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Cat, Adopted by a Wolf Family? RAW novel - Chapter (118)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 고양이인데, 늑대 가문에 입양당했다-118화(118/153)
<118화>
그리드울프와 위비스의 깃발을 확인한 곰 수인들이 깍듯하게 인사하곤 문을 열어 주었다.
“사신단에 성유물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곰 영토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일행은 아무런 문제 없이 곰 영토에 진입했다. 기쁜 일이었지만 테오와 데온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상하네. 표범들이 습격할 줄 알았는데.”
“시그마쯤 되는 수인이라면 이동 시에 덮치는 게 제일 효과적이라는 건 알 거고.”
“다른 일을 하느라 바쁜 게 아닐까요?”
내가 말했다.
곰들이 가지고 있는 여신님의 거울은 그리드울프의 활처럼 위치가 알려진 물건이 아니었다.
시그마가 성유물을 이용해 무슨 짓을 벌이려거든 일단 성유물의 위치를 찾는 것부터 해야 했다.
“키티 말도 일리가 있네.”
“호그우드 님이랑 오라버니들이 델타의 성을 지키고 있었으니까 많은 표범들과 함께 오지는 못했을 거야.”
“정예들만 뽑아서 데리고 왔겠죠?”
나는 시그마가 아주 싫었지만 그녀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는 천재라는 건 하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찾을 방법도 없는데 무턱대고 오진 않았을 거예요.”
“그렇지. 아무리 오라버니들이 멋지게 표범들을 압박하고 있었다고 해도 말이야.”
썰매에서 내린 우리는 안내에 따라 폴리가의 성안으로 이동했다.
오랜 시간 곰 수인들 위에 군림한 가문답게 내부는 웅장하고 화려했다.
‘곰들은 이런 서늘한 온도를 좋아하나 보구나.’
폴리 성은 석재를 이용해 지은 탓에 사방에서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색유리를 통해 실내로 들어오는 햇빛도 늑대 영토나 고양이 영토처럼 강하지 않았다.
‘해도 짧다고 이든한테 배웠지.’
그럼에도 내부에서 권위가 느껴지는 건 신전처럼 그림과 상징물들이 복잡하게 새겨져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여신님에게 거울을 건네받는 흰 곰 그림이라.’
안쪽으로 들어설수록 벽화가 화려해졌다. 이쯤 되자 나도 여신님의 거울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곰 수인들이 그 위치를 알고 있다면 소문이라도 났을 테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한 가문에서 계속 독점하기 위해 위치를 숨기는 걸까?’
하지만 귀한 물건이 있다면 가끔은 자랑하듯 보여 주며 ‘우리가 잘 가지고 있어!’ 하고 확인시켜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성유물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면 말이야.’
만약 문제가 생겼다면 드러내지 않는 게 훌륭한 전략이다. 신성한 물건을 잘못 보관했다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폴리가는 성유물의 권위로 다른 곰 수인들을 지배하고 있는 거니까.’
우리는 공식적으로 초대받은 사신들이니 한 번쯤은 여신님의 거울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다.
내가 가진 그리드울프의 활과 특별한 반응을 일으킬지도 모르니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안쪽에 폴리 주인님과 안주인님, 카트리나 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안내하던 커다란 체구의 곰 수인이 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가장 앞장서 걷던 이든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들어가자, 키티.”
대표 격인 이든이 손을 내미는 순간 오라버니들은 도끼눈을 했다. 하지만 폴리 가주가 있어 차마 무어라 툴툴거리진 못하는 모습이었다.
‘진짜 내가 선물한 목도리를 하고 있네.’
나는 그의 손 위에 가볍게 손을 얹었다.
“와 주셔서 반갑습니다, 사신단 여러분.”
우아한 원피스를 입은 카트리나가 우리를 맞아 주었다. 폴리 가주 부부는 뒤쪽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미안합니다. 몸이 좋지 않아 귀한 손님들을 앉아서 맞게 되었네요.”
“먼 곳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폴리 부부는 의자에 앉은 채 상냥한 인사를 건네주었다. 척 보기에도 둘 모두 기력이 없어 보였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위비스 가주 이든이고, 이쪽은 잘 아시겠지만 키티아 양입니다.”
이든이 군더더기 없는 인사를 건넸다. 반걸음 뒤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오라버니들이 화들짝 놀라 덧붙였다.
“그리드울프! 키티아 그리드울프입니다. 저희 집안에 입양된 막내지요.”
“그리고 저희는 그리드울프가의 테오와 데온입니다.”
……이렇게까지 사수하다니.
어쨌든 나는 두 분과 차례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리드울프에 임시 입양된 키티아라고 해요. 곰 영토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랑―
내 손을 잡은 폴리 부부의 눈이 동그래졌다.
“세상에.”
“카트리나, 네 말이 맞구나. 키티아 양의 별명이…….”
“말랑손이랍니다.”
나는 조금 뿌듯해져 덧붙였다.
이든부터 하슈카까지, 주요 인원들을 소개하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폴리 부부는 깊은 기침을 열 번이나 했다.
