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16)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16화(116/153)
<116화>
“이든, 협조해 주지 않으면 우리 키티 얼굴은 못 볼 줄 알아.”
데온이 까탈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든은 움찔하는 대신 여유롭게 받아쳤다.
“너희, 이번 일이 잘 안 풀리면 중앙 연무장으로 돌아간다는 건 알고 있지?”
“…….”
테오와 데온은 그 한마디에 이든 찬스를 쓰지 못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휴일에도 딱딱한 침대에서 보내야겠지.’
‘벽난로에 마시멜로를 구워 먹는 호사도 못 누릴 거고.’
아무래도 연무장에서 편한 생활을 하려면 위비스 가주이며 늑대들의 공동 서열 1위인 그가 필요했다.
늑대의 삶이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법. 둘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두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마쳤다.
“그래. 얼굴은 뭐…… 대신 장갑을 물어서 벗거나 셔츠 단추를 풀지 않겠다고 약속해.”
“그러지.”
“좋아. 이든, 그리드울프 저택에 온 걸 환영해. 자주 보긴 했지만.”
“어머니랑 아버지는 지금 회의 중이셔. 이따 저녁 식사 때 뵐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이든은 그리드울프 형제의 한 박자 늦은 환대를 받고도 무언가를 기다리듯 꿈쩍하지 않았다.
테오와 데온은 그가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 말랑손은 지금 연무장에서 훈련 중이야.”
“맞아. 목걸이를 얻은 다음부턴 화살 쏘는 걸 연습하느라 아주 바쁘거든.”
두 늑대는 키티가 얼마나 훈련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지 한 시간도 넘게 설파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키티가 오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든은 둘의 시간 끌기 작전에 어울려 줄 생각이 없었다.
“그럼 피로하니 가서 쉴게.”
“……피로하다고?”
“응.”
이든은 전혀 피곤하지 않은 얼굴로 그렇게 답하곤 저택 내의 서재로 향했다. 어린 키티와의 추억이 담긴 장소였다.
그는 서재 안에 다른 이들이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뒤 품에 손을 넣었다. 각 잡힌 편지 한 통이 들려 나왔다.
[키티에게.]이든은 오탈자가 없는지 다시 점검하곤 서가를 훑어보았다. 어느 책에 편지를 숨겨 두어야 키티가 발견할 수 있을까.
그의 시선이 갈색 벨벳으로 양장한 두꺼운 지도책에 꽂혔다.
‘이 위에서 낮잠 자는 걸 좋아했지.’
이든은 키티와 함께 했던 수업을 떠올렸다.
표지가 보들보들한 이 책을 햇볕에 놓아 두면 공부하기 싫은 키티가 슬쩍 고양이로 변해 책 위에 올라섰다.
몸을 식빵 모양으로 말아 볕에 털을 말리던 키티를 보고 있으면 우울한 생각들이 싹 사라졌었다.
오후가 되어 볕이 강해질 때면 키티의 흰 털이 빛을 머금어 신성한 동물처럼 보이게 했다.
‘그 모습 보려고 일부러 책을 볕에 둔 건 모르겠지.’
책을 볕에 두는 건 그다지 좋은 보관법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든은 지도책을 꺼냈다. 어린 키티가 위에서 자주 낮잠을 잔 덕에 책에서 그녀의 냄새가 났다.
“…….”
나중에 이 책을 갖게 해 달라고 말해 볼까.
이든이 그렇게 생각하며 편지를 책장 사이에 끼워 넣었을 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선생님!”
분명 키티는 연무장에서 훈련을 하는 중이라고 했는데.
이든은 테오와 데온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키티와 예상치 못한 만남을 갖는 건 언제나 환영이었으니까.
다만 이번엔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키티. 잊은 거 없어?”
“앗.”
키티는 속으로 셋을 센 뒤 요란한 환영 인사를 시작했다.
