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04)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04화(104/153)
<104화>
“키티, 다친 곳은?”
내가 마법진을 통해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자칼 님이 다가와 물었다.
나는 품에 안고 있던 시들시들한 여우를 살짝 들어 올렸다.
“저는 괜찮지만 안에서 구조해 온 여우 수인들의 상태가 좋지 않아요.”
“이쪽으로 옮기지.”
늑대 기사들 중 의술에 일가견이 있는 자들이 안락한 모포를 바닥에 깔아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 품에 안겨 있던 여우 수인은 바르르 떨리는 목소리로 자칼 님에게 감사를 표하곤 모포 사이로 폭 파고들었다.
벤과 클리드, 엘리엇 경이 구조해 온 여우 수인들도 포근한 모포에 몸을 맡기고 숨을 돌렸다.
“일단 체력 회복이 최우선이니 당분간은 푹 쉬게 하죠.”
엘리엇 경은 걱정하고 있는 내 어깨를 툭 두드려 주었다.
여우 수인들의 목숨엔 지장이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이제 제리안에게 붙잡힌 아기 여우들만 구하면 클리드는 목표를 이루겠지.’
나는 부디 여우들이 기운을 차리길 바라며 모포를 덮어 주었다.
진찰을 받은 후, 그들은 늑대 기사들이 가져온 영양가 있는 식사를 마친 뒤 곧장 잠들었다. 줄곧 하고 있던 긴장이 풀리니 몹시 피곤할 것이다.
늑대들은 여우 수인들을 위해 자리를 비켜 주었다. 클리드는 애틋한 눈으로 잠든 여우 수인들을 바라보았다.
“고마워, 아가씨. 고양이 영토에 직접 오지 않았더라면 이들을 구하지 못했을지도 몰라.”
나는 말랑손으로 클리드의 등을 톡톡 두드려 주었다.
“아냐, 클리드. 너는 언젠가 반드시 해냈을 거야. 다들 너를 기다리고 있었잖아?”
“…….”
클리드는 여우 수인을 볼 때처럼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붉은 눈동자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정신을 잃기 직전이었던 동료들을 구했으니 만감이 교차하겠지.
“클리드, 자칼 님께는 내가 말씀드릴 테니 오늘은 여우 수인들의 곁에서 푹 쉬어. 그동안 못다 한 이야기도 하고.”
“그래 줄래?”
줄곧 굳어 있던 클리드의 얼굴에 약간의 미소가 돌았다. 나는 씩씩하게 긍정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클리드는 아주 커다란 여우로 변해 자신의 백성들을 포근히 품어 주었다.
‘좋은 지배자를 둬서 여우들은 행복하겠다.’
나는 식량 창고를 버리고 제 측근들과 자취를 감춰 버린 제리안을 떠올리곤 이를 갈았다.
재수 없는 고양이. 탈모나 오라지.
마침 복도에 털이 너구리처럼 풍성한 제리안의 초상화가 있었다. 나는 고양이 손톱을 꺼내 얼굴 부분을 찢어 버린 다음 늑대 냄새가 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늑대들은 제리안이 커다랗게 만들어 둔 연회장에 모두 모여 있었다. 마법 장치를 얼마나 단단히 해 둔 것인지 테라스가 뻥 뚫려 있는데도 따뜻했다.
‘오늘 밤은 식량 창고에서 합숙을 하려나 보다.’
식량 창고를 둘러싸고 하울링으로 제리안을 위협하던 늑대 기사들도 술과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못 보던 고양이들도 쭈뼛쭈뼛 늑대 사이에 파고들어 음식을 맛보기 시작했다.
자칼 님이 내 쪽으로 와 어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었다.
“키티. 오늘은 이곳에서 쉬고 내일 오후쯤에 그리드울프 저택으로 떠날 생각이다. 늦은 밤까지 축하 파티를 하지.”
“앗, 정말로요?”
“그래. 고양이 친구들과 함께 배불리 먹고 돌아오도록.”
어째 자칼 님이 ‘돌아오도록’ 부분에 힘을 주어 말씀하신 것 같은데.
“모닥불도 피워 주시나요?”
“물론. 대리석으로 된 테라스에 마시멜로도 준비 해뒀으니 가 봐.”
“꺄―!”