그럴 때마다 카트리나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걸로 봐선 두 분 모두 몸 상태가 정말 좋지 않으신 모양이었다.
“동맹을 맺는 것도, 사신들을 부르는 것도 낯선 일이지만 부디 좋은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군요.”
폴리 부인이 이든을 향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홀로 남겨질 카트리나를 향한 걱정이 서린 목소리였다.
“어느 때보다 상호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든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대화를 마친 우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 * *
“오라버니들, 이든 말이에요. 꼭 자칼 님이 클리드와 가주 대 가주로서 이야기 나눌 때랑 비슷하지 않았나요?”
나는 오라버니들에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데온 오라버니가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키티, 한 번에 두 놈 생각하는 거야?”
“아야야.”
“가족들이랑 있을 땐 가족 생각을 하자고.”
테오는 그렇게 덧붙이면서 내 옆자리를 사수했다.
식사를 마친 후, 하슈카와 개 수인들은 무역을 담당하는 관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폴리 부부와 카트리나는 커다란 상에 둘러앉은 우리를 위해 곰 수인 특제 디저트들을 선보이는 중이었다.
“이제 성가신 시그마와 표범들 이야기를 해야 하니 혀라도 즐거워야지요.”
나는 카트리나가 권하는 검고 차가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 입에서 뭐가 톡톡 터지네요?”
“저희 할아버지께서 아주 좋아하셨던 탄산 냉차예요. 곰 영토 바깥엔 비슷한 것도 없을 거예요.”
냉차의 산뜻하고 톡톡 쏘는 맛에 눈이 동그래졌다. 동시에 무언가를 깨달았다.
‘뜨개질을 할 게 아니라 이걸 팔아야겠는데.’
나는 곰 영토를 떠나기 전, 이 문제를 꼭 의논하기로 하곤 다시 대화에 집중했다.
카트리나가 손짓하자 성의 시종들이 곰 영토의 지도를 가져와 펼쳤다.
그리드울프나 위비스에 알려진 것과 다른 부분이 상당히 많아 놀라울 정도였다.
“어떤 방법을 사용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시그마와 표범들은 폴리의 거울에 상당히 근접한 지역만 탐색하고 있어요.”
카트리나는 지도의 커다란 호수를 짚으며 말했다.
‘곰들은 폴리의 거울이라고 부르는구나.’
방금 카트리나의 말은 거울이 호수 근처에 있다고 알려 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카트리나는 우리에게 성유물의 위치를 공유해 줄 생각인가 보다.
“데려온 표범 수인들이 얼마나 날쌘지 잡기 어려워요. 기껏 잡아 온 놈들은 미리 준비한 독으로 자결하고요.”
“…….”
“그들이 폴리의 거울에 손대기 전에 모두 포획해야 합니다.”
카트리나는 방법은 그것뿐이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듣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었다.
“표범들을 잡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거울을 보호하기 위해 이쪽으로 옮기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리드울프의 활처럼 땅에 박혀 움직이지 못하는 게 아니라면요.”
곰 수인들이 성유물을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그마가 냄새를 맡았다면 아예 안전한 저택 쪽으로 옮겨 보관하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사신단의 일원들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카트리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 대신 뒤에 있던 폴리 님이 답했다.
“이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지만…… 성유물이 어디에 있는지는 우리도 모릅니다.”
다소 충격적인 발언이라 우리들 중 아무도 즉시 반응하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이든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폴리 님. 그게 무슨 뜻입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성유물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계신 건 제 조부님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는 죽기 직전, 황급히 성유물의 위치를 알려 주려 지도를 짚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수인들은 생명이 위독하면 동물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습니까.”
“선대 가주께서 지도를 곰 발바닥으로 가리키는 바람에 정확한 장소는 모르신다는 겁니까?”
“민망하지만 그렇게 되었습니다.”
장내에 형언할 수 없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동안 곰 수인들이 성유물의 위치를 숨기려 안달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없는 걸 있는 척하면서 통치하고 있을 줄이야!’
카트리나도 이 상황이 민망하긴 마찬가지인 듯 내 시선을 슬쩍 피했다.
폴리 부인은 우리의 반응을 일일이 살피곤 덧붙였다.
“이 일을 폴리가 밖의 사람들에게 꺼내 놓는 것은 처음입니다. 더 이상 이 사실을 숨길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
“그래서 억지로 비밀을 유지하는 대신 사실을 밝히기로 결정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요.”
죽음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식한 듯, 부부는 잠시 눈을 마주했다.
카트리나는 한결 어두워진 얼굴로 말했다.
“여신님의 마력을 가지고 있는 키티아 님의 도움이 있다면 호수 근처 어딘가에 숨겨진 거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돕는 건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즉시 그러겠다고 대답하는 대신, 곰 영토로 떠나기 전부터 줄곧 궁금해하던 것을 물었다.
“제가 폴리의 거울을 찾도록 도와드린다면 이카루스라는 이름을 가진 두 마리 고양이들의 죽음에 대해 알려 주세요.”