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14)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14화(114/153)
<114화>
이틀 후의 이른 아침.
그리드울프 저택의 연무장에 무장한 여우 수인들이 가득했다. 가장 앞에 선 클리드는 자칼 님처럼 가주의 격식을 갖추고 있었다.
‘이젠 정말 폭스타인 가주구나.’
모두의 앞에 선 그의 모습은 가주라는 명성에 걸맞게 늠름했다. 자칼 님과 가주 대 가주로서 악수할 땐 내가 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클리드 폭스타인. 건투를 빌지.”
“동맹에 영광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카리스 님도 클리드와 악수를 나눈 다음 등을 토닥여 주었다. 점점 클리드가 떠난다는 게 현실로 다가와 코끝이 찡했다.
‘안 돼, 오늘도 울면 난 진짜 울보야.’
나는 말랑손을 꼭 말아쥐고 참았다.
“아가씨, 그럼 난 표범들 쪽으로 가 볼게. 조만간 다시 봐.”
클리드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꼭 끌어안았다. 자칼 님이 ‘그만하지.’ 하고 끊어 내지 않았더라면 계속 그렇게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리드울프 저택에 들어섰을 때부터 계속 함께했던 친구가 떠난다는 게 믿기지 않아 클리드를 먼저 놓지 못했으니까.
‘클리드는 드디어 표범들을 상대하러 가는구나.’
표범들에게 공격당해 여우 수인들이 뿔뿔이 흩어진 이후부터 줄곧 목표하던 거겠지.
클리드에게도, 표범들을 적으로 돌린 모두에게도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이 허했다.
여우 수인들은 호그우드 님을 따라 출격하던 늑대들처럼 눈을 번뜩였다. 이때만을 기다리고 있던 자들도 상당했을 것이다.
‘다들 다치지 않고 무사했으면 좋겠다.’
불가능한 바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기도하게 되었다.
팟―
클리드가 가볍게 손끝을 움직이자 기다란 지팡이가 나왔다. 폭스타인 가문의 문장이 박힌 망토도 함께였다.
이든의 수업 때 교재에서나 봤지, 이제껏 직접 본 적은 없던 것들이었다.
‘저 지팡이가 가주의 상징이라 지금까지 꺼내지 않았나 보구나.’
망토에 새겨진 문장은 클리드가 쥐고 있는 지팡이를 바탕으로 만든 게 분명했다.
“잘 어울려, 클리드.”
“이날을 위해 아껴 뒀지. 이건 이 안에 가지고 있을게.”
클리드가 망토를 살짝 걷어 내자 내가 만들어 준 여우 꼬리 모형이 걸려 있었다.
……지금 보니 여우 꼬리라기보단 짤막한 당근에 가까워 보이지만, 클리드가 좋아해 주는 것 같으니 말하지 않기로 했다.
“클리드.”
나는 가까이 가 작은 여우 꼬리 모형을 손에 쥐고 말랑 손수건을 만들 때처럼 마력을 불어넣었다.
상당한 양의 마력이 모형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아가씨, 무리하는 거 아냐? 어제도 늦게까지 훈련했잖아.”
“무리하는 거 맞아. 큰 힘은 아니지만 네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써 줘.”
특별한 힘이니 분명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을 덧붙이자 클리드가 싱긋 웃었다.
“고마워, 아가씨. 꼭 그렇게 할게.”
언제나처럼 맑고 다정한 미소였다.
* * *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엘리엇 경.”
나는 꾸벅 인사하고 활을 챙겼다. 그리드울프의 활로 화살을 만들어 쏘는 속도는 이전보다 빨라졌지만 실전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여신님이 이렇게 느리게 쏘셨을 리가 없는데.’
우울해져 캣닢 밭으로 잠시 산책을 다녀와야 하나 생각할 즈음, 의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 무슨 일 있니?”
“앗, 카리스 님!”
집무실에 계실 시간인데 연무장에 나타나 주시다니. 아침을 같이 먹긴 했지만 반가워 꼬리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활 쏘는 모습이 아주 의젓하던걸?”
“정말요?”
카리스 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머리를 쓸어 주었다. 당장 고양이 모습으로 돌아가 품에 폭 안기고 싶을 만큼 나른한 손길이었다.
“네가 좋아할 만한 소식이 두 개나 도착해서 전해 주러 왔단다.”
“직접 여기까지 와 주신 거예요?”
“그럼. 클리드가 떠나서 우울해했잖니?”
카리스 님과 나는 느긋하게 저택 쪽으로 이동하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카트리나가 서신을 보냈단다. 널 포함한 사신단을 보내 주었으면 한다더구나.”
“신년제 때 말씀하신 시기보다 훨씬 빠르네요. 표범들 때문일까요?”
델타가 시그마를 곰 영토 쪽으로 빼돌렸다는 이야기는 나도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
보수적인 곰 수인들이라면 도움을 청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먼저 연락을 주어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카트리나 님이 동맹으로 생각해 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상황을 얼버무리지 않고 정확히 설명해 조금 놀랐단다. 시그마가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는 걸 숨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확실히 표범들이 곰 수인들을 노리기 시작했으니 도와달라는 말은 거절의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도 돕는 게 동맹이니까.’
클리드에 이어 카트리나까지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했다.
“제가 가진 힘은 분명 표범들을 상대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하지만 그 위험한 곳에 널 혼자 보낼 수는 없지.”
카리스 님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양쪽에서 무언가 커다란 것들이 튀어 나왔다.
“키티!”
“말랑손!”
“오라버니들?!”