나는 폴짝 뛰어올라 자칼 님의 뺨에 짧게 뽀 한 다음 테라스 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기력을 회복한 고양이 친구들이 둘러앉아 꼬치에 끼운 마시멜로와 연어 포를 굽고 있었다.
“말랑손, 이리 와!”
나는 한달음에 달려가 친구들 사이에 앉았다. 모닥불에 구운 연어 포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자칼 님께서 제리안이 비축한 식량을 모두 풀겠다고 하셨어.”
카멜이 말했다.
비쩍 마른 고양이 수인들이 오랜만에 포식할 생각을 하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원래 모두와 나눠 먹었어야 하는 음식들이니까. 지금이라도 이렇게 되어서 다행이야.”
“네 덕분이지, 말랑손.”
친구들의 칭찬에 뿌듯해져 입꼬리가 올라갔다. 우리는 한동안 음식을 배불리 먹으며 그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달이 주변을 환하게 비출 무렵엔 친구 하나가 슬쩍해 온 캣닢을 따뜻한 물에 우려 나눠 마셨다.
덕분에 긴장이 쭉 풀리며 온몸이 나른해졌다.
“아웅…….”
우리는 다들 고양이로 돌아가 서로의 몸을 베고 누웠다. 거대한 솜뭉치가 된 기분이었다.
소르르 잠에 빠져들려던 그때, 카멜이 나를 꼬리로 톡톡 건드렸다.
“키티, 저기 좀 봐. 검은 털 늑대의 수장이 널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어.”
이든을 말하는 거겠지. 나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옆에 여자도 있지?”
“응. 여자 쪽이 널 더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너 늑대들에게 인기가 많구나?”
“……?”
무슨 소리냐는 뜻을 담아 바라보자 카멜은 뭉툭한 앞발로 내 귀를 톡 건드렸다.
“하긴, 이렇게 쫑긋한 귀를 가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지.”
“아냐. 둘이 밤에 함께 있는 걸 봤어.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봐.”
카멜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닐 텐데. 그럼 위비스 가주가 우리에게 뇌물을 바칠 이유가 없잖아?”
“카멜, 너 이든 님께 뇌물 받았어?”
“키티, 난 연약한 고양이야. 늑대 가주가 주는 선물을 거절할 수는 없다고.”
“…….”
“그건 그렇고, 저 여자가 위비스 가주와 있는 게 마음에 안 든다면 할퀴어 버려.”
주변에 있던 고양이들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동조했다. 나는 조금 놀랐다.
‘맞다. 고양이들은 이런 성정이었지.’
늑대 저택에서 자라는 바람에 다 까먹어 고양이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지금의 나는 도넛 놓고 야옹 자도 모르는 상태였으니.
“키티, 원하는 상대를 유혹할 줄 알아야 고양이지. 넌 폭스타인 가주도, 위비스 가주도 손에 넣을 만큼 말랑한 손바닥을 가진 고양이라는 걸 잊지 마.”
“유혹? 어떻게?”
내가 되묻자 불가에 늘어져 있던 고양이들이 눈을 끔뻑거렸다. 어떻게 그것도 모르냐는 얼굴이었다.
“당연히 어른의 야옹춤을 춰야지.”
“어른의 야옹춤……?”
* * *
네로는 편지로 답신한 시간보다 훨씬 일찍 식량 창고에 도착했다.
원래는 야옹강 상류에 머물렀던 흔적을 완전히 정리한 후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손녀를 조금이라도 더 눈에 담아 두고 싶다는 마음이 커 그럴 수 없었다.
“네로, 생각보다 일찍 왔군.”
자칼이 그녀를 맞았다. 그의 태도에는 검은 고양이들의 수장인 네로를 향한 예의가 드러났다. 옆에 있는 하슈카도 마찬가지였다.
“정리는 수하들에게 맡기고 일찍 출발했지. 그거 내 건가?”
“그래.”
네로는 자칼이 내미는 캣닢 칵테일을 한 모금 맛보곤 웃었다.
“맛 좋군. 식량 창고를 모두 턴 모양이야.”
“그가 비축해 둔 식재료의 반의반만 사용했는데도 근방의 고양이들과 늑대 기사들을 모두 먹일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슈카가 씁쓸한 목소리로 대신 답했다.
제리안이 넉넉한 식량을 확보해 놓고도 풀지 않은 탓에 구름처럼 몰려들어 사방에 깔린 고양이들은 대부분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저 멀리서 고양이의 모습으로 살랑거리는 그리드울프의 막내딸만 빼고.
