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79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79화
* * *
오늘 즐거운 시간을 잔뜩 보낸 클로드는 한참 신나서 떠들다가 졸음에 못 이겨 스르륵 잠들었다.
에단은 의자에 앉아 아이의 수다를 들어 주고, 또 들어 주다가 이제 일어나 가 보려던 차였다.
“……히.”
그때 클로드의 입에서 바람 빠진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뒤를 돌아보자 붉게 상기된 두 볼로 잠들어 있는 클로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좋은 꿈을 꾸는 모양이었다.
“깨지 말고, 좋은 꿈 꾸려무나.”
에단은 반지를 낀 손으로 클로드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반짝거리며 빛나는 반지를 바라보고 있으니 그는 새삼스러운 기분에 사로잡혔다.
‘앞으로는 매번 힘을 불어 넣어 드릴게요. 내 힘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사라는 몸을 회복하자마자 가장 먼저 에단의 반지에 힘을 불어 넣어 줬다.
금이 갔었던 반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새것처럼 변했다.
이제 더 이상 클로드에게 닿는 것이 두렵지 않아졌다.
그 변화가 너무나 기적 같아서, 가끔 에단은 클로드의 곁에 있으면서도 이것이 꿈 같다고 느꼈다.
“작은 주인님은 잠드셨습니까?”
클로드의 방문을 닫고 나가자 베론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물었다.
“그래. 사라는?”
“피곤하셨는지 일찍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베론의 말에 에단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는 못마땅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녁도 먹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저와 론다도 몇 번이나 권했지만……, 잠이 더 고프시다더군요.”
“몸이 아직 회복이 다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니 앞으로 식사에도 더 신경 쓰도록.”
“네, 주인님.”
클로드의 방과 멀지 않은 곳에 사라의 방이 있었다.
오늘 클로드의 옆에서 마치 햇살처럼 웃던 그녀의 얼굴이 떠오르다가 사라지고, 또 떠오르다가 사라졌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왼쪽 발이 그쪽을 향해 돌아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
한 번만, 보러 가 볼까.
마음이라는 것은 지독한 구석이 있어서, 자각하는 순간 정도를 모르고 부피를 키워만 갔다.
언제 이런 질척한 감정이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부풀어 있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에단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잠든 얼굴을 보면 커다랗게 부풀어 있는 지독한 감정을 자제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3황자님께서 곧 날을 잡아 일렉사 님을 저택으로 보내겠다고 하십니다.”
“……클로드가 아주 좋아하겠군.”
에단은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방문했었던 2황자와 3황자는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고 돌아갔다.
2황자는 사라가 무사하다는 걸 확인하였고, 3황자는 은밀히 그에게 독대를 청하는 것에 성공했다.
‘알고 계실 줄은 몰랐지만, 일렉사는 제 아들입니다. 그 아이가 황실에 알려지지만 않는다면 암브로시아 공자와 장차 좋은 인연을 이어 갈 수 있겠지요.’
‘나는 그저 암브로시아 공자가 아닌 클로드가 일렉사와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른들의 저급한 속사정이야, 내 아드님이 알 필요는 없지요.’
‘……그렇게 해 주신다면 이 은혜는 반드시 갚을 것입니다. 어른들의 속사정이야 저급하다지만, 제가 갚을 은혜는 그리 저급하진 않을 겁니다.’
‘마음에 드는군요. 기억하겠습니다, 전하.’
지나치게 공손한 태도를 보였던 일레온이었지만 에단은 아들의 문제에 있어선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가 마음에 들었다.
유약하고 욕심이 없는 성정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제 가족은 욕심껏 지키는 남자였다.
“일렉사가 오면 며칠 동안 지낼 테니 방을 하나 마련해. 클로드의 방과 가까우면 좋겠군.”
“언제든 오시면 사용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2황자는…….”
에단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일리오르의 얼굴을 떠올리니 아까부터 가시처럼 거슬리던 것이 제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분간 암브로시아에 얼씬도 못 하게 해.”
“그 말씀은…….”
“이제부터 황실의 비공식적인 방문은 받지 않는다. 황궁에서 오는 모든 초대장들은 거절해.”