테오가 먼저 나를 번쩍 안아 올렸다. 어째서인지 둘은 마지막에 보았을 때보다 훨씬 커진 것 같았다.
“우리 키티는 아직도 조그맣네!”
“품에 쏙 안기는 것 좀 봐.”
데온이 테오에게서 나를 넘겨받아 아이를 어르듯 흔들었다.
“저는 이게 다 큰 거라구요? 고양이치고 꽤 큰 편이에요!”
“알아, 알지.”
“두 분은 뭘 드시고 이렇게 튼튼해지신 거예요?”
“오라버니들은 원래 이렇게 튼튼했어.”
능청스러운 말을 들은 카리스 님이 픽 웃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라버니들은 나를 번갈아 안으며 마구 흔들었다.
“키티, 오라버니들에게 잊은 말 없어?”
테오가 물었다. 나는 새침한 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보고 싶었어요.”
순간 둘의 늑대 귀가 쫑긋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 봐도 늑대라기보다는 강아지 같은 모습이었다.
카리스 님은 후후 웃으며 뒤로 물러나셨다.
“나는 집무실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으니 이따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하자꾸나.”
“네, 어머니.”
테오와 데온은 카리스 님과 자칼 님께 먼저 인사를 드린 다음, 내 훈련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놀래켜 준 것 같았다.
한참 동안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저택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란히 앉아 간식을 먹으니 꼭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일찍 돌아와 주셔서 기뻐요. 이제 완전히 졸업하신 건가요?”
“아니, 우린 이든 같은 괴물이 아냐. 곰 영토에 무사히 다녀와야 졸업 조건이 채워진다고.”
하지만 나는 이든이라는 두 글자에 반응해 버리고 말았다. 테오와 데온은 그 기미를 포착하곤 묘한 얼굴을 했다.
내가 이든을 의식하고 있는 게 낯설고 신기한 모양이다.
둘은 잠시간 눈을 마주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쌍둥이는 이럴 때마다 죽이 척척 맞는단 말이지.
이내 날 놀리고 이든을 골탕 먹이기로 작정했는지 테오가 입을 열었다.
“키티, 이든이 신년제 때 무단 외출을 감행했다가 어떤 벌을 받았는지 이야기해 줄까?”
앗, 이건 계속 궁금해했던 이야기인데.
“정말 토끼 뜀 예순 바퀴였나요?”
“예순 바퀴? 어디서 그런 소문을 들은 거야?”
“휴, 다행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예순 바퀴는 너무 많…….”
“백 바퀴였을걸. 토끼 뜀으로 예순 바퀴에 서른 바퀴는 그냥 달리기로.”
“…….”
나는 물고 있던 쿠키를 툭 떨어트렸다.
이든은 그런 무시무시한 벌을 받아 놓고 야옹강 상류까지 날 만나러 와 준 거였구나.
그가 걱정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기분이었다.
“안 돼, 키티. 오라버니들을 앞에 두고 외간 남자라니.”
“말랑손, 어렸을 땐 이든을 그렇게 무서워했으면서…….”
물론 두 오라버니들은 날 가만히 두지 않았지만.
테오는 양 뺨을 식히는 나를 바라보다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위비스의 인장이 들어간 편지지가 단번에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든 님이 제게 편지를 써 주셨나요?”
“응. 오라버니들에게 편지 배달비 줄 거지? 24 말랑이야.”
“…….”
데온의 속셈이 뻔히 보였다.
나는 얼른 고양이로 변한 다음 둘에게 말랑손을 한쪽씩 내밀었다.
“우리 민들레가 더 풍성해졌네.”
“야옹빗이 정말 좋긴 좋은가 봐.”
말랑―
둘은 내 분홍 젤리를 정확히 스물네 번 꾹꾹 눌렀다.
“말랑손, 팁은?”
“네 번 더 누르게 해 드릴게요.”
“후한데?”
말랑―
둘은 아주 행복해져 내게 편지를 내밀었다. 나는 재빨리 사람으로 돌아와 편지를 뜯었다.
위비스의 인장이 고양이 손톱에 단번에 뜯겨 나갔고, 유려한 이든의 필체가 나타났다.
[금방 보러 갈게.]고작 여섯 글자를 보는 것뿐인데 온몸이 펑 터져 버릴 것 같았다. 귀와 꼬리가 튀어나오는 순간 놀림거리가 될 것이 분명해 꾹 참았다.
“키티, 귀가 한쪽만 튀어나왔어.”
“앗.”
“거기 말고 오른쪽.”
둘은 킥킥 웃으며 편지를 돌려보았다.
“이든답네. 우리가 돌려 볼 걸 예상한 거겠지?”
“그 녀석도 참. 길게 좀 쓰지. 이상한 말을 써 놨다간 찢어 버렸을 테지만…….”
“오라버니들, 늑대 집착 하시는 거예요?”
“으응? 그럴 리가.”
“여동생이 걱정되니까 그렇지.”
둘은 언제나처럼 나란히 부정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혹시나 숨겨진 글자가 있는지 햇빛에 편지를 비춰 보면서.
“키티, 곰의 영토는 만만한 곳이 아냐.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시그마가 그곳으로 향했어.”
“아마 성유물을 노리는 거겠지. 워낙 추운 곳이라 가만히 있기도 힘들어. 아주 두꺼운 옷을 입어야 한다고.”
“옷?”
“응. 아주 귀엽고 따뜻할 거야.”
“어머니가 직접 디자인하셨거든.”
분명 어려운 점을 말하고 있는데 둘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주 두꺼운 옷이라. 나는 불길함을 느끼며 물었다.
“저, 오라버니들. 자칼 님 머리카락은 괜찮은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