네로는 어디선가 구해 온 캣닢에 취해 마구 야옹춤을 추는 솜뭉치를 보며 픽 웃었다.
“제리안이 사라지니 이런 모습도 보는군. 늑대들은 앞으로 고양이 영토에 계속 주둔할 생각인가?”
“그런 일을 했다간 거부감만 살 테지. 당분간 밤고양이들이 주변의 치안을 맡아 주었으면 하는데.”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고 움직이는 것을 선호하는 네로에겐 분명 귀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팔짱을 끼며 답했다.
“저 아이가 원한다면.”
“그럼 부탁하지. 당분간의 보급은 잿빛 썰매 상단과 웰시 상단이 맡을 테니까.”
“그래.”
네로는 어느샌가 은은한 눈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자칼, 그동안 내 손녀를 잘 길러 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
“내겐 당신이 키티의 친할머니라는 걸 숨기지 않는 건가?”
“어차피 자네 정보력이라면 알아내고도 남을 테니.”
네로는 여유롭게 캣닢 칵테일을 마저 마셨다. 그러나 자칼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은 후였다.
“네로. 앞으로도 내가 맡아 잘 기르지.”
“…….”
네로는 칵테일 안에 들어 있던 올리브를 씹으며 자칼을 바라보았다.
이제 와 키티에게 할머니 행세를 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자칼의 단호한 말투는 어쩐지 거슬리는 감이 있었다.
“자칼. 임시 입양 기간이 끝나면 키티가 고양이 영토에 머무르길 택할 수도 있어.”
“그리드울프를 두고 그러진 않겠지.”
“하지만 저길 좀 봐.”
키티는 비슷한 몸집을 가진 고양이들과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자칼은 초조해져 괜히 내세우기 시작했다.
“그리드울프에는 캣닢이 아주 많지.”
“표범들을 막기 위한 걸로 아는데.”
“겨울이 되면 함박눈이 내려 키티가 마음껏 눈야옹이를 만들 수도 있고.”
“여긴 눈으로 만든 고양이들이 아닌 진짜 고양이들이 있어.”
하슈카는 목소리를 가다듬은 다음 슬쩍 끼어들었다.
“아가씨가 상단의 일원이 된다면 언제든 원하는 곳으로 떠나실 수 있겠지요. 물론 관리직으로 스카웃할 예정이니 힘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자 자칼과 네로의 눈빛에 불길이 일었다.
하슈카는 상인의 예리한 직감을 뒤늦게 발휘하곤 슬쩍 뒤로 물러났다.
아무래도 키티를 차지하기 위한 둘의 신경전은 꽤 오랜 시간 지속될 것 같았다.
* * *
“으음…….”
호위들을 제외한 모두가 잠든 깊은 새벽, 키티는 홀로 깨어났다.
고양이 친구들 사이에 파묻혀 잠들어서인지, 익숙하고 포근한 엄마의 품에 안겨 웃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허해 산책이라도 가려던 그녀는 제 옆에 놓인 길쭉한 무언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게 뭐……! 앗, 내 꼬리구나.’
살랑―
안심한 키티는 네 개의 말랑발로 살금살금 걸어 테라스 끝단으로 향했다.
늑대 경비들이 흰 털을 솔솔 날리는 막내 아가씨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가씨, 늦은 밤에 위험합니다.”
“여기서 아래 풍경만 구경하다 들어갈게요.”
펑!
키티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다음 담벼락에 기댔다. 달이 밝은 밤이라 식량 창고의 아래쪽 숲이 훤히 드러났다.
‘제리안의 명을 받은 고양이 수인들이 나랑 엄마를 이쯤에서 내던졌었지.’
한참 자라 이곳에 다시 오니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는 엄마가 다치지 않도록 내 몸으로 감싸 줄 수 있을 만큼 자랐는데.
제리안이 엄마랑 꼬물이들을 내던져도 마력으로 받아 줄 수 있는데.
“…….”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키티는 눈을 깜빡거려 눈물을 날려 보낸 다음, 시선을 느릿이 옮겨 자신이 엄마를 어디쯤 묻었는지 헤아려 보았다.
그런데.
‘어? 왜 저기에…….’
그녀의 시선 끝에 흰 꽃다발을 들고 있는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