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10)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10화(110/153)
<110화>
일행이 그리드울프 저택에 도착한 건 제법 늦은 시간이었다.
“카리스 님!”
나는 마중을 나온 카리스 님을 발견하자마자 고양이로 변해 폴짝 튀어 올랐다.
“어머, 아가.”
카리스 님은 스프링처럼 튕겨 오르는 나를 받아 안고 입을 맞춰 주셨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득 내가 있으면 카리스 님이 편히 쉬더라는 오라버니들의 말이 떠올랐다.
나는 보드라운 얼굴 털을 비비적대며 애교를 부렸다.
“카리스 님…… 하암.”
“아가, 피곤하니?”
“조금요. 하지만 카리스 님이 더 피곤해 보이세요.”
카리스 님은 자신을 쉬게 하려는 내 마음을 들여다본 듯 볼을 콕 찔렀다.
“네가 왔으니 오늘 밤은 귀여운 꿈을 꾸며 편히 잘 수 있겠지. 걱정해 줘서 고맙구나.”
자칼 님과 카리스 님은 수고한 늑대 기사님들을 이끌고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곳엔 푸짐한 음식과 가지각색의 술이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져 있었다.
카리스 님의 품에 안겨 있던 난 다시 사람 모습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키티. 피곤하면 먼저 들어가도 괜찮다.”
자칼 님이 내 잔에 우유를 따라 주며 말했다.
“아니에요. 작전을 마치고 돌아온 기사들을 배불리 먹고 마시게 하는 것만큼 사기 증진에 좋은 건 없잖아요. 저도 자리를 지키고 싶어요.”
“그런 건 어디서 배웠지?”
“이든 님께요.”
“…….”
뿌듯함에 젖어 날 바라보던 자칼 님의 얼굴이 단번에 굳어 버렸다.
“키티. 음식이 눈앞에 있을 때 다른 생각을 하는 건 좋지 않다.”
황금빛 눈동자가 ‘이든 생각은 그만하도록.’ 하고 지엄하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자칼 님은 이든을 정말 좋아하지 않으시나 봐.
평소라면 어깨를 으쓱하고 넘겼을 텐데 걸리는 것이 있었다.
‘혹시 그날 우릴 보신 건 아니겠지?’
늑대 기사들이 내가 뭘 하는지 보지 못하도록 나무 사이에 잘 숨었는데.
만약 이든이 내게 뽀 한 다음 뺨을 살짝 깨문 걸 보셨다면 자칼 님은 경기를 일으키실 게 분명했다.
‘나도 같이 내쫓으실지도.’
나는 자칼 님이 뭔가 질문하는 일이 없길 바라며 얌전히 연어 포를 오물거렸다.
기사들은 먹고 마시며 점점 떠들썩해졌다. 다소 풀어진 목소리 사이로 내 이름이 들려왔다.
“아가씨 덕에 밤고양이의 수장도 우릴 돕기로 했다니까.”
“하슈카, 그 사람도 말랑손에 홀딱 넘어간 것 같던데.”
카리스 님이 들려오는 이야기에 흥미를 보였다. 나는 자칼 님이 작게 썰어 준 연어 스테이크를 오물거리며 고양이 영토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해 드렸다.
밤고양이들의 수장인 네로 님이 사실 내 친척이었던 것. 야옹산의 동굴에서 도주하던 제리안을 만난 것.
“그리고 이건 엄마의 유품이에요.”
나는 목에 건 푸른 목걸이를 카리스 님께도 보여 드렸다.
“이걸 얻은 후부터 그리드울프의 활을 쥐면 화살이 보여요. 내일부터 활쏘기 연습을 할 생각이에요.”
엄마가 여신님의 선택을 받은 고양이라고 말할 땐 나도 모르게 자부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어렸을 때, 그리드울프 가족들 앞에서 엄마가 도둑질을 했다는 말을 할 땐 가슴이 미어지는 줄 알았는데.
