 에단에게 배시시 웃어 주었다.
한참을 믿지 못할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던 에단은 크게 숨을 내쉬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몸은 어떻습니까? 아프거나 불편한 곳은?”
“방금 전까지는 조금 어지러웠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하.”
에단은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내쉬며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렸다.
그 안도감이 묻어 나오는 몸짓에 사라는 웃으며 물었다.
“저 많이 아팠어요?”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큰일이 났을지도 모릅니다.”
에단은 그렇게 말하며 잠든 클로드를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을 느끼곤 사라는 서둘러 말했다.
“아까 잠깐 메이에게 듣기론 클로드 님한테서 빛이 났다는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클로드에게서 이상한 힘이 발현되었습니다. 분명 암브로시아의 힘인데, 뭔가 다른.”
“암브로시아의 다른 힘이라뇨.”
에단은 잠시 복잡한 시선으로 사라를 바라보았다.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클로드의 힘이 당신을 치료했습니다.”
“저를요?”
“예, 피가 멎고 안색이 좋아졌습니다. 숨도 고르게 쉴 수 있게 됐고.”
“파티장에 있던 마력석은 암브로시아의 힘을 담은 거였어요. 그걸 쉽게 치료할 수 있을 리도 없고, 클로드 님이 가지고 있는 힘은…….”
사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제아무리 사라가 암브로시아의 힘을 자신의 안에서 태워 버렸다고 해도, 그건 엄연히 말해 생명력을 빼앗는 힘이었다.
분명 사라도 어느 정도의 생명력을 빼앗겼을 테고, 몸 내부에서 암브로시아의 힘과 마력이 충돌했기 때문에 속도 진탕이 되었을 것이다.
고위급 신관이 와도 쉽게 고칠 수 없는 몸 상태를 클로드가, 그것도 암브로시아의 힘을 가진 클로드가 낫게 할 순 없었다.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입니다.”
에단은 그런 사라를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조차도 전부 보았으면서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으니까.
“클로드 님은 괜찮은 거예요?”
사라는 상체를 일으켜 제 옆에서 자고 있는 클로드의 가슴께에 손을 대 보았다.
새근새근 내쉬는 숨소리에 맞춰서 가슴이 고르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아이의 안색까지도 꼼꼼히 살피고 나서야 사라는 머리를 짚으며 다시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괜찮구나…….”
에단은 머리를 짚는 사라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쳤다. 그러자 사라의 차가운 손에 따뜻한 온기가 번졌다.
사라는 그제야 제 손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클로드도 처음엔 며칠간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그날 본인이 어떻게 했는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더군요.”
에단은 그렇게 말하며 사라의 손을 가져와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주었다.
조금이라도 피가 더 돌아 손에 온기가 갈 수 있도록 말이다.
시중이라도 들 듯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에단을 보며 사라는 잠시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굳었다.
“그리고 당신은 클로드보다 더 오래, 누워 있었고.”
“……제가 얼마나 이렇게 있었죠?”
“한 달.”
“네?”
“한 달 동안 깨어나지도 못한 채 이렇게……, 잠들어 있었습니다.”
상상도 못 한 기간에 사라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한 달이라니……, 읏!”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나니 핑그르르 하고 세상이 돌았다.
사라는 다시 힘없이 뒤로 넘어갔다.
“사라!”
놀란 에단이 손을 뻗어 그녀의 몸을 받아 내었다.
어느새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고개를 기대게 된 사라가 잠시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그때,
“우웅, 유모……?”
클로드가 에단의 고함을 듣고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아이는 사라가 깨어난 것을 보며 잠시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러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유모오.”
아이가 사라의 품에 달려들어 안길 때였다.
“밀런 소백작님께서 일어나셨다는 게 사실입니까!”
“베론! 목소리를 낮춰!”
“밀러어어어언 소백작님!! 허어어엉!!”
“제이드 경도 마찬가지예요, 정신 사나워요!”
그때 베론과 론다, 그리고 제이드까지 한꺼번에 방 안으로 들이닥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