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is the nanny of the Villain RAW novel - Chapter 81
흑막 남주의 시한부 유모입니다 81화
“이곳에 있으면 꿈속에서 제게 저주를 퍼붓던 어머니가 아니라, 내게 좋은 꿈 꾸라며 속삭여 주던 어머니가 떠오릅니다.”
“…….”
“그래서 여기서 이렇게 꿈속의 어머니를 잊어 가던 중이었습니다.”
에단의 이야기를 듣던 사라의 눈이 느리게 깜빡였다.
그러자 잔뜩 고여 있던 눈물이 후드득 뺨을 타고 떨어졌다.
“왜, 왜 우는 겁니까.”
사라가 울자 당황한 것은 에단이었다.
그는 벽에 기댔던 상체를 일으키고는 손가락으로 사라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공작님이, 울 것 같은 얼굴로 안 우니까……, 그러니까 제가 대신 우는 거잖아요.”
“내가?”
에단은 미간을 좁히며 제 얼굴을 더듬어 보았다.
그러자 그는 그제야 제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아’는 무슨 ‘아’예요……. 울고 싶으면 울든가!”
눈물 흘리는 법을 잊은 건지.
붉게 달아오른 눈가가 사라가 마법으로 띄운 구체의 빛을 받아 애처롭게 빛나고 있었다.
사라는 그 얼굴을 보며 가슴이 기묘하게 울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왜 그렇게 생겨서 그런 표정 하고 있어요. 사람 마음 이상해지게…….”
“이상해지다니?”
“안아 주고 싶어지잖아. 저한테 한번 안겨 볼래요?”
사라는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선 에단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잠시 눈을 크게 뜨던 에단이 이내 픽 웃으며 사라의 품에 고개를 기댔다.
“……!”
에단이 진짜로 안길 줄은 몰랐던 사라는 두 팔을 벌린 그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는 사라의 어깨에 고개를 묻은 채 쿡쿡 웃으며 속삭였다.
“안아 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좀 더 힘을 줘야지.”
귓가에 내려앉는 듣기 좋은 저음에 사라는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에단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러자 그의 몸이 부드럽게 풀어지며 그녀의 어깨에 적당한 무게가 더해졌다.
“…….”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에단에게서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잠이 든 것이다.
사라는 마법으로 그를 들어 올려 침실로 옮겨다 줄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떡해.’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 * *
“하암.”
이른 아침부터 사라는 피곤한 얼굴로 눈을 비비며 베론을 따라 암브로시아 저택의 밀실로 내려갔다.
“피곤하십니까?”
“아, 아뇨 괜찮아요. 어제 잠을 조금 못 잤을 뿐이에요.”
“론다에게 피로 회복에 좋은 약을 올리라고 말해 두겠습니다.”
“고마워요.”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걸어가는 사라의 모습을 보던 베론의 눈가가 걱정으로 물들었다.
황궁에서 그렇게 쓰러진 후 빠르게 건강을 회복한 사라였지만, 암브로시아 공작가 사람들에겐 힘없이 에단의 품에 안겨서 들어왔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선연하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런 공작가 사람들의 걱정을 사라도 잘 알고 있었다.
“진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게요.”
“기사단이 곁에 없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죠. 제 제자들이에요. 나를 해칠 리도 없고, 만약 그렇다고 해도 내가 이겨요.”
“……네.”
자신감이 묻어나는 사라의 대답에 베론은 조금 불안한 듯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섰다.
뒤를 돌아 가면서도 연신 또 그녀를 돌아보는 베론을 보며 사라는 웃는 낯으로 중얼거렸다.
“……정말 이런 취급 오랜만이네.”
대마법사인 그녀를 이렇게 온실 속 화초 취급하는 사람은 제자들을 제외하곤 암브로시아 공작가 사람들뿐일 것이다.
황제 또한 그녀가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것을 봤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협상을 걸어오지 않았던가.
당장에 사라가 죽을 것처럼 벌벌 떨던 암브로시아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가 멀쩡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 태도.
그게 정상이었다.
“뭐 나쁘지는 않지만.”
그들의 보호가 과하긴 했어도 나쁘진 않았다.
살짝 미소를 띤 사라는 제자들이 잠들어 있는 밀실의 문을 열었다.
“안녕, 내 사랑스러운 제자들아.”
사라는 침대에 누워 평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벤야민, 올리븐, 벨루나.
각자의 사정으로 그녀의 눈에 들어 인연을 맺게 된 소중한 이들이었다.
그런 제자들이 언제부터인가 그녀에게 집착을 하기 시작했고, 그걸 깨달았을 때부터 이런 날이 오게 될 줄 알았다.
