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화(1/153)
<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
<1화>
“내 구역에 음식 훔쳐 먹는 도둑고양이는 필요 없어. 저것들을 담장 밖으로 던져 버리도록 해.”
냉소적인 목소리가 위쪽에서부터 들려왔다. 나는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싹싹 맞비비며 빌었다.
“제리안 님. 한 번만 봐주세요. 엄마는 그저 배가 고파서…….”
“시끄러워, 키티아. 난 네 목숨만은 살려 달라는 네 어미의 부탁을 들어줬을 뿐이라고.”
“제리안 님!”
“살고 싶다면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고양이 영토의 지배자, 제리안의 싸늘한 음성이 떨어지자마자 창고의 구석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수인들이 나를 일으켰다.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우리 엄마는 완전히 짐짝처럼 들려 창고 바깥으로 끌려 나왔다.
엄마는 이미 기절해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마법이 풀린 상태였다. 엄마의 몸과 꼬리가 힘없이 축 늘어졌다.
나는 그들을 따라가며 다급하게 외쳤다.
“아저씨들, 부탁이에요. 엄마를 살살 다뤄 주세요. 엄마 배 속엔……”
“시끄러워, 키티아. 어차피 네 어머니는 여기까지야. 그러게 왜 제리안 님의 식량 창고에 손을 대?”
제리안의 하수인들은 나를 한 손으로도 가뿐히 들었다. 며칠째 먹은 것이 없어 무겁다고 생각되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아저씨들, 제발…….”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니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망설임 없이 나를 내던졌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등이 땅에 처박혔다. 입에서 피가 나 침을 뱉어 보니 깨진 이 몇 개가 나왔다.
커다란 마차에 치인 것처럼 머리가 윙윙 울렸지만 나는 주먹을 꼭 쥐었다.
나까지 정신을 잃고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간 큰일이었다.
인간의 모습으로도 고작 여섯 살이었지만 고양이의 모습으로는 떨어지는 엄마를 받을 수 없을 테니.
“엄마!”
눈을 드니 뒤이어 내던져진 엄마가 떨어지고 있었다. 창고가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난 아저씨들이 던져 버린 엄마를 겨우 받아 들 수 있었다.
높은 곳에서 던져졌기에 무거울 법도 했지만 며칠을 굶은 어미 고양이는 내가 들 수 있을 정도로 가벼웠다.
이끼도 말라붙을 정도로 싸늘한 밤. 그렇게 나와 내 어머니는 고양이 수인들의 영역에서 추방당했다.
“엄마…….”
나는 풀숲에 숨어 종종 아플 때면 엄마가 해 주었던 것처럼 열심히 몸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나 얼룩덜룩한 털을 따라 목덜미를 매만지고 쓰다듬어도 엄마는 반응하지 않았다. 두려움이 캄캄한 밤만큼이나 커졌다.
“엄마아…….”
나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와 엄마의 뺨을 열심히 핥았다. 회색과 흰색이 뒤섞인 내 털을 맞비비자 가느다란 숨소리가 들려왔다.
“키티…… 우리 말랑손.”
“엄마!”
“미안하구나. 엄마 때문에 너까지…….”
나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이가 깨져 새는 발음이 나왔다.
“아녜요. 엄마 배 속엔 동생들이 자라고 있자나요. 며칠을 쫄쫄 굶었으니 남의 음식을 먹는 것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 그런데…….”
나는 엄마의 꼬리를 흠뻑 적시고 있는 피를 바라봤다. 엄마 배 속의 꼬물이들에게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쯤은 어린 나도 알 수 있었다.
“미안하구나, 키티. 아무래도 동생들은…… 윽!”
“엄마!”
나는 안절부절못하다 엄마의 얼굴을 필사적으로 핥았다. 그렇지 않아도 위태롭던 호흡이 점점 가빠지며 끊어질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키티…… 엄마는 안 될 것 같아. 너라도 어서 고양이들이 순찰을 시작하기 전에…….”