“이든 님! 아주 보고 싶었어요. 오는 길은 편안하셨나요?”
오라버니들과 대화하는 이든을 멀리서 엿본 순간부터 몸 어딘가가 고장 난 것 같았다.
이든은 아주 눈치가 빠른 늑대이니 그 사실을 알아채기 전에 수선을 떨어 주의를 돌리고 싶었다.
‘의식하는 걸 들키면 좀 부끄러우니까.’
정작 마주한 이든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그거 말고 다른 거 잊었잖아.”
이든이 성큼 다가오는 순간 귓가에 제 심장 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키티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를 바라보았다.
펑―
눈이 마주하는 순간 한쪽 귀가 튀어나왔다. 삐죽 튀어나온 고양이 귀를 발견한 이든은 끝을 살짝 건드리며 웃었다.
‘세상에. 이든이 웃다니.’
키티의 반대쪽 고양이 귀도 퐁 튀어나왔다. 이든은 말랑말랑한 귀를 손에 쥐고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다음에 만나면 이름 부르라고 했잖아.”
“…….”
“선생님, 이든 님 하지 말고.”
키티는 입에 고인 달콤한 침을 삼켜 냈다. 이 까칠한 늑대와 서재에서 수업을 하던 게 엊그제 같아 이름을 부르기 어려웠다.
이든은 입술을 달싹이며 망설이는 저를 빤히 바라보다,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는 척 살짝 뺨을 쓰다듬었다.
굵은 손마디가 얼굴선에 돋은 솜털에 닿는 순간 애써 집어넣고 있던 고양이 꼬리가 톡 튀어나왔다.
‘이 늑대가 또 늑대 짓을!’
하지만 키티는 이든의 달짝지근한 손길을 거부할 수 없었다. 고양이란 늑대의 횡포 앞에 이토록 나약한 존재였다.
“이, 이…… 든.”
그의 얼굴에 만족감이 서렸다. 키티는 홀린 듯이 한 번 더 말했다.
“이든.”
“응.”
뺨을 쓸어 주는 그의 손길에 열기가 더해졌다. 키티는 발긋해진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한 번 더 불러 줘, 키티.”
나직한 목소리로 내뱉은 한 글자 한 글자가 가슴에 박혀 들었다. 서재에 그와 단둘이 있을 때마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 같았다.
키티가 한 번 더 내뱉으려는 순간, 이든의 것보다 나직한 목소리가 서재에 울렸다.
“이든. 얼마든지 불러 주지.”
“…….”
살색이 비칠 정도로 머리를 짧게 깎아 인상이 한결 무서워진 자칼이었다.
“그리드울프 저택에 온 것을 환영한다. 가주 대 가주로서 차 한잔 같이 하면서 회포를 풀까.”
키티는 자칼의 눈동자에 이글거리는 감정을 읽어 냈다. 이든을 이불에 돌돌 말아 강에 던져 버린다고 해도 믿을 만한 눈빛이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거절할 법도 하건만, 이든은 공손하게 답했다.
“예, 자칼 님.”
“…….”
자칼은 키티를 애절한 눈으로 바라보곤 이든과 격리시켰다.
* * *
‘아버지가 수비에 성공하셨나 본데.’
저녁 식사 자리, 테오와 데온은 키티와 멀찍이 떨어진 이든의 자리를 보며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키티는 카리스의 옆에 있었고, 이든은 자칼과 나란히 앉아 있어 한눈을 팔 새가 없어 보였다.
그리드울프 형제는 부모님께 키티와 이든 일을 맡기기로 하곤 다른 이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방금 막 도착한 잿빛 썰매 상단의 상단주, 하슈카였다.
‘기세는 늑대 못지않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까칠하지 않네?’
하슈카에 대한 소문이라면 상단에 자자했다. 가장 큰 상단을 경영해 온 이답게 눈이 높고 자부심이 대단해 그 누구에게도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던가.