‘스승과 평생 함께하는 제자는 없어. 언젠가는 혼자서 각자의 몫을 할 줄 알아야 해.’
분리 불안이라도 있는 것처럼 그녀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발작을 하는 올리븐.
그녀가 가는 곳마다 어떻게든 쫓아오는 벤야민.
그리고 그 두 녀석이 사라를 붙잡아 둘 때까지 말리지 않고 조용히 협조하는 벨루나까지.
세 녀석 다 똑같았다.
“내가 잘못 가르쳤어.”
다 큰 것들이 거하게 쳐 버린 사고를 떠올린 사라가 다시 한번 손바닥에 얼굴을 묻으며 괴로워했다.
“후우.”
그녀는 잠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이제 저놈들을 깨워서 혼을 내야 할 시간이었다.
사라의 손끝에서 서서히 흘러나온 푸른 마력이 천천히 제자들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마력이 스며들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렸다가, 따악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헉!”
가장 먼저 격한 숨을 몰아쉬며 일어난 것은 올리븐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벤야민과 벨루나도 마침내 눈을 떴다.
“일어났니?”
낯선 여자가 팔짱을 낀 채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자 벨루나와 올리븐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었다.
유일하게 그녀의 얼굴을 봤던 벤야민만이 멍한 시선을 들어 사라를 뚫어져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그는 아주 천천히 조심스러운 손길로 사라에게 손을 뻗었다.
차마 그녀의 손에 닿지 못한 손길이 잠시 방황하다가 소맷자락을 살짝 잡았다.
“……스승님.”
벤야민이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은 말에 올리븐과 벨루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스승님이라고?”
올리븐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벤야민과 사라를 번갈아 보았다.
저 작고 연약해 보이는 여자가 스승님이라니.
올리븐은 스스로가 그녀를 낯설게 여긴다는 것에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굳었다.
그건 벨루나도 마찬가지였다.
필연적으로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눈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
짧은 숨을 내쉰 사라는 머뭇거리고 있는 제자들을 보며 다시 한번 마력을 일으켰다.
그녀에게서 푸른 마력이 피어오르자 벨루나와 올리븐은 그제야 사라가 제 스승임을 깨달았다.
저건 스승의 마력이었으니까.
딱, 하고 사라가 손을 튕기자 그녀가 마탑에서 지냈던 것처럼 긴 로브에 천으로 얼굴을 가린 차림이 되었다.
“……스승님이다.”
올리븐은 마치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라는 손에 마탑 시절 늘 들고 다니던 긴 지팡이까지 꺼내 들었는데, 이건 마법을 가르쳐 줄 때 졸고 있던 올리븐의 머리를 수도 없이 가격했던 그 지팡이였다.
“스승니이이이임!!”
이제야 자신이 알고 있던 스승의 모습이 보이자 올리븐은 울먹이며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사라가 그런 올리븐을 몸을 틀어 가볍게 피하자 그는 바닥에 코를 박고 넘어지게 되었다.
“흑……, 진짜 스승님이다.”
올리븐은 그렇게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입을 막으며 감격스러워했다.
벨루나는 올리븐이 넘어지든 말든 그건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양 다급한 목소리로 사라에게 물었다.
“몸은, 몸은 회복하셨습니까?”
올리븐이 중첩시킨 마력석이 깨졌을 때 스승이 그것을 막아 냈다고 들었다.
그 소식을 들은 벨루나는 암브로시아에서 찾아온 기사들에게 순순히 잡혀 들어왔다.
그래야만 스승의 상태를 살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날뛰는 올리븐과 벤야민을 보니 암브로시아 공작이 주저 없이 그들을 공작가 밖으로 추방할 것 같아 그녀는 협상을 했다.
저 두 녀석을 포함에 스스로까지 ‘영원한 잠의 늪’에 가두고 스승의 처분을 기다리겠다고.
에단 암브로시아는 협상에 응했고 그렇게 그들은 스승의 상태는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채 깊은 잠에 빠진 것이었다.
“…….”
사라는 이런 모습을 하고 나서야 자신을 예전처럼 대해 주는 제자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스승은 이렇게 얼굴을 가리고 목소리를 숨긴 마탑의 대장로였다. 사라 밀런이 아니고.
그러니 이 아이들은 여기에 있어선 안 됐다.
사라는 마력을 이용해 허공에 글자를 만들어 냈다. 마탑에 있을 때 의사소통을 했던 방식이었다.
―사랑하는 제자들아.
“네, 스승님.”
“스승니이이이임!”
“…….”
그 익숙한 모습에 드디어 스승을 찾았단 생각이 들어 제자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그렇지만 그들의 얼굴은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꺼멓게 죽어 버렸다.
―너네 다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