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3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73화
고요했던 방 안은 순식간에 시장통처럼 떠들썩해졌다.
제이드와 베론, 그리고 론다까지 들어오니 안쪽 상황이 궁금했던 암브로시아의 사용인들과 기사단까지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걱정했는데 진짜 잘됐어요. 저는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고…….”
“몸은 이제 괜찮으신 겁니까?”
“한 달 동안 누워만 계셨으니 몸이 허하실 텐데. 제가 맑은 수프를 끓여 오겠습니다.”
“물, 물부터 드셔야죠. 제가 물을 떠 오겠습니다.”
“씻는 것부터 하실래요? 제가 간간이 몸을 닦아 드렸지만, 원하시면 따뜻한 물을 받아 놓을게요!”
“허엉허어어어어엉.”
다들 와글와글하게 몰려와 사라에게 한마디씩 건네느라 난리였다.
누군가는 저 혼자 말하고 저 혼자 뛰쳐나가기도 했으며, 누군가는 사라를 보며 눈물을 글썽글썽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아주 통곡을 하였다.
물론 그 누군가에는 클로드도 포함되었다.
“흐아아아앙, 유모, 유모…….”
클로드는 아주 서럽게 울며 사라의 품에 안기려고 들었다.
계속해서 볼을 비비고 사라의 손을 잡으려 하고 조금이라도 더 그녀에게 닿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굴었다.
사라는 에단의 가슴팍에 몸을 기댄 채로 클로드를 품에 안아 들었다.
“흑, 흐윽…….”
클로드는 그제야 안심한 것처럼 훌쩍거렸다.
에단은 곤란하게 흐려지는 사라의 낯빛을 살피고는 명령했다.
“……다들 나가. 사라의 안정이 우선이다.”
암브로시아의 사용인들은 시무룩한 얼굴로 에단의 명령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사라를 바라보며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자신들은 예외라도 되는 양 서 있는 베론과 론다를 향해 에단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베론, 론다. 너희들도 마찬가지야.”
냉정한 에단의 말에 베론과 론다는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입을 틀어막고 슬퍼했다.
에단에게 꽂히는 그 간절한 시선이 어찌나 애처롭던지.
그 광경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제이드가 작게 혀를 차며 말했다.
“주군이 두 번 명령하게 할 셈이에요?”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다. 론다와 베론은 태평하게 서 있는 제이드를 노려보았다.
“하퍼 경, 경도 마찬가지야. 나가.”
“예? 저도 말입니까?”
“그래.”
“저는 밀런 소백작님께서 직접 찾은 몸이라고요!”
제이드의 말에 에단은 사라를 바라보았다.
사라는 안타까운 얼굴로 눈을 감은 채 작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있으니 경은 필요 없어. 나가.”
“그럴 수가……!”
제이드는 결국 베론과 론다의 비웃음을 들으며 그들과 함께 방을 나서야만 했다.
“……휴.”
그렇지 않아도 정신이 없던 머릿속을 광광 울리던 목소리들이 사라지자, 사라는 이제야 살 것 같다는 것처럼 크게 숨을 내쉬었다.
“유모……, 괜찮아?”
클로드는 사라의 품에서 고개를 들며 눈을 맞춰 왔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아이의 눈동자가 너무나 애처로워서 사라는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웃어 주었다.
“이제 괜찮아요, 클로드 님. 걱정하게 해서 미안해요.”
“……흑.”
사라의 대답에 클로드는 다시 눈물을 글썽이며 그녀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유모는 거짓말쟁이야.”
사라는 옷이 촉촉하게 젖어 드는 것을 느끼며 클로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유모가 피범벅이 되어서 돌아온 것을 목격했을 아이가 안쓰러웠다.
“미안해요.”
사라는 클로드의 머리칼에 입을 맞추며 도움을 요청하듯 에단을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에단 또한 그녀에게 단단히 화가 난 것인지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풀릴 줄을 몰랐다.
“다시는 그런 일에 당신이 끼어드는 걸 허락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공작님,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앞으로 그런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에단은 단호하게 사라의 말을 잘라 내었다.
앞으로 이러한 위험한 상황은 절대 겪게 하지 않을 거라는 그의 의지가 느껴졌다.
“당신이 이대로 눈을 뜨지 못할까 봐, 내가…….”