“엄마, 가치 가요. 응?”
“안 돼. 엄마는 이미 늦었단다. 어서 여길 떠나 먼 곳으로 떠나렴. 그래, 늑대의 영토로…….”
늑대의 영토? 나는 엄마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 피가 나요. 말하지 마세요!”
“키티, 미안하구나.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진작 말해 주었을 텐데……. 우리 키티에게는 특별한 힘이…….”
“네?”
엄마는 내 오른손에 앞발을 툭 얹었다. 말랑말랑한 발바닥을 타고 따스하고 신비한 힘이 흘러들어왔다.
머릿속에 복잡한 무언가가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엄마, 이게 뭐예요?”
“차차…… 알게 될 거란다. 우리 키…… 티는…… 늑대들만큼이나 씩씩하니까 혼자서도 잘…….”
톡―
맞닿아 있던 엄마의 앞발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가빴던 호흡이 어느 순간 들리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엄마를 계속해서 부르는 것뿐이었다.
“엄마, 엄마아……!”
머리가 핑핑 돌아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강한 수인들끼리 싸움이 나 고양이 수인들이 음지로 밀려난 것? 아빠와 오빠가 사고로 갑자기 죽어 버린 것?
“엄마아…… 아무것도 모르게써요. 제가 가진 힘이 뭔지두, 앞으로 어떠케 해야 하는지두…….”
엄마의 가슴팍에선 더 이상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슬퍼할 새도 없이 식어 버린 몸이 두려워 목이 메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언니가, 누나가 못 지켜 줘서 미안해, 꼬물이들아. 미안해요, 엄마…….”
나는 이미 차게 식어 버린 몸을 꼭 껴안은 다음,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 엄마의 몸을 땅속 깊은 곳에 묻어 주었다.
언 땅을 맨손으로 파느라 피가 나고 손톱이 갈렸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쓰려 손의 아픔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파헤치는 일이 없도록 이끼를 덮고 땅을 토닥이자 정말로 내가 외톨이 아기 고양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벌써 보고 싶은데 어떠케요, 엄마?”
나는 훌쩍거리며 근처를 한참이나 배회했다. 하지만 저 멀리서 순찰대의 불빛이 보여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나는 흙이 묻은 손으로 얼굴을 문질러 닦으며 입에 고인 피를 뱉어 냈다. 그리고 주먹을 꼭 쥐었다.
‘나쁜 제리안……. 엄마, 제가 강해져서 꼭 엄마의 원수를 갚을게요.’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 알아듣진 못했지만 먼 곳에서도 씩씩하라는 게 엄마의 마지막 부탁이었으니까.
여기 있다가 고양이 순찰대에게 잡히면 엄마의 원수를 갚을 수 없었다.
나는 엄마가 아빠와 오빠의 유품을 묻고 그랬던 것처럼 바들거리는 걸음을 계속해서 내디뎠다.
“엄마. 저는 갠차나요. 키티아는 늑대만큼 씩씩한 고양이니까. 그러니까 엄마두 푹 주무세요.”
잠깐 뒤돌아 그렇게 말한 뒤, 나는 억지로 발을 옮겼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정하지 않고 고양이들이 순찰하는 영역을 벗어나려 필사적이었다.
툭, 투둑―
별도 달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흙이 흘러내려 엄마의 몸이 진흙 사이로 드러났을까 봐 몇 번이고 발걸음을 돌리고 싶었지만 겨우 참아 냈다.
‘엄마는 내가 행복하길 바라실 거야.’
하지만 어디로 가야 행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엄마가 없는데 행복할 수 있을까.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춘 채 고개를 떨구었다.
발밑 물웅덩이에 울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가 비쳐 보였다. 엉킨 잿빛 머리카락에, 온몸이 꾀죄죄하고 깡말라 아는 사이가 아니고서야 어디에서도 받아 줄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고양이 영토 바깥엔 사촌이나 아는 사람도 없는걸……’
풀썩 주저앉으려는 그때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얼른 풀숲에 숨어 어딘가로 향하는 수인들의 행렬을 지켜보았다.
