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06)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06화(106/153)
<106화>
키티의 입술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이든은 젤리처럼 탐스러운 그곳을 곧장 집어삼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엔 키티의 반응이 너무나도 순진했다.
곧 잡아먹힐 것처럼 굳게 닫힌 채 파르르 떨리는 속눈썹이나 바짝 굳은 몸은 어린 시절 그녀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이, 이든 님. 분이 풀리실 때까지 저를 마구 깨무셔도 조아요.”
“…….”
“어, 어디든 마음껏!”
이든은 그때 받은 허락을 충동적으로 날려 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뽀뽀 정도는 괜찮다며 도발하는 고양이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든은 그녀의 입술을 집어삼키고 싶다는 충동을 꾹 억누르곤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어른 대 거의 어른의 스킨십을 기대하고 있던 키티는 한껏 실망했다. 풍선도 아닌데 온몸에서 바람이 푸우우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때, 이든이 이를 살짝 세워 복숭앗빛으로 익은 뺨을 살짝 깨물었다.
말랑―
“……!”
순간 키티는 온몸의 털이 바짝 서는 느낌을 받았다. 생경한 감각에 귀와 꼬리가 펑 튀어나와 쭈뼛거렸다.
어린 시절, 늑대의 모습을 한 테오와 데온이 고양이 모습인 저를 옮겨 줄 때 목덜미를 살짝 물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이든이 이대로 자신을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 무섭고 겁이 났지만 피하긴 싫었다.
오히려 방금 느꼈던 짜릿함을 한 번 더 겪어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키티는 어느샌가 가슴 앞에 꼭 모아쥐고 있던 손을 바르르 떨며 슬쩍 반대쪽 뺨을 권했다.
한 번의 입맞춤으로 아까보다 더 발그스름하게 달아 있는 뺨을 보며 이든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
이대로 움츠러들어 있는 키티의 어깨를 뒤편의 나무까지 밀어붙인 다음 그녀가 권한 뺨부터 찬찬히 제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붉은 흔적들을 잔뜩 남긴다면 그 누구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할 텐데.
“큼, 큼.”
그가 욕망으로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키티를 찬찬히 훑어볼 즈음 누군가가 헛기침했다.
키티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그곳엔 캐서린을 선두로 한 이든의 부대원들이 있었다.
“이든 님, 거기서 멈추지 않으면 저희 모두 자칼 님께 찢어발겨질 거예요.”
“…….”
이든은 키티의 어깨를 쥐고 있던 손에서 스르륵 힘을 뺐다. 그녀가 저지하지 않았다면 위험할 뻔했다.
고개를 숙이자 삶은 문어처럼 익어 버린 키티의 얼굴이 보였다. 이 순진한 야옹이는 고작 입맞춤을 남에게 보였을 뿐인데도 석상처럼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그 모습이 또 귀여워 픽 웃음이 났다.
이든은 키티가 진정할 수 있도록 머리카락을 찬찬히 정리해 주었다. 툭 하면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던 어린 키티를 진정시킬 때도 이렇게 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손길을 기억하는지 키티의 붉어진 뺨이 차츰 가라앉았다.
캐서린은 그 친밀한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왜 이든이 고양이 아가씨에게 껌뻑 죽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미래의 위비스 안주인에게 먼저 깍듯한 예를 갖추기로 했다.
“키티아 아가씨,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합니다. 저는 캐서린 위비스입니다. 호그우드 님께서 제 숙부시죠.”
“앗.”
미소를 머금은 캐서린의 얼굴을 마주하자 키티는 미안함을 느꼈다. 순간이지만 그녀가 이든과 특별한 사이라고 오해해 속으로 몰래 미워하고 있었다.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면서 이든과 같이 있는 모습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부루퉁해진 것이다.
“캐서린, 오해해서 미안해요.”
키티는 시무룩해져 사과했다. 늑대만큼이나 쫑긋한 그녀의 고양이 귀가 함께 추욱 늘어졌다.
캐서린은 귀여움에 발을 동동 구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이든이 가만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러지 못했다.
“아니에요, 아가씨.”
다만 사심을 조금 담아 손을 내밀 뿐.
키티는 캐서린의 손을 꼭 잡고 사과의 악수를 나누었다.
말랑―
캐서린은 단번에 키티가 더욱 좋아졌다. 정말이지 말랑손이라는 별명이 꼭 어울리는 아가씨가 아닌가.
“제 불찰이었는걸요. 이든 님께서 아가씨의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알아보라고 하셨는데, 조사가 늦어져 밤에 보고드릴 수밖에 없었답니다.”
“이든 님, 제 친구들에게 뇌물을 주셨나요?”
키티가 시선을 옮겨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든은 슬쩍 눈동자를 피했다.
“……너한테 잘 보이고 싶으니까.”
“…….”
분위기가 다시 걷잡을 수 없이 말랑말랑해졌다. 밝은 달을 가리고 있던 구름이 자리를 비켜 주어 약간 달아오른 그의 뺨을 비췄다.
홍조가 오른 이든의 얼굴이라니.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키티는 그의 마음 한구석에 자신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이만 갈게, 키티.”
다시 구름이 달빛을 가릴 즈음 이든이 말했다. 키티도 그가 이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것을 이해했다.
“건강히 돌아오셔야 해요, 이든 님.”
“너도 건강하고.”
이든다운 담백한 인사였다.
키티는 캐서린과도 인사를 나눈 다음 점점 멀어지는 검은 늑대들을 향해 말랑손을 흔들어 주었다.
일 분이나 지났을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우직하게 떠나던 이든이 성큼성큼 되돌아왔다.