“알겠습니다.”
에단의 명령에 베론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덧붙였다.
“밀런 소백작님께 오는 초대장들도 건강상의 이유로 전부 거절하겠습니다.”
“좋아.”
에단은 베론의 어깨를 한번 툭툭 쳐 준 다음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제야 베론은 자신의 생각이 정답임을 알았다.
“…….”
앞서서 걸어가는 주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베론은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 * *
그는 그날 밤 꿈을 꾸었다. 아주 오랜만에 꾸는 어머니의 꿈이었다.
‘너는 네놈과 똑같은 자식을 낳아 그 손에 죽을 것이다!’
그의 손을 매섭게 쳐 내며 어머니가 저렇게 말했을 때는 배 속에 휘겔을 임신 중일 때였다.
어머니는 에단에게서 아버지와 같은 힘이 발현되자 점차 그를 두려워하더니, 이내 극도의 불안 증세로 아예 제 아들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는 부풀어 오른 배를 감싸며 금방이라도 그가 배 속에 있는 동생을 해칠 것처럼 굴었다.
‘징그러운 것, 저주받은 것, 네 아비와 똑같아―!’
어머니의 절규 어린 고함 소리가 어린 에단에게 벼락처럼 내리쳤다.
‘잘못했어요, 어머니. 제가 잘못했어요…….’
에단은 어머니의 말대로 자신이 저주받은 더러운 존재인 것 같아 매일매일 몸을 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러운 것을 본 것처럼 눈살을 찌푸리는 어머니의 시선은 단 한 번도 그에게 따뜻했던 적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동생 휘겔 암브로시아가 태어났지만 그는 제 친동생의 얼굴을 단 한 번도 가까이에서 볼 수 없었다.
‘죽일 거야! 저 저주받은 더러운 암브로시아의 악마가 내 아이를 죽일 거라고!’
에단이 휘겔의 근처에 얼굴만 보여도 발작을 하며 입에 거품을 물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극단적으로 방 안에 처박혀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녀의 방 안에 들어갈 수 있었던 암브로시아는 오직 휘겔 하나뿐이었다.
에단은 일 년에 한 번 먼발치에서 어머니를 볼 수 있었는데, 그와 눈이 마주친 어머니는 눈을 번득이며 저주를 퍼부었다.
‘내가 저런 괴물을 낳았을 리 없어. 내가 그랬을 리 없어!’
‘너는 소중한 것 따위 만들지 말거라. 네 옆에 있으면 분명 불행해질 테니까. 마치 나처럼 말이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어머니는 갈수록 초췌해졌고, 에단을 보며 저주를 퍼붓던 목소리도 점차 힘을 잃어 갔다.
마침내 에단이 다 자란 성년이 됐을 때, 그녀는 끝까지 휘겔을 암브로시아 공작으로 만들기 위해 에단을 죽이려고까지 들었다.
단 한 번도 그에게 다가오지 않았던 어머니가 애써 꾸민 상냥한 어조와 덜덜 떨리던 손으로 내민 것은 독을 탄 우유였다.
‘어, 어릴 때 네가 참 좋아……, 좋아하지 않았니…….’
에단만 없으면 저주받은 핏줄은 그에게서 끊어지고 휘겔이 암브로시아 공작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망상에 저지른 짓이었다.
‘……네, 어머니.’
그는 그것을 다 알면서도 어머니가 내민 독을 기꺼이 받아 마셨다.
에단이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 의해 조금씩 독을 마셔 왔다는 것을 몰랐던 어머니는 독을 마셨음에도 죽지 않는 그를 보며 더욱 경기를 일으켰다.
‘너 같은 것을 사랑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무도……!’
어머니는 저 말을 마지막으로 그토록 무서워했던 암브로시아의 힘에 의해 죽었다.
선대 공작인 아버지의 힘이 폭주할 때 휘말려서 말이다.
그때 에단은 그 자리에 있었다.
‘사, 살려……, 에단!’
에단이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자 그녀는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힘에 먹혀 버린 아버지와 부릅뜬 눈으로 죽은 어머니의 시체를 끌어안고 에단은 생각했다.
이 힘은 진정으로 저주가 맞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