에단은 잠시 입술을 깨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라를 끌어안고 있던 팔에 힘이 들어갔다.
“…….”
사라는 어쩐지 에단의 저 단단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도, 그냥 그런 것 같았다.
그때였다. 사라의 눈에 에단의 손에 끼워진 반지가 들어온 것은.
“반지가, 금이 갔잖아요.”
에단에게 만들어 준 반지에 금이 가 있었다.
사라는 황급히 에단의 손을 잡고 반지 안에 남아 있는 마력의 양을 체크했다.
“거의 다 소진됐어. 대체 제가 잠들어 있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설마 힘을 쓰셨어요?”
반지의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올리븐이 파티장에 떨구고 간 마력석과 가까이 있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까.
암브로시아의 힘이 가지고 있는 특성상 그의 내부에서 힘이 요동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반지의 힘을 더욱 빠르게 소모되게 만들었다.
그것을 전부 견디면서 에단이 사라와 클로드를 보호했으리라 생각하니 사라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아마 에단이 힘을 한 번 더 크게 쓰게 된다면 반지는 부서질 것이다.
“…….”
에단은 사라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클로드에게서 이상한 힘이 발현된 뒤,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벤야민을 제압하고, 다른 두 제자를 잡아들이는 것까지 에단이 직접 나섰다.
자유자재로 마법을 구사하는 마법사들을 상대로 암브로시아 기사단은 훌륭하게 버텨 주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사라를 살피지 못한 에단의 인내심이 바닥을 기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사라의 제자들이 반항이 심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
사라는 그제야 이번 사태의 원흉이 된 올리븐과 그 제자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아이들,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됐나요?”
“나쁜 사람들이야.”
사라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클로드였다.
고개를 든 아이의 새빨갛게 충혈된 눈에는 명백한 적의가 담겨 있었다.
“유모를 다치게 했으면서, 유모를 뺏어 가려고 했어.”
“클로드 님…….”
아이의 그 순수하고도 새파란 적의가 자신의 제자들을 향한다는 사실에 사라는 가슴이 아파 왔다.
평생 인연이 될 순 없겠지만, 만약에 만나게 된다면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면 좋은 아이들인데, 라고 말하려던 사라는 이어지는 클로드의 말에 눈을 부릅뜨게 되었다.
“나보고 애새끼라고 했어.”
“뭐라고요? 누가 그랬어요!”
“머리카락이 까맣고 빨간 아저씨가.”
“벤야민, 그 녀석이 진짜!”
알고 보면 좋은 아이들은 무슨. 사라는 빠르게 제가 뱉으려고 했던 말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제자들을 그렇게 가르친 기억이 없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제가 혼내 줘야겠어요.”
사라는 클로드를 잠시 품에서 떼어 놓고 몸에 힘을 주어 일어나려 했다.
“내 제자들은 어디 있죠? 가 봐야겠어요.”
“암브로시아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보다…….”
에단은 몸을 일으키려는 그녀를 제지하며 가뿐하게 안아 들었다.
“어머!”
순식간에 몸이 들어 올려진 사라가 놀라 비명을 지르자 에단은 그녀의 두 팔을 제 목에 둘러 주며 말했다.
“한 달 동안 누워만 있던 몸입니다. 아직은 걷기에 무리일 겁니다.”
“그, 그치만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이 저택엔 암브로시아의 충실한 종들뿐입니다.”
에단은 그렇게 말하며 사라가 편하게 기댈 수 있도록 다시 한번 고쳐 안았다.
언제 들어 올려도 지나치게 가벼운 몸이라고 생각하며.
“제가 걸어갈 수 있어요!”
허공에 붕 뜬 두 다리를 붕붕 흔들며 작게 반항하는 사라의 행동에 에단은 낮게 웃었다.
그 낮은 웃음소리가 사라의 귓가에서 묵직하게 울리자 그녀는 순간 반항하던 것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내려 주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내가 확실하게 시중을 들 생각이니까요.”
쿵, 하고 심장이 크게 덜컥였다. 조금만 시선을 들어도 에단의 얼굴이 아주 가까이에서 보였다.
그녀를 응시하는 푸른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고 생각했을 때, 사라는 제 심장이 어떻게 뛰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