뒤늦게라도 그녀가 얼마나 대단하고 멋진 고양이 수인인지 말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고양이 영토에서 많은 일이 있었구나, 아가.”
“네. 제리안을 활로 한 대 후려칠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나는 늑대처럼 씩씩하게 말한 다음, 품에서 엄마의 편지를 꺼냈다.
“하지만 엄마가 도와주셔서 제리안에게 복수할 다른 방법을 찾은 것 같…… 카리스 님?”
카리스 님은 조금 놀란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키티, 방금 뭐라고…….”
“네?”
“아, 미안하구나. 네 어머니를 말한 거였지?”
카리스 님은 내가 말한 ‘엄마’라는 단어에 반응하신 것 같았다. 눈이 동그래지긴 했지만 부담스럽다거나 하는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칼 님처럼 늑대 귀가 쫑긋하게 튀어나온다거나 하는 반응은 아니었다.
‘실수로라도 엄마라고 부르면 듣기 힘들어하실 줄 알았는데.’
그렇다고 대답한 나는 이 주제를 애써 넘기곤 하던 말을 이어서 했다. 자칼 님과 카리스 님께만 들릴 만한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아시다시피 제리안이 권력을 잡은 건 표범들이 고양이 영토에 쳐들어 왔을 때 대피 행렬을 지휘했기 때문이에요.”
“그렇지.”
“그런데, 엄마의 편지를 보니 제리안이 표범들과 짜고 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곤소곤 말하자 카리스 님은 물론, 편지 내용을 알고 계시던 자칼 님도 표정을 굳혔다.
“그러고 보니 델타 세력이 제리안과 손잡은 게 어느 시점부터인지 명확하게 알아낼 수 없었어. 일부러 숨겼다는 느낌을 받긴 했는데…….”
“권력을 잡기 위해 동족 모두를 위험에 내모는 건 끔찍한 일이지만, 그 야비한 놈에겐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지.”
내가 생각하기에도 제리안은 그러고도 남을 놈이었다.
“그 가정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데 어딜 조사해야 할까요?”
“우선 고양이 영토에 남은 늑대 기사들에게 식량 창고를 다시 한번 뒤져 보라고 말하마.”
“뭔가가 나온다면 좋겠지만 식량 창고에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제리안이 표범들과 협상한 건 식량 창고로 이주해 오기 전일 테니까요.”
서류로 남겨 두었을지도 의문이었다.
그날의 일이 모두 조작이라면 표범들의 입장에서도 들키고 싶지 않아 할 텐데.
광기에 사로잡혀 사리 분별이 불가능해진 동료 표범들을 고양이 영토로 보낸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질타를 받을 것이다.
‘그날 다치거나 죽은 표범들도 꽤 있을 테니까.’
일단 광기에 사로잡히면 몸동작이 크고 거칠어지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어딘가에 부딪히기 쉬웠다.
조작이 사실이라면 제리안과 델타 쪽 모두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호그우드가 표범 인질을 꽤 잡은 것 같던데. 그들에게 아는 게 있나 떠보라고 서신을 보내마.”
“표범들이 순순히 대답해 줄까요?”
카리스 님은 어딘가 설벌한 웃음을 머금었다.
“하게 만들 거란다. 걱정하지 마렴, 아가.”
“…….”
나는 더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좋은 건 제리안이나 고위 표범을 잡아다가 자백을 받는 것일 텐데.
‘그럼 제리안이 모두를 구한 영웅이라며 빠져 있던 고양이들도 정신을 차리겠지.’
어느 쪽이든 단숨에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 * *
“아가씨, 전투복은 이쪽에 준비해 두었어요.”
다음 날 아침. 바니엘이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깨웠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는 여전히 활기 넘치는 토끼였다.
나는 예쁜 꽃이 동동 띄워진 세숫물에 얼굴을 씻은 다음 연무장으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내가 벨트에 단검을 차는 동안 바니엘이 부츠 끈을 묶어 주며 슬쩍 물었다.