“아가씨, 제가 보낸 향유를 받아 보셨나요? 손을 촉촉하게 하는 데엔 그 향유가 최고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콧대 높은 상단주가 키티아에게 잘 보이려 꼬리를 살랑이고 있는 것일까.
“앗, 하슈카 님. 안 그래도 고양이 모습으로 주신 향유를 발라 봤는데, 제 말랑손이 더 촉촉해진 것 같아요!”
게다가 키티의 말을 경청하는 하슈카의 자세는 단순히 거래 상대에게 잘 보이려 알랑대는 상인의 것이 아니었다.
‘키티네 친할아버지가 개 수인이라고 해도 믿겠는데.’
‘우리 말랑손이 또 한 수인을 발 닦개로 들였구나.’
아주 그리드울프다운 일이라고 두 늑대는 생각했다.
“네로가 밤고양이들을 동원해 제리안을 찾는 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폭스타인 가주께서도 여우 수인을 지원 보내 주셨고요.”
“클리드가요?”
“네. 일전에 위비스 가주께서 자른 손가락 조각을 이용해 추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다행이구나, 아가.”
카리스가 키티의 등을 쓸어 주었다.
식사가 끝나고 디저트가 나올 즈음, 하슈카가 조심스레 운을 뗐다.
“그나저나 아가씨, 곰의 영토에 드나들던 상인에게 들은 정보가 있습니다.”
“곰 수인들이 허가해 준 상인이 있나요?”
“아뇨, 그 친구는 어둠의 경로로…… 곰과 썰매 개 수인의 혼혈이거든요.”
“앗.”
“아무튼, 아가씨께서 알아 두면 좋을 것 같다며 흘린 정보가 있습니다.”
내가 알아 둬야 할 정보라. 키티는 묘한 긴장감에 포크를 내려놓았다.
“곰의 영토에서 죽은 고양이 수인 둘의 유언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네? 혹시 이름이?”
“둘 모두 이카루스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라고 했습니다.”
키티는 테이블보 아래로 손을 꼭 말아쥐었다. 일전에 곰 수인들이 아빠와 오빠의 죽음에 대해 확인해 주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카트리나가 둘의 죽음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시기상조라 생각해 묻지 않았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이 남긴 흔적과 마주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었다.
“혹시 유언장 같은 게 남아 있는 건가요?”
“곰의 영토는 오랜 시간 성유물과 함께하지 않았습니까. 해서 마력을 지닌 자연물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자연물이요?”
“네. 고양이들이 살해당하던 순간 주변에 있던 돌에 그 순간이 기록되었고, 그를 찜찜하게 여긴 주민들이 그 돌을 가주에게 바쳤다는군요.”
죽은 고양이들의 흔적이 남은 돌이라면 모르는 이들은 찜찜하게 여길지도 몰랐다.
하지만 두 이카루스의 모습이 담긴 무언가라면 키티에게는 아주 소중한 물건이었다.
‘아빠랑 오빠의 흔적이라면…….’
게다가 그들을 죽인 건 제리안의 하수인. 블루문의 면역을 물려받은 제리안도 가까이에 있었을 확률이 높았다.
‘어쩌면 제리안이 표범들과 짜고 쳤다는 증거를 포착할 수 있을 거야.’
이 정보를 이전에 접했더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었을 것이다. 보수적인 곰 수인들이 다른 수인들에게 영토 내의 일을 일일이 설명해 줄 리 없었다.
하지만 폴리가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을 받고 곰들의 영토로 향하는 지금은 입장이 완전히 달랐다.
“……아빠나 오빠가 남긴 흔적이 있다면 꼭 보고 올 거예요. 시그마를 제압한다면 곰 수인들도 협력해 주겠죠.”
키티가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키티, 네게 협력하지 않는다면 말하도록.”
“키티, 네가 원한다면 지금 당장 협력을 얻어 내 줄 수도 있어.”
자칼과 이든이 거의 동시에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