“도련님들. 이렇게 먼 곳까지 나와 공놀이를 하시면 안 됩니다. 다른 수인들이 놀라요.”
체구가 커다란 남자가 구정물에 굴러 꾀죄죄해진 남자애 둘을 덥석 잡아 마차에 태웠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잿빛 머리카락은 분명 늑대였다.
문득 머릿속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잠깐. 늑대도 잿빛 털이고 나도 잿빛 털이잖아? 게다가 늑대들은 자기들끼리 엄청 친하고…….’
언젠가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새끼 동물들은 웬만큼 크기 전까진 다 비슷비슷하게 생겼다던가. 특징이 도드라지기 전엔 털 색으로만 구분한다고 했다.
게다가 엄마가 마지막에 떠올린 것도 늑대의 영토였다.
‘이대로는 원수를 갚기도 전에 굶어 죽을지도 몰라. 아주 잠깐이라면…….’
늑대의 영토를 지배하는 그리드울프 가문은 무척 풍요로워 같은 늑대들에게 너그럽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고양이인 것을 들킨다면 괴롭힘을 당하거나 내쫓길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수인들은 동물과 달리 이성이 있는 존재였다. 종족이 다르다고 해서 무턱대고 잡아먹진 않는다는 뜻이었다.
‘몇 년 전처럼 수인들이 미쳐 버리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위험한 시도라고는 해도 이곳에 가만히 있다가 죽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는 수풀 속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마차가 사라지는 방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 *
며칠 후. 늑대들의 우두머리 가문인 그리드울프의 두 아들, 테오와 데온은 소파에 늘어져 무기력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놈의 공이 또 담을 넘어갔네.”
“이놈의 공놀이도 이젠 질려.”
“우린 왜 여동생이 없을까? 예뻐해 줄 수 있는데.”
맑은 초인종 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놀이 시간에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는 두 늑대는 부루퉁한 얼굴로 답했다.
“무슨 일이야?”
그러자 문을 지키던 그리드울프 저택의 기사 하나가 난감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들, 죄송합니다. 자꾸 주변을 기웃거리기에…….”
“누가?”
테오와 데온이 늑대 기사의 뒤와 옆을 살필 즈음, 아래쪽에서 앙증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쪼금 더 아래예요!”
“응?”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듣고 맏형, 테오가 시선을 내렸다. 그곳엔 웬 깡마른 한 입 거리 고양이 수인 한 마리가 있었다.
꾀죄죄한 머리카락과 다 해진 옷, 부르튼 손발이 지나칠 정도로 안쓰러워 도리어 의심스러웠다.
“너 뭐야?”
동생 데온이 그르렁거렸다. 눈에 띄게 놀란 고양이 수인은 놀란 기색을 애써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저어, 여기가 그리드울프 님의 저택인가요?”
“어. 그런데.”
“제가 맞게 찾아왔군요!”
고양이는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다.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바람에 테오와 데온은 모르는 사이라며 내쫓지 못했다.
키티는 침착하게 미리 준비해 온 대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어리지만 씩씩한 늑대 키티아라구 해요. 그리드울프 님께선 가족이 없는 불쌍한 늑대들을 위해 일자리를 마련해 주신다구 들어서…….”
악취 사이로 고양이 냄새가 폴폴 나는데 늑대라니. 게다가 일자리를 구한다면서 이가 빠져 발음도 샌다. 두 늑대는 어이가 없어 시선을 교환했다.
‘형. 이거 살찌워서 공 대신 굴리고 놀까. 우리한테 거짓말한 벌로 말이야.’
‘그러는 게 좋겠다. 고양이 털은 부드러우니까.’
“일단 들어올래?”
“꺄―! 정말루 감사해요!”
사악한 늑대들이 의견 교환을 마친 줄도 모르고 키티는 활짝 웃으며 늑대 소굴에 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