그는 지난번 발코니에서처럼 코트 자락으로 그녀를 품어 안았다. 그의 체취가 그녀의 전신에 짙게 묻어났다.
이든은 키티를 터트릴 것처럼 꼭 끌어안았다가 놓아주며 속삭였다.
“다음에 만날 땐 이든이라고 불러.”
“…….”
키티는 그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폴짝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혀야만 했다.
슬쩍 옆을 바라보자 씨가 다 날아가 버리고 줄기만 남은 민들레 꽃다발이 보였다.
봉분도 묘비도 없었으나 그 아래는 분명 제 손으로 엄마와 꼬물이들을 묻은 곳이었다.
키티는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그 옆에 조심스레 쪼그려 앉았다.
엄마와 동생들이 하늘나라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다시금 낯이 뜨거워졌다.
키티는 무덤을 뒤덮은 잡초를 뽑으며 비밀을 고백하듯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방금 사라진 늑대는 이든 위비스예요. 까칠하지만 상냥한 늑대고, 방금까지는 제 선생님이었어요.”
당연히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하지만 키티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스스로를 향한 질문이 고개를 들었다.
“앞으로는 아마 제…….”
“키티.”
“힉!”
키티는 소리가 들린 곳으로 홱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철렁한 얼굴의 자칼이 서 있었다. 자다 깬 상태일 텐데도 그의 눈빛은 흉흉하기 짝이 없었다.
그 무서운 시선은 이든이 사라진 방향으로 향했다. 당장이라도 추격대를 꾸려 이든을 잡아 와 카펫으로 만들어 버릴 기세였다.
“키티. 이든과 같이 있었나?”
“…….”
이든이 내 뺨을 깨물었다고 하면 자칼 님은 그대로 늑대로 변해 뛰어가시겠지. 키티는 이든과 캐서린을 살려 보내기 위해 동물 모습으로 변했다.
펑―!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고양이가 나타나자 자칼의 분노가 조금 누그러졌다. 키티는 그의 구두 위에 쪼그려 앉았다.
“하암― 자칼 님, 졸려요.”
“키티, 이든이 네게 이상한 짓을 한 건 아니겠지.”
“아뇨오! 이든 님은 엄마랑 꼬물이들의 무덤에 꽃을 가져다주셨을 뿐이에요. 그다음엔 이전에 선물해 주신 시계 이야기를 하다 돌아가셨어요.”
키티를 번쩍 들어 올려 품에 안은 자칼은 시계 이야기에 다시금 눈살을 찌푸렸다.
“시계? 설마 위비스의 문장이 들어간 회중시계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앗.”
거짓말을 잘하지 못하는 키티가 눈을 끔뻑이자 자칼은 더욱 망연자실해졌다.
그는 호그우드가 청혼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본 덕에 그 시계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위비스의 안주인들에게만 대물림되는 시계를 내 딸에게 줬다고.’
게다가 무덤에 헌화라니.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무덤의 위치를 아는 키티와 함께 국화를 들고 찾아가려던 자칼이었다.
그런데 이든은 키티가 몇 번 이야기하지도 않은 무덤의 위치를 기억하고 늦은 밤에 헌화하러 온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그가 고른 꽃은 딸을 닮은 민들레.
같은 수컷 늑대인 자칼은 이든이 무슨 의도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그의 표정이 점점 좋지 않아졌다. 키티는 하는 수 없이 작은 동물 필살의 생존 전략을 사용하기로 했다.
“하암― 자칼 님은 아주 친절하고 강한 늑대니까 절 따뜻한 식량 창고 안으로 데려가 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잘못 생각했군. 난 내 딸을 건드리는 수컷 놈에게는…….”
“아빠.”
“…….”
말랑―
키티는 동요를 틈타 자칼의 단단한 팔을 꾹꾹 눌렀다. 앙증맞은 분홍 젤리가 뭉개질 때마다 자칼의 분노가 10퍼센트씩 누그러졌다.
“털 빗겨 줄까? 제리안이 뜯지도 않은 야옹빗을 잔뜩 숨겨 뒀던데.”
“앗, 좋아요.”
키티는 고롱고롱 소리를 내며 몸을 더 동그랗게 말았다.
* * *
다음 날 아침. 나는 눈을 뜨자마자 쭉쭉 체조를 두 번씩 했다.
“하…… 너 진짜 언제 다 클래.”
다음엔 이든이 그런 질문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미리 자라 둘 생각이었다.
내가 푹 쉴 수 있도록 늑대의 모습으로 품어 준 자칼 님은 쭉쭉 늘어나는 날 보더니, 사람으로 변해 분홍 코를 톡 건드렸다.
“키티.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지?”
“음…… 오늘은 늠름하게 보이고 싶으니까요.”
내가 어른이 되면 이든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서 이러는 거라고 답했다간 자칼 님이 당장 중앙 연무장으로 찾아가시겠지.
한쪽 눈을 찡긋 감자 자칼 님이 픽 웃었다.
“키티. 오늘 오후 즈음 고양이 영토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떠날 예정이다.”
미리 들어 알고 있던 일정이었지만 재회한 친구들이나 친척인 네로와 다시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하지만 그리드울프 저택엔 카리스 님이 혼자 계시겠지. 테오와 데온도 없으니 무척 적적하실 것이다.
‘얼른 돌아가서 카리스 님께 화살이 보인다는 이야기를 해 드려야지.’
기특하다고 칭찬해 주실 것을 생각하니 벌써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얼른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고양이 영토를 떠나기 전, 들르고 싶은 곳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칼 님, 그럼 잠시 제가 살던 집에 다녀와도 될까요?”
그곳엔 엄마가 깊숙이 숨겨 둔 물건이 남아 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