“아가씨. 이든 님이 지원 부대의 대장으로 가셨다면서요?”
“앗.”
“만나셨나요?”
“응. 하지만 정말로 별일 없었어. 내가 조금 오해를 했을 뿐이고 잘 풀렸는걸?”
“어머.”
바니엘은 부츠 끈을 짱짱하게 잡아당기며 날 올려다보았다.
내 말에 놀랐는지 보송보송한 갈색 털로 덮인 그녀의 토끼 귀가 펑 튀어나왔다.
“어떤 오해를 하셨는지, 어쩌다 잘 풀리셨는지 정말 궁금한걸요.”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활을 챙겼다. 가까이 다가오던 이든을 떠올리자 얼굴이 후끈거렸기 때문이었다.
“제가 생각하는 그게 맞나요?”
“그런 거 아냐!”
“아직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씀 안 드렸답니다.”
“바니엘, 귀로 다 말하고 있잖아!”
바니엘은 기다란 토끼 귀를 살짝 말아 하트 모양을 만든 다음 은근한 목소리로 묻고 있었다.
고양이인 나도 그 물음이 스킨십에 대한 물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 나 다녀올게.”
“네, 아가씨. 이든 님께 편지가…….”
“왔어?”
“아뇨. 온다면 전달해드릴게요.”
푸스스 웃는 걸 보니 바니엘은 날 놀리는 게 분명했다. 나는 화끈거리는 볼을 말랑손으로 식히며 방을 나섰다.
“갈까, 아가씨.”
약간 피곤해 보이는 클리드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엉망으로 잠긴 그의 셔츠 단추를 보다 물었다.
“클리드. 어제 과음했어? 설마 자칼 님이랑 늑대 기사님들이 따라 주던 술을 다 마신 거야?”
“절대 아니지. 음주는 눈치껏 했어.”
하긴. 내가 여우 눈치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
“잠을 못 잔 건 일 때문에. 새로 구해 온 여우 수인 셋이 얼른 보고서를 쓰고 싶어 했거든.”
“보고서? 아직 몸도 성치 않을 텐데.”
“내 말이. 누가 원로회 출신들 아니랄까 봐 내 말은 듣지도 않아. 제리안이 저지른 파렴치한 일들을 한시라도 빨리 알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몸이 먼저인데. 잠깐 가서 안부를 물어도 될까?”
대화를 나누는 사이 어느덧 연무장이었다. 나는 클리드와 함께 새로이 구출된 여우 수인들이 머무는 방으로 향했다.
똑똑똑―
“클리드 폭스타인이야. 아가씨랑 같이 들어갈게.”
클리드가 재빨리 말하곤 문을 열었다. 세 개의 병실 침대 위에 여우들이 한 마리씩 놓여 있었다.
‘며칠 사이에 엄청 풍성해졌구나.’
내가 폭신폭신한 여우 털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클리드는 성큼성큼 다가가 여우 하나를 옆으로 굴렸다.
그러자 여우의 배에 깔려 있던 방대한 서류가 나타났다.
“셋 다 정말…… 보고서는 나중에 쓰고 쉬라니까.”
클리드가 한숨을 섞어 말하자 자는 척을 하고 있던 여우들이 머쓱해하며 다시 사람으로 변했다.
‘이 여우들, 정말 말을 안 듣는구나.’
내키는 일이 아니라면 뺀질뺀질 요령을 피우는 건 클리드뿐인 줄 알았는데.
“클리드의 말대로 조금 쉬셔야겠어요, 모두.”
내가 말하자 여우 수인 하나가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다가와 양손을 꼭 모으고 사정했다.
얼마나 집필에 몰두한 것인지 굳은살이 온통 잉크로 얼룩덜룩했다.
“아가씨,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가주님께선 저희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셔서요.”
그들의 얼굴엔 죄책감과 근심이 가득했다. 표정을 보니 내게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